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7화 (7/153)

〈 7화 〉 007. 칠상권七傷拳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

“괜찮겠습니까?”

조용히 위에서 연무장을 내려다보던 중년의 도인이 말했다.

서대, 그러니까 일대제자들이 기거하며 수련하는 곳의 바로 위는 삼관궁(三官宮).

즉, 원로원이 있는 곳이다.

장로들부터 태상자로들까지 문파의 중심적인 사무를 처리하는 이들이 기거하는 곳이 바로 삼관궁이었다.

지금 그 삼관궁의 마당에서 절벽을 내려다보는 이들은 공동파의 장로이자 율법을 다스리는 구천각(九天閣)의 각주 자산 도인, 그리고 공동의 장문인 자정 도인이었다.

“한 번쯤은 부딪혀야 할 아이들이 아닌가?”

“너무 이르진 않은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혹여 정문이가···”

뒷말을 삼킨 자산이었지만 자정은 뜻을 알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리는 없을 거라 생각하네만. 그렇게 된다 하여도 저 아이의 운명인 것이지.”

“사문의 질서가 어지럽혀질까 두렵습니다. 사형. 지금이라도 말리는 게···”

“이미 순리를 벗어난 일이네. 쏜 살을 잡으려거든 손이 날아 갈게야.”

“······.”

“일을 먼저 다스리지 못한 내 부덕의 소치일세.”

“아닙니다. 사형. 말씀을 거두시지요.”

자정은 말없이 연무장에 자리한 자신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

“준비는 끝났고?”

어느새 새 무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정문이 어깨를 돌려대며 연무장으로 다가섰다.

“도망이라도 가실 줄 알았습니다.”

“내가?”

“2년전에도 그러시지 않았습니까?”

“내가 사문을 떠난 게 너 때문이다?”

“글쎄요, 기억이 안 나신다니···, 모를 일이죠.”

본격적으로 손을 섞기 전 사풍의 수싸움이 시작됐다.

어차피 본인도 모르는 이유, 낭설이나 던져나 보자는 그였다.

“흠, 그럴 수도 있겠지.”

하나, 정문이 반응이 재미가 없다.

아니, 정문은 알고 있다.

이런 의미 없는 심리전 따위, 몸에 쇠붙이가 들어오는 순간 전부 부질없다는 것을.

이미 황궁에서 수없이 겪은 일이 아닌가.

정문은 이런 쓸데없는 수싸움에 기를 쏟지 않는다.

“그래서, 검으로?”

“진검으로 하시죠.”

“사형제간의 비무에 진검은 과합니다!”

진명이 무어라 딴지를 걸어보나 이내 정문의 손짓에 가로 막힌다.

“좋아. 대신 서로 죽이진 말자고.”

“당연한 말을. 그렇게 해드릴 테니 걱정은 마시지요.”

말에 무어라 뼈를 더한 사풍이나 정문은 또 들은 채 만 채다.

사실 지금 정문의 마음은 저런 사풍의 시시한 수싸움보다 이내 곧 벌어질 비무에 온 집중을 쏟은 후이다.

새로운 몸으로 태어나 이미 한 달간 검은 쉼없이 휘둘렀다.

공동의 무공은 물론이요 어설프게 타문파의 검들을 흉내도 내보았다.

물론 대성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머릿속으로 그렸던 그 검로들 만큼은 정문의 머리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이제 그가 갈망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실전이다.

타인의 검로를 읽고 피해 빈틈을 찌르는 그 실전.

물론 생사를 건 실전은 아니나, 비무 역시 무공을 겨루는 실전 중 하나가 아닌가.

특히나 자신이 익숙한 공동의 무공이 첫 상대라는 것은 그에게 분명 큰 이점일 것이다.

자신의 말이 제법 무시를 당하자 사풍이 움직임을 서두른다.

“그럼, 한 수 배우겠습니다.”

한마디를 던지고는 이내 검을 뽑아 기수식을 취하는 진사풍.

정문 역시 같은 기수식으로 화답한다.

두근. 두근.

정문의 가슴이 요동친다.

이제 첫걸음이다.

처음으로 사람에게 무공을 써보는 것이다.

“먼저 와.”

이내 방어세를 취하며 사풍을 불러들이는 정문.

먼저 사풍의 실력을 가늠해보기로 한다.

“흥, 양보는 필요없습니다!”

사풍의 발이 바닥을 찼다.

이내 우레와 같은 소리가 연무장을 메운다.

공동의 진각인 질전보(疾電步)와 함께 그의 신형이 앞으로 쏠렸다.

정문의 팔을 겨누고 들어오는 검.

검을 찌르며 사풍은 망설이지 않았다.

방심도 없다.

그저 확신이 있을 뿐.

