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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목세가의 역대급 망나니-150화 (150/236)

150화 수뇌 회의

단목장룡은 양씨세가에서의 일을 정리한 후, 바로 천응을 타고 사천성으로 날아갔다. 이왕 양씨세가를 지켜 주며 육합문을 건드렸으니, 정파 속에 숨어든 끄나풀을 몇 명 더 제거한다고 위험이 커지진 않는다.

단목장룡은 지룡문에 도착하여 마교와 관련된 자들을 처리하고, 천우생과 마찬가지로 마교에 대한 정보를 얻어 냈다. 마교도는 교주를 숭배한다. ‘힘’ 그 자체를 따르는 교리라고 하지만, 결국 마교의 힘은 천마(天魔)에게서 나온다. 교주만이 익힐 수 있는 무공. 마교엔 수많은 절세 무공들이 있지만 천마신공은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그의 눈에서 귀기라 불리는 마기(魔氣)의 원천에 마교도들은 굴복했다.

사실 그들에게서 얻어 낸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들은 숲이 아닌 나무를 보고 행동하는 자들이었으며, 어떤 명령이 내려와도 목숨을 걸고 수행할 뿐이다.

그래도 확실하게 알아낸 점이 있다면…….

‘소교주 사도명이 경지에 이르렀다.’

극마.

정파에서 말하는 화경에 올라섰다는 말이다. 마교에는 적어도 넷 이상의 화경이 존재한다. 마교가 만약 정파였다면 이미 천하제일문, 천하제일가로 불렸으리라. 물론 마교는 어찌 보면 여러 가문과 문파가 연합된 무림맹과 비슷한 구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권력이 교주에게로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다르다.

무림맹의 맹주는 다른 문파에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마교는 다르다. 가문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상관의 명령이라면 복종해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았다. 정점에 있는 것은 바로 마교의 교주인 천마였다.

그게 마교라는 적을 상대할 때의 까다로움이다.

그들이 대화가 통하는 상대였다면, 정파는 마교를 경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파와 전쟁하면 마교도 분명히 피해를 입는다.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매 순간 전투에서의 죽음을 도외시하며 조금이라도 상대를 죽이려 하는 마교도는 과거 공포의 대상이었다.

단목장룡이 귀안을 흉내 내서 상대에게 정보를 뽑아낼 정도라면 왜 그들을 수하로 들이지 않느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단목장룡의 경지는 천마보다 낮다. 거기다가 그들은 패배로 단기간 정신력이 흩어진 것일 뿐이라 영원히 단목장룡에게 충성하지는 않으리라.

마교도들을 쭉쭉 빼내 천마를 고립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정파 내에서 입지를 키워 가고 있으니까.

‘대체 마교가 달라진 계기가 무엇일까?’

현재 단목장룡이 가장 궁금한 점이다.

마교도들의 행동 양식은 변하지 않았다. 적을 보면 죽음을 도외시하고 달려든다. 하지만 정파에 신분을 숨기고 잠입하여 연기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다.

내적인 요인이든 외적인 요인이든.

마교를 상대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었다.

‘이제 돌아가야겠군.’

정리는 끝났다.

양씨세가에 새로운 씨앗을 뿌렸다. 단순히 무림맹의 높은 직위에 올랐다고 하여 정파 내에서의 입지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무림맹은 자신들의 문파나 가문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 싸움이 치열했으니까. 현 무림맹주가 그것을 고쳐 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지만, 아마 그것이 쉽지는 않으리라.

* * *

칠 주야 만에 무림맹에 돌아왔다.

산동성과 사천성을 들르고 숨어든 마교도까지 처리했다고 하면 누가 믿을 수 있으랴? 언젠가 천응의 존재를 들키는 날도 오겠지만, 지금 내가 그것을 처리했다고 믿는 사람은 없으리라.

흑룡전에 들어서자 설비연이 깜짝 놀라며 내게 달려왔다.

“단목 조장님!”

“그래.”

“비선당을 통해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육합문과 지룡문이 멸문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들은 마교도들이 맞았으며…….”

“그거, 내가 했다.”

“네……? 주, 주공께서……?”

설비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한다.

“들어가서 이야기하지.”

내 집무실로 가서 설비연에게 있었던 일을 들려준다. 사실 두 문파를 끝장내고자 떠난 것은 아니다. 양씨세가가 마교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떠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육합문과 엮였으며,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지룡문까지 쓸어버린 것이고.

사실 지룡문에 갔을 땐, 조금 긴장했다.

마교의 진짜 정예가 있다면 위험했을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극마에 이른 고수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을 수도 있었다.

