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화
누구보다 빠르게 고수가 되었던 연수였다. 하지만 한 조직을 이끌며 수하들을 키워보니 고수가 되는 것보다 고수를 키워내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는 사실을 절감한 연수로서는 절정고수 백 명을 한곳에 모아놓은 동창의 저력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절정고수 하나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는 연수였다.
심지어 강호에 내로라하는 명문들에도 절정고수의 수는 많아야 서른을 넘지 않는 곳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일백의 절정고수라니.
‘이만한 고수들을 전부 죽여야 한다니 아쉽네.’
내일 이른 새벽이면 거사를 치러야 하는 경진해는 이른 저녁부터 잠자리에 들었다.
즐기던 향을 피워놓고, 데리고 다니던 어린 내관에게 귀를 후비게 시켜놓은 후 일찍이 잠들었다.
평소 어린 내관들에게 귀를 파게 시키고 곧잘 그 어린 내관들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잠이 드는 취미가 있던 그였다.
기분 좋은 잠자리가 끝이 나면 오만불손하던 그놈의 일가를 찢어 죽여 그 앞에 널어놓고 그를 추상같이 호령하여 무릎 꿇릴 수 있으리라.
그리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잠이 들었던, 경진해가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것은 아직 날이 밝지 않은 깊은 밤이었다.
익숙하며 불쾌한 향.
절대 자신의 처소에서 나서는 안 될 혈향에 번쩍 눈을 뜨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그간 살아왔던 그의 긴 인생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
특히나 남색을 깨닫고 남색의 길에 들어섰던 지난 이십 년이 너무도 달콤하게 지나갔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에 걸터앉자 혈향을 진하게 풍겨내는 검은 그림자가 다탁에 앉아있었다.
“누구시오?”
“알잖아.”
짧은 문답이 지나가고 오래도록 이어지는 침묵.
“불을 켜도 되겠소?”
“마음대로.”
허락하는 상대의 말에 두 눈을 깊게 감는 경진해.
이곳은 아무나 함부로 발길을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다른 곳도 아닌 현령의 사가.
관병이 번을 서는 곳에 함부로 들어온 낯선 이가 불을 밝히는 것을 허락한다는 것은 이미 이곳에 살아남아 자신을 도울 자가 남아 있지 않음을 뜻했다.
경진해의 손끝에서 쏘아진 내기가 몇몇 등을 뚫고 들어가자 등이 밝아지며 방안이 환해졌다.
온몸에 피를 묻히고 있는 사내의 소매에서 뚝뚝 핏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 사이로 사내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을 떠는 경진해.
“아아. 오랜만에 살계를 열다 보니. 이해해줘. 이 경지에 들고 이리 살심에 취해본 적이 없었거든. 그저 죽인다. 마음먹으면 자연히 살심이 들고 살기가 끓기 마련인데, 죽이고 죽이다 보니 살기가 조금 강해졌어.”
단순한 살기가 아니었다.
사내의 눈에서 번뜩이는 저 기운은 반드시 자신을 죽이고 말겠다는 집념으로 보였다.
사형선고.
딱 그 말이 어울렸다. 그저 저 눈을 보는 순간 오늘 자신이 살아서 이곳을 나갈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이 절로 깨달아졌다.
“모, 모두 죽인 것이오?”
“어.”
“그, 그들은 동창이오.”
“그랬지. 그래서 일이 복잡해졌어. 이제 장가를 가서 좀 편히 살아보려 했더니, 별의별 게 다 꼬여서 사람을 귀찮게 하는군. 왜 약속을 어겼지? 설마 내가 그리 우습게 보였던가? 아니면 내가 한 협박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던가?”
사내의 질문에 경진해는 스스로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분명 사내의 힘은 진짜였다.
그의 협박 또한 실로 일어날 수 있는 위협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가만히 있겠다는 그를 가만 놓아둘 수 없었을까?
한동안 생각을 하느라 두 눈을 감고 있던 그의 두 눈이 천천히 뜨여졌다.
“아무래도 관성이었듯 싶소.”
“관성?”
“제독동창에 올라서며 지금껏 권력자로 살아온 관성. 위로 모시는 한 분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조아려 본 적이 없었던 긴 삶 속에서 몸에 익어온 관성이 계속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고 이야기했던 것 같소. 그 관성을 막아 세운 당신을 불편해한 것도, 불편한 감정이 불쾌함으로 또 살심으로 변하게 된 것도, 다 그래서였겠지. 그래서 냉정하게 생각하질 못했던 거야···. 그래, 세상 현경의 고수인 것을 모른 것도 아닌데, 겨우 이정도 힘으로···. 말도 안 되지.”
