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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8화 (8/153)

〈 8화 〉 008. 어떻게 하신 겁니까?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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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정문의 얼굴.

‘이거 안 좋은데?’

이건 너무 극적이지 못하다.

진사풍은 저렇게 쓰러지면 안 된다.

단 일수에 승부를 끝낸 게 멋지게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정문이 그려왔던 내용과는 너무 멀어지게 된다.

“야···! 야! 진사제! 진사풍!”

정문이 얼른 쓰러진 사풍에게 뛰어들었다.

쓰러진 그의 멱살을 부여잡고 연신 흔들어 대는 정문.

“일어나봐! 얌마!”

정문의 외침에도 사풍의 의식은 아득하다.

짜악!

짝!

“깨라고 인마! 화해하자고!”

쓰러진 사풍을 깨우려 연신 뺨을 갈겨 본다.

사풍은 적당히 정문에게 두들겨 맞은 후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상심에 빠진 그에게 적당한 위로와 가르침의 말을 하나 내린 후 대제자 이정문은 멋지게 퇴장하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허나, 어디 모든 일이 자신의 계획대로 되겠는가.

“저··· 대사형이 지금···?”

“부, 분명히···?”

제자들의 입에서 떨리는 음성이 새어 나온다.

“음.”

무거운 음성으로 짧은 숨을 토하는 위진명.

“확실히. 쓰러진··· 진사제를 폭행하고 있군.”

“살벌해지신 것 같습니다···”

담담한 진명의 표정과 반대로 막내 묵환의 표정은 살짝 공포에 질린 것 같았다.

사풍의 파벌들은 자신의 수장을 때려눕히고 다시금 폭풍 같은 싸대기를 날리는 대사형을 향해 아무런 말을 뱉지 못했다.

“말려야 하지 않을까요?”

당돌한 명화의 음성.

고개를 한번 끄덕인 위진명이 연무장으로 날아들었다.

“사형, 이미 승부가 난 듯하니 그만하시지요.”

무아지경에 빠져 사풍의 뺨을 갈기던 정문의 절규가 드디어 그친다.

“아니, 내가 때리려던 게 아니고···”

“그보다. 수습을 먼저.”

진명이 정문의 말을 끊으며 사풍의 파벌을 향해 눈짓했다.

얼른 거둬 약왕당으로 데려가라는 뜻이다.

일대제자 몇이 눈치를 보더니 쭈뼛거리며 사풍에게 다가섰다.

정문의 눈치를 계속 살피는 그들.

“아니, 뭔 사람을 그런 눈으로··· 진짜 때리려던 게 아니라니까.”

정문이 애써 변명하며 손을 뻗자 사제들이 몸을 움찔한다.

“하.”

정문은 깊은 한숨을 내어 쉬고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그때.

“어떻게 하신 겁니까?”

늘어진 정문의 어깨를 타고 진명이 의문을 표했다.

“뭘? 사형이 사제를 이겨 먹은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승패가 아니라, 방법을 묻는 겁니다.”

“방법?”

“분명 칠살검을 펼치며 칠상권을 쓰신 걸로 보였는데요?”

“그랬지.”

“그러니까요.”

“?”

“?”

정문이 고개를 갸웃하자 진명도 같이 고개를 갸웃 한다.

다른 제자들의 얼굴을 살피는 정문.

그들 역시 진명과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놈들 반응이··· 그래서였나···’

이제야 자신이 사풍을 때려눕히고도 아무런 환호를 얻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다들 정문의 마지막 수에 놀란 것이다.

“흡흡. 뭐, 그렇게들 궁금하다면 내 따로 설명을 해주지.”

정문은 살짝 헛기침하며 잔뜩 배를 내밀고는 손윗사람 같은 몸짓으로 사제들에게 말했다.

“칠살검은 말이다. 패도적인 검인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하복부를 노출 시킨다는 점이지. 그러니 그 노출된 하복부에 적절한 위력의 공격을 가한다면 쉬이 이길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아이들을 모아 놓은 서당의 훈장처럼 일장연설을 풀어내는 정문.

