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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14화 (14/153)

〈 14화 〉 014. 비무 중 일수에 날아갔다지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

모두의 시선이 열린 문으로 향한다.

그 자리에는 다섯의 노인이 성난 눈을 하며 장로들을 노려보고 있다.

“사···사숙!”

자정이 놀라 몸을 일으키자 모두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숙인다.

“태상장로님을 뵙습니다.”

장로들의 우렁찬 인사에도 노인들의 표정이 영 밝아지지 않는다.

회의실에 난입한 노인들은 공동파의 원로로 태상장로라는 직책을 가진 도인들이었다.

강호에서는 공동오로라는 별호로도 유명했다. 감숙에 대한 공동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나 뭐라나.

노인들의 이름은 차례대로 공준, 공산, 공명, 공환, 공군으로 공준과 공명, 공군은 키가 멀대같이 큰 노인이었고 공산과 공환은 키가 땅딸보 같아 바닥에 붙어 다니는 것과 같았다.

정문이 날카로운 눈으로 그들을 응시했다.

자신이, 아니 이전의 이정문이 사문을 비운동안 어떻게든 대제자의 자리를 갈아치우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는 이들이 저들이 아닌가.

저들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때.

- 우우욱.

정문의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라온다. 마치 토사물을 보거나 흉한 것을 마주했을 때 자연스레 나오는 신체 반응이 정문의 몸에서 나온다.

이전에는 아무리 정문의 기억을 엿보거나 해도 아무런 감정의 전이가 없었던 것이 분명했다. 하나, 지금 저 태상장로라는 공동오로를 보는 순간, 정문은 기억의 저편에서 자신의 신체를 타고 전이해오는 감정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바로 ‘혐오감’.

무공을 익힌 몸으로도 감출 수가 없는 혐오감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이전의 이정문 역시 저들을 싫어했던 것이 분명하다.

“허어, 어쩌다 평량에까지 악적들이 들이닥친단 말인고!”

공명이란 도명을 가진 노인이 노골적인 눈빛과 함께 말했다.

그의 눈빛이 조용히 정문을 향했다.

“이런 사안이 있음에도 공동이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외까 장문인!”

공명은 마치 태상장로들 중 행동대장이라도 되는 듯 노골적인 말들을 쏟아 낸다.

아무리 태상장로라고는 하나, 장문인에게 도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정문의 표정이 꾸겨진다.

“허허, 공명. 자중하시게. 장문인께서도 일을 처리하려 부단히 애를 쓰고 계시지 않는가.”

제일 앞에선 공준이라는 도인이 되려 장문인을 두둔했다.

“허나 사형. 일이 돌아가는 것을 보니 속이 타들어 갑니다!”

“일선에서 물러난 몸들일세. 그저 조언이나 할 뿐이지, 어찌 그리 못나게 구는가.”

얼핏 보면 공준이 공명을 나무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문은 저들이 조언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개입을 정당화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사숙, 안된다는 말씀은 무슨 뜻이신지요?”

자정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어른이 뱉은 말이 있는 데 무시한 채 넘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정문과 일부 제자를 내려보내는 것은 아니 된다는 말씀이지요.”

능구렁이 같은 영감들도 이런 능구렁이 같은 영감들이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평생 일군 공력을 장로 회의 엿듣는 것에나 사용하다니!

“소질이 아둔하여 진의를 알지 못하니, 이유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자정은 자신의 스승의 사제들인 사숙들에게 매우 깍듯했다. 겉으로는.

“대제자라는 자리는 함부로 사문을 비워서 아니 되는 것을 어찌 모르신다는 말씀입니까? 사문의 기둥은 늘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저 새끼가 나가서 공을 세우면 안 된다는 말이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사안이 시급을 다투니 어찌한단 말입니까? 혜안을 들려주십시오.”

자정은 지지 않고 대책이 없으면 닥치라는 말을 최대한 에둘러 표현했다. 예의를 곁들여서.

“태청궁에 속한 일대제자들을 선별해 보내시지요. 평량을 돌보는 일은 본디 태청궁의 일이 아닙니까?”

“들으셨겠지만, 만강대사께서 악적들의 손에 잡혀 있습니다. 혹여 태청궁이 나섰다 일이 커지면 어찌할까 두렵습니다.”

“태청궁에서 소수의 제자들을 뽑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허허, 그래도 대제자인 정문이 가장 믿음직스럽지 않겠습니까?”

고단수들의 기싸움이 벌어졌다.

자정은 얼핏 사숙들의 말에 쩔쩔매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었으나, 돌려서 할 말은 모두 꽂아 넣고 있다.