점차 회한 담긴 혼잣말을 하는 경진해를 가만히 보고 있던 연수가 재차 물었다.
“그러면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너는 또 같은 실수를 할까?”
“글쎄, 아마 더 철저히 준비해 당신을 죽이려 하지 않겠소?”
솔직한 그의 말에 연수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렇군. 그럼 철저히 준비하면 가능할까?”
이번 질문에는 좀처럼 답을 하지 못하던 경진해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불가능할 것도 같고. 가능할 것도 같군.”
“그럼 마지막 질문이다. 황제는 어디까지 알고 있지?”
마지막 질문에 그동안 의연하던 경진해의 눈이 심하게 떨렸다.
“그, 그분께선···. 아무것도 모르시오. 부디 당신의 검이 나에게서 끝나기를 바라오.”
“그렇단 말이지? 믿음은 안 가지만 네 충심을 봐서 한 번 더 믿어보지.”
말을 마친 연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와 동시에 꺼지는 방안의 불.
방안의 불과 함께 경진해의 목도 같이 떨어졌다.
침상 밑으로 두 눈을 감은 채 떨어져 구르는 경진해의 목.
그런 그의 의연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연수의 신형이 사라졌다.
혈개문으로 돌아온 연수를 제일 먼저 맞이한 돌쇠는 멈칫하며 연수에게 선뜻 다가오지 못했다.
“혈향이 심하냐?”
“그, 그것이 아니고···. 무언가 평소랑은 다르셔서···.”
이미 피를 뒤집어쓴 연수를 여러 번 보아왔던 돌쇠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다가오기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
“달라?”
“예. 뭐, 뭔가···. 이질적인 것이···. 살기가 전혀 남아있질 않으시군요···.”
그랬다. 평소 살겁을 일으키고 돌아온 연수에게는 여운처럼 남아있는 살기가 그의 살겁을 증명하듯 따라다니며 분위기를 내었는데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마치 산책을 갔다 오듯 멀쩡하니 더 두렵고 이질적으로 느꼈던 돌쇠였다.
“난 또 뭐라고. 죽일 놈들 다 죽이고 왔으니 살기가 남을 리가 없지.”
“예?”
일순 이해가 가질 않는 돌쇠였다.
“되었다. 목욕해야겠어. 혈향을 모두 지우려면 오래 몸을 좀 담가야지.”
“예···. 준비는 해 놨습니다. 바로 드시지요.”
찬물을 가득 담아놓은 큰 욕조만 자그마치 열 개였다. 그간 경험으로 미리 준비해 놓은 돌쇠를 칭찬하며 그대로 옷을 벗고 첫 번째 욕조에 들어가는 연수.
발을 담그기 무섭게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욕조였다.
돌쇠는 말없이 연수의 목욕시중을 들며 물었다.
“괜찮으시겠어요?”
“뭐가?”
두 번째 욕조로 옮기며 되묻는 연수.
“상대는 동창이잖습니까? 황궁에서 가만있질 않을 겁니다.”
“글쎄, 지켜보면 알겠지.”
“하아. 태상문주님을 만나고 인생이 많이 변했습니다. 그런데 어째 전보다 더 위험한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싫으냐?”
“잘 모르겠습니다. 믿고 따르면 해가 될 것 같진 않은데 어째 점점 적이 거대해지는 것 같아 심란합니다.”
“크크크, 네놈도 나와 지내더니 간이 꽤 커지긴 했구나. 명 황제를 적이라 칭하다니. 역모다.”
“농 마십시오. 정말 심란합니다. 저는 그저 이곳에서 생계 걱정 없이 조금 일하고 오래 쉬면서 유유자적하고 살고 싶습니다.”
“그런 놈이 총관자리를 꿰찼어?”
“저 아니면 누가 할 사람이 있어야죠. 그리고 이 자리가 아니면 제가 유유자적할 수도 없고요.”
“너는 참 특이한 놈이다. 어째 너 같은 놈이 흑도에서 살았는지.”
“먹고 살려니 별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태상문주님이 모시던 대장의 목을 베었을 때는 한몫 챙겨서 어디 멀리 가서 살아갈까 했습니다만, 어찌어찌 비비고 있다 보니 이리되었습니다.”
여섯 번째 욕조에 몸을 담그며 고개를 젓는 연수.
