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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에서 고수까지-167화 (167/202)

# 167화

“중원 무림과 수많은 민초를 위해 고심해 보겠네.”

확답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연수는 혜공의 말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나머지는 사천 정파인들의 몫이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혜공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앞으로 소림의 수뇌부들과의 회의를 생각하면 벌써 머리가 지끈거려오는 혜공의 표정이 밝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혜공의 뒤를 따라 당주실밖으로 나온 연수가 모도산에게 물었다.

“다 어디 갔어?”

“도화 아가씨가 미여와 천불전에 불공을 드리러 갔습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연수였다.

그녀가 가는 길에 천화대가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미여라니?”

“도화 아가씨께서 말년은 어감이 좋지 못하다 아이의 이름을 새로 지어 주셨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도화의 이름 또한 한때는 계년이었던 것에 생각이 닿은 연수는 피식 웃음을 뱉었다.

“미여라···.”

*     *     *

천백일 호.

십 대에 사내의 이름이었다.

백호. 사내의 이십 대의 이름이었다.

천살호. 사내의 삼십 대의 이름이었다. 삼십 대가 넘어선 사내에게는 하나의 직책이 따라붙었다. 특영대장.

천명의 목표를 모두 죽이고 살아 살야림으로 돌아온 이후로는 사내는 살야림 최고의 살수라며 치켜세워졌다.

하지만 사내는 그런 알량한 관심과 명성 따위 조금도 반갑지 않았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

사내의 관심은 오로지 살행. 그 자체에 있었다.

살행이 좋았다. 특히나 특영대를 대동하지 않고 혼자 나서는 살행을 좋아했다.

살행을 성공할수록 다음 살행은 성공하기 힘든 목표들이 사내의 앞에 나타났고, 그 살행을 성공할 때의 쾌감은 사내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낙이 되었다.

모든 감정을 버렸다고 생각한 사내에게 유일하게 남은 것. 살행의 쾌락이었다.

도저히 죽일 수 없을 것 같은 천의 요새에 몸을 숨긴 듯 보이는 목표물을 하나하나 계획을 세워 끝내 그 숨을 끊어 낼 때의 쾌감은 사내에게 참을 수 없는 황홀함을 주고 있었다. 한번은 땅을 파고 최소한의 식량으로 백일을 넘게 목표를 기다려 그의 사타구니에 죽창을 찔러 넣은 적도 있었고, 은퇴한 황궁 원로의 첩의 침실 천장에서 이백일이 넘도록 생활하며 목표를 방중사로 위장해 죽인 적도 있었다.

사내는 그 과정이 험난하면 험난할수록 좋았다. 목표가 대단할수록 사내는 더없이 기뻤다.

그런 사내를 어려서부터 거둬 키워준 살야림이 망했다. 모든 동료와 가족과 같던 천 명이 넘는 살야림의 살수들이 죽었다.

하지만 사내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살행을 물어다 주던 단체가 없어진 것뿐. 그뿐이었다.

그런 사내가 덕창현의 시전에 조그마한 포목점을 인수하여 장사를 시작했다.

강천호라는 이름으로 포목점을 시작한 사내는 열심히 장사했고, 부지런히 장사하며 주변 소 상인들과 친분을 쌓아갔다.

*     *     *

불공을 올리고 접객당으로 돌아오는 도화와 그녀의 품에 안겨있는 미여를 보는 연수의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불공을 드렸다고?”

“예. 여기까지 와서 부처님께 인사도 없이 갈 수는 없어서요.”

“잘 했어. 이제 하산하자.”

접객당주에게 인사를 마치고 소림의 산문을 빠져나와 한참을 걷는데 연수의 발걸음이 멈췄다.

“잠시만 기다려 줄래?”

“잊으신 일이라도 있으세요?”

“응. 인사드릴 분이 계신 데 깜빡 잊었네.”

도화가 고개를 끄덕이자 연기처럼 사라지는 연수의 신형.

미여는 도화의 품에서 졸린 눈을 껌뻑거리다가 깜짝 놀라 눈을 비비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신기하지?”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는 미여.

“우리 미여도 저런 거 배우고 싶니?”

홀린 듯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미여였다.

“에이 재수 없는 놈!”

“또 왜 그러세요?”

“어째 네놈이 올 때마다 미천을 빨리는 기분이야!”

