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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에서 고수까지-40화 (40/202)

# 40화

한참을 몸을 담가 살이 불고 물이 식어가자 물에서 나온 연수는 먼지가 쌓인 옷가지를 물에 몇 번 담갔다가 공중으로 휙 던졌다.

-퍼퍼퍼퍼퍽! 퍼퍽!

눈에 다 보이지 않을 정도의 주먹질에 연수의 옷가지가 공중에서 여러 차례 찌그러졌지만, 신기하게도 밀려나진 않았다.

몇 번을 후려친 옷가지를 다시 물에 휘휘 헹궈 짠 후 두어 번 털어내자 물기가 싹 빠졌다.

미리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은 연수는 개운한 마음으로 방으로 돌아갔다.

방안 창 근처에 빨래한 옷가지를 널어놓자 인기척이 들려왔다.

-무사님 식사는 지금 올려다 드릴까요?

“그래 주세요. 며칠 부실하게 먹었으니 아까 말한대로 푸짐하게 부탁해요.”

점소이에게 미리 식사는 방으로 올려 달라 전해놓은 연수.

점소이가 물러가자 침상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전에 보았던 비무와 사파인과 남궁세가의 싸움을 다시 떠올리며 명상에 들었다.

특히나 호검문 암검대의 대장이 썼던 보법을 천천히 복기해 보았다. 그의 보법은 틀림없이 종남과 연이 닿아 있었다.

사파인을 향해 빠른 쾌검을 펼치면서 직선으로 몰아치는 그 발걸음은 장괘구권의 움직임과 닮았으면서도 더 빨랐다.

‘조금만 더 보면 써먹을 수 있을 것도 같았는데···.’

몇 번만 더 그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면 하고 아쉬움이 드는 연수였다.

그 외에도 그 암검대 대장과 자신이 싸웠다면 하고 심상 속에서 초식을 부딪쳐 보던 연수는 점소이의 인기척과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에 눈을 떴다.

점소이는 소면과 닭찜 왕만두를 큰 쟁반에 받쳐 들고는 안으로 들어와 작은 탁자에 옮겼다.

“무사님 맛있게 드십시요.”

꾸벅 고개를 숙이고 돌아 나가는 점소이를 보며 연수는 문득 사부를 만나지 못했다면 자신 또한 저렇게 밝은 점소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무거운 눈으로 점소이가 나간 자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치고 음식에 집중하는 연수.

“쩝, 이 집 소면과 만두는 뭐 그냥 그러네.”

꽤 허기진 연수의 입맛이었으나 큰 감흥은 없는 그저 그런 음식들을 먹으며 연수는 한서 객잔 특유의 왕만두가 떠올랐다.

북경에서 요리를 배워온 숙수의 왕만두는 지금도 그 맛이 가끔 생각 날 정도로 맛이 대단했다.

“쩝쩝, 하기는 북경에서 배워온 솜씨인데.”

금세 소면 한 그릇과 만두를 해치운 연수는 닭찜을 잡아 뜯기 시작했는데, 살짝 닭의 잡내가 나는 것이 아쉬웠다.

“그럭저럭 맛은 있는데, 잡내가 그 맛을 해치네. 그래도 먹고 나니 배는 부르구나. 후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숨을 몰아쉰 연수는 웃옷을 벗고는 그 자리에서 검지만을 세워 물구나무서서 운동을 시작했다.

굽혀졌다 펴질 때마다 연수의 상체의 근육들이 꿈틀대며 크기를 불려 갔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대는 연수의 상체 근육은 옷을 입었을 때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온몸을 휘감은 듯 연수의 상체 곳곳에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구십구···. 백!”

마지막 백 개를 채우며 몸을 튕겨 그대로 일어서는 연수.

“개운하구나.”

이리저리 팔을 돌리며 온몸을 꽉 조이는 듯한 부푼 근육의 감각에 기분이 좋아지는 연수였다.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은 연수는 다시 침상에 앉아 끝내지 못한 명상을 이어갔다.

특히 암검대의 대장의 무공을 집중적으로 떠올리며 머릿속에 잡힐 듯 말 듯 한 그의 발재간을 계속해서 그려보았다.

다음날 날이 밝자 연수는 점소이에게 물어 마시장을 찾았다.

건던현 마시장은 그리 크지 않은 작은 규모의 마시장이었기에 들어서면서부터 동물 냄새와 함께 전체적인 말 상인들이 전부 눈에 들어왔다.

연수는 말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쥐뿔도 없었기에 돌아다니면서 누군가 붙잡고 상행위를 시도해 주기를 바랐지만, 말을 팔러 시장에 나온 사람들이나 제법 규모 있는 말 상인 중 누구도 연수를 거들떠보질 않았다.

