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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2화 (2/153)

〈 2화 〉 002. 여보시오, 상제양반!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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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자신은 죽었다.

이건 부처나 상제, 천마가 와도 부정 못 할 사실일 것이다.

강찬은 특히나 자신의 마지막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머리를 박고 죽었는데?’

하나, 지금 그는 살아서 숨을 쉬며 생각이라는 것까지 하고 있다.

이 또한 부처나 상제, 천마가 와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 부드러움, 따뜻함, 온도, 습도, 분위기···. 이건 분명 침상의 이불이랑 베개···.’

강찬의 의식이 점점 선명해졌다.

그는 이제는 반쯤 떴던 눈을 마저 뜨고 천정까지 살피고 있다.

거미줄 하나 없는 천정, 제법 오래된 대들보. 방의 크기도 제법 괜찮았고 관리 역시 잘 되어있다.

그렇기에 강찬은 처음에 이곳이 황궁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수보 조숭 그 미친 새끼가 변덕을 부려 혹시 자신을 살려 놓은 건 아닐까?

하는 작은 희망으로.

‘그 새끼라면 날 살려 놓고도 남을 위인이지.’

하지만 아쉽게도 강찬의 희망은 조각나 버리고 말았다.

“대사형! 탕약 드실 시간이에요!”

방금 문을 열고 들어온 저 말코 때문에!

분명 자신은 어느 도관에도 적을 둔 적이 없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자신을 대사형이라 부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곤 뭐? 실종? 2년이나 실종?

야 임마, 그건 실종이 아니라 도망이지 라는 직설적인 평가를 던져 주고 싶었지만, 강찬은 애써 참아냈다.

아직 모든 것을 완벽히 아는 것이 아니니까.

정보를 조금 더 캐내려 젊은 도사의 말에 몇 번 고개를 까딱이며 맞장구를 쳐줬지만 그닥 영양가 있는 정보는 없다.

그렇게 탕약을 달여다 준 젊은 도사를 내보낸 후 강찬은 서둘러 자신의 몸을 살폈다.

손, 팔, 몸, 다리, 얼굴.

오체를 열심히 쓰다듬어보자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내 몸이 아니다.’

자신을 죽이려던 무인의 가슴을 들이박은 강찬은 다른 이의 몸에서 정신을 차리게 된 것이다.

오늘로 3일째, 강찬은 이제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강찬은 자신을 찾아오던 몇몇 인물과 그들의 차림새 등을 통해 지금 자신의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건··· 환생이나 빙의 같은 건가.’

무림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뤘던 강찬이다. 그는 이미 시중에 많이 유통되는 영웅지, 즉 무협지에서 흔히들 말하던 환생이나 빙의 뭐 그런 걸 한 것이다.

사실 그것들 말고는 지금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도 했다.

‘그리고··· 아마도 도관의 대제자···’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강찬의 머리를 강하게 스치는 다른 무언가.

분명 저 도인들 몇몇은 칼을 찬 채 돌아다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설마······? 무공을 배우는 도관···? 그렇다면···? 구파···?’

아무래도 자신을 도운 건 부처나 천마는 아니고 상제 쪽인 것 같다.

침상에 힘없이 누운 강찬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강찬은 이런 무협지를 많이 접했고 그들의 기사에 대해 훤히 알고 있다.

분명 전번 삶에서 무언가를 이루지 못한 주인공이 다시 살게 되는 이야기···!

“낄낄낄낄.”

강찬은 이미 전생에 대한 미련 따윈 없었다.

바닥 같던 인생이었고 그런 인생을 탈출할 한 줄기 동아줄이 내려왔었다.

그 동아줄을 당연히 꽉 부여잡았고

결국엔 동아줄을 내린 놈과 건곤일척의 승부도 겨뤘다. 물론 지략으로.

결국엔 패배하여 죽음이란 결과를 맞이했지만, 후회는 없다. 딱히 억울한 것도 없고. 자신이 모자라서 진 게 아닌가?

고아에 거지에 흑도굴을 전전하며 강찬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것은 단 두 가지였다.

생존에 대한 욕망과 남 위에 서고 싶은 욕망.

고아와 거지 시절에는 입에 풀칠하기가 하늘에서 별을 따오는 것과 같았고 흑도 시절에는 무시당하지 않으며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다.

또 황궁에서 일할 때는 어땠는가?강찬은 일찍이 그곳을 무림 최대 흑도굴이라 불렀다.

자신의 출신, 배경, 인맥을 토대로 철저히 아랫사람을 짓밟고 위로 올라가며 일신의 안녕과 영달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놈들의 천지!

남의 것을 빼앗아야 자신의 것이 생기고 나의 것을 뺏기지 않아야 지킬 수 있는 무림 최대의 흑도방파!

그곳이 바로 황궁인 것이다.

물론 자신에게는 딱 맞는 곳이었다.

처음 입궁 당시 거짓 신분에 수보의 연줄을 통한 입궁이란 것이 소문이 나버려 관리들이 강찬을 향해 모멸감이 실린 조소를 날려대었다.

