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장대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표정은 매우 상반되어 있었다.
특히나 그 모습을 드러낸 채 연수의 뒤로 서 있는 열 명의 천화대의 무인들로 인해 한껏 기세등등했던 종남파의 젊은 무인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아직은 젊은 종남의 무인들에게는 어찌 보면 너무나 멀리 있는 패신살성의 명성과 그 힘이 제대로 실감되지 않았다.
그저 여기저기서 대단하다 떠받들고 있을 뿐. 자신들과 나이 차도 많이 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는 사파인이었다.
또한, 종남이 속하게 된 정협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니 배분을 중히 여기는 정파인의 특성상 나이가 어린 연수의 배분을 얕잡아 보게 되는 경향도 한몫했다.
그런데 눈치도 채지 못했던 고수들이 허공을 찢듯 은신을 풀며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에는 절로 긴장감이 확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연수는 그런 종남파의 젊은 무인들의 행동에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종남이 정협맹의 시작이 되었던 사천의 문파가 아닌 중간에 합류하게 된 문파이기에 그럴 수도 있었다.
만약 당문이나 청성파 아미파의 젊은 제자였다면 저들처럼 생각 없는 모습은 보이질 않았을 것이다. 사천의 무인들이라면 정사를 떠나 연수의 영향력이 어떠한지 피부로 실감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 종남의 어린 제자들은 그리 깊게 생각을 하기에는 세상의 경험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이대 제자들입니까? 세상 물정 모르는 모습들을 보니 가르치기 많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종남파의 장로이자 진여당을 맡은 진여당주 노호곡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연수의 말에 금세 자극을 받아 얼굴을 구기고 심기를 드러내고 있을 제자들의 흔들리는 기세가 뻔히 읽혔다.
“그래서 세상 물정 좀 가르쳐 보고자 이리 데려 나왔는데 후회가 되기 시작했소. 이대 제자는 아니고 뒤늦게 사숙들의 눈에 든 일대 아이들인데···.”
남의 문파의 꼬인 사승관계에 별 관심이 없던 연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차를 훌쩍였다.
“본론만 이야기하죠. 이 녀석에게는 오늘의 시간이 귀한 시간이다 보니.”
옆에 앉아 좌불안석 엉덩이를 들썩이는 어린 여자아이를 보고는 노호곡이 쓴웃음을 지었다.
종남파의 장로인 자신이 패신살성에게 주는 존재감이란 결국 어린아이와 보내는 시간보다 아깝다는 것밖에는 안 되었으니.
아마 그만큼 종남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는 증거일 것이다.
“큼큼! 아까 밖에서도 말했다시피 나는 중원 무림을 위해 발 벗고 고생하며 뛰고 있는 당신에게 우리 종남이 유감이 없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왔소. 또한, 우리 종남의 제자였던 부곡의 개인적 일탈로 피해를 끼친 사실에 대해 매우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소.”
말을 들은 연수의 눈썹이 씰룩였다.
“제자였던? 마치 이제는 제자가 아니라는 표현 같이 들립니다.”
“사문의 명을 저버리고 중원 무림에 중요한 인사를 해치려 했으니 파문당해 마땅하니.”
연수의 입매가 비틀렸다.
하필 무림맹을 지우고 옥현인을 죽이고 난 이 시점에 이리 찾아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종남의 저의가 너무도 뻔히 보였다.
연수의 표정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연수의 심기를 읽은 노호곡의 얼굴이 붉어졌다.
사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비령곡에 끌려갔다 전해지는 부곡의 신원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종남파 내에서 적지 않게 나왔었다.
사황성과 정협맹이 힘을 합쳐 마교를 견제해야 하는 이때 자파의 제자 신원을 사황성에서 붙들고 있으니 체면이 상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황성이 무림맹을 지우고 여러 명문을 지우는 모습을 보았다.
그 과정에서 패신살성은 옥현인을 죽였다.
그제야 종남은 정협맹의 다른 문파들에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다.
그간 자존심 때문에 체면이 더 상하게 될까 두려워 손을 벌리지 못했지만 사황성의 힘이 더 커지기 전에 정협맹의 문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난 두 달 종남파의 편에 서주는 문파들은 하나도 없었다.