‘아무래도 직접 물어야겠네.’

이리저리 살피며 걷던 중 다른 말에 비해 근육이 압도적으로 실해 보이는 덩치 큰 갈색 말이 연수의 눈에 들어왔다.

“이 말 얼만가요?”

말의 주인은 의외로 젊은 청년이었다.

마주 청년은 연수를 힐끔 쳐다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말은 좀 타봤수?”

연수는 청년의 태도를 보며 마 시장 상인들의 특유의 공통된 태도를 읽을 수 있었다.

말을 아는 사람들끼리만 말을 섞는다.

“처음입니다. 얼마입니까?”

청년은 한숨을 푹 쉬었다.

“무림인이요?”

“뭐 그렇습니다.”

“말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왜 그리 생각하십니까?”

“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면 처음 말을 타는 양반들은 절대 수컷 말을 타지 않수. 특히나 이렇게 힘 좋아 보이는 말 안듣게 생긴 수말은 절대 피하지. 그리고 말 좀 안다면 말의 가격보다는 성격부터 물을 거요.”

연수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말의 성격이 무슨 상관입니까?”

“하아~무림인들이란···.. 뭐 당신도 무공깨나 배웠을 테니 말에서 떨어진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말의 성격이 지랄 맞을수록 낙마의 위험이 얼마나 큰지 아시오? 특히나 젊은 수말들은 아직 제대로 길들여지지 않아서 더럽게도 말을 안 듣소. 무림인들이라 할지라도 기마술을 배우는데 꽤 시간이 드는데, 처음 말을 타보는 양반이 이런 젊은 수말을 사는 건 미친 짓이오.”

청년의 말에 말을 한번 쳐다본 연수는 말의 눈을 쳐다보았다.

-푸르륵!

투레질하며 고개를 획 돌리는 말.

그러고 보니 다른 말들과 다르게 이 말에는 안장 또한 올려지지 않았다.

“안장은 없소?”

연수가 포기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자 청년이 인상을 폭 썼다.

“이 보쇼, 내 말을 귓등으로 들었소? 초짜에게 이런 말은 골칫덩이밖에 안 된다잖소.”

“어째 장사할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어휴, 나도 이 녀석을 팔아 없애면 속이 다 후련하겠지만, 괜히 당신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한테 넘겨버리면 꿈자리가 좋지 않을 것 같아 해주는 말이오. 말을 타본 적도 없는 당신 같은 초짜들은 길 잘 들고 순한 암말을 알아보시오. 괜히 낙마해서 어디 하나 부러지면 그때 가서 날 원망한들 부러진 뼈가 돌아오진 않으니까.”

연수는 불친절한 이 청년이 그래도 제법 양심은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다 보니 더욱 이 양심 있는 청년에게 말을 사고 싶었다. 물론 저 힘 좋아 보이는 말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그러지 말고 말 좀 파는 게 어떻습니까? 제가 이래 봬도 제법 고수입니다. 말에서 떨어지는 정도로 어디가 부러질 만큼 허약하진 않아요.”

“왜 이 지랄 맞은 말을 못 사서 안달이오?”

“힘이 좋아 보여서요.”

“힘은 좋지. 그런데 제대로 탈수는 있겠소?”

“그거야 타보면 알겠죠.”

“기마술은 아시오?”

“전혀 모릅니다.”

“하아···. 기본적인 것도 모르오?”

“예.”

문답을 이어 갈수록 청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정말 고수 맞소?”

“그럼요.”

“정말이오?”

“아 그렇다니까요.”

청년은 영 의심스러운 얼굴로 연수를 빤히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 누군가를 불렀다.

“양 씨 아저씨! 여기 좀 와 봐요!”

청년이 저기 떨어진 곳에서 말을 보던 중년인을 불렀다.

“한창 바쁜데 왜 불러?”

“개뿔 바쁘기는, 또 내기 장기나 뒀겠지.”

“인마, 고 씨랑 이번 장기판에 얼마나 걸었는지 알아?”

“됐고요, 여기 이 양반이 이 지랄 맞은 말을 사고 싶다는데 팔아도 괜찮아 보입니까?”

“응?”

중년인은 연수를 이리저리 둘러 보고는 영 미덥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못 가 물러달라고 따지러 올걸?”

연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잘 좀 봐봐요. 이 양반 고수라는데?”

고수라는 말에 중년인의 눈이 반짝였다. 중년인은 다시 한번 연수를 찬찬히 살폈다.

