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연수가 구룡산에서의 수련에 적응하기 시작하고 소성을 이루자 사부는 새로운 수련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새로운 수련법을 하나 추가한다.”
사부는 말과 동시에 물구나무를 서서는 천천히 온몸을 구부렸다.
다리 발목 발가락 팔꿈치까지 머리가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하게 될 때까지 천천히 몸을 구부리고는 다시 온몸을 쭉 폈다.
그런 후에는 손바닥을 떼고 다섯 손가락으로 반복하더니 횟수가 더해 갈수록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 종래에는 검지 한 손가락만으로 같은 운동을 반복했다.
“후우, 오랜만에 하려니 영 힘드네.”
말과는 다르게 별다른 지친 기색이 없는 사부를 보며 연수는 다시 한번 놀랐다.
“내공은 안 쓰고 하는 거죠?”
“그럼. 신체단련법인데 내력을 사용하면 무슨 소용이 있냐? 처음에는 두 손바닥을 짚고 100개를 할 수 있게 하고 100개가 차면 한 단계씩 올려 종래에는 검지만으로 100개를 할 수 있게 되면 된다. 고수가 될수록 육체 단련을 등한시할 수밖에 없는데 그를 방지하고자 내가 고안한 운동이다.”
“사부는 아직도 하십니까?”
“그래야 하는데 나도 게을러졌는지 내력이 모자람에 자꾸 조바심이 나서 안 한 지 오래되었다. 오랜만에 했더니 개운하구나. 앞으로는 자주 해야겠어.”
연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자리에 물구나무를 서 봤다.
물구나무를 선 경험이 없어 걱정되었는데 그동안의 수련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설 수 있었다.
“허리를 너무 집어넣었다. 원숭이도 아니고 허리를 쭉 펴. 옳지!”
연수는 그 자리에서 몸을 구부렸다 피면서 속으로 횟수를 세어 보았다.
“너무 빨라 더 천천히 구부릴 때는 호흡을 들이마시고 펼 때는 내쉬면서 최대한 천천히 깊게 호흡하며 거기에 움직임을 맞춰. 나중에는 1개를 반 시진 동안 하는 게 최종 목표다. 모든 호흡법에서 말하듯 인간의 호흡은 거북이처럼 길고 느릴수록 좋다고 한다. 내가 공부가 깊어질수록 호흡이 느리고 깊어지는 이유인 것처럼 그를 목표로 될수록 천천히 해라.”
“하아하아···. 사부 끄응···. 안 그래도 죽겠는데 호흡까지 천천히 하며 움직임을 맞추려니 심장이 터지겠소.”
“이놈이 그렇다고 그렇게 무리하진 말고, 될 수 있는 한 맞춰서 노력하라는 거지!”
“후우···. 예, 알겠수다.”
그날 생전 처음 해본 운동은 결국 서른 개를 겨우 채우고 끝났다.
사부는 틈틈이 개수를 늘리며 반복하라 했는데 연수는 가죽 대만 벗어도 더 많이 할 거라며 툴툴거렸지만 사부는 들은 척도 않았다.
그해에 가을이 되자 연수는 목공 두 개를 들고 구룡산을 뛰어다녔고 네발로 구룡산 곳곳을 누볐으며 엄한 바위 앞에 서서 주먹질을 하느라 하루를 보냈고, 어느덧 구룡산에는 추운 겨울이 다시 찾아왔다.
그날은 육체 수련을 쉬는 날이었는데 연수는 추운 겨울답게 두꺼운 솜옷을 입고 새벽부터 평상위에 쌓인 눈을 치우고는 그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막 심법을 수련하려는데 사부의 목소리가 연수를 막았다.
“때가 되었다.”
“응? 사부 때는 어느 때요?”
연수의 머리도 많이 컸는지 사부를 대하는 자세가 많이 변해있었다.
“사실 더 빨리 복용시키려 했지만 그럴 필요도 없이 기초를 훌륭하게 닦아 냈다. 이제 네놈 친우가 준 이별 선물을 복용할 때가 되었다.”
사부의 말에 연수는 그동안 잊고 있던 영약이 생각났다.
“아!”
“지금 네놈의 내력이 얼추 10년이 조금 안 되는 듯한데 그 영약을 복용하면 큰 도움이 될 거야.”
연수는 순간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며 흥분감으로 도취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내력이 부족해서 아쉬웠던 적이 많았다.
천리견보 수련 때도 그랬고, 바위에다 장괘구권의 일 권을 내지를 때도 조금만 더 내력이 받쳐준다면 하고 아쉬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녔다.
“소정환을 가져올까요?”
신이 난 연수를 보며 사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으로 들어가 작은 보합을 두 개 가져왔다.
연수는 사부가 내미는 두 개의 보합을 보고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건 뭡니까? 혹시···. 영약?”
“이놈아! 영약이 있으면 이 사부가 먼저 먹었지 널 주겠느냐?”
“그럼 뭔데요? 거무튀튀한 환 색깔을 보니 소정환과 비슷한데···.”
“하나는 대심환이라고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것이고 하나는 청기환이라는 심맥을 보호해주는 약이다. 영약을 최대한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전에도 말했지만 내기를 쌓는다는 건 굉장히 불안한 일이야. 하물며 네가 쌓은 내기보다 두 배는 더 큰 내기를 한 번에 흡수하려 하는 영약이다. 조금만 실수하거나 경거망동하면 자칫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
사부의 말에 연수는 흥분감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일단 대심환부터 먹거라.”
“예.”
대심환은 영약은 아니지만 꽤 비싼 약에 속한다.