“베풀어 주신 은혜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놈이 소림을 폭풍 속에 끌어들이는구나.”

“그렇지 않았으면 훗날 소림은 설 자리를 잃었을 거예요.”

“무당의 성세가 어찌 저리 커졌는지 알고 있느냐?”

잠시 원공대사의 눈을 바라보던 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궁과 밀접한 연을 맺고 있음을 잘 알고 있어요.”

“옥현인 그놈이 실수했을지언정 무당이 무당인 것을.”

“저는 정파의 명예 따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소림을 빼고는요.”

“흥! 오만한 놈.”

“아시잖습니까? 이대로 흘러가서는 정이고 사고 중원의 무림인들은 치욕 속에서 살아가야 해요. 만약 마교가 그 독니를 본격적으로 드러낸다면···.”

“막을 수 없겠지.”

“예.”

원공대사는 잠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말을 아끼더니 겨우 입을 뗐다.

“어디서 배웠어?”

“뭘요?”

“이놈이! 오행신공!”

“눈치채셨네요?”

“말했다시피 맹주의 오행신공을 완성시킨것이 나니까.”

원공대사의 시선을 따라 멀리 지는 해를 바라본 연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성주가 습격을 받은 그 날 맹주의 손에 단전이 깨지고 사지와 허리의 근맥이 잘렸어요. 천천히 죽으라며 그대로 절 두고 맹주와 고수들이 가버렸고, 천운으로 성주가 전에 제게 맡겨놓은 전극공합은 제 품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찌 된 것인지 저도 잘은 몰라요. 어찌어찌 전극공합을 복용하였고, 삼 년의 시간 동안 땅속에서 고치처럼 잠을 자고 나오니 이리되어 있었습니다. 백회에 뭉쳐있던 살심이 화기가 되었고, 대사님이 베푸신 스무 글자가 수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환골탈태하며 온몸에 충만했던 생명의 기운이 목기가 되었더라고요.”

“빌어먹을 놈.”

“...”

못마땅한 눈초리를 보내는 원공대사에게 연수는 딱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금기와 토기라. 네놈 꼴을 보아하니 기어코 두 기운을 단전으로 끌어내려 오행신공을 완성하겠구나.”

“...”

“내가 옥현인의 오행신공을 완성시킨 것은 반쪽짜리다. 그 아이의 자질은 모자라지 않았지만 전극공합을 너무 성급히 복용해서 도무지 내력을 쓸 수 없는 반편이가 되었지. 하여 나는 소림 오행의 기운을 하나하나 그 아이에게 불어넣어 오행신공을 완성해 주었다. 그로 인해 그 아이는 벽을 넘었고. 하지만 그 녀석의 오행신공은 완성되지 못했지. 흉내만 내고 있을 뿐···. 타인의 기운으로 깨어난 오행신공으로 인해 진정한 극의를 깨우치지 못할 거로 생각했고, 실제 그런 것 같구나.”

“그래도 입신경이죠.”

“그래. 그래서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아이는 무당의 아이니. 그로서 차고 넘친다고 생각했다.”

“...”

“그 아이를 막을 수 있겠느냐?”

“폐관에 들어 어찌 변해 나올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가 그 벽을 깨지 못한다면 그의 목은 언제든 떨어트릴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주변을 태우듯 붉은 노을을 보는 원공대사는 두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 손에서 시작된 죄야. 부탁하마.”

고개를 끄덕인 연수는 허리를 숙이며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다음에 뵐 때까지 강녕하세요.”

돌아서는 연수의 신형이 사라지자 허허로운 공간에 원공대사의 한탄이 울려 퍼졌다.

“일이 어찌 이리 꼬였을까. 아미타불.”

일행의 앞에 신형을 드러낸 연수는 자신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벌리는 미여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모도산에게 눈짓했다.

미여를 등에 업는 모도산.

연수는 도화의 허리를 감싸며 끌어당기고는 몸을 날렸다.

일행이 날듯이 하산을 시작하자 미여는 숨을 들이마시며 모도산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미, 미여야. 그리 힘주지 않아도 안 떨어진다.”

하지만 미여는 처음 느껴보는 부유감에 모도산의 머리카락을 놔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등봉현으로 일행이 들어섰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숙소로 잡아 놓았던 객잔으로 들어가 늦은 저녁을 먹자 미여는 아이답게 곯아떨어졌다.

