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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목세가의 역대급 망나니-146화 (146/236)

146화 혼인 성사

“저… 양 소저, 안녕하십니까……?”

“네, 천 공자님.”

양씨세가의 셋째 양주아.

다른 형제자매들보다 음공에 대한 재능이 뛰어났다. 여인이었기에 양씨세가의 소가주가 될 수는 없었지만, 용봉지회에 참가할 때는 삼현마금을 내어 줄 만큼 가문의 총애를 받았다. 그런 만큼 양주아는 상대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녀는 재능이 부족함에도 가문을 이끌어 나가야 할 첫째 오라버니가 딱할 뿐이었다.

적당한 책임과 적당한 권리. 그녀는 무림오화 중 한 명이었지만, 양씨세가의 소가주가 되고 싶은 욕망은 꿈에도 없었다. 물론 형제자매 중 재능이 가장 뛰어났기에 무공에 대한 열망은 있었지만, 그 재능이 모용세가의 모용란이나 사천당문의 당옥정과 비할 바는 아니었다.

두 사람이 용봉지회의 결승에서 보여 줬던 무위. 집념과 의지는, 양주아에겐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애초에 음공이라는 것은 몸을 혹사하는 종류의 무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양주아는 언젠가는 정략혼으로 다른 가문으로 가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파천뇌음후라는 양씨세가의 미래가 달린 무공에, 자신이 거래에 이용되듯이 혼인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불만은 없었다. 그건 소가주가 된 첫째 오라버니도 마찬가지였으며, 그녀의 여동생도 마찬가지였다.

명가의 자제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

솔직히 그런 거창한 마음은 아니었다. 단지, 어릴 때부터 그럴 것이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을 뿐.

‘하지만 천 공자는 왠지 마음에 안 들어.’

부부가 연모하는 감정을 유지한 채 살기보다는, 정으로 산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왜일까? 천우생은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인이라면 혹할 만큼 아름다운 외모. 중원 사내들 답지않게 백옥과도 같은 피부를 가졌으며, 사슴 같은 눈망울에 입수는 앵두와도 같다. 그렇다고 키가 작은 것도 아니다. 키가 꽤 큰 편인 양주아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크다.

무공은 또 어떠한가?

그녀는 천우생이 비무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대단한 실력자였다. 어떻게 저런 실력을 가지고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뭐, 단목 공자 같은 경우도 있으니까.’

단목장룡.

천룡각에 들어오지도 않았으며, 알아보니 의창현에서는 망나니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어땠는가? 갑자기 용봉지회에 나타나서 화산파의 대제자를 꺾더니 결국 남궁세가의 천재 남궁일몽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중원은 넓다.

그 격언은 누구에게나 통용된다. 심지어는 단목장룡도 천자산에 펼쳐진 진법과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강시를 보고 그렇게 느꼈으니까.

‘아버지가 천 공자님의 마음을 밀고 당기며 애를 태우라고 했었지만…….’

가주가 그런 명을 내리지 않았더라도, 양주아는 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으리라.

조만간 혼인하게 될 사이니 마음을 열긴 해야겠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너무 예쁘게 생겨서 그런가?’

양주아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있던 천우생.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혹시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으셨습니까?”

“네? 왜요?”

“한숨을 쉬시길래…….”

“아, 그냥…….”

이유를 설명하기도 귀찮았다.

여기서 당신에게 마음을 열기가 힘들어서 한숨을 내쉬었다고 어찌 말하겠는가?

‘이 남자는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그걸 그렇게 직접 물어야 하나? 넌지시 기분을 풀어 주면 될 걸…….’

알아서 즐거운 대화의 화제를 꺼내면 얼마나 좋은가?

잠시 꽁하게 침묵하던 양주아가 고개를 휘휘 젓는다. 자꾸 부정적으로만 상대를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아버지가 애를 태우라고 했어도, 그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국 그녀의 부군이 될 사내였다.

“천 공자님은 뭘 하고 지내시나요?”

“저는… 매일 무공을 수련하며 지냅니다!”

“무공 수련 말고 따로 취미는 없으신가요?”

“가끔 낚시를 즐기기도 합니다. 물고기를 낚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잔잔한 호수를 보고 있으면 무공의 영감이 떠오를 때도 있기에 수련의 일종으로…….”

양주아가 묻고, 천우생이 답하는 대화.

당연히 그녀는 질리기 시작했다. 뭐만 하면 수련, 수련.

무공이 그렇게 좋은가?