그러나 사제들의 표정에는 아직도 의문이 아린다.

“누가 그걸 모릅니까?”

“응?”

정문의 장황한 풀이에도 진명은 의문이 가시지 않는 듯 물었다.

분명 모든 기억과 상황을 보면 이놈은 내편인 것 같은데 말투가 영 띠껍다.

“칠살검을 펼치며 어떻게 칠상권을 썼냐는 말입니다.”

“어? 그게···, 그러니까···, 잘? 양손으로?”

날카로운 눈빛들이 정문에게 꽂힌다.

개소리 말란 눈빛이다.

“하, 칠살검을 쓰는 동안은 단전에 칠상기가 머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형은 어떻게 칠상기를 뽑아 칠상권을···”

“아, 그거? 그야 두 번째 단저···ㄴ···”

무언가 대답을 하려던 정문이 서둘러 말을 삼켰다.

정문은 칠살검을 쓰며 자연스레 다른 단전의 내기를 뽑아 칠상권을 날렸다.

즉, 단전이 하나면 칠살검과 칠상권 두 개의 무공을 함께 시전 할 수 없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진사풍 놈이 저렇게 아파하는 거군.’

원래 공동의 제자라면 칠상권을 맞아도 큰 타격이 없는 법이다.

같은 칠상기로 보호받고 있으니.

다만, 칠살검을 펼치는 순간만큼은 칠상기가 몸을 보호하지 못하기에 칠상권에 큰 피해를 입고 마는 것이다.

살짝 진사풍이 걱정되는 정문.

‘혹시 죽진 않았겠지···?’

그러다 얼른 자신이 당면한 어려움부터 헤쳐가기로 한다.

우선은 단전이 두 개란 사실은 사제들에게도 비밀이니까.

스승인 자정은 알고 있는 눈치지만.

“그, 뭐냐, 그 미세하게 내력을 둘로 잘 나누면 된다!”

“말 같지 않은 소리 그만하십시오. 말이···”

진명이 무언가 더 물으려 할 때,

“이 무슨 짓들이냐!?”

연무장으로 무거운 음성이 내리꽂혔다.

“장문인을 뵙습니다!”

일대제자들이 일제히 포권하며 몸을 숙였다.

멀리서 사태를 지켜보던 공동파의 장문인 자정이 개입한 것이다.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들 이리 소란을 일으키는 게냐!”

“그, 그게 아니고···, 잠시 비무를···”

누군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변명을 해보려 했으나,

“시끄럽다! 다들 돌아가 자중하거라! 정문이는 나를 따라오고!”

무언가 서두르는 듯한 장문인의 불호령에 제자들은 얼른 해산해버렸다.

물론 정문은 꼼짝 못 한 채 스승에게 잡혀갔다.

***

또르르륵.

서래제일산(西来第一山)이라 불리는 공동산에서도 가장 도기가 서려 있다는 곳이 있으니 취병봉의 바로 아래 위치한 황성각(皇城閣)의 자리가 그곳이다.

황제 헌원씨가 광성자에게 도를 물어 황제문도광성자(黃帝問道廣成子)라는 말이 전해지듯, 한때는 광성자라는 신선이 수도했다 알려진 그 자리는 지금 공동파의 장문인이 기거하는 황성각이 자리 잡고 있다.

불호령으로 제자들을 해산시키고 대제자를 불러들인 장문인 자정 도인은 그를 방으로 데려와 말없이 차를 우릴 뿐이었다.

늘 그를 옆에서 보좌하던 자산 도인 역시 자리를 비워주며 정문과 자정의 독대를 도왔다.

‘독대라···, 영 불편한데···’

정문의 몸을 차지 한 후, 그리고 기억과 정신을 바로 차린 후 스승과 이렇게 독대하는 건 처음이다.

정문의 기억은 모두 이어받았으나 감정은 배제되었기에, 스승과 정문 사이가 어떠한지는 그 역시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차를 우리던 자정이 어렵사리 입을 뗀다.