특히 연수의 체격과 태양혈 그리고 다리를 유심히 살핀 중년인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뭐 삼류도 고수라면 고수지만···. 글쎄···. 이보시오, 괜한 고집에 이 지랄 맞은 말을 샀다가는 어디 하나 부러지고 말 테니 다시 생각해 보시오.”

‘삼류라···.’

연수는 왜 말 한 마리 사는데 자신의 경지가 중요한지 생각을 해 보았지만 이미 내친걸음 오기가 생겼다.

연수의 좌수에 순간 단검이 들리자 청년이 흠칫했다.

“왜 이러시오?”

연수는 말없이 단검에 내기를 집중했다.

단검에서 피어오르는 밀도 강해 보이는 아지랑이.

중년인은 연수가 보이는 시연에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이류는 되었구려.”

연수의 가득 담긴 내기가 연수가 손을 흔들어대자 쉬익 소리를 내며 공중을 가르고 사라졌다.

중년인의 얼굴에 그제야 놀라움이 가득 담겼다.

“이, 일류···. 고수가 맞군. 이 젊은 나이에 일류라···. 사문이 어디 시오?”

“말 한 마리 사는데 사문까지 밝혀야 합니까?”

“아니, 아니오. 그냥 내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냥 사파라고만 알고 계세요.”

청년은 연수의 손에 들린 단검이 귀신같이 사라지자 안심하며 중년인을 보았다.

“정말 고수가 맞아요?”

“맞다. 고수다. 적어도 이 말을 타다가 어디가 부러지진 않겠지.”

청년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연수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절대로 무르거나 다시 찾아와 따지기 없소. 나는 분명히 초짜가 타기에는 무리라 말을 해줬소.”

“남아일언 중천금. 얼맙니까?”

“금자 여덟 냥만 주시오.”

연수가 듣기로는 쓸만한 말 한 마리는 금자 다섯 냥이면 충분히 넘친다고 들었다.

“바가지 아니오?”

“성격이 지랄 맞아서 그렇지 혈통이 좋은 말이오. 성격만 유순해서 길만 잘 들어도 스무냥은 받을 말이오. 그저 종마로 쓸까 해서 시장에 데려와 본 거지 팔 마음은 없었소.”

혈통이 좋다는 말에 연수는 그냥 납득해 버렸다. 딱 봐도 다른 말들에 비해 우람했으니까.

“말 타는데 필요한 도구는 여기 양 씨 아저씨한테 사시면 되오.”

청년의 말에 중년인의 눈썹이 씰룩였다.

“허허···. 파는 건 좋다만···.”

중년인이 사양하려는데 연수는 품에서 은자 백 냥짜리 전표 두 장을 꺼내어 청년에게 내밀었다.

청년은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전표를 환전하러 갔고, 연수와 둘이 남은 중년인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불편해 보이십니다만?”

“그, 그게···. 사실 이놈의 성격이 지랄 맞다 보니 안장은 고사하고 절포 얹기도 쉽지가 않소. 초짜라면 하나하나 내가 가르쳐야 할 텐데···.”

“뭐 어찌어찌 되겠죠. 필요한 도구가 많나요?”

“일단은 절포와 안장, 굴레, 고삐, 등자 정도만 있으면 되기는 하지만···. 이놈한테 씌우기가 여간 힘들단 말이지.”

“일단 해 보죠. 그 도구들은 전부 해서 얼맙니까?”

“뭐 나름 상품 등급에 따라 천차만별이오만···.”

“괜찮은 상급 정도로 해서요.”

“금자 두 냥이면 되오.”

“그럼 말 주인 청년에게 남은 잔돈을 아저씨가 받아가시면 딱 되겠네요.”

중년인은 찜찜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게로 가서 여러 도구를 가져와 연수 앞에 두었다.

-푸르륵! 푸르륵!

중년인이 가져온 도구만 보고도 말은 흥분했다.

“워~워~ 이놈아 진정해. 워~”

“똑똑하네요. 지한테 쓸 걸 아는가 보죠?”

“말은 원래 굉장히 영리한 동물이오. 사람 말도 꽤 알아듣고 잔꾀도 부릴 줄 아는 동물이지.”

중년인은 말을 진정시키며 절포를 들고 말의 왼쪽으로 서서 조심히 절포를 말 등위에 얹었다.

“옳지. 착하다, 착해. 그대로 있거라.”

중년인이 말 안장을 집으려고 몸을 돌리자 말은 귀신같이 고개를 돌려 절포를 물어 땅에 처박았다.

“아휴, 이놈아 어째 매번 이래? 착하지? 가만히 있어 보자.”

연수는 절포를 올릴 때마다 말이 절포를 물어 땅에 던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 그 놈 참 영리하네. 아저씨 여기 당근 파는 곳은 없습니까?”