특히나 현 정협맹의 주축이 되는 사천의 정파 인심은 매우 야박했다.
노골적으로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부곡의 행동을 비난하는 그들의 반응에 적잖이 당황했던 종남이었다.
그리고 나온 결과가 부곡의 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 상황을 뻔히 알고 있다는 듯 비웃음을 머금는 연수를 보는 노호곡의 마음이 불편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불편함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기왕 내친걸음이었다. 문파를 위해 뻔뻔해 져야 할 때였다.
자칫 잘못하면 종남이라고 화산과 무당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영원히 성세를 이어갈 것 같은 무당파가 망하는 것은 실로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지금 눈앞에 이 남자가 있었다.
생각을 정리한 노호곡은 애써 웃으며 입을 열었다.
“쌓인 오해가 적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소. 하지만 대의를 위해 오해가 있다면 푸는 것이 좋지 않겠소?”
“오해라···. 뭐 어찌 되었건, 종남과의 은원은 정사 대회 때 정리했으니. 부곡 그놈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종남의 입장은 잘 알았소. 어차피 그놈이야,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고통의 늪에 빠져 평생을 허우적거릴 놈. 더는 신경 쓸 필요 없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리고 그쪽의 심심한 사과도 잘 받았고.”
일단은 어느 정도 연수가 그 말을 받아들여 주자 노호곡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억지로 웃고 있느라 부들부들 떨리던 그의 입꼬리가 그 떨림을 멈춘 것만으로 그의 얼굴을 보는 사람들은 불편이 덜해졌다.
‘저놈의 내심이 어떻든 간에 공식적인 입장은 정리가 되었으니.’
이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노호곡.
그런 노호곡의 빤히 보이는 내심을 읽으며 입꼬리를 올리고 웃는 연수.
“본론은 끝난 것 같은데 이만 일어나시죠. 더 있다가는 이 녀석 애간장이 다 녹을 것 같아서.”
“그, 그럼 그렇게 합시다. 이야기가 잘 풀려 다행입니다. 듣던 대로 사리 분별이 분명한 것이 큰 인물은 큰 인물이오.”
“예. 뭐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다음부터는 저 세상 물정 모르는 친구들은 함부로 대동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세상이 워낙에 흉흉하지 않습니까? 요즘 세상에 제자 잘못 둔 죄로 망하는 명문이 한둘이 아니니.”
뼈가 담긴 말에 노호곡의 표정에 싸늘한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얼른 얼굴을 펴는 노호곡.
“하하하, 충고 고맙소.”
말을 마치며 급하게 제자들을 데리고 자리를 뜨는 노호곡.
사문으로 돌아가는 노호곡은 속으로 철없는 제자들을 딸려 보낸 사형제들을 욕했다.
보통의 자리도 아니고 이런 자리에 어린 제자들을 딸려 보낸 저의가 너무나 안일하게 느껴졌다.
자칫 잘못했으면 패신살성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며 사태를 악화시킬 뻔했기에 그 마음이 더욱더 불편했다.
자신만 왔다면 더 나은 분위기에서 체면 상하는 일이 없이 끝낼 수 있었던 일을 괜히 딸려온 철없는 놈들로 인해 외줄을 타는 기분으로 고생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짜증 나는 것은 이 어린 제자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었다.
본문을 떠나올 때만 해도 묘한 기대감이 섞인 존경의 눈빛을 보내던 제자들이 이제는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변해 있었다.
‘이 생각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애송이 놈들. 뭐가 중요한 것인지 개뿔도 모르는 놈들이 능력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드높아서는!’
저런 모습을 보면 부곡과 너무나 쏙 빼닮아 있는 그들이었다. 차라리 부곡은 종남신권이라는 명성이라도 쟁취할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 어린 제자들에게는 종남파라는 간판을 빼면 남는것이 정말이지 알량하리 만치 없었다.
자신도 분명 저 나이 때에는 저랬으리라.
심지어 자신의 사형제 중에는 아직도 저런 치기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현 무림 정세의 맥을 전혀 짚지 못하고 현실 모르는 소리만 하는 자들이 적지 않았다.
장문인이 자신을 보낸 것은 분명 그런 사정이 작용했을 것이다.