자신이 정문에 뒤처지지 않는 무인이라는 확신이.

아쉽게도 정문은 그의 일검을 가볍게 피해냈다.

사풍은 실망하지 않았다.

첫수에 끝날 거라 생각지는 않았다.

그래도 자신의 사형이 아닌가.

그렇다고 살초를 펼칠 생각도 없다.

결국에 자신이 원하는 건 정당히 무공으로 정문을 이기는 것이니까.

아, 물론 살초는 아니어도 몸에 한 줄 칼자국은 남기겠지만.

사풍은 차근히 혼원검의 초식을 펼쳐나갔다.

물론 정문이 이를 읽지 못할 일은 없다.

공동의 제자 중 이대제자만 되어도 혼원검 쯤은 익히니까.

그러나 복마검결의 위대함은 응용에서 나오는 법이다.

소양, 혼원, 천운, 현천, 칠살의 다섯 검법을 어떻게 배합(配合)하는지에 따라 그 위력과 활용도가 달라지는 것이 복마검결이다.

사풍은 자신이 배합한 복마검결의 검로를 차근히 그려갔다.

정문은 그런 검 앞에 속수무책이다.

피하거나 막기만 할 뿐, 아무런 반격을 하지 못한다.

사풍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걸린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내가 일대제자 중 최강이다!’

그즈음, 정문은.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같은, 아니 같다는.

공동의 무인이 어떻게 검로를 펼치나 견식하고 팠던 정문이었으나, 사풍의 검로가 너무나 단순하다.

어쩌면, 단순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정문에게 그의 검로가 너무 빤하고 느릿하게 보인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미 상승의 내공을 몸에 품은 정문에게 일대제자 정도의 움직임은 쉽사리 눈에 읽혔다.

움직임이 눈에 읽히자 그의 검로가 예측이 된다.

무언가 큰 경험을 바란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이것보단 즐겁길 바랐다.

그리고.

정문의 눈에는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사풍의 자만이.

비릿한 미소가.

‘쓰읍.’

정문의 좋지 않은 성정이 꿈틀거린다.

‘이런 걸 보면······, 꼭 밟아주고 싶단 말이지.’

처음 황궁으로 들었을 때, 그러니까 흑도굴에서 막 탈출했을 때.

그에게 가진 것이라곤 기억력이라는 작은 재주 하나뿐이었다.

그마저 정식적인 절차가 아닌 특채로, 수보 조숭에 의해 발탁되었을 뿐.

갑자기 수보의 손에 의해 앉혀진 출신도 알 수 없는 자를 누가 반가워했겠는가?

저마다 그를 깔보며 견제하고 때로는 괴롭히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들이 보여준 것이 바로 저 비릿한 미소.

마치 승리를 만끽하기라도 하듯 입에 걸리는 저 비릿한 미소만 보면 그의 뱃속에서 부아 같은 게 끓어오르기 일쑤였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황궁에서 더는 그에게 비릿한 미소를 지어줄 수 있는 이가 없게 되었다.

모두 그의 손에 죽었으니까.

모함해 쳐죽이고, 사실 때문에 쳐죽이고, 몰래 쳐죽이고.

그렇게 하나, 둘.

자신을 깔보던 비릿한 미소를 그는 모두 지워버렸다.

물론, 마지막에 자신이 죽기 전 보았던 그 수보 조숭의 비릿한 미소를 지우진 못했지만.

그래서.

대충 사제를 상대해주며 이겨 먹으려던 정문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무래도 싹을 한번 밟아줘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방식은 피해야 한다.

여긴 자신의 본진과도 같은 사문.

그리고 밉다곤 하나 저 치도 자신의 가족과 같은 사형제가 아닌가.

‘이럴 때는 씨게 밟아 놓고 뒤에서 눈물 한 번 닦아주면 바로 내 편 되는 거지.’

정문은 마치 동화 속 이야기처럼, 못된 동생을 혼내주고는 감화시켜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재미난 이야기를 떠올렸다.

생각이 거기에 닿을 즈음,

사풍의 검은 어느새 혼원검을 모두 그리고 현천을 지나 칠살검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일곱 줄기의 검기가 가늘게 사풍의 검을 감싼다.

다른 검들에 비해 칠살검은 훨씬 패도적인 검.

정문 역시 칠살검을 펼쳐 사풍의 검을 막아내기로 한다.

정문이 일곱 줄기 기력을 검으로 끌어올렸다.

챙-!

채앵-!

챙-!

몇 번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격렬히 울렸다.

칠살검은 상대와 아무리 실력 차가 크다 해도 쉬이 피할 수 있는 검이 아니다.

그저 막거나, 맞아야 하는 검.

잠시 물러서 숨을 고르던 사풍은 이내 다시금 섬전(閃電)처럼 뛰어들었다.

