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17화 (17/153)

〈 17화 〉 017. 좋은 재료가 될 것 같단 말이지.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

묵환의 손이 허리춤을 더듬는다.

자신의 검을 찾는 손짓이 분명했다.

하나, 아쉽게도 그의 손짓은 허공에서 흩날릴 뿐이다.

“거, 검이?”

- 스륵.

어느새 각종 악기와 시비들의 소매에서 나온 병기들이 묵환의 목까지 조여왔다.

“사, 사형!”

당황한 묵환과 달리 정문은 차분하다. 조용히 술잔을 다시 들어 올리며 평온함을 유지했다.

“반응이 과하오.”

“적당한 반응이라 생각됩니다만.”

“값은 치른다고 했소.”

“말씀하신 정보는 선불이라.”

잔뜩 아양과 부끄러움으로 채워졌던 설매의 얼굴이 어느새 얼음처럼 차게 식어있다.

마치 기녀의 말투와도 같던 그녀의 어미는 이미 반절이나 잘려나간 뒤다.

“지불 방식이 조금 거친데?”

“목숨값이라. 다른 방도가 없군요.”

“조륜이란 이름이 그리 값이 나가오? 거슬러 주는 것이 퍽 과하오.”

“흑시창의 창두를 그리 부르는 자들은 대게 우리의 적이지요.”

- 씨익.

“그렇다면, 가서 전하시오. 다섯 번째 검을 찾는 이가 있다고.”

!!!

설매의 표정이 다시금 변한다. 조금 더 격정적인 변화다.

“혹여···”

“쉿!”

무언가 물으려는 설매의 말을 정문이 서둘러 낚아챘다. 손가락을 입에 댄 채 입을 다물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대가 생각하는 곳에서 온 사람이 맞소.”

설매의 눈동자가 사방으로 구른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는 빠른 판단이 중요한 법이다.

분명 설매 자신은 황궁에서 온 자냐 물으려했다. 그러자 정문은 한시도 망설이지 않고 긍정을 표했고.

이제는 판단만이 남았다.

황궁에서 조륜, 그러니 흑시창의 창두를 잡으러 온 자인지, 창두와 같은 편인지를 말이다.

“도장을 전부 믿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도박이 될 수도 있구요.”

“내 행적을 모두 알 텐데? 의심할 여지가 있소?”

“공백의 2년은 저희도 추적이 안 된답니다.”

“거기에 답이 있다고 해두지.”

“······.”

정문의 말이 설매의 머리를 흔든다. 자신은 흑시창의 평량 지부장. 다른 정보가 개방과 다른 흑시창 지부에 밀릴지는 몰라도 공동파에 대한 정보만큼은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바로 평량 지부였다.

그런 평량 지부 역시 놓친 것이 바로 정문의 2년이다.

‘만약, 그분이 손을 쓴 것이라면 가능하다.’

설매의 머리에 한 인물이 스쳐갔다.

정확히 그 존재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나 자신들의 수장인 조륜 마저 충성을 다하는 인물, 황궁에서 모든 정보를 주무른다는 그 사람이.

이미 그 사람이 황궁 내의 암투에서 패해 죽음을 맞았다는 것은 설매 역시 알고 있다. 그러나 그자라면, 자신들의 수장마저 믿고 따르는 그분이라면, 무언가 안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말은 전하겠습니다.”

“좋소. 그거면 충분하오. 값도 치른 걸로 보이오만?”

정문의 말처럼, 만약 정문이 진짜 황궁에 계신 그분의 사람이면, 조륜과 정문을 연결해주게 되는 설매의 활약은 흑시창 내에서도 크게 치하받을 것이 분명했다.

“글쎄요. 우선은 말씀을 전한 후가 되어야 알겠지요. 값을 받은 것인지 떼인 것인지는.”

“하하하! 좋소이다. 이건 변복도 역용도 아니오. 내가 공동의 대제자 이정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

“따로 연통하겠습니다.”

“이제 이 병장기들을 조금 치워주시겠소?”

정문이 슬쩍 자신의 목에 겨눠진 검을 밀어내며 말했다.

설매가 얼른 손짓하자 무기를 모두 거둬들인다. 제일 가까이서 묵환을 포위하던 시비는 묵환에게서 슬쩍한 검을 다시 돌려주었다.

“그럼, 다음에 뵙겠소.”

“부디, 좋은 일로 다시 뵙길.”

설매가 악공, 시비들과 방을 나선 후 정문 역시 묵환과 밖으로 나섰다. 이미 혼이 반절쯤 나가버린 묵환은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들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사, 사형. 이게 다 무슨 소립니까? 값은 또 왜 안 치르고요?”

“들었잖아. 값은 이미 치렀다고.”

“······, 사형이 말씀하신 그 이름이 값인가요?”

“녀석, 이럴 때는 또 눈치가 제법이구나. 맞다.”

정문이 새삼스럽다는 눈빛을 보낸다.

반면, 대답을 들은 묵환의 표정이 복잡하다. 자신이 알던 사형은 그저 사람 좋은 사람으로 강호에 관심도, 지식도 없던 사람이 아니었나.

