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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목세가의 역대급 망나니-234화 (234/236)

234화 영웅의 귀환

단목장룡이 천마와 부교주를 꺾었다는 소식.

중원 무인의 대부분이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했다. 아무리 단목장룡이라 하더라도 마교의 교주인 천마를 단번에 이길 수 있으리라 여기지는 않았다. 단목장룡이 더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까지 역사에서 전쟁이 제대로 발발하기 전 천마와 맞붙은 무림맹주는 없었으니까. 거기다 부교주까지 죽었다니?

애초에 전쟁이라는 것은 그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마교는 거대한 전력으로 마구잡이로 중원을 집어삼켰다. 낭만적인 일대일의 승부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중원이었다. 또한, 일대일로 싸운다고 하더라도 천마(天魔)를 쉽게 꺾을 수 있을까? 천마라는 별호는 중원인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들은 중원 무인에게 시련을 내려 주었던 존재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쉽게 끝날 리가 없지 않은가?

그 소식이 들려올 즈음, 중원 곳곳에서 마교가 공격을 시작했다는 이야기 또한 들려왔다. 중소문파, 심지어 대문파의 제자들까지 당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육왕이나 각 문파를 대표하는 무인들이 남아 있었다는 점이고, 특히 단목장룡이 배포한 파훼식이 아니었다면 더욱 큰 피해를 입었어야 했으리라.

정파 무림은 더욱 긴장했다.

천마가 당했다는 소문은 자신들을 방심시키기 위한 계책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마교의 공격이 왠지 모르게 잠잠해졌을 때.

또 다른 소식이 들려왔다.

‘사마련주와 소교주가 맹주님을 합공했다가 당했다던데? 마교 정예들이 한가득 모여 있는 난주에 단목 맹주께서 혼자 찾아가서 모두를 쓸어버렸다는군.’

‘혼자서? 그게 가능한가? 정말 단목장룡이 무슨 신선이라도 되는 줄…….’

‘자네,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 함부로 하지 말게나.’

‘눈을 왜 그리 뜨는가? 무섭게시리.’

‘단목 맹주님을 욕하다가 저 옆집 왕 씨가 백단부흥회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다는 걸 듣지 못했나?’

‘…정말 그 이유로 사람을 팼다고?’

‘뭐, 왕 씨가 면전에 대고 도발을 하긴 했지만… 백단부흥회에 속한 이들 중 무림인들이 많다네. 그들을 욕하는 것은 사부나 부친을 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질세.’

‘허어, 조심해야겠구만…….’

사마련주와 소교주.

사파제일인이라 불리는 사마백혼은 정파에서도 유명했다. 미치도록 잘생긴 얼굴에 범접할 수 없는 무공의 실력. 사파인들은 사마백혼만이 천마를 막아 낼 대영웅이라 칭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사파인들 사이에선 사마련주의 평이 상당히 좋았다.

또한, 마교의 소교주도 극마의 고수에 올랐다고 알려져 있었다.

두 사람을 동시에 꺾는다?

물론, 첫 번째 소문을 믿는다면 고개를 끄덕일지 모른다.

사실 백단부흥회에 속한 이들은 이미 단목장룡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몇몇 회의론자들이 마교가 정파를 방심시키기 위한 계획이라며 의견을 타진했지만, 백단부흥회는 그것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미 그들은 단목장룡이 정파 무림에서 세운 업적들을 엮고 또 엮어 위인전을 편찬하고 있었다. 특히 섬서성의 백단부흥회에는 유독 열성적인 회원이 많았는데, 그들은 단목장룡의 업적을 부정당하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그리고 논리도 없이 단목장룡을 치켜세우는 것이 역효과를 유발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까지 단목장룡이 보여 주었던 사건들을 다시금 수면 위로 꺼내 들며 이러한 소문이 허황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 애썼다.

아직 무림맹에서 공식 입장을 발표하진 않았기에 소문으로만 들려오는 것은 중원인들이 각자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그렇게 파격적인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는 가운데…….

마지막 소식이 들려왔다.

마교에 새로운 교주가 탄생했다는 이야기였다. 천마가 죽었으니 새로운 교도가 교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당연한 인과관계였다. 하지만 새로운 교주의 선출에 단목장룡이 관련되어 있다면?

또, 이번에는 단지 뜬소문처럼 퍼진 것이 아니라 무림맹이 공인한 것이라면?

중원 무림 전체에 단목장룡이라는 이름이 퍼져 나갔다.

* * *

끼에에엑-!

거대한 날개를 펼친 천응이 맹주전 앞의 공터에 착지한다. 무림맹을 지키던 무인들이 입을 떡 벌린다. 밝은 햇살이 단목장룡을 비추어 더욱 신성해 보인다.