미여는 차를 홀짝이며 멀어지는 종남의 무인들 등을 바라보고 있는 연수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제 꼬치 먹으러 가도 돼?”
시선을 돌려 미여를 보며 씩 웃는 연수.
“그럼. 되고말고.”
연수가 손바닥을 내밀자 활짝 웃으며 연수의 손바닥을 밟고 익숙하게 연수의 목에 올라타는 미여의 몸놀림이 너무나 가벼워 보였다.
“아저씨. 빨리 가자!”
“그래. 가 보자.”
도화는 말없이 연수의 팔짱을 끼며 따랐다.
하지만 시장을 다 돌아보아도 꼬치 장수는 보이지 않았다.
비단 꼬치 장수뿐 아니라 노점을 하는 대부분의 상인이 보이질 않았다.
“히잉! 왜 아무도 없지?”
쓴웃음을 머금은 연수가 미여를 내려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꼬치는 내일 먹어야겠구나.”
“먹고 싶었는데···.”
“걱정 마라. 아저씨가 내일 꼭 사다 줄 테니.”
“웅···.”
한풀 기가 죽은 미여를 내려다보던 연수가 미여의 손을 잡고는 아이를 이끌었다.
“대신 오리를 사 줄게. 가자.”
“오리? 좋아.”
언제 시무룩했는지 금세 연수의 등에 매달리는 미여.
도화는 어린 미여의 아이다운 기복이 귀여웠는지 미소지은 얼굴로 미여를 바라보며 웃었다.
오랜만에 밖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혈개문으로 돌아온 연수.
혈개문에 들어서자마자 목적을 달성한 미여는 또래 아이들과 놀기 위해 문파의 가솔들이 지내는 쪽으로 발길을 돌렸고, 도화와 장맛비를 맞으며 운치를 즐기던 연수와 도화는 안채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안채에 도착하자 툇마루에 앉아 있던 도산이 연수와 도화를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서며 반갑게 맞았다.
“대장님!”
“하아···. 그래.”
연수의 한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대의 눈치를 보내는 도산.
“이리 비가 쏟아지는데 이런 날 꼭 그래야만 하겠냐?”
“모든 문 내 무사들이 땀 흘려 수련하고 있는데 저만 놀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 그러냐?”
“비도 오는데 먼지 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치며 안채의 마당 한가운데로 걸음을 옮기며 목을 잡아당기는 도산.
한 달쯤 전에 절정의 경지에 오른 모도산.
그는 연수에게 맞아 체내에 퍼져있던 모든 기운을 흡수하여 이제는 더는 연수에게 매를 맞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절정에 오른 계기가 연수에게 맞다가 깨달음을 얻었다며 항상 연수에게 매 맞기를 자청하고 나섰다.
절정에 오른 도산을 때리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제는 정말 웬만큼 힘을 쏟아내지 않으면 기별도 오지 않는 도산의 신체였다.
하여 도산이 절정에 오른 이후로는 웬만해선 그를 피하려던 연수였다.
하지만 오늘은 작정한 듯 보이는 모도산이었다.
“하아.”
절로 한숨을 내쉬는 연수.
‘듣기로는 비 오는 날 저리 신이 나는 놈들은 대게 미친놈이 많다던데···.’
잡생각을 하며 고개를 흔들던 연수가 도산의 앞에 섰다.
곧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두드려 맞을 도산은 빙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역시 정상은 아닌 게지.’
연수의 생각이 어떠하든 도산이 신이 나는 것은 당연했다.
온몸에 퍼져 각 혈에 딱딱하게 굳어가던 기운들을 맞아가며 흡수하다 보니 연수의 권에 익숙해지던 도산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연수의 일 권이 점차 선명히 보였고, 항상 그의 권로가 떠오르며 신경이 쓰였다. 그러기를 열흘. 한참을 신나게 매를 맞고 있는데 벼락을 맞듯 깨달음이 몰려오며 절정의 경지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강호의 무림인이라면 그 누구라도 인정하는 고수의 경지.
그날 이후로 대장은 자신을 잘 때려 주지 않았지만 한 번씩 연수에게 두드려 맞을 때마다 전과는 다르게 그 권로와 움직임이 주는 깨달음이 적지 않았던 도산이었기에 틈만 나면 연수에게 이리 억지를 부리며 부탁을 하곤 했다.