“혼란스럽습니다. 사형은 어떻게 이런 정보와 사람들을 다 알고 계시는지···”

정문이 슬쩍 입을 다문 채 묵환을 바라봤다.

“내가 마지막에 뭐라고 말했지?”

“다음에 뵙겠다고···”

아오, 새삼스럽긴 개뿔.

“아니, 그 전에 인마.”

“···공동의 대제자 이정문임에는 변함이 없다 하셨습니다.”

“그래, 네가 보기에는 아닌 거 같아?”

“그,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그저···”

“2년이란 시간에 대한 기억이 없는 건 사실이야. 다만, 드문드문 사람들의 얼굴과 무언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고. 그 2년간 배웠다고 알고 있으면 돼.”

“기억을 잃어버린 그 2년이요?”

“그래. 강호를 떠돌아다닌 것 같더군.”

“······ 역시 강호를 떠도셨군요.”

“명심해라, 공동 안에서만, 감숙 안에서만. 그렇게 안주하게 된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마는 거야.”

“······.”

정문의 조언에 묵환이 쉬이 답을 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정문의 말은 사문의 운영을 전체적으로 반박하는 말이 아닌가. 공동 안에서만, 감숙 안에서만 자신들의 힘을 키우며 행동하는 문파가 바로 공동파였다.

“왜 대답이 없어?”

“명심하겠습니다.”

억지로 대답을 듣고 나서야 정문이 발을 움직였다. 홍등가와는 반대에 있는 감평상단을 향해.

***

“지재상인을 만나고 오셨다구요?”

날이 밝고서야 상단으로 들어선 정문과 묵환을 명화가 맞이했다.

“응.”

정문은 자신이 다녀온 곳에 대해 가타부타 자세한 설명을 붙이진 않았다. 물론 안에서 있었던 대화도. 묵환 역시 입단속을 시켜놓았기에 말할 걱정은 없었다. 자신들은 그저 지재상인을 찾아 흑시창에서 정보를 사서 온 것이 전부니까.

“상단에서는 별다른 말은 없었고?”

“주로 들은 이야기는 피해 상황입니다. 놈들이 제아무리 몸을 숨기고 있다고는 하나, 필요한 물품의 조달은 역시나 약탈로 해결했다고 하더군요.”

정문의 물음에 벽에 몸을 기댄 진명이 답했다. 다행스럽게도 진명은 정문이 기대한 만큼 유능한 사제였다.

“그게 전부?”

“피해가 일어난 곳을 주변으로 산화사괴가 숨어있을 만한 곳을 추려봤습니다.”

“오.”

정문이 제법이라는 표정으로 진명을 바라본다. 진명이 살짝 우쭐하는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냉정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낙호산(落虎山). 평량의 서북 방향에 있는 낙호산을 중심으로 관도를 지나는 상인, 민가 들이 약탈을 당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낙호산. 낙호산에 숨어있다는 게 결론입니다.”

“좋아.”

정문이 턱을 쓰다듬으며 최대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댄다. 진명의 추론과 분석력이 퍽 마음에 드는 것이다.

“한데 이상하지 않나요?”

진명의 완벽한 발표에 명화가 끼어든다.

“뭐가 말이지?”

“산화사괴는 정문 사형의 예상대로라면 쫓기는 중이잖아요? 어째서 계속 남하하질 않고 평량에 이리 오래 머물까요? 인질까지 잡아가면서요.”

“흠···. 글쎄··· 그것까진 나도 모르겠군.”

진명의 고개가 바닥을 향한다. 그것까지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그들이 평량에 머무는 목적을 모른다면··· 쉬이 접근하는 것이 상책은 아니라고 봐요.”

“그건 내가 답해주지.”

이제야. 정문이 나선다.

“우선은 저들이 무엇에 쫓기는지부터 알아야 해. 다행히 지재상인이 잘 정리를 해뒀더군.”

“그런 것까지요?”

“그 이상을 해야 진정한 지재상인이지.”

신기하다는 명화의 말에 정문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우선, 내 예상대로 놈들은 신강에서 쫓겨난 것이 맞아. 아직 자세히는 모르지만 새로운 세력이 신강을 장악했고, 저들은 반기를 들다 쫓겨났다더군.”

“그리고 북감숙에서도 쫓기고요?”

“맞아. 다만, 북감숙 정파인들은 워낙에 수가 적기에 그리 큰 위험은 아니었을 거라는 게 지재상인의 의견이야.”

“지재상인이 의견도 덧붙이나요?”

“정보에 지장이 가지 않는 정도는.”

“흐음.”

명화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정문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렇다면, 새로운 세력이라는 녀석들이 중원 무림에까지 추격조를 보냈다는 말이 되겠군요.”

“그 점에 대해서도. 자세히는 모르나, 산화사괴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같더군. 아무래도 놈들에 대한 공포가 꽤 있는 것 같아.”

“흥, 우리 공동은 안 무서운가 보죠!?”

명화의 투정에 진명이 픽. 하고 웃었다. 반대로, 정문은 표정이 이내 조금 진중해졌다.

“그게 말이지. 제일 화가 나는 부분이거든.”