“충! 맹주님을 뵙습니다!”

가장 먼저 충격에서 벗어난 청룡단원 중 하나가 단목장룡에게 인사한다.

그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맹주전 앞에 모여 있던 맹원들 모두 포권지례를 하며 단목장룡에게 예를 표한다. 그들은 공공 대사와 단목장룡의 싸움을 지켜보았던 이들이다. 맹주가 천마를 이겼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었다.

“충-!”

처음엔 수십에 불과한 인사였지만, 그것은 메아리처럼 퍼져 나가 무림맹 전체에 닿는다. 각자의 일에 열중하고 있던 무인들이 죄다 밖으로, 맹주전으로 집결한다. 누구 하나 명령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

사실 단목장룡은 빠르게 맹주 대행직을 수행하고 있는 대청 진인을 만나고자 바로 맹주전으로 온 것이다. 과거처럼 천응을 야산에 숨겨 놓고 올 필요는 없었기에 말이다. 하지만 천응은 너무 티가 났다. 뭐, 숨고자 했다면 저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맹주전으로 들어갈 수도 있긴 했지만… 그러진 않았다.

수많은 무인의 존경을 받는 기분.

저들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단목장룡의 피부에 새삼 느껴진다. 인간의 감정은 전염된다고 했던가? 사실 명예나 명성 따위에 관심이 없었던 단목장룡이었지만, 저들의 충성심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런 기분인가.’

단목장룡이 피식 미소를 짓는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무인들. 오로지 무공의 발전만 생각하여 폐관만 거듭했던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중원에 나서 역사에 이름을 새기려 했다. 거대한 세력을 꾸리려 했다. 단목장룡은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으나 오늘은 왠지 그들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뭐, 나쁘진 않군.’

단목장룡은 맹원들이 모두 모이는 것을 가만히 기다렸다.

어차피 맹주전에 가서 대청 진인에게 말하고, 또다시 맹원들에게 전파해야 할 내용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말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맹주전 입구에는 당옥정과 당용아가 물기가 깃든 눈동자로 단목장룡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쉽게도 흑룡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마교도들이 하남성을 습격할 것에 대비하여 무림맹을 떠난 상태였다.

단목장룡은 당옥정에게 살짝 손을 흔들어 준 다음, 몸을 돌렸다.

처음엔 수십에 불과했던 인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림잡아도 이천은 된다. 수십 명에 불과했던 목소리가 퍼지고 퍼져 결국 무림맹의 외성까지 닿았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이들의 발소리가 천지를 울리고 있었다.

“우아아아-!”

잠시 뒤.

단상 위에 올라간 단목장룡의 눈에 수많은 무인의 모습이 담겼다. 그들의 열망 어린 눈동자엔 기묘한 힘이 담겨 있었다. 내공을 활용한 시선 따위는 아니다. 단지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 낸 힘이었다.

단목장룡은 잠시 그들과 눈을 마주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마는 죽었습니다.”

꿀꺽.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음에도 지독하리만큼 조용했다. 잡담을 나누는 이들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들은 오직 단목장룡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기다렸다.

단목장룡의 말은 저것이 끝이 아니리라.

“부교주도 죽었습니다.”

“…….”

사실 이미 들었던 일이다.

단목장룡은 섬서성에서 떠나기 전, 그들의 죽음을 무림맹 섬서 지부에 알렸다.

“그리고 새로운 교주가 될 예정이었던 소교주가 죽었습니다.”

“…….”

“그들과 힘을 합치려 했던 사마련주도 죽었습니다.”

“…….”

심장의 고동 소리.

잔잔하게 내뱉는 단목장룡의 말은 무인의 심장을 자극하고 있었다.

“마교엔 새로운 천마가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다음으로 이어진 단목장룡의 말에 모두가 당황한다.

새로운 천마?

그렇다면 아직 전쟁이 끝나지…….

그런데 왜인지 단목장룡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나 있었다.

“새로운 교주는 마교의 신녀였던 여인입니다. 그리고 신녀는 본래 중원인이었습니다. 그녀는 가족에게 팔려 십만대산으로 가서 강제로 신녀가 되었지요.”

“……!”

“이 자리에서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새로운 교주는 이제까지의 교주와는 다릅니다.”

“…….”

“그녀는 중원에 대한 정복욕을 드러내지 않을 겁니다.”

맹원들 중에선 단목장룡을 존경하지만 걱정이 많은 부류가 있었다.