강찬은 자신을 향한 무시와 모멸을 잊지 않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이용해 그런 자들을 모조리 갈아버렸다.

그게 강찬이 살아왔던 방식이니까.

만약 강찬이 선량한 백성이었고 정말 억울한, 일방적인 죽임을 당했다면 그도 복수를 꿈꾸며 절치부심하고 조숭의 이름을 뼈에 새겼겠지만, 아쉽게도 강찬은 억울할 것도 선량했던 적도 없다.

그는 그저 지금 다시 주어진 삶을 새로운 신체의 안녕과 영달을 위해 사용할 것이 분명했다.

‘아아, 새로운 몸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삶이라··· 거기다가 여긴 도관··· 이거 분명 무림인이겠군.’

강찬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어 계속 낄낄대며 몸을 꼬아댔다.

이제 새로 시작할 삶에서 성공하면 된다.

남부럽지 않고 무시 받지 않으며 당당하게 살면, 그게 이기는 거다. 라며 강찬은 새로운 삶에 대한 다짐을 이어갔다.

‘그나저나 기대되는군. 여기가 어디일지.’

중원에는 수많은 도관이 있다.

나름 험준함을 자랑하는 산이라면 적당한 규모의 도관을 여럿두는 것이 당연하니까.

하지만, 그런 도관 중에서 무공을 배우는 도관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이렇게 도관을 깨끗이 관리하고 넓은 전각을 보유한 도관은?

여섯 개.

강찬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 도관은 중원을 통틀어 여섯 곳뿐일 거라고.

그 여섯은 당연히

무당, 화산, 종남, 곤륜, 청성, 점창, 공동일 것이고.

하지만 강찬은 종남 이하로는 생각지 않기로 했다. 보통 이런 기사는 상서롭고 도기가 좋은 곳에 생긴다고 하지 않나?

무당이나 화산, 종남까진 인정하는 데 나머진 좀······

뭐, 여하튼, 강찬의 머릿속은 그저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인생을 잘살아볼 생각으로 가득했다.

한창 강찬이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즈음, 복도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드르륵.

육중한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절도있는 보폭의 도사들이 방안으로 들어섰다.

세명.

가운데 선 도인을 위시한 두 명의 중년 도사들이 방안으로 당당히 들어선다.

왼쪽에 서 있던 백발이 적당한 중년 도사가 손을 뻗어 강찬의 맥을 짚어갔다.

“음···,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며칠 전 쓰러진 원인이 내상은 아닌 듯합니다.”

“그럼 왜?”

가운데 선 중년인이 정말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맥을 짚은 도사에게 물었다.

“글쎄요. 그저 원기가 조금 상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오래도록 밖을 떠돌았으니···.”

암, 원기가 많이 상했지.

저기 요단강에 발 담그고 오느라.

강찬은 맥을 짚어가는 도사를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몸을 조금씩 떨었다.

일부러.

강찬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이들은 분명 자신의, 그러니까 이 몸의 스승과 사숙들이 분명했다.

여기가 어딘지는 아직 모르지만.

“후, 다행이구나, 다행이야. 자준, 모두 자네의 빠른 대처 덕분일세.”

“허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렇게 대제자가 살아서 돌아오다니 이 모든 게 사문의 홍복입니다. 허허허.”

낄낄낄.

대제자란다. 대제자!

사문의 홍복!

강찬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저건 분명히.

아파서 떨리는 것이 아니라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떨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예, 사숙.

제가 사문의 홍복이지요.

여기가 어디든 새로 태어난 제가!

사문의 이름을 떨쳐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강찬은 새로 태어난 자신이 속한 곳이 무공을 배우는 도관이라는 것을 알게 된 시점부터 자신의 근맥을 유심히 살펴왔다.

분명 자신은 어렸을 적 근맥이 잘리고 뼈가 분질러져 걷고 쓰는 것이 최선이었던 몸.

하지만 새로 살게 된 몸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튼튼한 팔과 튼실한 다리!

잘 압축된 근질과 빵빵한 골수!

이 모든 것이 갖춰진 그야말로 이전 강찬의 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최고의 신체였다.

그렇기에 강찬은 전번 삶에서 하지 못했던 무림출도에 대한 꿈도 함께 꾸고 있었다.

자신은 무림의 정보를 다루던 자.

그리고 그러한 정보를 모조리 기억하는 능력자.

분명 자신의 기억력은 아무런 변동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 강찬의 머릿속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섭취할 수많은 영약과 얻게 될 신병들로 가득했다.

무공을 익힐 수 없는 몸이란 특성 덕에 읽을 수 있었던 여러 비급들 또한 그의 머릿속에 선명했다.

‘요걸 이렇게 써먹네. 전생에서는 알면 뭐하나 남들 쳐먹는걸 하던 것들인데. 큭큭큭.’

모든 것이 잘 맞물려져 일어나는 기사와 같았다.

아니, 기사란 말로는 이런 기적을 모두 설명하지 못할 테니 강찬은 축복이란 말을 쓰기로 했다.

이런 축복 받은 새 삶 같으니라고!