혼인하면 다른 문제로 말썽을 피우진 않겠지만, 재미가 없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천 공자님, 제가 몸이 안 좋아서요. 오늘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양주아의 말에.

천우생이 화들짝 놀란다.

“당장 의방에 가시지요! 제가 같이……!”

“그 정도까진 아니에요.”

“그렇습니까……?”

“네. 전 방에 가서 쉬도록 할게요.”

“예, 푹 쉬십시오. 만약 몸 상태가 더 나빠지면 바로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양 소저를 업고서라도 의방에 달려가겠습니다.”

“말씀만이라도 정말 감사해요. 그럼 전 이만…….”

왠지 모를 불쾌함. 여인의 촉이라고 할까?

양주아는 천우생의 행동, 말투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것을 대놓고 표현하진 않았다. 눈치가 있는 사내였다면 알아챘을 수도 있지만, 지금 천우생은 양주아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그런 그의 눈빛을 보면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들어가서 한숨 자야겠어. 그러면 기분이 풀리겠지.’

그렇게 양주아가 떠나가고.

천우생이 피식 웃는다.

“상황이 바뀌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가 정말 궁금하구나.”

그는 단지 유흥을 즐기는 것일 뿐이었다.

상황이 급변할 때. 자신보다 낮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훨씬 높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되었을 때.

‘키킥.’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 *

다음 날.

천우생이 말한 대로 육합문의 문주가 찾아왔다. 감숙성에서 빠르게 커 가는 육합문이었기에 양씨세가의 가주 양몽산은 긴장했다. 그나마 쉽게 다룰 수 있었던 천우생과는 분명히 다를 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기우일 뿐이었다.

이미 판이 다 짜여 있기 때문일까? 상황은 쉽게 흘러갔다. 육합문의 문주는 양씨세가의 비위를 맞춰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당연히 양몽산의 어깨는 끝을 모르고 올라갔다. 을의 입장에서 딸을 내주었다면 그나마 불안했겠지만…….

‘주아 또한 사람을 다루는 것에 능숙하니까.’

과장하여 말하자면 감숙성에 양씨세가의 분타가 생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양씨세가는 하늘 높이 오를 일만 남았다.

파천뇌음후를 확실히 익혀 가문에서도 음공의 초고수를 배출한다. 일단 가주 자신부터 그 희대의 무공을 익힐 생각에 잠을 못 이룰 지경이었다.

빠르게 무공을 얻고 싶었던 양몽산은 혼인을 빠르게 추진했으며, 육합문의 문주가 도착한 다음 날 날짜까지 정해졌다. 정말 한쪽이 무림공적이 되지 않는 이상, 혼인은 예정된 날짜에 진행될 것이다.

‘주아에게 슬슬 애태우는 건 그만하라고 해야겠군. 그래도 본가의 사위가 될 사내인데 마음을 쓰리게 해서는 안 되지.’

당근과 채찍을 잘 활용해야 한다.

양주아는 알아서 잘해 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문주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소이다.”

“예, 말씀하십시오.”

아들인 천우생과는 달리 솔직히 부족한 외모. 그의 부인이 상당한 미인인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육합문주의 대답에 양몽산이 감춰 왔던 속내를 드러낸다. 지금 분위기라면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다.

“파천뇌음후를 받아 볼 수 있겠소이까?”

상식적으로 혼인한 후에 받는 것이 관례겠지만, 양몽산은 참지 못했다.

가문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무공이다. 그것만 있다면, 음공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으리라. 무음검향이라는 강호를 뒤흔들었던 음공의 고수가 양씨세가에서 배출되는 것이다.

“으음…….”

육합문주가 고민한다.

양몽산은 지체하지 않고 그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어차피 혼인식의 날짜는 잡혔고, 이미 다른 가문과 문파에 서신을 돌린 상태가 아닙니까? 이 상황에서 저희가 혼인을 물리기라도 하겠소이까? 아니면 설마 저희 양씨세가를 믿지 못하시고…….”

양몽산의 말에 육합문주가 황급히 손사래를 친다.

“믿지 못하다니요.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후우우……. 파천뇌음후는 음공을 익히는 자들에겐 전설이나 다름없는 무공입니다. 실례가 되는 줄은 알고 있습니다만…….”

“…….”

잠시 고민하던 육합문주.

그가 마침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제 사돈이 될 집안을 믿지 못할 리가 없지요.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파천뇌음후를 가주님께 내어 드리겠습니다.”

양몽산이 두 주먹을 불끈 쥔다.