-퍼퍽!
도산의 어깨에 연수의 빠른 주먹이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구겨지는 연수의 미간.
이래서 싫었다.
예전 같으면 그저 특유의 맷집으로 버티던 도산이 절정에 오른 이후로는 이렇게 타격점을 비틀기 시작했다.
하도 많이 맞아서 자신의 권로에 익숙하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보통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실험하듯 날아오는 주먹에 몸을 들이밀며 타격점을 비틀어대니 예전만큼 두드려 패서는 눈 하나 꿈뻑 하지 않는 도산이었다.
그리하여 내력도 제법 담아내고 있었지만, 그의 맷집은 날이 갈수록 더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타격시 투경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미 튼튼하기로는 자신의 기맥에 지지 않을 만큼 발전한 도산의 기맥에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남은 방법은 쉴 새 없이 두드려 타격을 주던가 강기로 그의 몸을 박살 내는 것인데, 후자는 할 수 없으니 결국 손발을 열심히 놀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후우.”
잠시 숨을 몰아쉬고는 도산을 향해 달려드는 연수.
그런 연수를 향해 입꼬리를 올리며 마주 달려드는 도산.
-빠각!
연수의 발차기를 머리와 어깨로 붙들 듯 받아내는 도산이었다.
중의 묘리를 섞어 채찍처럼 휘두른 발차기를 받아내는 도산이 그저 경이로운 연수였다.
-뻐억! 퍼퍼퍼퍽!
무릅이 명치에 박히고 가슴에 네 번의 권격이 적중했다.
그런데도 도산의 표정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파팟! 뻐어억! 퍼퍽!
익숙한 이권이 날아오자 이제는 손으로 방어를 하며 달려드는 도산. 그런 도산의 어깨에 연수의 팔꿈치가 작렬하고 양다리에 발차기를 날리고 나서야 겨우 밀고 들어오던 도산의 움직임이 멈췄다.
-뚜둑!
팔꿈치가 박혔던 어깨를 슬쩍 돌리는 도산. 그의 어깨에서 뼈가 맞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다시금 달려드는 도산.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퍽!
마주 달려간 연수의 손에서 풀려나오는 쉴 새 없는 연격.
마침내 허공으로 살짝 떠오르는 도산의 몸.
하지만 그 상태에서도 몸을 비틀고, 틈틈이 마주 손을 뻗어오거나 방어하는 도산이었다.
장장 일각이 넘도록 매타작을 하고 나서야 뒤로 물러서는 연수.
“헉···. 헉···. 가, 감사합니다. 대장님.”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모든 주먹을 버텨낸 도산을 질리는 눈으로 바라보는 연수였다.
도산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앞서가는 도평이라도 저리 맞았다면 몇 달은 요양을 해야 할 정도의 공격을 퍼부었는데도 서 있는 그의 맷집이 이제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한번은 그 광경을 보고 도산을 진맥했던 무황이 그 특이한 체질과 맷집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던 적도 있었다.
“어떻게 도움이 되었냐?”
“예!, 후우. 오늘도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그래. 그럼 됐다.”
솔직히 이제는 연수의 머리로도 이해가 잘 안 되는 영역에 있는 도산이었다.
두드려 맞는 것으로 무언가 공부가 된다는 것은 연수의 상식으로는 정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차라리 그 권법을 배우고 무리를 깨우치며 깨달음을 얻는다면 모르겠지만, 단순히 몸으로 그 권격을 받아내며 대체 무슨 공부가 된다는 건지 쉽사리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산이 비틀대며 돌아가고 나자 연수는 절로 피곤한 얼굴로 안채로 들어섰다.
“고생하셨어요.”
“응. 이제 진짜 저 녀석을 상대하고 나면 진이 빠지는 느낌이야. 나중에는 강기도 맨몸으로 받아내지 않을까 싶네.”
도화는 살짝 젖은 연수의 어깨와 소매를 마른 천으로 닦아주었다.
어찌나 기운을 집중시켰으면 빗물을 튕겨내는 부분에 허점이 생겨 비가 새어 들어왔는지 옷이 조금 젖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