이런 축복은 혼자 가지면 안 되지.

그래, 스승님! 사숙들! 그리고 사제들아!

내가 그대들의 명예가 되어주마!

크크, 저 영약들과 신병, 그리고 무공을 합쳐서!!!

무당검신!

화산검협!

태극검선!

매화검존!

종남일검!

다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허허, 삼봉 진인 이후 이런 무인이 처음이라고요?

하하, 제 검 끝에서 매화향이 피어난다구요?

에이, 천하공부출종남(天下功夫出終南)이라고요?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어르신들!

강찬은 행복한 상상에 잠겨 사문의 어른들이 이어서 뱉어내는 말들을 미처 듣지 못했다.

“공동의 홍복입니다.”

“예, 공동산에 도기가 다시 내려앉겠군요.”

“허허, 태을무극.”

예, 예 다 좋습니···

잠깐만···

“저··· 사숙, 방금 뭐라고···?”

“태을무극?”

아니 그거 말고 이 말코야.

강찬은 서둘러 고개를 저어댔다.

말로는 토해내기 어려워서.

“공동의 홍복이라 했느니라. 허허허.”

!!!

“그럼··· 설마 여기가?”

“허허, 이상한 것을 묻는구나. 혹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이냐? 여기는 천하도교제일산(天下道教第一山)이라 불리는 공동산이 아니더냐?”

아···아···아···

시발.

잘못 들은 게 아니네?

허허허허허허허.

.

.

.

.

꼬..꼴까닥.

!!!

잔잔한 거품이 일어나는 소리가 조금 들리더니 공동파 대제자의 고개가 뒤로 넘어가 버렸다.

의식도 함께. 저 멀리.

“저···정문아!”

***

강찬은 여러 책을 탐독하며 불교에서 파생된 민간 신앙도 공부한 경험이 있었다.

특히 사후 세계를 중점적으로 설명하던 한 책이 있었는데, 그 서책에 따르면 현생에 죄를 지은 자들은 지옥으로 간다고 한다.

그 지옥은 여러 단계가 있고 어떠한 지옥은 죄인들에게 세상에 다시 없을 쾌락을 선사한다나 뭐라나.

하지만 그런 쾌락만을 준다면 어찌 그곳을 지옥이라 부르겠는가?

쾌락의 끝에는 그 모든 게 부질없던 꿈이었음을 자각시켜 더 큰 고통을 선사한다는 말도 기억해내는 강찬.

지금 강찬은 분명 그 쾌락지옥에 와있는 것이 분명했다.

죽었던 목숨을 되돌려주더니 멀쩡한 몸까지 주고, 신분마저 무파의 대제자로 올려주었다.

거기에 전생에 열심히 모았던 정보와 기억력까지!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쾌락이 있을까?

강찬이 그러한 쾌락에 도취 되어 갈 즈음에 역시나 지옥은 최악의 고통도 함께 던져 주었다.

여기가 공동파란다.

공동파.

낄끼ㄲ킼리킬키.

공동파? 크흡.

고옹도옹파아? 껄껄껄껄!

고오오오오옹도오오오옹파아아아?

시바알?

“시바아ㄹ! 컭!”

정신이 아득히 멀리 나가버렸던 강찬이 우렁찬 욕설과 함께 몸을 일으킨다.

“아니, 이 조까튼 부처 상제 천마 새끼들아! 공동파라니! 으아니, 하필이면 공동파라니! 여보시오 상제양반, 내가 공동파라니!”

강찬의 절규가 서럽게 터져나왔다.

[ 공동파.

구파일방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도가 계열 문파. 위치는 감숙성 평량.

주요절기는 칠상권, 칠살검, 비봉수.

손속이 매섭고 행동에 아집이 강하며 사문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감숙에서 나오질 않기에 중원무림에 영향력이 적다. ]

주요인물 : 없음.

역대고수 : 없음.

감시등급 : 戊

강찬은 기억력을 짜내어 공동파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구파일방에 대한 보고서라기에도 부끄러울 정도의 짤막한 보고.

하지만 저만큼 확실한 보고도 없었다.

실제로 강찬이 금의위 학위사로 일하며 여러 굵직한 사건을 다뤘음에도 공동과 관련된 일은 단 한 개도 없었기에.

이는 비단 공동만의 특징은 아니었다.

구파에서 소림과 개방, 무당과 화산, 종남을 제외한 나머지 문파들.

아, 아미도 빼주자. 거긴 소림이랑 동맹이니까.

그러니까 곤륜, 점창, 청성, 공동. 이렇게 네 개의 문파들은 사실 중원을 지배한다기엔 ‘좀···, 여튼 뭐랄까? 참 별론데··· 기분 안 나쁘게 말할 단어가 생각이 안 나네··· 정말 별론데···’ 라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 곳들이다.

그저 구파일방이라는 허울 아래서 적당한 고수들을 배출하며 적당한 문도 수로 위세만 자랑할 뿐.

“그러니까. 아니, 하다못해 남궁세가나 다른 세가 망나니 공자를 시켜주지······아님 데릴사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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