그런 미여의 앞머리를 쓸어 넘기는 도화.

“아이가, 잘 적응해 주어 다행이에요.”

“그러게. 부모가 보고 싶다 칭얼거릴 만도 한데.”

분명 얼마 전만 해도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컸을 아이였다. 형편이 좋지 못함에도 몸이 불편한 아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그런 형편에 아이를 버리지도 않고 금이야 옥이야 키웠을 부모가 보고 싶을 만도 한데, 아이는 한 번도 부모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대체 그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글쎄. 일단 도산이를 보내 놨으니 뭔가 알아올지도.”

자는 아이를 두고 방 밖으로 나와 차를 한잔 마시고 있는데, 나갔던 도산이 들어왔다.

연수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도산은 하오문에서 들어온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일단 정체불명의 마교 고수들은 신강으로 돌아간 듯 보입니다. 그들의 마지막 행선지가 오 일 전 청해의 격이목에서 확인되었다 합니다.”

“그 빌어먹을 놈들!”

아직도 그들의 습격 때 죽은 민초들과 위험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이가 갈리는 연수였다.

자칫 잘못했으면, 그들이 천화대와 도화를 노렸다면, 어쩌면 막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다급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기화인귀에 대한 소문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중원의 곳곳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듯합니다. 현 중원의 정세가 안정되지 않아 발 벗고 나서는 문파가 없었지만 비단 한두 마을에 문제가 아니라 합니다.”

“그에 대하여 자세히 아는 자는 없고?”

“오로지 화산파만이 당시의 일을 잘 알고 있을 거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젠장! 그놈들 떼죽음한 지가 언젠데···.”

“...”

“수고했어. 들어가서 쉬어.”

“저···. 대장님.”

“응?”

고개를 들어 도산을 바라보니 주뼛거리며 어색하게 웃는 모도산.

“며칠 걸렀더니 온몸이 찌뿌둥한 것이 영···.”

“하아.”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연수였다.

그와 함께 객잔 밖까지 가죽 북을 치는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온몸과 얼굴이 푸르뎅뎅하게 멍이든 도산은 바보같이 웃으며 연수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절뚝이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오라버니. 너무 심하게 손을 쓰신 게 아닌가요?”

“말도 마. 저놈 하루 자고 일어나면 멀쩡해질걸?”

질린 얼굴로 이마에 땀을 닦는 연수였다.

다음날이 되자 연수의 말처럼 멀쩡해 하다못해 영롱하게 빛나는 얼굴로 나타난 모도산.

그런 도산을 본 도화의 눈에 놀란 감정이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밝은 이를 드러내며 웃는 도산의 얼굴을 보고 도화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연수를 돌아보았다.

일행은 길을 서둘러 사천으로 돌아갔다.

덕창으로 들어선 연수의 일행은 오랜만에 돌아온 덕창의 경치에 반가운 마음이 절로 일었다.

“자리 잡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돌아오니 좋구나.”

천영의 말에 천화대의 무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연수 또한 천영의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여야. 여기가 앞으로 미여가 살 곳이야. 사천의 덕창현.”

“사천. 덕창현.”

도화의 말을 또박또박 따라 하며 되새기는 미여를 보며 도화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잔뜩 해서 미여의 관심을 유도했다.

도화와 연수가 탄 마차가 혈개문의 앞에 서자 미여는 큰 장원의 정문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도화를 올려다보았다.

“응. 여기가 이제 미여가 살 집이야.”

“히야!”

“좋으니?”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미여.

문지기 무사들의 인사를 받으며 정문을 열고 들어서자 앞마당에서 한참 수련을 해야 할 무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저 앞으로 헐레벌떡 뛰어나오는 돌쇠를 보며 연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애들 다 어디 갔어?”

“항상 정문 앞에서 수련하는 게 보기 좋지도 않고, 또 경 대주께서 나름대로 비전을 전수하는 중이니 중축이 끝난 연무장을 쓰고 싶다 하셔서 그리로 옮겼습니다.”

“그래? 잘 했네. 그놈들 수련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져서.”

“큼큼! 그런데 이 아이는?”

돌쇠의 물음에 연수는 짧게 대답했다.