마치 사냥을 마무리하는 이리와 같은 자세였다.

그러나, 정문의 검은 이번에도 정확하게 사풍의 검을 막아낸다.

- 째앵-!

큰소리가 울리며 서로의 검이 반대로 젖혀졌다.

‘근데, 아까부터 말이야.’

정문의 얼굴에 살짝 의문이 아렸다.

‘왜 여기를 안 때리지?’

정문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사풍의 하복부를 바라봤다.

자신 역시 칠살검을 펼치며 계속해서 드러나는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무인의 몸이야 내력으로 보호되고 있어 제법 강렬한 권법이 아니고야 검로를 펼치는 중 타격을 당해도 큰 피해는 없을 것이다.

당장 큰 권법을 쓰려다 검에 맞을 가능성도 훨씬 크고.

다만, 너무 매력적이다.

저 빈틈이.

정문의 머리에 생각이 스쳤다.

준비가 크게 필요치도 않고, 강력한 권법 하나가.

‘칠상권(七傷拳)’

공동이 자랑하는 내격권(內挌拳)의 일종이자 무림에서도 그 강함으로 위상이 높은 권법.

물론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의 일종인 칠상권을 사형제에게 휘두르기에는 조금 섬뜩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다만, 정문 역시 알고 있었다.

내격권의 일종인 칠상권은 같은 칠상권을 익혀 몸에 칠상기(七傷氣)를 품은 공동의 제자에게는 큰 타격이 없다는 것을.

그저 외공 정도의 타격이 있을 것이라 정문은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끝마쳐지자, 정문은 거침없이 칠상기를 끓어 올렸다.

오른손으로는 칠살검을 펼치며 사풍의 검을 막아내고 이내 드러난 사풍의 복부를 향해 거침없이 왼손의 칠상권 일초를 꽂아 넣었다.

- 빠가가각!

둔탁한 소리가 연무장, 아니 공동산을 가득 채웠다.

후련한 감촉이 정문의 좌수에 퍼진다.

‘아······, 좋다아···!’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이 정문의 전신을 타고 왔다.

무언가를 이렇게 완벽하게 타격해본 것이 얼마 만이던가.

피해도 제법 입힌 것 같···

황홀함에 취해 연신 턱이 하늘을 향하던 정문의 시선이 사풍에게 닿았다.

그리고 이내 정문은 깨달았다.

제법 피해를 입힌 게 아니란 것을.

피해는 아주 확실하게 입혀버렸다.

진사풍의 두 다리가 부들거리며 연신 춤을 춘다.

검은 연무장 바닥에 흩뿌린 지 오래다.

그는 자신의 배를 연신 부여잡고 입으로는 무언가 걸쭉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었다.

“으으으으···”

라던가

“어어어억···”

같은 소리와 함께.

아, 마지막으로

“꺼어억···,꺽”

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자신이 기대한 것보다는 훨씬 빨리 끝났으나 승리한 것은 확실해 보였다.

정문은 얼른 검을 쥔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이제 박수로 맞이해라, 새롭게 태어난 이 대사형 이정문을!’

자신이 그렇게 싫어해 마지않던 비릿한 미소가 정문의 얼굴에 걸린다.

한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연무장, 아니 공동산 전체가 쥐 죽은 것처럼 조용했다.

모두의 시선은 어떻게든 고통을 떨쳐보려 안간힘을 쓰는 진사풍에게 향해 있었다.

‘너무 심했나?’

‘아니, 별로 공력을 많이 담지도 않았는데··· ’

과한 반응에 살짝 억울함도 밀려오는 정문이었다.

진사풍은 무인의 기풍인지, 패기인지 모르겠으나 어떻게든 의식이 날아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연신 연무장을 비틀거리며 액체를 토해내면서도 눈으로는 정문을 향해 온갖 욕설을 뱉어내는 것 같았다.

“··· ··· ··· !?”

무언가 중얼거리는 진사풍의 입.

정문은 살짝 주변을 살핀다.

모두의 입이 땅에 닿아있다.

사제들의 눈은 조금 있으면 연무장 중심까지 다가올 것만 같았다.

“?”

고개를 잠시 갸웃하던 정문에게 사풍이 한 손으로는 배를 움켜쥐고 다른 한 손을 겨우 뻗으며 죽어가는 소리를 토해냈다.

“어······ ”

“어···떻···게···?”

아직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정문.

최대한 얄미운 표정으로 한 번 더 갸웃하자, 사풍이 이내 눈을 힘을 주며 마지막 말을 뱉었다.

“어··· 캐··· 했··· ㄴ ㅜ··· ?”

털썩.

차알싹-!

그렇게 자신이 토해낸 액체 위로 사풍의 몸이 쓰러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