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화 탐하다
단목장룡은 공공 대사와 싸우며 감사함을 느꼈다.
그가 최근 급격하게 강해진 것은 나찰마궁주가 익힌 ‘연옥’의 덕분이었다. 자미소는 대야반야금강공과 관련된 무공이다. 그리고 대야반야금강공은 공공 대사가 나찰마궁주에게 알려 준 것이다.
보통 무림에선 처음 익힌 무공을 꾸준히 익혀 대기만성으로 성장하는 것을 진리로 여기곤 한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무공이란 남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다른 이들을 의식하여 익히던 것을 버리고, 다른 것을 익히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하지만 단목장룡은 그 부분에서 예외라 할 수 있었다.
그는 모든 무공을 ‘이해’할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그 재능으로 단목장룡은 다른 무공의 장점을 흡수하여 적용할 수 있었다. 나찰마궁주는 연옥을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기보단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했지만, 단목장룡은 연옥의 취지를 정확히 파악했다. 그것은 극한의 수련법이었다.
나찰마궁주와 싸운 이후, 단목장룡은 단전과 세맥에 연옥을 둘렀다.
생명을 파괴하는 기운이었지만, 적당한 수준의 파괴는 ‘재생’을 불러온다. 화경의 경지에 오르면 환골탈태하여 새로운 육신을 갖게 된다고 하는데, 단목장룡은 실시간으로 육신을 강화해 나갔다. 특히 단전과 세맥 부분만 말이다.
그렇게 단목장룡은 몇 단계 성장했다.
물론, 연옥이 아니었더라도 단목장룡은 다른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그의 재능이라는 것은 불가해의 영역. 다른 무인은 선택할 수 없는 방식을 채택하여 무공에 활용한다. 다른 무공을 조합하여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무림에서 일반적인 상식이 아니다.
그는 지금도.
공공 대사의 무공을 탐하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잿빛 기운을 활용하는지.
단목장룡은 스스로가 진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더 나은 부분이 있다면 배우고 적용할 뿐이었다. 그것이 단목장룡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었다.
대기만성을 추구하여, 오랜 세월 무공을 갈고닦은 이들은.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쉽지 않으니까.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이제껏 투자한 세월이 부정당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단목장룡은 실시간으로 공공 대사의 과거를 부정하는 중이었다.
고오오……!
백보신권.
주먹을 휘둘러 백 보 밖에 있는 물체를 타격하는 무공이다. 하지만 공공 대사의 주먹은 백 보가 아닌 천 보라도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 거기다 가까이에 있는 적을 타격한다면? 거대한 기류를 담은 주먹과 단목장룡의 뇌왕검이 충돌했다.
쿠우웅!결과는 이제까지와 똑같았다. 단목장룡은 공공 대사와 같은 힘으로 그것을 막아 냈다. 평범한 무인이라면 주먹에 스친 것만으로 피부가 터져 나가고, 내상을 입었으리라.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했음에도 단목장룡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오히려 공공 대사가 문제였다.
단목장룡은 단순히 막아 내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그의 주먹을 마주한 뒤에 약간의 틈이라도 있으면 반격을 가한다.
통!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
공공 대사는 미칠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저 미친놈은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탄지공을 정확히 따라 하고 있었다. 처음 탄지공을 펼쳤을 땐, 속으로 혀를 찼다. 평생을 탄지공을 수련한 공공 대사였기에 그의 수준을 정확히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처음엔 미숙해 보이던 그의 탄지공은 어느 순간부터 매끄러워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에 이르러선…….
‘어떤 부분에선 나보다 더…….’
공공 대사의 탄지공과는 다르게 진화하고 있었다.
그것도 싸움을 이어 가는 도중에 말이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공공 대사가 몸을 비틀어 단목장룡의 탄지공을 피해 냈다.
하지만 이번 탄지공은 무언가 달랐다.
쉬익.
갑자기 방향을 선회한 탄지공, 그것이 정확히 공공 대사의 혈도를 노렸다. 방향을 바꾸었기에 담긴 속도는 줄어들었지만, 기환에 담긴 내력은 거의 줄지 않았다.
“미친놈!”
공공 대사는 그렇게 외치며 탄지공이 닿는 부분의 내력을 늘렸다. 단목장룡에겐 작은 것도 방심할 수 없었다. 쉽게 막아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무시무시한 힘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공공 대사의 몸에 새겨진 수십의 상처가 그 증거다.
물론, 단목장룡의 몸 또한 성치 않았다.