“새 식구.”

말을 마치며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연수의 등을 돌쇠는 안타깝게 바라봤다.

호설이를 잃은 후 혈개문의 식솔 중 아이들의 모습을 유독 자주 바라보던 연수였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도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연수를 보는 동안 내내 마음이 좋을 리 없던 돌쇠였다.

잠시 상념에 빠져 있던 돌쇠가 연수의 곁으로 따라붙으며 입을 열었다.

“몇 가지 보고 드릴 일이 있습니다.”

“그런 건 소개랑 이야기하라니까. 나는 이제 외인이나 마찬가지야.”

“그런 서운한 말씀 마시고요. 혈개문을 세운 것이 대장님 아닙니까? 혈개문의 무사들은 다들 대장님을 태상문주님이라 부릅니다.”

“태상문주는 얼어 죽을. 그래서 뭔데? 짧게 말해.”

“그 하오문에서 말입니다. 저희가 큼큼!”

잠시 뒤에 따라오는 천화대를 본 돌쇠가 헛기침하며 말을 끊었다.

“괜찮아. 말해.”

“그것이 저희가 받아야 할 재물 중에 나누기 힘든 것이 있다고 어찌 처리할지 물어와서.”

“뭔데? 나누지 못할 재물이 어딨어?”

다시 한번 천화대를 살피는 돌쇠.

“괜찮다니까.”

“제갈세가의 비전 비급과 진법을 기록해 놓은 진서들 말입니다.”

“아! 그게 있었구나.”

“게다가 제갈세가의 가전 영약제조법 또한 어찌 처리해야 할지 어떻게 금액을 산정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어차피 지식일 뿐인데 뭐. 필사해서 지들 쓸건 쓰고 원본은 본문으로 보내라고 해. 다만 하오문 밖으로 유출되는 일은 없는 게 좋을 거라고 경고도 해 주고.”

“예. 그리고 사천의 정파인들이 서찰을 보내왔는데···.”

“뭐라는데?”

“일단 사천과 중원 무림을 위해 소림을 찾아가 주신 대장님의 행로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공을 치하했고요, 본론은 아무래도 저희 혈개문 밑으로 사천의 전 흑도가 들어오는 것이 부담스럽고 심히 염려된다고···.”

“벌써 사천의 흑도가 다 들어왔어?”

“사천뿐이 아닙니다. 운남,귀주,섬서,감숙까지 소문을 들은 흑도들이 전부 저희 혈개문에 상납을 하고, 충성을 바치겠다며 알아서 기던데요?”

“그거 적당히 받아넘기고, 상납급은 사황성으로 돌려. 이제 막 자리를 잡아 사황성도 자금유용이 어려울 테니까. 어차피 혈개문을 꾸려갈 자금이야 차고 넘치니까. 사황성에서 손 벌리기 힘들 테니까 미리미리 알아서 챙겨줘. 그리고 당문에 서찰을 보내. 걱정 말라고 난 한번 한 약속은 절대 지키는 사람이니. 걱정하는 일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예.”

“아! 그리고 우리 산하의 흑도 들은 민초들 등골 적당히 빼먹게 잘 관리하고.”

“그렇지 않아도 다 손써 놨습니다. 특히 염왕채와 인신매매는 일절 손대지 말라 못 박아놓았고, 상생의 도리에 대해 대장님의 철학을 정확하게 공지해 내렸으니 잘 알아 들을 겁니다.”

역시나 일 처리가 빠른 돌쇠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연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입니다. 중요한 손님이 와 계신데요. 바로 찾아뵙는 게 어떨까 합니다.”

안채로 걸음을 옮기던 연수는 잔뜩 귀찮은 표정으로 돌쇠를 돌아보았다.

“누군데, 바로 찾아가래? 두 달 가까이 밖으로 도느라 여독이 장난 아니야.”

“그게···. 대장님의 사부님 되신다고···.”

“뭐! 인마 그걸 왜 인제 말해?!”

“...”

돌쇠는 입을 다물었다. 미리 말했으면 그리로 달려가느라 중요한 사안의 처리가 밀릴 것이 뻔했다고 말 할 수는 없었기에.

“어디 계셔?”

“별채에 정중하게 모셨습니다.”

연수와 도화 그리고 천화대는 곧장 별채로 발걸음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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