“방법을 찾은 것이냐?”

!

앞서 폐관을 청했을 때도 방법인란 말이 나왔었다.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지금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스승은 지금 단전이 두 개인 걸 해결할 방법을 찾았냐 묻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알고 지켜봤기에 정문이 함께 시전할 수 없는 두 가지 무공을 시전하고, 사제들에게 해명해야 할 순간이 오자 적절히 끼어들어 그가 해결한 것이다.

그런데, 이거 답하기가 조금 애매하다.

물론 해결은 된 것 같다.

묶었던 단전은 풀렸고 원래라면 골골 대어야 당연한데 몸속에는 내력이 넘쳐나니.

하지만, 방법을 찾은 것은 아니다.

아무런 기억이 없다.

특히 단전에 관한 기억이.

분명 기억을 계승 받지 못한 2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나, 뭐 알 수가 있어야지.

“해결된 것은 확실합니다.”

“해결이 되었다?”

“스승님과 사숙께서 묶어 두셨던 단전이 풀린 것은 확실합니다.”

“헌데 어찌 이리 멀쩡하단 말이냐?”

“또한, 두 개의 단전을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자정 역시 정문이 두 가지 무공을 함께 쓰는 것을 보았다.

그를 통해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으나, 당사자의 입을 통해 확신을 받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저도 모릅니다.”

“모른다?”

“아마 기억을 잃은 2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지 않았을지···”

“허허, 이거 기뻐해야 할지 우려해야 할지 모르겠는고···”

살짝 밝아지려던 스승의 얼굴이 이내 주춤한다.

“걱정할 일이야 있겠습니까? 지금은 내력이 차고 넘칩니다!”

그런 표정을 풀어보려 정문이 애써 밝은 척 팔을 굽혀가며 힘차게 말했다.

그런 정문의 얼굴을 아래 위로 훑더니,

후우우우.

깊은 한숨을 내쉬는 자정.

“아니 근데···”

약간은 피곤한 눈을 한 채 그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넌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

갑자기 그의 말투가 가볍다.

“예?”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정문이 당황한다.

“애들 앞에서 조심하랬지 않느냐···!”

분명 정문의 경솔함을 꾸짖는 말인데 표정에 위엄이 없다.

아니, 투정 부리는 듯한 표정이 확실하다.

“아오, 장문인이고 나발이고 골 깨져서 못 해 먹겠구나.”

“예? 스승님···”

아니, 무슨 장문인이 이리 가벼운 언사를···

뜨문 뜨문 장난기 가득한 스승의 모습들이 스쳐간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진짜, 조심 좀 하거라. 응? 부탁하마.”

“예···, 조심···하겠습니다.”

“내가 진짜 환갑 되기 전에 얼른 너한테 장문인 주고 물러날 테니까 그때까지만 좀···, 응?”

“스승님···, 그런 말씀 마십시오.”

“그러면 더 해란 말이더냐? 그냥 죽이거라. 난 못하니.”

“아니···”

표정을 넘어 이제는 가벼운 몸짓까지 곁들이며 편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자정.

그는 탁상에 머리를 박았다가 천박하게 고개를 들기도 하며 연신 괴로운 표정을 지어댄다.

“여튼, 잘 해결되었으니 다행이구나. 그래도 단전 이야기는 잘 숨기고. 혹시 모르지 않느냐?”

“예··· 그렇지요···.”

“너는 늘 이게 문제니라, 애가 진중해 보이는 데 행동이··· 아이구, 혼자 고민하더니 문파를 뛰쳐 가질 않나··· 들어와서는 또 갑자기 대담해져 무공을 두 개나 뿜뿜···············”

무언가 길고 지루한 잔소리, 신세 한탄이 이어졌으나 의외의 모습에 질색한 정문의 귀에 꽂히진 않았다.

“장문인, 약왕당주께서 오셨습니다.”

쏟아지는 잔소리를 끊듯 보고가 들려오자 이내 자정이 허리를 바로 세운다.

“큽큽큽! 들라 해라!”