공공 대사는 당하고만 있진 않았으며… 그의 모든 신체 부위는 병기나 다름이 없었다. 닿으면 상대의 기를 분해하고, 파괴한다. 단목장룡의 옷은 찢어져 있었고, 드러난 피부는 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그렇지만 공공 대사는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릿한 고통이 허벅다리에서 느껴진다. 이번 공방에서도 단목장룡이 우위를 가져갔다. 처음엔 그것이 큰 차이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싸움이 진행될수록 그 차이는 차곡차곡 쌓여 눈덩이가 굴러가듯 불어난다.
‘역시 그녀 뿐이다……. 천도신녀, 그녀가 또 다른 것을 계획하고 있다. 단목장룡은 그녀가 키운 것이 분명하다. 여우 같은 년.’
으드득.
이제는 추측이 아닌 확신으로 변모했다. 단목장룡 같은 무인을 키울 수 있는 건 전 무림에서 그녀만이 유일하다.
“천도신녀를 믿나?”
뜬금없는 말에 단목장룡이 고개를 갸웃한다.
“믿고 말고가 뭐가 있지?”
“그녀에게서 힘을 받는 것은 속박당하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힘을 받았느냐에 따라 대가가 달라진다. 네놈은… 이제 그녀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단목장룡을 걱정한다기보다는, 불쌍히 여기는 듯한 말투.
모든 힘에는 대가가 따른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공공 대사조차 그녀에게 오랜 세월 속박당하지 않았던가? 그녀가 힘을 잃고 쓰러졌을 때, 비로소 그는 자유를 되찾았다. 하지만 그 자유는 진짜가 아니었다. 지금처럼 천도신녀는 단목장룡이라는 시련을 내려 주었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
공공 대사의 눈길에 불꽃이 인다.
“난 너를 극복하고 다시 위로 올라갈 것이다. 난 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
단목장룡은 그의 말을 말끔히 무시했다.
그의 머릿속은 무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공공 대사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공방을 이어 가며 섬뜩했던 적이 있었다. 조금만 판단이 늦었다면, 공공 대사의 강인한 주먹에 내장과 뼈가 박살이 났으리라.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상상력을 펼쳐 내는 것이다.
단목장룡은 모든 정신력 쏟아부어 그의 무공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의 장점만 쏙 빼앗아 자신에게 적용한다.
처음엔 잿빛의 기운이 뇌왕검에만 맺혀 있었지만, 지금은 공공 대사와 같이 온몸에 둘러져 있었다. 반탄지기의 활용.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었다. 내공의 소모가 컸지만, 타격점에 내공의 양을 늘려서 내공의 소모를 조절한다.
“그러니 죽어 줘야겠구나.”
공공 대사의 표정이 바뀐다.
이제까진 위기감을 찾아볼 수 있었으나 각오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공공 대사는 자만했다. 이제 갓 화경에 오른 단목장룡을 쉬이 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싸우면 싸울수록 단목장룡이 자신의 아래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를 이기려면 자기 자신조차 희생할 각오가 서야 한다.
급격히 달라진 기운.
수십의 공방에서 퍼져 나오는 파동에도 단상에서 거리를 벌리지 않았던 두 장문인 또한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선다.
“무슨 무공이지?”
단목장룡이 묻는다.
그의 얼굴에는 각오 따위는 서려 있지 않았다. 그는 처음과 같았다. 공공 대사의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움직임을 분석한다. 내공이 어떠한 방식으로 운용되는지 확인한다. 적용할 것이 있다면 그 부분을 훔쳐 낸다.
“용왕패권(龍王覇拳).”
공공 대사는 단목장룡을 인정했기 때문일까?
선선히 무공의 이름을 말해 주었다.
사실 공공 대사가 단목장룡을 이렇게 인정하게 된 이유에는, 그가 천도신녀의 은혜를 온전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하는 게 컸다. 단목장룡이 어떻게 강해졌는지 이해가 되니 그를 진정한 적수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어차피 무공의 이름을 알려 준다고 하여 달라질 것도 없었으니까.
만약 단목장룡이 천도신녀와는 전혀 연관이 없으며, 순전히 가진 바 재능으로 이렇게 성장했다고 했다면… 공공 대사는 지금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으리라.
“세상에서 가장 강한 생명체는 용(龍)이지. 그중에서도 용왕은 땅과 하늘을 지배한다.”
잿빛의 기운이 그의 피부를 뒤덮는 것은 같았다.
하지만 그 이후가 조금 다르다.
피부의 위에 슬그머니 올라가 있던 그 잿빛의 기운이 서서히 공공 대사의 피부에 흡수된다. 찌지직, 살갗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피부가 변화한다. 인간의 피부가 아니었다. 마치 도마뱀의 그것처럼… 기묘한 빛을 발했다.