무림맹 군사부에 속한 무인 한 명이 손을 번쩍 든다. 사실 굉장한 용기라 할 수 있었다. 이런 자리에서 발언권을 요구한다는 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다. 당연히 수천에 달하는 질타의 시선이 사내에게 꽂힌다.

단목장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크으으음……! 안녕하십니까! 존경하는 맹주님! 전 군사부의 제갈종혁이라고 합니다. 마교도는 뼛속부터 괴물로 키워진 이들인데… 시간이 지나 또다시 야욕을… 드러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는 용기 있게 말을 꺼냈다.

마지막엔 수많은 무인의 시선에 짓눌려 죽어 가는 목소리로 변했지만 말이다. 단목장룡은 그 말이 타당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의심도 부정할 수 없으리라. 그들은 영령을 몰랐으니까.

“이 자리에서 약조드립니다.”

단목장룡이 무엇을 약조할 것인가?

“그녀는 내부에서 마교를 개혁하기로 저와 약조했습니다. 마교가 다시 중원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다면, 제가 직접 나서서 마교를 세상에서 지워 버리겠습니다.”

결의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잔잔한 그의 말투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단지 다른 것은, 수천 무인의 귓속에 정확히 때려 박혔다는 점이랄까?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천하제일인으로 불리는 단목장룡.

그는 이제 고금제일인으로 불릴 것이다. 그런 사내가 안심해도 된다고 하는데 어느 누가 토를 달 수 있으랴? 사실 군사부의 제갈종혁은 단목장룡을 의심한다기보단, 마교를 믿지 못하는 것이 컸다. 아무리 교주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교도들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하지만 단목장룡의 말은 모든 의심을 가라앉힌다.

마교가 다시금 중원에 야욕을 드러내?

사파에서 정사대전을 일으켜?

모든 상황은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었다.

‘단목장룡이 나서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뻔했다.

악명 높은 천마도.

극마에 오른 두 명의 부교주도.

새로운 천마가 된 소교주도.

사파제일인이라 불리던 사마련주도.

모두 단목장룡 한 명이 처리했다.

사실 단목장룡이 없었다면 육왕이 모두 모여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단목장룡의 존재 자체가 정파 무림의 안전을 담보한다.

그는 그러한 존재가 되었다.

“언젠가 교주가 마교를 개혁하는 것을 완료한다면, 천룡각과 같은 공동의 무림 학관을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때가 된다면… 선의의 경쟁으로 화합을 이루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르겠지요.”

사실 마교와의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정파 내에서도 싸움은 활발하게 벌어졌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애초에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힘을 가진 이들은 교류한다.

천룡각을 만든 이유도 서로 무공을 발전시키자는 취지도 있었지만, 사실은 언젠가 각 지역의 패자가 될 이들과의 친분을 쌓아 놓게 하려는 이유가 컸다. 단목장룡은 무림맹주가 되어서 처음으로 그것을 알게 되었다.

마교…….

솔직히 지금도 단목장룡은 마교를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영령에게 그들을 맡겼고, 모두를 몰살하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단목장룡도 믿어야 한다.

그 자신도 믿지 못하면 그 누구를 설득할 수 있을까?

단목장룡은 그 방법의 하나로 정파와 사파 그리고 마교를 포함한 ‘공동의 무림 학관’을 떠올렸다. 당연히 지금 당장 시행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었다.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강호에서 뼈가 굵은 무인들은 단목장룡이 말하는 ‘공동의 무림 학관’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교가 난주를 시작으로 지부를 마구잡이로 세우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방식이다.

무림에는 마교와 교류하여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았었다.

단목장룡은 그들을 둘러보며 말한다.

이제 곧 맹주를 그만둘 생각이었지만, 그 전에 확실히 선포해야 했다.

단목장룡의 긴 여정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이 자리에서 선포합니다. 마교와의 전쟁은 끝났습니다.”

“우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온다.

사실 전쟁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많았지만, 그 편이 훨씬 좋지 않겠는가? 공공 대사처럼 일부러 전쟁을 심화시켜 무인들이 성장하길 바라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들은 직접 전쟁을 겪진 못했지만, 매일 두려움이나 긴장과 싸워야 했다.

죽음을 각오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단목장룡의 전쟁 종료 선포는 그 지독한 무게를 떨쳐 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잠시 기뻐하는 맹원들을 바라보던 단목장룡.

그가 몸을 돌린다.

그곳에선 당옥정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목장룡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간다.

마교에 대한 복수.

그 길고 길었던 여정은 막을 내렸지만…….

단목장룡의 삶은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마교와의 싸움보다 더 힘들 수도 있는 여정이 시작될 수 있으리라.

물론, 그는 지독히도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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