“어떻게 이번 일만 잘 마무리하면 네 소원대로 유유자적하며 편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
“글쎄요. 예전에 어떤 점쟁이가 평생 일복을 타고난 한량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잊히지 않네요.”
“엄살은. 붙여준 애들은 어때? 잘 따르냐?”
얼마 전 돌쇠의 경호를 위해 고수를 몇 붙여주었다.
“자기들보다 한참 하수인 저를 모시느라 고생이 많죠, 들. 따르고 말고 할 게 뭐 있나요?”
“그러냐? 이제 아마 오늘내일이면 들이칠 거야.”
“준비는 끝내 놓았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반 시진 가량을 청포물을 받은 열 개의 욕조에 몸을 담가 깨끗이 씻은 연수가 새 옷을 입고는 안채로 돌아갔다.
여전히 잘 자는 도화의 옆으로 소리 없이 눕는 연수.
* * *
현령의 사가에 백구가 넘는 목 없는 시체가 나타났다.
이 사건은 순식간에 주변으로 알려졌다.
목이 없고, 속옷만 입은 시체 백여 구가 현령의 사가에서 발견되었으니 보통의 일이 아니었다.
물론 현령이야 그 시체의 신분을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함부로 주변에 말을 떠벌일 수가 없었다.
당장에 금위위가 귀신같이 나타나 자신을 압송하는 것부터 이 사건이 보통 일이 아님을 안 현령은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
“폐하께 말씀드려야 하오. 그 외에는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것이오.”
고집을 부리는 현령이 북경으로 끌려간 그 날.
덕창의 사람들은 이번 혈겁에 혈개문이 관련돼 있을 것이라 수군거렸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툭하면 사람을 파리처럼 죽이는 혈개문의 고수가 이번 일도 벌인 것이 아닐까 자연스레 추측하는 사람들이었다.
현령이 북경으로 끌려가며 모든 덕창의 시선이 현령의 사가에 모였을 때, 밀실에서 열띤 토론을 이어가는 인영들.
“사형! 이제는 그를 죽여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안다. 하지만 동창이 완전히 멸한 것도 아니다. 이번 일은 반드시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야.”
“하지만···. 제독동창이 죽은 이상 황궁의 권력은 금위위에게 넘어갈 것입니다.”
“그들과 척을 지는 일이 아니다. 황제가 아끼는 동창이 박살이 났으니 반드시 황제의 화는 그자에게 향할 것이야. 미리 그의 목을 베어 황제께 올리면 분명 화산의 앞날에 빛이 있을 것이다.”
“차라리 금위위와 접촉해 그들과 거래를 새로 트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 금위위에는 무당과 연이 닿은 무인들이 적지 않아. 자칫 이번 일을 뒤집어쓸지도 모른다. 일단 그의 목을 잘라 우리의 힘을 증명하고 난 뒤에 접촉하는 것이 여러모로 일이 편할 것이야.”
“예···.”
“걱정 마라. 그간의 고생이 끝나가니. 머지않았다.”
덕창의 현령이 북경으로 압송되고 아직 뒤숭숭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은 늦은 밤 혈개문의 담을 넘는 아홉 명의 인영.
담을 넘기 무섭게 안채로 달려가던 그들의 복면 밖으로 유일하게 드러난 눈매가 찡그려졌다.
“진이다!”
-쿠앙!
말을 마침과 동시에 허공에 검을 휘두르는 인영.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지던 아홉 명의 인영들을 포위하듯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는 무인들.
순식간에 포위되어 검을 뽑고는 사방을 노려보는 괴인들.
“아미타불. 역시나 그의 말이 사실이었구나.”
갑자기 나서는 소림 방장의 모습에 인상을 구긴 괴인이 듣기 싫은 목소리를 뽑아냈다.
“아직 있었던가?”
“어디 그분뿐이겠나?”
반대편에서 나서는 이는 정협맹의 맹주 당일수였다.
“큭! 함정이구나!”
“쯧쯧 함정 같은 소리 하네.”
허공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괴인이 고개를 드니 유유히 허공에 서서는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패신살성이 눈에 들어왔다.
“중원 최고수니 뭐니 떠들던 네놈이 겨우 이런 간사한 함정이나···.”
“개소리. 나 하나 죽이겠다고 숨죽이고 있다가 야밤에 담을 넘는 놈들이 무슨.”
선두의 괴인이 한참 눈을 굴리고는 입을 열었다.
“설마 우리가 올 줄 알고 있었던 거냐?”