‘저건…….’
천자산에서 보았던 강시.
그것이 생각난다. 강시의 피부는 확실히 인간과는 달랐다.
“너, 강시로 그 무공을 실험했구나.”
“그래, 네놈 탓에 완성하진 못했으나… 기회는 남아 있지.”
이미 잿빛의 기운은 공공 대사의 피부에 모두 흡수됐다. 이제 일렁이는 기운 따위는 없었다. 낭비되는 기운이 없이 온전히 공공 대사의 몸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현재의 나는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으리라.”
공공 대사의 모습이 사라진다.
단목장룡조차 그의 움직임을 놓쳐 버린 것이다.
쉬익!
쿵!
그의 주먹이 단목장룡의 옆구리를 때린다.
“큭!”
단목장룡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오고, 저 멀리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그것이 누구의 비명인지는 명확했다. 하지만 공공 대사의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청룡파미(靑龍擺尾).”
그의 팔이 채찍처럼 휘둘린다. 놀랍게도 그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길이가 길어졌다가 짧아지는 듯했다. 그로 인해 파괴력이 더 증폭된다. 거기에 그의 손톱엔 잿빛 기운이 어려 있었다. 단목장룡의 몸에 상처가 급격히 늘어난다.
“이제 천도신녀는 날 막지 못하리라.”
그는 선언하듯 중얼거리며 단목장룡에게 손발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간간이 단목장룡이 반격을 가했지만, 이제까지와는 달리 공방이 펼쳐질 때마다 단목장룡의 상처가 더 많이 늘어났다. 그의 피부가 바뀐 후부터 움직임이 달라졌다.
또한, 잿빛의 기운으로도 그의 피부에 제대로 된 상처를 낼 순 없었다. 인간의 피부와는 전혀 성질을 달리하는 듯하다.
공공 대사의 눈동자는 동공이 보이지 않을 정로도 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죽어라.”
공공 대사는 승리를 확정했다.
용왕패권은 ‘그’를 이기기 위해 남겨 둔 최후의 수단이었다. 이곳에서 사용할 것은 아니었지만, 죽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공공 대사가 세 손가락을 구부린다. 마치 조류의 그것과도 같은 형상을 띤 공공 대사의 손. 손끝에는 잿빛의 기운이 손톱처럼 솟아나 있었다. 그것이 단목장룡의 심장을 노린다. 자잘한 상처 따위로는 승리를 쟁취할 수 없었다. 심장을 꿰뚫고, 뽑아낸다. 그것으로 인간의 생명은 끝이 난다.
잿빛의 잔상을 남기고 공공 대사가 단목장룡의 지척에 도달했다.
이제 그의 손톱이 심장을 쥐어뜯으리라. 천도신녀의 패 중 하나를 완전히 몰락시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사용할 기술은 아니었기에 공공 대사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쉬잇!
살점이 찢어지고, 피가 튄다.
드디어 단목장룡의 심장에 손톱을 꽂아 넣은 것이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네놈은 날 능가했을 것이다.”
진심 어린 말. 이제 끝을 보았다고 생각했기에 단목장룡을 완전히 인정했다. 그는 자신의 최후의 수단을 꺼내게 만든 호적수였다.
이제 그의 가슴에서 심장을 뽑아내면 된다.
손가락에 힘을 주려던 공공 대사.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감각이…….’
섬뜩한 감각.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공공 대사가 손에 힘을 준다. 생생하게 손에 느껴졌던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동시에 눈앞에서 피를 흘리던 단목장룡의 신형이 연기처럼 흐려지기 시작했다.
“……!”
공공 대사가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 신법을 펼친다.
용왕패권으로 진화된 육신이 그의 의지에 반응한다. 한 번의 발돋움으로 이 장이나 되는 높이로 뛰어오른 공공 대사. 그는 황급히 아래를 살펴본다. 단목장룡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대체 어디로…….’
스걱.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무언가가 등을 베어 버렸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열기를 담은 피가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이놈!”
공중에서 몸을 돌린다. 단목장룡은 그의 몸에 올라타 있었다. 이걸 왜 느끼지 못한 걸까? 공공 대사와 단목장룡의 눈이 마주쳤다.
“……?”
그의 눈동자엔 자줏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공공 대사가 저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다름 아닌 자신이 창안한 무공이다. 대야반야금강공을 이용하여 더 나은 육체를 가지기 위해 창안했던 무공, 자미소. 공공 대사는 나찰마궁에 그것을 전해 주고 그들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나찰마궁은 공공 대사의 실험 대상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들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장점만을 가져와 자신에게 적용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용왕패권이다. 마치 용의 그것과 같은 피부를 가지고, 공공 대사는 압도적인 육체 능력을 선보였다.