“당근? 이놈에게 먹이려고 그러시오?”

“예. 절포를 얹을 때 먹여 보게요,”

“당근이라···. 잠시 있어 보시오.”

중년인은 잠시 후 당근 두 개를 구해왔다.

“여기 있소.”

연수는 흙이 잔뜩 묻은 당근을 단검으로 긁어 대충 깎은 후 손에 쥐었다.

말이 당근을 보더니 연수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자 놀란 중년인이 투덜거렸다.

“어허 이놈아 가만히 좀 있어. 그 말에게 무언가 먹일 때 그렇게 잡고 주었다가는 손가락 잘리는 수가 있소. 손바닥 위로 잘라서 먹이시오.”

“말이 손가락도 물어요?”

“그렇게 손으로 먹을걸 줄때는 특히 조심하시오.”

연수는 손바닥 위로 당근을 잘라 올려놓고는 말 앞에 들이대서 먹였다.

연수가 그렇게 당근을 먹이는 동안 중년인은 절포를 얹고 안장을 올려 단단히 고정했는데 그제야 말이 투레질하며 짜증을 내었다.

“이미 늦었다 이 녀석아.”

중년인은 능숙하게 말머리 쪽으로 서서 굴레와 고삐를 씌어 마무리를 지었다.

연수는 고삐와 굴레 씌우는 법을 찬찬히 들으며 익히고는 남은 당근을 말에게 주었다.

마침 모든 장비를 채우자 청년이 돌아왔고, 중년인과 셈을 끝내자 청년은 기본적인 기마술을 알려주었다.

“고삐를 꼭 그렇게 손가락에 걸어서 쥐어야 합니까?”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고삐를 당겨도 말이 서질 않을 거요. 분명히 절대 무르거나 따지러 오지 않는다 약속했소.”

“예.”

청년은 다시 한번 연수의 다짐을 받고는 말을 바라보았다.

“이놈아 부디 가서 잘 살아라.”

연수는 말을 끌고 건덕현 밖으로 나왔다. 말을 타본 적도 없는데 성안에서 말을 타고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

성밖 관도로 나와 배운 대로 한 번에 말 등위로 올라타자 말이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워~워~”

아무리 말을 달래 봐도 말은 앞발을 들며 연수를 떨어내려 난리를 치는 말.

하지만 연수는 그 정도로 낙마할 만큼 단련이 부족하진 않았다.

일각을 넘게 난리를 친 말은 연수가 떨어지지 않는 다는 걸 알았는지 더는 난리를 피우진 않았다.

“후우~ 자 이제 투정이 끝났으면 가보자. 이랴~!”

연수는 말 옆구리를 발로 툭툭 치며 말을 출발시켜 보려 했지만, 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응? 야, 가자니까?”

아무리 연수가 옆구리를 차고 해 봐도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말.

“그래 네가 작전을 바꿨구나···. 당근 줄까?”

-푸르륵!

연수는 하는 수 없이 말에서 내려 미리 구해온 당근을 말에게 먹였다.

“이거 먹고 가는 거다?”

-푸르륵!

연수는 다시 말에 올라 말을 출발시켜 보았다.

“가자 이랴!”

여전히 움직일 생각이 없는 말.

그런 연수와 말의 씨름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서 비웃었다.

연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말 도구를 판 중년인이 덤이라며 안장에 넣어준 채찍을 꺼내 들었다. 사실 동물에게 채찍질을 가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던 연수였으나 도무지 갈 생각을 안 하니 방법이 없었다.

연수가 채찍을 꺼내 들자 신기하게도 말이 출발했다.

“응? 이놈 보게···.”

터덜터덜 걷는 말.

“더 빨리 가자. 이랴.”

여전히 터덜터덜 걷는 말.

연수의 채찍을 든 손이 올라갔다.

“이래도 걸을래?”

-히잉~~!!

그제야 말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연수는 청년에게 들은 대로 중심을 잡으며 위아래로 흔들리는 안장에 맞춰 다리에 힘을 주며 박자를 탔다.

‘생각보다 힘드네.’

연수는 말을 타며 단련된 허벅지가 뻑뻑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연수가 말을 타고 쉼 없이 달리다 걷기를 반복하며 이동한 지 세 시진 좀 지나자 동려현이 보였다.

“역시! 말을 사길 잘했구나.”

말이 없었으면 또 몇 날 며칠을 노숙하며 걸었어야 하는 길을 하루 만에 오니 허벅지는 조금 뻑뻑해졌어도 뿌듯한 연수였다.

‘게다가 뜻밖에 신체단련도 되고 일거양득이네.’

하체단련은 무인의 기본이라는 사부의 가르침을 떠올린 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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