“그렇지 않고 이 많은 무인이 몸을 숨기고 있었을까?”
“어찌···.”
“네놈들을 예의주시한 지 오래됐어.”
“뭣!”
아홉의 인영은 눈을 부릅뜨며 연수를 노려보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여는 괴인.
“우, 우리가 누군 줄 알고···.”
“화산의 잔재.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정파의 정기에 똥칠한 세상에서 지워져야 할 인간말종들.”
연수의 말에 괴인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에 이를 악물었다. 선두의 괴인뿐만 아니라 나머지 여덟 명의 괴인들 또한 비슷한 감각에 몸을 가누기가 쉽지 않았다.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될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럴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고, 조금의 빈틈도 만들어 두질 않았다.
그런 사실이 어찌 자신들도 모르게 패신살성에게 알려졌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사실이 강호에 알려지면 화산파는 이제 정말로 끝이었다.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붙일 여력조차 모조리 짓밟히게 될 것이 분명했다.
화산파를 살리고자 인간임을 포기하고 금수만도 못한 선택을 한 그들이었다.
억울하게 강호에서 지워진 문파를 새로 살리기 위해 힘없는 민초를 자그마치 팔만 명이 넘게 죽였다.
단순한 민초가 아니었다. 민초 중에 제일 힘없고, 약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그들만을 찾아 노렸다.
제발 살려달라며 바짓가랑이를 붙드는 그들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죽여 혈정을 흡수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죽였고, 혈정이 쌓일 때마다 화산파의 재림을 생각하며 손속에 정을 두지 않고 괴물의 삶을 살아왔다.
그랬을진대.
어떻게 그 모든 사실을 마치 위에서 내려다본 듯 모두 알고 있단 말인가?
“대체···. 어떻게···.”
“혈정취연공의 대한 비사를 아는 분이 있으니. 그 이후는 추측이 어렵지 않았다, 이 개새끼들아. 아니 개한테 실례구나. 개만도 못한 망종 새끼들.”
부들부들 떨며 어찌할 줄을 모르는 그들을 보며 소림 방장이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그대들의 살행은 부처님께서도 용서하기 힘든 악행이오. 어찌 정파인으로 살아온 그대들이 그런 짓을 한단 말이오?”
“닥쳐! 이 땡중 새끼야! 네가 뭘 알아? 소림이라는 거성에 몸을 숨기고 매번 뒤에서 체면만 차리던 개 같은 땡중이 뭘 안다고 떠드냐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할 줄 아는 것 빼면 아무것도 안 남는 것들이! 하루아침에 사형제들과 사부와 사숙들이 떼죽음 당하는 아픔을 네가 알아? 사파의 손에 모든 가족 같은 사람들이 다 죽었어. 이제 여덟 살 된 사제를! 불에 타 시체조차 온전하지 못한 그를 땅에 묻는 동안 너희가 뭘 했는데? 뭐? 정협맹? 지랄하지 마! 네놈들과 같이 싸우며 씨 몰살을 당했는데, 이제 와 사황성과 손을 잡는다고? 네놈들 문파가 그리되었어도 그런 선택을 하겠느냐고!”
한 괴인의 절규 어린 악담에 소림 방장의 입이 다물어졌다.
“쯧쯧 저런 금수만도 못한 놈들과 말 섞을 필요가 무엇이 있습니까? 네놈들이 어떤 일을 겪었건 네놈들이 한 일을 정당하게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으니 한 줌 혈수로 녹여 조금이나마 그 죗값을 치르게 도와주마. 얌전히 죽거라.”
냉정한 당일수의 말에 방금 절규했던 괴인이 또 한 번 발작하려 했다.
하지만 손을 들어 그 괴인을 막는 선두에 선 괴인.
“한 가지만 묻지. 이 일을 아는 자들은 이 자리에 있는 당신들이 전부인가?”
섬뜩한 살기를 담아 묻는 그의 말에 순간 주변의 무인들은 몸서리가 쳐졌다.
피식 웃으며 땅으로 내려선 연수.
“맞아. 너희가 우리를 모두 죽여 살인 멸구 한다면 그 사실은 절대 강호에 알려질 일이 없겠지. 만약 그렇지 못하면 화산이라는 이름은 영원히 마인들의 악행으로 더럽혀진 채 잊혀질 것이다.”
“혈매화진. 개진.”
선두의 괴인이 말을 마치는 순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괴인들.
그들에게서 짙은 혈향이 퍼져나오며 주변을 잠식해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