순간적으로 단목장룡을 압도했었다.
또한, 그를 죽음까지 몰고 갔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단목장룡이 자미소를 펼치고 있었다.
‘내가 알던 자미소와는…….’
다시 한번 뇌왕검이 움직였다.
섬뜩한 소리를 내며 휘둘러진 뇌왕검은, 공공 대사의 왼쪽 팔을 잘라 버렸다. 잿빛의 기운으로도 제대로 베이지 않았던 공공 대사의 피부. 그것이 자줏빛의 검강에 너무도 쉽게 베이고 말았다. 팔을 불로 지지는 듯한 고통에 공공 대사가 비명을 내지른다.
“이노오오옴-!”
사자후를 내뱉으며 공공 대사가 오른팔을 휘둘렀다.
그것은 채찍처럼 나아갔지만 결국 단목장룡의 몸엔 닿지 못했다. 왜인지 단목장룡의 반응속도나 움직임이 전보다 훨씬 빨라진 듯했다.
공공 대사의 청룡파미와 단목장룡의 뇌왕검이 부딪치고, 두 사람은 그 충격으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공공 대사는 방비의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단목장룡은 곧장 공격해 오지 않았다.
그는 잠시 호흡을 고르는 듯했다.
공공 대사는 거리를 벌린 채로 그를 응시할 뿐이다. 심장을 꿰뚫었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함정을 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한 거지?”
공공 대사는 그렇게 입을 뗄 수밖에 없었다.
당최 무슨 방법으로 자신을 속인 것인지, 어찌하여 움직임이 급변한 것인지, 그것이 너무도 궁금했다. 그 또한 무인이었으니까.
“대체 어떻게 네놈이 연옥을… 왜 그러한 방식으로……?”
“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순 없었을 것 같군.”
“뭐라……?”
“대야반야금강공과 자미소 그리고 용왕패권까지… 그게 상단전을 개방하여 얻은 네 심득인가?”
“…….”
왠지 모를 섬뜩함.
공공 대사의 마음속에서 믿을 수 없는 의심이 피어났다.
“네놈… 네놈 설마……?”
“상단전을 개방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몰랐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네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군.”
공공 대사는 단목장룡에게 천도신녀의 은혜를 입었느냐고 물었었다.
상단전의 개방은 인간이 무학을 익혀 왔던 방식과 궤를 달리한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방법이다. 그것이 있다면 단목장룡의 강함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네 무공은 내가 잘 사용해 주도록 하마.”
그렇게 말하는 단목장룡의 눈빛에 자줏빛이 떠오른다.
동시에 그의 피부에서도 자주색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다가 다시금 그의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한다.
공공 대사는 잿빛의 기운으로 자신의 피부를 변화시켰지만, 단목장룡은 ‘연옥’을 이용한다는 것이 달랐다. 본래 연옥은 자기 자신을 가두기 위한 감옥. 분명히 공공 대사도 저 방식을 고려해 보았지만…….
“네놈! 설마 천도신녀의 은혜를 입은 게 아니라……!”
공공 대사는 마지막에서야 깨달았다.
단목장룡은 상단전이 열리지 않았다. 그는 이제까지 공공 대사의 싸움에서 배우고 성장한 것이다. 그게 말이 되는가? 당연히 말이 안 된다. 그렇기에 마지막 순간에야 의심한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지 않길 바라면서.
타닷.
단목장룡의 신형이 사라졌다.
“이노옴!”
공공 대사의 눈동자에서 푸른빛이 폭발한다.
단목장룡의 완전한 유성일락(流星一落)과 공공 대사의 천불제룡(千佛制龍)이 부딪친다.
“…….”
어떠한 굉음도 들리지 않는다.
이번에는 충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걱.
공공 대사의 오른팔이 잘려 땅에 떨어진다.
공공 대사의 피부가 인간의 그것처럼 다시금 변화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 변화는 조금 징그러웠다. 그걸 빤히 지켜보던 단목장룡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는다.
“선을 넘었다면 더 강해질 수 있었지 않나?”
공공 대사는 이제 체념했다는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단지, 단목장룡이 어찌 그것까지 파악했느냐?
그것이 의문일 뿐이다.
“어떻게… 대체……?”
공공 대사의 피부가 완전히 인간의 그것으로 돌아온 뒤.
그는 앞으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