‘저 양반 생각보다 고단수네.’

정문이 새삼 스승을 다른 눈빛으로 바라본다. 장난기 많고 허점 많은 장문인으로만 봐왔으나 나름 단수가 쎄다.

“허허, 장문인과 이리 말씀을 주고받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군요.”

공준이 시간을 들어 자정을 압박해간다.

공준은 자신이 무작정 떼를 쓰면 자정 역시 함부로 결정을 못 하기에 이 선문답이 끝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밀리는군. 좋지 않은데···’

정문의 표정이 어두워질 무렵.

“태청궁은 안됩니다.”

지원군이 도착했다.

새로운 인물이 혼원루에 등장한 것이다.

태상장로들의 뒤로 중년의 도인, 자명이 모습을 나타냈다.

태청궁을 담당하며 원래라면, 태상장로들이 이리 사문의 일에 개입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사문에서 자정 다음가는 권력을 가진 이가 바로 자명이었다.

태청궁이 워낙 바쁘기에 장로회의에 잘 참석하지 못하는 그였다. 오늘 역시 태청궁이 문을 열었기에 장로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라 모두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더냐?”

노골적인 말을 일삼던 공명 도인이 자명을 노려봤다.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태청궁은 지금 손이 부족합니다. 어떤 제자도 보낼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문의 시선이 자명에게 향한다.

자명 역시 정문을 한번 스치듯 보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 태청궁주! 그 말이 사실이어야 할 것이오!”

차분한 말투를 유지하던 공준이 차차 노성을 담은 말투로 변했다.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보니 자신에게 불리해진다는 것을 잘 아는 것이다.

“사실입니다. 확인해보시지요.”

“인력 관리를 어찌했기에 이리 손이 부족하단 말이오?”

“밀린 사무가 많습니다. 개궁 한 지가 언제인데 한 제자는 약왕당에 몸져누워 나오지도 않고요. 비무 중 일수에 날아갔다지요?”

“······!”

공준의 미간이 좁혀진다. 눈썹이 부르르 떨리더니 이내 한쪽 눈썹이 번뜩하고 올라갔다. 다름 아닌 공준이 진사풍의 조부였기 때문이다.

정문은 웃음을 참느라 죽을 지경이다.

자정이 고단수인 것도 놀라운데 자명은 한 수 더 위다.

사람 속을 아주 박박 긁는 것이 황궁에 있던 시절이면 아주 특별대우하며 모셔갔을 정도다.

“시간이 없습니다, 저 또한 태청궁으로 돌아가야 하고요. 태상장로들께서는 다른 방도가 있으십니까?”

“······.”

“없군요. 그럼, 장문인.”

알게 모르게 공동을 삼분하는 세력이 장문인과 태상장로, 태청궁주다.

여기서 장문인과 태청궁주가 손을 잡아 버리니 태상장로들도 더는 우겨대지 못한다.

“정문은 서둘러 사제들을 모아 평량으로 향하거라. 만강대사의 구출이 우선임을 명심하고. 혹여 그들의 무위가 예상을 웃돌거든 즉시 사문에 기별하여야 할 것이다.”

“일대제자 이정문, 장문인의 명을 받습니다.”

정문은 자리에서 번뜩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고 우렁차게 외쳤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참느라 죽을 지경이다. 자명의 말과 행동이 너무 통쾌했기 때문이다.

장문인의 선언이 있자 혼원루는 서둘러 정리가 되었다. 다들 자신들의 집무실로 돌아가기 바빴다.

정문 역시 혼원루를 나섰다.

앞에는 바쁘다던 자명이 정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혹여 오시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사숙.”

“흥, 태청궁까지 묵환을 보낸 것이 네놈이 아니더냐?”

- 씨익.

정문이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새벽녘 조천문을 나섰던 정문은 태청궁으로 향했다.

태청궁주 자명을 만나기 위해.

태상장로가 곧 폐관을 끝내고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었기에 공동을 삼분하는 또 다른 권력인 자명을 포섭하려 한 것이다.

자명은 태상장로에 대한 감정이 영 좋지 않았다. 자신이 담당하는 태청궁의 인사를 망쳐놓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태청궁은 공동산에서도 가장 바쁘고 가장 어수선한 곳.

그곳에 두는 제자들을 제 손으로 뽑지 못했던 자명이 태상장로들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리가 없다는 것이 정문의 판단이었다.

또한, 태상장로들이 망쳐놓은 인사로 인해 정문을 찾으러 나가는 이들 역시 대부분 태청궁의 제자들이 되었었다.

이는 태청궁의 움직임을 멈추었었고.