결국 그들도 지급 대대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양씨세가에서 서신을 보내기로 했다. 내가 직접 밝힐까도 생각했지만, 지금은 나를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더군.”

“지당하신 생각이십니다. 그들이 대비하지 못할 때, 최대한의 피해를 주어야 할 테니까요.”

설비연이 내 말에 극히 동감했다.

“그 외에 비선당에서 들어온 정보가 있나?”

“없습니다. 사마련 쪽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태고요.”

“그렇군. 알겠다.”

“그럼 다른 정보가 나오면 바로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비선당에 들러 보니 오 조원들이 착실하게 일을 배우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보니 정보 쪽에서는 꼼꼼한 단목위가 가장 뛰어난 듯합니다. 당원들 내에서 인재라고 소문이 났더군요.”

“그래?”

“예, 그래서 말인데…….”

설비연은 단목위와 함께 정보를 분석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어 왔다.

내가 바라던 바였다. 그들에게 무공을 알려 주고 비선당주의 가르침을 받도록 한 이유가 그것이었으니까.

“그렇게 해라. 단목위가 확실히 꼼꼼하긴 하지.”

그는 성격상 삐뚤어진 것을 가만히 보지 못한다. 그렇다고 고집과 아집에 사로잡힌 것이 아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사내였으며, 단지 정리되지 않은 것을 보지 못하는 성격일 뿐이다. 정보를 찾고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은 그에게 어울리는 일이었다.

“예! 그럼 단목위와 함께 정보를 분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설비연이 내게 인사하고 방을 나섰다.

‘과연 맹주는 이번 일에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현 무림맹의 최고 권력자는 무림맹주.

맹의 장로들과 각 집단의 수장들도 있었지만, 그의 의견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 * *

“으음, 양씨세가에서 파천뇌음후를 얻었지만… 그것이 마교의 계책이었다는 건가.”

“예, 맹주님.”

신선처럼 하얀 머리를 곧게 늘어뜨린 사내. 무림맹주가 되지 않았다면, 공동파의 장문인이 되었을 사내. 무림맹주 복마진인이었다. 그는 은영전에서 들어온 보고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애매한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면도 확실히 큽니다.”

“그래, 그렇지.”

내부가 혼란할 땐 외부로 눈을 돌리는 것이 계책 중 하나다.

하지만 마교와의 전쟁?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동파는 마를 섬멸한다는 복마의 의지를 이어 오고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마교를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곳이 공동파였다. 오래전 곤륜파라는 든든한 방어선이 있었지만, 이제는 공동파가 마교와 가장 인접한 문파가 되었다.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사마련에서 이미 마교와 협약을 맺었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사마외도가 힘을 합쳐 정파를 몰아낼 수도 있다는 말이로군.”

“예…….”

마교와 사파가 힘을 합친다?

예전이었다면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마교는 다르다. 육합문과 지룡문과 같이 끄나풀을 심어 뒤를 치는 경우가 없었다. 그러니 더 난감하다.

지금 정파의 힘은 역대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문파와 가문은 알게 모르게 드러내지 않고 힘을 키우고 있다. 또한, 전쟁이 없었기에 과거에 활동하던 고수들은 아직도 펄펄 살아 숨 쉬고 있다. 대문파의 깊숙한 곳에 머무르며 살아가는 ‘은거기인’의 존재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정파만 전쟁을 하지 않았는가?

마교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마교는 오랜 평화에 거대한 힘을 축적했으리라.

만약 전쟁이 벌어진다면…….

‘회의를 소집해야겠어.’

맹주 독단으로 처리할 수 없는 일이었다.

* * *

무림맹 수뇌 회의 일 차.

장로진과 무림맹주가 모여 회의를 한다.

장로는 솔직히 말해 각 문파와 가문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내놓은 대사(大使)라고 할 수 있었다. 무림맹은 연합체였기에 그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 했다. 일 차 회의 이후에는 각 가문과 교류하여 다른 의견을 내놓으리라.

무림맹주는 은영전과 비선당에서 파악한 정보를 일차적으로 장로들에게 알렸다.

다음은 이 차 회의.

무림맹을 대표하는 집단의 수뇌들을 불러 모은다. 당주나 단주급들은 장로와 비교해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 직위를 가진 이들이다. 그들 또한 자신들의 가문이나 문파를 위해 애쓰긴 하지만, 무림맹이라는 연합체에 더 애정이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언젠가 부맹주가 될 수 있었고.

부맹주가 된다는 말은, 무림맹주가 된다는 말이었다.

