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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에서 고수까지-151화 (151/202)

# 151화

호북의 청명한 하늘을 날아오르는 한 마리의 매.

전서응은 그 날개를 활짝 펴며 하늘 위를 유유히 날아갔다.

-키아!

언제까지고 하늘의 제왕으로 군림하며 두려울 것 없을 것 같던 전서응의 목을 우악스럽게 잡아채는 손길.

연수는 한 손으로 매를 제압하고는 그 매의 다리에 달린 작은 통을 열었다.

조그맣게 돌돌 말린 종이를 펼쳐 보자 새로운 소식이 적혀 있었다.

-사천의 당가 아미파 청성파 무림맹 이탈. 다른 이탈 문파가 생기지 않게 단속 요망.

그 쪽지를 읽은 연수의 무심한 눈길.

연수는 그 무심한 눈길을 제갈세가의 장원으로 돌렸다.

그와 동시에 연수의 손길에서 놓인 전서응은 기겁을 하며 더 높이 날아올랐다.

“일이 그렇게 되었다면 별수 없다. 휘를 불러들여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는 게 좋겠구나.”

제갈세가의 전대 가주이자 태상가주로 아직도 제갈세가를 이끌어 가는 제갈황엽은 무림맹의 업무로 바쁜 현 가주를 대신하여 오늘도 제갈세가의 회의를 주도하고 있었다.

“사천의 정파들이 그리 나왔다니. 당 가주를 놓쳐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게다가 아미와 청성이라면 자칫 소림이 움직일지도 모릅니다. 계속해서 무림맹 안에서 소림을 고립시켜야 하는데 만약 소림이 그들을 따라 맹을 이탈하면···. 그들을 따라 이탈하는 정파가 부지기수로 늘 수 있습니다.”

제갈황엽 또한 소림과 그 소림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군소방파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무림의 태산북두라 하지만 그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아직 무당의 신망은 소림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보다 큰돈을 들여 그들을 찾았거늘 어찌 아직도 결과가 나타나질 않습니다.”

“살야림의 이야기라면 좀 천천히 기다려 보세. 어차피 그 어린놈을 처리하는 것이야 별 어려움이 있겠나? 아무리 입신경인들 애송이 같은···.”

-쾅!

제갈황엽의 말은 갑작스러운 굉음에 끊겨 버렸다.

하늘에서 그대로 떨어져 내리며 제갈세가의 삼 층 전각 하나를 반파시킨 연수는 그대로 일어서며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아무리 머리를 굴리는 모사들의 집단 같은 곳이라 해도 무가는 무가인지 소란이 일기 무섭게 무사들이 연수를 둘러쌌다.

“웬 놈이냐?!”

무심한 눈으로 자신을 죽일 듯이 바라보는 사내와 눈이 마주치는 연수. 순간 사내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그의 초상화는 질리도록 보아왔던 사내였다.

순간 품에서 폭죽을 꺼내 들며 하늘 위로 쏴 올리는 사내.

그와 동시에 그의 입에서 내력을 담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구비진을 펴고 모든 기관을 작···.”

사내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숨이 턱 막힌다 싶은 순간 눈앞으로 거대한 손이 나타났다.

사내의 얼굴을 우악스럽게 붙들고 손에 힘을 주자 그대로 터져 나가는 사내의 머리.

하지만 제갈세가라는 그 이름답게 머리를 쳐 내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무인들이었다.

무인들은 순식간에 물러서며 연수를 둘러싼 진형을 유지하고 각자 맡은 일을 일사불란하게 해내고 있었다.

주변으로 신호를 보내는 자와 토목기관을 작동시키는 자. 그리고 진을 펼치려는 자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저들이 펼치는 진세에 갇혀 줄 생각이 전혀 없는 연수였다.

그런 연수의 양손에 곡월이 쥐어졌다.

“크흡! 무, 물러나! 더 거리를···.”

연수의 신형이 팽하고 회전한다고 생각되는 순간 사방으로 날아오는 강기에 장내에 모여있던 수무대의 무인 중 절반이 절명해버렸다.

그와 동시에 사방으로 산개하며 흩어지는 수무대의 무인들.

연수는 그들을 쫓기보다 눈에 하늘 위에서 보았던 장원의 한 가운데를 향해 몸을 날렸다.

어차피 머리를 치면 싫어도 우르르 몰려나오게 돼 있었다.

곧장 세가의 중심부를 향해 지쳐 들어가던 연수의 표정이 일변했다.

기운이 묘하게 왜곡되며 천지가 울렁이는 듯한 공간.

자신의 본능적인 감은 저 공간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돌아보아도 빈틈없는 진세.

저 공간을 통과하지 않고는 도무지 세가의 중심에 닿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잠시 진세를 살펴보던 연수의 무심한 눈에 짜증의 감정이 어렸다.

그와 동시에 곡월에서 뻗어 나오는 두 줄기의 강기.

-쾅!