보통 신분이 고상한 귀족들이 큰일이 있거나 심약해졌을 때 먹는 약으로 한 알에 금자 한 냥은 하는 비싼 약이고 청기환은 그보다도 귀한 약이다.
내상을 입거나 했을 때 먹는 요상 약이기도 한데 금자 다섯 냥은 줘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귀한 약이었다. 연수가 소정환을 보였을 때부터 언젠가 올 이 날을 대비해 구해놓았던 약이다.
대심환을 먹고 나자 연수는 묘하게 차분히 가라앉으며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사부가 연수에게 다가와 연수의 맥문을 쥐고는 내기를 보내며 연수의 심맥과 단전을 살폈다.
얼마 지나지 않자 사부는 놀란 표정으로 연수를 보았다.
“무, 무슨! 이 녀석아 무슨 짓을 한 게냐?”
“예?”
연수는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사부를 보았다.
“경, 경맥이···. 허허···.”
“무슨 말씀이세요?”
사부는 굉장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연수가 내가 공부에 입문한 지 고작일 년 하고 반이다.
그런데 그런 애송이의 심맥이 넓기도 넓어 흘려보내는 진기의 양이 꽤 많음에도 거침없이 흘렀으며 자극하려 혈에 보낸 내력에 대한 반발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튼튼하기는 말도 못 했다.
단전의 진기의 양은 얼추 6~7년 정도 되었는데, 하루 4시진 이상을 심법 수련을 하는 연수였기에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한 양이었지만, 단전에 쌓은 내기에 비해 경맥과 혈이 지나치게 발달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수련을 했기에 경맥과 혈이 이리 발달을 한 게야?”
사부의 말에 연수는 집히는 게 있었는지 자신의 수련방식을 사부에게 고했다.
“오전의 수련에는 삼재 심법의 운기와 요상결만을 수련했고 오후 수련이 끝나면 네 시진씩 대영심법을 익혔습니다.”
“뭐? 축기는 않고 운기와 요상결만 했다고?”
“예. 사부가 그랬잖아요. 혈맥과 경맥은 튼튼할수록 좋다고. 또 삼재심법은 그런 공능이 있다고도 하셨고요. 느껴지기를 삼재심법의 요상결은 피곤하고 지친 육체를 회복시켜 주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었고, 운기조식을 하면 혈과 경맥의 단련이 되는 듯해서 꾸준히 했죠.”
“그, 그러고도 네 시진이나 대영심법을 수련하였다고?”
“예. 안 그랬으면 내력을 지금의 반도 못 쌓았을걸요?”
“그럼 자, 잠은?”
“두 시진씩은 꼬박꼬박 잤어요.”
“안 피곤하더냐?”
“피곤해도 뭐 익숙한 생활이기도 했고, 운기요상 하면 피로도 싹 가셔서 크게 불편함은 없던데요?”
‘세상에 어느 미친놈이 축기도 아니고 삼재심법으로 운기조식과 요상만 한 놈이 있을까? 하루 세 시진 이상..’
“훌륭 하구나···.”
“좋은 상태인 거죠?”
“좋다마다···. 삼재 심법의 공능이 이리 뛰어날 줄은···. 아니지. 그렇다 해도 축기가 안되니···. 아니다. 그럼에도 뛰어난 것은 뛰어난 것이지, 어쨌든 잘했다. 아마도 세상에 삼재 심법을 그렇게 수련한 놈은 너밖엔 없을 게다.”
“그래요?”
“그래. 어쨌든 잘 되었다. 이제 청기환을 복용하고 소주천을 한번 행하거라.”
연수는 사부의 말대로 청기환을 먹고는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으며 삼재심법으로 소주천을 돌렸다.
“이제 되었다. 지금부터 긴장을 놓지 말고 소정환을 복용하고 운기 하되 대영심법을 써야 한다.”
“예.”
연수는 긴장 어린 눈빛으로 소정환을 입에 넣었다.
앞에 두 환약은 우적우적 씹어야 했는데 그보다 작고 딱딱하던 소정환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 연수의 목으로 넘어갔다.
알싸하고 청량한 향이 코끝에 느껴지며 소정환의 기운이 식도를 통해 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연수는 얼른 눈을 감고 운기를 시작했다.
사부는 초조한 얼굴로 연수의 상태를 살피며 혹 자신이 개입해야 할 상황이 생길까 봐 내력을 일으켜 준비했다.
하지만 사부의 걱정과는 다르게 연수는 편안한 얼굴로 운기를 이어갔다. 그렇게 두 시진이 지나자 연수의 눈이 떠졌다.
“어떠냐?”
긴장어린 사부의 질문에 연수는 단전을 손으로 문질렀다.
“두둑한 것이 잘 흡수한 것 같긴 한데 잘은 모르겠습니다”
사부는 얼른 연수의 맥문을 잡고 연수의 단전에 쌓인 내력을 살폈다.
곧 사부의 얼굴은 환히 밝아졌다.
“반갑자, 훌륭하다. 더도 덜도 않고 딱 반갑자다. 영약을 모조리 흡수했구나.”
“와···.”
연수는 묵직한 단전의 내력을 느끼며 얼른 시험해보고 싶어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 연수의 감정을 읽은 사부는 미소를 머금었다.
“가 보거라. 큰 성취가 있을 것이다.”
“네!”
연수는 천리견보를 펼치며 평소 바위와 암석이 많아 장괘구권의 구 초식을 수련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평소보다도 속도가 배는 빨리 사라지는 연수를 사부는 흐뭇하게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