정문의 턱 근육이 살짝 울퉁하게 튀어나온 것이 이를 꽉 깨문 것 같다.

“이놈들이 계속 남하하지 않은 이유. 평량에 머문 이유. 그리고 만강대사를 인질로 잡은 이유가 하나로 통한다는 말이지.”

“······?”

정문을 제외한 셋 모두가 고개를 연신 갸웃거린다. 도통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지재상인의 예상입니까?”

진명이 날카롭게 묻는다. 그 역시 짐작하는 바가 있어보였다.

“뭐, 노골적으로 적혀있진 않지만, 결국에는 같은 말이지.”

“뭐에요? 얼른 말해줘요! 난 하나도 모르겠어요!”

“섬서로 내려가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라는군.”

!!

- 빠직!

정문이 입이 닫히자 이내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진명의 옆에 놓인 나무 기둥이 제법 깊게 파여있다.

“이런 미친 쓰레기 사파 놈들이!”

연이어 묵환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 뭐, 당연한 결과다.

공동은 원래 사파인들에게 거칠기로 유명한 곳이니까.

“그러니까···, 섬서의 종남이나 화산은 무섭고, 공동은 한번 해볼 만하다?”

명화의 되짚음에 정문이 고개를 절로 돌린다.

“아마 놈들은 만강대사가 찾아왔을 때 쾌재를 불렀을 거야. 특히 그가 법화사 주지의 사제란걸 알았을 때는 더욱.”

“아무리··· 인질이 있다곤 해도 공동이 그들의 정착을 인정할 거란 오만은···”

진명의 말이 떨린다. 이미 온몸에는 분노가 가득하다.

“놈들의 계략은 우선 일부 맞아떨어졌어. 태청궁이나 복마대가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것만 해도 그들의 계략은 성공이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죠?”

“놈들은 다행히 평량에 정착한다거나 하는 협상을 하려는 게 아니야. 그저, 거창한 추격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놈들이 섬서로 향할 때. 화산과 종남이 이를 알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겠지.”

!!

“그게 무슨···?”

“간단한 거야. 공동이 태청궁과 복마대를 움직인다면 다른 구파 역시 이내 움직임을 감지하겠지. 다만, 이번처럼 소수가 움직인다면 알아내려 하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있을까?”

“······.”

“또, 만약 일부의 토벌대가 자신들을 찾아왔다 쳐도. 조용히 인질을 줄 테니 자신들을 보내달라고만 하면 그만인 거니까.”

“그 후의 추격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나 보군요? 그 뒤 화산과 종남에 그들의 행적을 보내면 그만일 텐데요.”

- 픽.

진명이 제법 날카롭다 스스로 생각한 질문에 정문이 실소를 날린다.

“공동이 놓친 악적을, 그것도 감숙을 제 집처럼 횡단한 악적을 놓쳤으니 종남과 화산이 잡아 주십쇼. 하고 연통을 넣으란 말이지? 너라면 보낼 것 같아?”

“······.”

당연히 보낸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진명이었으나, 자신 역시 자신이 없었다. 사문의 명예에 먹칠하며 협의를 행하는 것이 생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외통수야. 외통수.”

정문의 말에 다들 근심이 얼굴에 아린다.

정문을 제외하고.

단지 화산과 종남에 비해 공동을 가벼이 봤다는 말에는 조금 표정이 일그러진 그였으나, 다른 사항들을 살펴봄에는 전혀 어두운 표정이 보이질 않았다.

‘외통수지. 외통수야. 물론 내가 없었다면.’

정문이 속으로 슬쩍 웃었다.

이미 정문은 그들의 무공 수위와 특기에 대한 파악이 끝나있었다. 흑시창의 정보는 모자랄지언정 틀리지는 않는다.

자신의 무공과 내공, 그리고 단전이 두 개라는 특성을 생각하면 정문 혼자 그들을 제압하고 만강대사를 구출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란 계산이 선 이후였다.

다만, 정문은 지금 이 기회를 그저 간단히 자신의 공을 세우는 것으로 날려버리고 싶진 않았다.

정문의 시선이 사제들을 향한다.

우선은 진명, 그리고 명화. 마지막으로 묵환까지.

자신이 없는 동안에도 자신을 지지하며 끝까지 버텨주던 사제들이 함께 있다.

‘좋은 재료가 될 것 같단 말이지.’

이번에는 속으로 숨기지 못한 야릇한 미소가 정문의 얼굴로 새어 나온다. 무언가 섬뜩한 기분이 드는 사제들이었으나 차마 왜 그러냐 말을 꺼내진 못했다.

“우선은 놈들을 만난 후 결정하도록 하자. 깨부술지, 협상을 해보든지. 글로만 보기에는 현실은 다르잖아?”

“맞습니다. 우선은 조심스레 접근해보도록 하죠.”

“좋아요. 까짓거. 결국에 무인은 칼로 말하는 거죠!”

“히, 힘냅시다!”

저마다 기합을 잔뜩 넣으며 다가올 적과의 조우를 대비했다.

“좋아, 해가 지거든 낙호산으로 향한다. 다들 준비를 단단히 하도록.”

“예! 사형!”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