강기를 퍼부어보아도 조금 흔들릴 뿐 멀쩡한 진세를 보고는 연수의 눈매가 좁아졌다.

‘누가 이기나 보자.’

연수는 내력을 끌어올리며 쉴 새 없이 강기를 뿌려댔다.

“태상가주님! 피하셔야 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내 집 앞마당에 흉수가 찾아왔거늘 어찌 꽁무니를 뺀단 말인가! 그러고도···.”

“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 섰다가는 살아남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주, 준비가 필요합니다. 지금도 백령막벽이 흔들리는 것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서둘러···.”

-콰콰쾅!

“이미 늦었군.”

한참을 강기 세례를 퍼부은 연수는 가볍게 숨을 몰아쉬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오고 땅이 꺼지며 지천뢰가 터졌지만 불그스름한 연수의 호신강기를 뚫고 몸에 닿을 수 있던 것은 없었다.

뚜벅뚜벅 걷는데 그런 연수의 앞을 막아서는 일단의 무리.

각오를 굳힌 그들의 손에 들려 있는 곤을 보는 순간 연수의 신형이 사라졌다.

“고궁상천!”

무인들을 이끄는 자로 보이는 인물이 외치자 들고 있는 곤을 규칙적으로 땅 위로 찍어대며 묘한 소음을 만들어 내는 무인들.

-캉! 카캉! 캉! 카캉! 캉! 카캉!

미묘하게 규칙적인 그 소음에 은신하여 무인들의 목을 베는 연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순간 빈 허공이 일렁거리며 연수의 신형이 나타났다.

그런 연수의 주위로 떨어져 박히는 곤들.

“쳇.”

처음으로 연수의 입에서 짜증 어린 소리가 새어 나왔다.

무슨 진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무인들이 쇠막대를 들고 땅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급격하게 힘이 빠지는 연수였다.

시간이 갈수록 내력의 운공에 차질이 생기는 연수는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목생화!’

내력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자 화기와 목기를 끌어내며 두 기운을 하나로 합치며 운공하는 연수.

순간 연수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며 연수를 점점 조여 가던 무인들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이런 장난질을.”

연수의 입매가 비틀리며 헛웃음이 나왔다.

화기가 어느새 연수의 몸에 쌓였던 산공독을 태워내자 내력의 흐름이 점차 원활해졌다.

“모두 산개···.”

-툭.

떨어지는 목.

그와 동시에 누가 말하지 않아도 사방으로 흩어지려는 무인들.

하지만 연수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난사되는 강기로부터 살아남은 무인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산공독을 언제 주위로 흩뿌려 놓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사실을 숨기고 마치 진세인 양 위장한 상대의 농간은 연수가 봐도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제갈세가다운 방식이었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건물이며 벽을 모조리 부수면서 이동하는 연수.

목기와 화기를 합치자 그 특유의 기세가 점점 강해지며 온몸에 충만한 내력과 고양감이 연수를 자극했다.

“여기까지다! 이놈!”

순간 연수를 둘러싸며 나타나는 열세 명의 무인.

연수를 둘러싼 채 지붕 위에서 연수를 내려다보는 무인들은 연수의 눈에는 그리 대단치 않아 보였다.

-콰쾅!

대답 대신 강기를 뿌려대고는 은신해 버리는 연수.

하지만 열세 명의 무인들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서로 일정 공간을 유지한테 품에서 꺼내든 하얀 돌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순간 한 무인의 목을 베려던 연수의 눈매가 좁아졌다.

분명 무인의 목을 깔끔하게 베어냈다 생각되는 순간 목을 베였던 무인이 멀어졌다.

‘진?’

상식적으로 진법이란 특정 지형에다 설치해 놓는 것이다. 즉 내 발로 기어들어 가지만 않는다면 피할 수 있는 것이 진법이었다.

저들이 한 것이라고는 하얀 돌을 바닥에 내려 놓은 것이 전부였다.

고개를 내저은 연수의 곡월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무인들을 향해 강기를 퍼붓는 연수.

-꽈광!

어찌 된 일인지 여전히 공간이 왜곡되며 쏘아낸 강기들 끼리 부딪혀 소멸하여 버렸다.

순간 뒤로 멀찍이 물러나는 연수.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주변의 공간풍경이 물러서는 만큼 따라붙으며 연수를 그 공간 자체에 가둬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상하다.’

그제야 의문을 품으며 열세 명의 무인들을 바라보는 연수.

저들은 지금 자신을 잡을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지금 자신은 저들의 기묘한 진세에 그대로 갇혀 있었고,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저들은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노려보고만 있는 것일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연수의 입매가 뒤틀렸다.

‘공격할 수 없는 것이겠지.’

생각과 동시에 날뛰기 시작하는 연수.

사방으로 강기를 퍼붓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 신위를 전부 들어내 보이는 연수였다.

-퍼석!

“쳇! 벌써 네 번째 영석이 깨졌소!”