이 차 회의는 맹주전에서 그런 이들이 모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회의에서는 단주급이 아닌 사람도 한 명 참석했다. 무림맹에서 여러 화제를 불러 모았던 단목장룡. 흑룡단의 조장이이었다. 흑룡단의 조장은 다른 단의 대주급이라 취급된다고 할지라도 사실 맹주 주관 회의에 참석할 권한이 없었다.

당연히 아니꼽게 보는 이들이 있었다.

“흑룡단주께서는 이미 차기 단주를 정해 놓으신 듯합니다?”

형산파 출신이자 황룡단의 단주, 선전검수 막청.

중소 문파나 가문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황룡단은 서로를 끌어 주고 밀어준다. 오대세가와 구파일방 중심의 무림맹 세력 구도를 타파하겠다는 목적을 가졌다. 그것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었다. 중원 무림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황룡단주는 과거 위지무외와 함께 단목장룡을 황룡단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했다.

그 일로 무림맹 내에서의 위지무외의 입지는 당연히 좁아졌으며, 황룡단주 또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당연히 단목장룡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이 차 회의에 그가 참가할 수준이 되는가? 배분으로는 한참 후배일 뿐이다.

“흘흘, 그건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일이지요.”

흑룡단주는 굳이 회의 전에 감정이 상할 필요가 없었기에, 그냥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황룡단주는 놓치지 않는다.

“여기엔 당주와 단주급 그리고 은영전주까지 계시지 않습니까? 여기에 조장급의 인사를 데려오시다니요. 혹, 이번 회의가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계신 겁니까? 그 누구도 아닌 마교의 등장 때문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황룡단주와 흑룡단주 그리고 단목장룡에게 향한다.

흑룡단주가 옆에 있었기에 지금 굳이 단목장룡은 입을 열지 않았다.

“흘흘흘, 그것을 알고 있기에 단목장룡을 부른 것이지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흑룡단주님! 제가 말했듯 이곳엔…….”

두 사람의 기 싸움이 지속될 때.

누군가 단목장룡을 옹호하고 나선다.

“난 단목 조장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소이다.”

“비선당주?”

비선당주 폭풍보행 모용궁수.

그는 단목장룡을 아주 좋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전서구가 실종되는 사건도 무사히 해결할 수 있었다. 거기다 그는 일이 벌어진 후에 회의나 참석하는 이들과는 다르게 아주 오래전부터 마교에 대한 동태를 살펴 왔다. 설비연이나 단목장룡에게 정보를 내주었던 곳이 비선당이다. 그리고 모용궁수는 그곳의 수장이었다.

“그는 이번 회의에 참가할 자격이 있소. 그건 비선당주인 내가 보증하겠소.”

황룡단주가 속으로 적잖이 당황했다.

비선당주는 정보를 총괄하는 무림맹의 집단. 이번 회의에서 은영전주 다음으로 발언권이 강하다. 그가 단목장룡의 회의 참석을 인정했다.

‘비선당주가 단목장룡을 옹호한다고?’

두 사람이 대체 무슨 연이 있길래?

단목장룡은 따로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듣기로는 흑룡단에 박혀 수련만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비선당주가 왜 저리 단목장룡을 옹호하는 것일까? 흑룡단주의 영향력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과거 회의에서 흑룡단이 해체되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었다.

그리고 한 사람이 나서기 시작하자 다른 이들도 입을 열기 시작한다.

“나, 팽달도 단목 조장의 회의 참석을 인정하오!”

“청룡단주……!”

청룡단주 팽달.

그가 그렇게 소리치며 단목장룡에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사실 그와는 지나치며 몇 번 보았을 뿐, 실제로 대화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

‘팽염호랑 얼굴이 완전히 똑같잖아.’

단목장룡이 피는 속이지 못한다고 내심 웃고 있을 때.

황룡단주는 분노하고 있었다.

‘오대세가 놈들……! 벌써 저희끼리 연합을 구성했구나!’

다행히 적룡단주나 다른 당주들은 입을 열지 않고 지켜볼 뿐이었다.

그들은 아직 중립이라는 것이다.

“자자, 맹주님께서 곧 입장하실 겁니다. 다들 그만하시지요.”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은영전주가 싸움을 말린다.

사실 흑룡단주와 단목장룡은 딱히 기분이 상하지도 않았다. 이미 맹주에게도 허락을 구한 상태였으니 찔리는 것도 없다.

황룡단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단목장룡을 노려보았다.

회의는 무공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해당 사안에 더 잘 알고 있느냐. 얼마나 깊게 고민했느냐가 중요하다. 또 그런 생각을 얼마나 말로 잘 표현하느냐가 판단 기준이 된다.

황룡단주는 무림맹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단주에 올랐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작정하고 단목장룡을 망신 줄 생각이었다.

‘수뇌 회의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알려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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