정문의 실종이 가장 큰 원인일 수도 있었으나, 만약 태청궁에 진사풍의 파벌을 밀어 넣지만 않았다면 정문을 찾으면서도 태청궁은 충분히 운영할 여력이 되었을 것이다.

정문의 판단은 정확했다.

자명은 공동오로에 대한 반감이 컸고 자정에 대한 견제는 적었다.

아니, 자정과 자신이 대립하는 사이라는 자각조차 없는 듯했다.

자명은 그런 사람이었다.

제 것을 중시하는 경향은 컸으나 제게 맡겨진 일에 대해서는 충실한.

그렇기에 자신의 것이 조금이라도 뺏기거나 침범당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태상장로들과도 태청궁의 인사와 관련된 문제가 없었다면 원만하게 지냈을지도 모른다.

그런 자명에게 정문은 기회를 제시했다.

태상장로의 입지를 밀어낼 기회를.

황궁에서 지내던 시절부터, 정문은 세력의 균형을 이용한 공작을 일삼아왔다.

정적의 정적을 이용해 정적을 친다.

이는 황궁 암투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전술이었다.

“설마 이게 네가 말한 기회는 아니겠지? 이건 저 영감들의 수염조차 태우지 못할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혁혁한 성과가 없다면, 나 역시 너를 돕지 않을 것이다. 명심하거라.”

“예, 사숙.”

“그리고. 사형, 그러니까 네 스승은 이 일에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알고 있겠지?”

“예, 감히 어른들과 대적하는 걸 허락하실 분이 아니지요. 허나, 이미 일선에서 잘 싸우고 계시더군요. 스승님의 새로운 면을 본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 새로운 면?”

자명이 크게 웃는다. 웃음에 내력이 실린 것만 같다.

“네 놈이 능구렁이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더니, 여전하구나!”

“···?”

“멀리 있는 적을 보지 말고 근처의 아군을 먼저 돌아보거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누가 말이고 누가 말을 쥔 손인지 말이다.”

자명은 한마디를 툭 던지고는 태청궁을 향해 내려갔다.

그런 사숙의 등을 바라보는 정문.

마지막 말이 잠시 정문의 귀에 머물렀으나 이내 털어버리고 몸을 움직였다.

***

“진명! 명화! 그리고 묵환!”

정문의 호명에 서둘러 사제들이 모여든다.

“지금부터 일다경을 주겠다. 서둘러 채비를 마쳐라. 평량으로 향한다.”

!!!

“평량이요? 갑자기 무슨···?”

명화가 사형의 말에 반문했다.

“평량에 사파의 악적들이 침범했다. 우리는 그들을 치러간다.”

“사···파요?”

눈이 동그래지는 명화와 묵환.

진명은 반대로 턱을 끌어당기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정문이 시선이 그들을 훑었다.

아직 어린 사제들과 노련한 둘째 사제의 태도 차이가 여실히 느껴진다.

“그래, 산화사괴라는 악적들이 법화사의 만강대사를 인질로 잡고 있다. 우리는 만강대사의 구출과 그들의 토벌을 진행한다. 최대한 신속히, 그리고 조용히 산문을 나설 것이다.”

정문이 최대한 근엄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마치 전투를 지휘하는 장수의 기상으로.

이제 자신이 선택한 사제들과 산문을 나서면 본격적으로 자신의 계획이 시작되는 것이다. 정문 역시 속으로는 긴장했으나,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자신은 대사형이니까.

“······”

“문제있나?”

“저희만 가는 건가요?”

명화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우리 넷이서 간다.”

“······.”

“왜 그러지?”

“아, 아니에요. 조금 떨려서···”

명화의 반응과 같이 묵환 역시 어쩔 줄을 모르는 표정이다.

‘?’

정문이 고개를 갸웃한다.

명문의, 그것도 구파의 일대제자가 사파 토벌을 떨려 한다?

명화는 스물 하고도 셋, 묵환은 갓 스물, 진명은 스물 하고도 여섯이다.

사조가 단명하여 일찍이 일대제자에 오르긴 했으나, 무인으로서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었다.

“긴장들 풀어. 늘 하던 대로만 하면 되니까.”

“하던···대로요?”

이번에도 명화와 묵환의 반응이 이상하다.

사제들이 떨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정문은 대사형답게 이들에게 힘을 주기로 했다.

먼저 긴장을 푼 표정으로 최대한 친근한 태도를 갖춰 주먹을 꽉 쥐고 다시금 외쳤다.

“하던 대로!”

그러나.

“······ 해본 적이··· 없는대요?”

“엉?”

시작부터 엿됐음을 강하게 느낀 정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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