드디어 얻게 된다! 그 무공을! 양씨세가의 염원을 이룰 수 있는 무공을!

육합문주가 소매 속에서 낡은 표지의 서책을 꺼낸다.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듯 문장에 굳센 힘이 담겨 있었다. 꿀꺽, 양몽산이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여깄습니다.”

“문주님의 배려에 감사드리오!”

“아닙니다. 배려는요.”

당장이라도 파천뇌음후를 펼치고 싶어 안달이 난 양몽산. 그를 지켜보는 육합문주가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자리를 비켜 드릴까요?”

양몽산이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연기한다.

“그럴 것까진…….”

“아닙니다. 저도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지요. 수준 높은 무공을 견식하는 것만큼 흥분되는 일이 없지요. 저희는 문주와 가주이기 전에 무인이 아닙니까?”

좋게 말하면 친절하고.

나쁘게 말하면 이용하기 좋다.

육합문주의 말에 양몽산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드리오! 내 염치 불고하고 문주님의 배려를 감사히 받겠소이다.”

“별말씀을요. 그럼 편히 무공서를 탐독하시길.”

육합문주가 방을 나섰고.

양몽산은 허겁지겁 파천뇌음후의 구결을 읽어 나갔다.

* * *

“워워.”

“끼익!”

“그래, 잘했다.”

난 천응에게 한 가지를 확실히 교육하려 했다. 칭찬받을 행동을 하면 확실한 포상을 받고, 혼날 일이 생기면 따끔하게 훈계한다. 천응은 적응력이 빨랐다. 또한, 영물치고도 머리가 좋았다. 천응을 교육하는 것은 재미가 있었다.

“여기서 잠시 머물고 있어라.”

“끼이익…….”

천응이 슬픈 울음소리를 낸다.

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 주었다.

“금방 돌아올 것이다. 돌아오면 많이 쓰다듬어 주마.”

“끼익!”

쓰다듬어 준다는 말에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흔들거리는 천응. 솔직히 겉모습은 하늘의 제왕이라 불릴 만큼 우아하면서도 강인해 보였지만, 하는 행동은 영 동네 강아지와 비슷했다. 그 상반된 매력이 있어 정을 붙일 수 있는 녀석이다.

“그럼 간다.”

“끼이익!”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으며 양씨세가가 있는 제남의 중심부로 달려갔다.

‘이곳저곳에서 양씨세가의 혼인 이야기가 들리는군.’

산동성 제남에서 가장 유명한 가문을 꼽으라면, 단연코 양씨세가였다.

거기다 양씨세가의 셋째 딸 양주아는 무림오화로 그 미모가 무림 전체에서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외모가 아름답다고 무림오화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무림오화는 모두 아름다웠다.

그녀의 혼인은 당연히 제남의 화젯거리였다.

노점에서도, 객잔에서도 그녀의 혼인 이야기로 들썩인다. 대부분 양주아가 아깝다는 말이 많았다. 육합문은 솔직히 강호에서 그리 알아주지 않는 가문이었으니까.

하지만 간간이 그녀와 혼인하게 될 천우생이라는 사내의 이야기도 들려왔다.

여인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내. 피부가 몹시도 고와 여인으로 착각할 정도라고 한다. 그의 얼굴을 실제로 본 사람들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며 칭찬했다.

‘사내인데도 여인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했다라…….’

떠오르는 가문이 있다.

백문(白門).

그들은 소녀마공(素女魔功)을 익힌다. 이름만 듣자면 여인들이 익히는 무공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사내만이 익힐 수 있다. 이 무공을 익히면, 피부가 백옥처럼 희게 변하고 외모도 아름다워진다. 마교 내에서도 최상위권으로 꼽히는 무공이다.

백문 출신이 육합문에 잠입한 것이었나?

그렇다면 송사리인 줄 알았던 육합문은 대어였다. 아주 맛있는 먹잇감.

‘재밌겠군.’

육합문에 신교의 명가가 진출했다면, 사천성의 지룡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곳의 일을 해결한 후엔 바로 지룡문으로 날아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음지에서 야금야금 세력을 넓히는 신교에게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으리라.

‘적어도 대주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군.’

하지만 칠교공자처럼 버리는 패에 불과하다면, 신교에게도 그리 큰 타격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이 더 깊숙하고 은밀하게 숨게 만들어 줄 뿐이었다.

‘양씨세가.’

장원의 명패가 보인다.

두 명의 호위가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난 당당히 입구로 걸어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양 소저의 혼인을 축하하기 위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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