“그리 오래 버틸 수가 없습니다. 저런 괴물 같은 놈이···.”

말을 다 잇지 못한 중년인이 뒤를 돌아보았다.

어찌 된 일인지 수금전에서는 태상가주가 도주한다는 신호가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다섯 번째 영석이 깨어져 나가고 있었다.

제갈세가의 제일가는 보물인 열세 개의 영석은 제갈세가 대대로 내려오는 신물로서 영석을 이용하여 진을 펼치면 평범한 진도 절진이 되는 신비한 물건이었다.

하여 평소에는 세가 내를 방비하는 데에 사용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연수의 난입에 불가피하게 꺼내어 온 것이었다.

만약 연수가 제갈 세가 내 곳곳에 설치된 진에 걸려 주기만 했더라도 영석을 이용해 그 목숨을 끊어 주었겠지만, 저 영악한 놈은 조금이라도 이상한 곳은 모조리 발을 들이기 전에 파괴하면서 이동했다.

해서 하는 수 없이 맨바닥에 기본 인진을 치고 영석을 이용하는 수밖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저 괴물 같은 신위에 영석이 깨어져 나가고 있으니 정말이지 답답한 노릇이었다.

-퍼석!

한참을 난리를 치자 주변의 지겨운 풍경이 흔들 거리더니 안개가 걷히듯 증발하여 사라졌다.

같은 풍경이지만 박살이 나다시피 망가진 주변 풍경을 돌아보는데 망연자실 깨어진 하얀 돌을 손에 든 열세 명의 무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재미없는 짓을 하는군.”

“두고 보면 알 일이지. 청도파!”

중년인이 소리를 치자 연수의 몸을 밀어내는 듯한 강력한 기운이 다가왔다.

곡월을 들어 다가오는 기운을 베어냈다 싶은 순간 주변의 먼지가 가라앉으며 자신을 둘러싼 어마어마한 인파가 눈에 들어왔다.

“고맙게도 한자리에 모여 주었구나.”

“상궤연!”

중년인의 입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올 때마다 인영들의 위치가 일변하며 인진의 기세가 무섭게 연수를 찍어 눌러왔다.

하지만 이 정도의 기세는 연수에게는 그다지 부담이 되지 못했다.

두 자루의 곡월 밖으로 반장 가까이 되는 강기가 튀어나왔다.

목생화의 기운을 끌어올려 강기를 만들어 내니 그 강기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모양이었다.

그대로 허공에 붉은 선의 잔상을 남기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연수.

자신을 압박하는 기운을 베어버리며 자신을 둘러싼 수백의 인영들 사이로 날아든 연수의

두 손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하자 장내에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제갈세가의 무인들은 끝까지 인진을 유지하며 연수를 상대했지만, 도무지 이 숫자로 입신경의 고수를 막는다는 것은 될 일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신형을 나타내며 정신없이 사람을 베는 연수.

강기가 육신을 가르는 순간의 감각과 자신의 강기에 살이 타는 냄새가 연수의 코를 자극했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는 인고의 시간이 지나가자 장내에는 다섯 명의 무인만이 연수를 노려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피가 강을 이룬다는 말이 실감 나는 장내를 돌아본 연수의 시선이 그 다섯명의 중년인에게 닿았다.

“와라! 이 살귀야! 내 지하에 가서도 네놈을···!”

중년인의 시야에 세상이 반으로 쪼개졌다.

그의 시야와 마찬가지로 육신 또한 반으로 쪼개지며 허물어져 버리는 중년인.

남은 네 명의 무인마저 그 목을 잘라 놓자 아무리 연수라도 절로 가쁜 숨이 터져 나왔다.

“하아, 하아..”

전극공합을 통해 얻은 그 엄청난 내력도 서서히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체력적으로도 꽤 지쳐 있는 연수였다.

잠시 숨을 몰아쉬며 신체를 안정시킨 연수는 저 멀리 보이는 제갈세가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대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대전의 앞에는 대략 이백 명 정도의 무인들과 아이와 여자를 포함한 세가의 혈족들, 그리고 온 머리가 하얀 백발의 노인이 연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이 끝내 여기까지 왔구나.”

제갈황엽은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연수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 살야림을 이용해 나를 자극한 건 네놈들 뜻대로 되었다. 하여 왔다. 앞뒤 따위 가리지 않고 찾아 왔다.”

“...”

순간 제갈황엽의 말문은 막혔다.

“목숨은 목숨으로. 받아가지.”

막 연수의 팔이 올라가려는데 기운을 쥐어짠 제갈황엽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와 여인들 만은!”

“너희는 다섯 살 난 아이를 죽여놓고 너희 아이들은 지켜달라고?”

연수의 무심하던 눈빛이 일변하며 이글거리는 살기가 맺혔다.

“그건 우리의 뜻이···.”

-툭

-꺄아아악!

제갈황엽의 목이 떨어져 내리는 순간 주변 혈족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며 이백 명의 무인이 연수에게 덤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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