“장문인을 뵙습니다.”

약왕당주와 눈빛을 주고받은 자정은 이내 정문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기는 하나, 아직 모두 알지는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구나. 정문은 사태에 관해 깊이 연구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보거라.”

??

어느새 잃었던 무게를 찾는 자정의 목소리.

“예?”

계속되는 변화에 정문이 어느 장단을 맞출지 모르겠다.

“크흡! 그럼 물러가거라.”

“예···에, 스승님.”

정문은 잠에서 덜 깬 듯한 표정으로 서둘러 황석각을 나섰다.

‘뭐 저리 가벼운··· 장문인이 다 있지?’

그래도 저런 모습을 정문 앞에서만 보여주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단전이 두 개라는 비밀을 공유할 정도로 가까운 약왕당주 앞에서도 있는 체를 해대니.

‘얼마나 제자랑 가까우면···’

생각이 여기에 닿자, 정문의 감정이 전해지지 않은 게 아쉽다.

정문이 나간 전각에는 약왕당주 자준과 장문인 자정만이 남았다.

“사형, 정문의 단전이 풀렸다는 게 사실입니까?”

“흠, 그런 것 같네. 내 눈으로도 보았고 자신의 입으로도 확신을 했네.”

“몸은 괜찮습니까?”

“건강해 보이더군. 기도 역시 안정적이었어.”

“어찌했을까요?”

“자신도 모른다더군.”

“흐음···, 혹여 은둔한 신의(神醫)나 남해신니(南海神尼)를 만난 게 아닐까요?”

“글쎄···, 확실한 건 없네. 다만, 정문이가 돌아왔고 문제는 해결되었고, 나는 기쁠 따름이야.”

자정의 얼굴에 미소가 걸린다.

사형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자 이내 표정이 조금 풀리는 자준.

“제가 계속 살피겠습니다.”

“그렇게 해주게. 그나저나, 사풍이 놈은 괜찮던가?”

“괜찮습니다. 아무리 칠살검을 펼치는 중이었어도 단전에는 미세한 칠상기가 자리하니까요.”

“그래, 다행이군. 허허, 이참에 사풍이 녀석도 정신을 좀 차렸으면 좋겠군.”

다른 문파와 달리 공동의 일대제자들은 모두 장문인의 직계제자가 된다.

여타 문파의 경우 각자 사승관계를 맺고 그에 따라 항렬과 위치, 문파 내의 사무가 정해지기 마련이다.

다만, 공동파 특유의 사승 문화는 궤를 달리했다.

이대제자까지는 함께 교육하고 수련시킨다.

그러다 사문의 존장이 바뀌어 항렬이 올라갈 때, 이대제자가 사문에 남을지 속가로 나갈지를 결정한다.

즉, 일대제자가 될 때, 사문에 남을 정도로 성과를 보였다면 남은 모두가 장문인의 직계제자가 된다는 말이다.

이는 누구나 장문인의 후계를 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사문에 남은 이들이 더욱 깊은 관계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가끔.

그러니까 아주 가끔.

지금의 진사풍처럼 대제자 설정에 반감을 가지며 자신이 그 자리를 꿰차고 싶어 하는 제자가 생긴다는 단점 역시 있었다.

자정은 그런 사풍이 안타깝기만 했다.

공동의 사승관계 구조만 아니었다면 오히려 누구보다 정문을 지지해줬을 수도 있는 제자가 사풍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크게 혼났으니, 다시는 정문이에게 덤비지 못할 것입니다.”

“그럴까?”

“······. 사실··· 뒤에 그분이 계시는 한 그렇지는 않겠죠.”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예···. 적절한 때에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요?”

“허허, 도인은 절제하되 통제하지 않는 법. 두고 보세. 뒤에서 누가 바람을 넣든, 우리가 도와주든, 결국엔 모두 저 아이들의 선택이 결과를 불러올 것이야.”

“예, 장문인의 뜻을 따릅니다.”

“허허허, 태을무극.”

나지막한 자정의 도호가 공동산에 조용히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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