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20화 (20/153)

〈 20화 〉 020. 놈들이 아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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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이라고요?”

“그래.”

보통 이럴 때는 싸우라는 지시가 맞지 않냐는 의문이 진명의 머리를 스친다.

“저흰 도산데요? 정파인이고··· 진짜 죽여요?”

명화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질문을 던진다.

“음, 그건 좀 그렇네. 그럼 너넨 그냥 제압해.”

“넵!”

정신 나간 대화가 산화사괴의 면전에서 오간다.

“저놈들··· 미친 게 아닐까요?”

“놈들이 아니다. 저놈이 미친 거다.”

“확실히···”

정확히 누구라는 말이 없었지만, 재군은 '놈'이 누구인지 단박에 이해했다.

사재군과 조진당이 조심히 상황을 살핀다. 저 도인들의 태도가 허장성세인지 실제로 자신들과 생사결을 벌이려는 각오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

“흥! 난 안 하겠습니다. 애초에 감시하러 온 거지 도우러 온 게 아니오!”

진사풍이 팔짱을 끼며 살짝 몸을 옆으로 튼다. 미행하는 사실을 들켰다곤 해도 이들이 공을 세우는 것에 손을 보태기 싫은 것이다.

“그래? 우리 사풍이 생각이 그렇단 말이지···”

정문의 시선이 산화사괴에게 닿는다.

“너네는 어때?”

정문과 눈이 마주치는 진당.

진당은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 젊은 도사가 저리 여유롭게 일을 크게 만드는 이유를.

자신감.

자신이 홀로 나서도 산화사괴 모두를 제압할 자신이 저 사내에게는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몸 끝에서부터 올라오던 소름을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진당이다.

“그대는··· 도장은 참전하지 않는 것이오?”

!!

진당의 입에서 패배를 시인하는 말이 튀어나온다. 진남, 재군, 욱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형님! 그게 무슨! 저런 어린놈의 말에 휘둘릴 필요가 없습니다. 모두 쓸어버리시죠!”

진당의 눈이 감긴다.

그래, 이게 이놈들의 한계지.

아직 자신의 동생들은 사람을 보는 눈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자신이 필요한 것이고.

만약 자신이 없었다면 이곳까지 도망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닥치거라. 저 도장이 검을 뽑는 순간··· 모두의 목이 달아날 것이다.”

!!!!

“호오? 제법 눈치가 빠른 놈이 있었네. 이번 일··· 모두 네놈 머리에서 나온 거구나?”

정문이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쭉 내밀며 진당을 살핀다.

“그렇소. 다시 묻겠소. 도장께서는 참전하시지 않는 것이오? 또한, 우리가 저들을 죽인 후에도! 도장께서 우리에게 수를 쓰지 않으신다 약속하실 수 있소이까?”

“만약 못한다면?”

“항복하겠소.”

진당의 시선이 진명과 명화, 묵환에게 닿는다. 저들은 비록 저 젊은 도인과 함께하고 있으나 사태에 휘둘리기만 하는 이들이다.

또한, 죽이지 않으려는 의도 또한 뻔히 보이는 이들이다.

자신이 예상했던 명문 정파의 일대제자의 모습은 저들의 모습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죽이진 않겠다던데.”

진당이 자신만만하게 한마디 더 뱉었다.

만약 자신들이 항복한다면, 대적하지 않는다면. 분명 나머지 도인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앗아 가진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쯧. 잔머리를.”

“어떻게 하시겠소?”

“좋아. 네놈들이 우리 애들 다 죽이면 놓아 준다.”

!!!

“사형!”

세 명의 도인이 동시에 목구멍을 울렸다.

섭섭함과 당혹감이 동시에 뿜어졌다.

“이기면 되잖아! 이기면!”

너무 맞는 말이 정문의 입에서 나온다.

“너네는 이번 일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 내가 아직 안 돌아왔으면. 내가 아직 약했으면. 이번 일은 어떻게 되었을 것 같냐?”

정문의 말이 사제들을 혼내듯 내리친다.

맞는 말이다.

정문이 대문을 박차며, 순식간에 적들을 날려버렸다. 그리고는 전각으로 들어가 만강대사를 들쳐메고 뛰쳐나왔다.

여기까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어쩌면, 동태를 살피다 먼저 발각되어 작전이 모두 무로 돌아갔을 수도 있다.

어쩌면, 야심 차게 준비해 작전을 감행해도 무위가 부족해 죽음을 맞았을 수도 있다.

지금 여기서 자신들이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모든 요인은 대사형 정문이 준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내가 없었다고 생각하고 해보자고. 강호에서 협행을 쌓는 것도 실전 수련의 일부잖아? 이게 실전이야, 실전!”

“······.”

사제들은 감히 대답하지 못한다.

“도장의 약속을 믿어도 되겠소이까?”

진당이 다시금 정문의 확답을 기다린다.

아니, 저건 확답이 아닌, 무언가 자신을 확신시킬 무언가를 달라는 뜻이다.

“요놈 보게. 믿을 수 있는 장치를 달라는 거냐?”

씨익.

“그렇소이다.”

정문이 자신들을 이용해 무언가 하려는 것이 분명한 상황이었다.

특히나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저 도사들을 상대해 주길 바라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렇다면, 적어도.

일말의 승기가 자신들에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저 도사는 자신이 획책하는 일을 위해 우리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단 게 진당의 예측이었다.

‘최대한 이득을 끌어낸다!’

“없어.”

“예?”

“없다고. 믿게 만들 방법. 그런 건 믿음으로 가는 거지.”

“그, 그러면! 우린 싸울 수 없소이다.”

참.

사파다운 기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 그러면 죽든가.”

진당의 으름장에 정문의 심기가 심히 불편해졌다.

무릎을 굽힌 채 잔뜩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정문이 슬쩍 몸을 일으킨다.

그와 동시에.

정문의 몸 주변으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 빠박. 딱.

전각의 기와가 조금씩 떨려간다.

- 위이이잉.

온몸에 경력이 아리며 정문이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었다.

정문의 머리칼이 공중으로 들리며 무언가 짙은 기운이 낙호산장 전체에 가라앉았다.

“꼭 있지. 너 같은 놈들이 말이야. 조금만 말을 섞어주면 동등한 조건인 줄 아는 놈들 말이야.”

여러 줄기의 기운이 정문의 다리를 타고 온몸을 감싼다.

무언가 준비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 휘익.

소매를 휘날리며 손을 펼치는 정문.

그의 손으로 온몸을 감싸던 기운이 갈무리된다.

눈에 보일 정도로 내력이 형체를 이룬다.

- 위이잉.

‘저걸 맞으면 죽는다.’

식은땀이 진당의 이마를 타고 흐른다.

‘저건 확실히 죽는다.’

오랜 세월 뒷골목을 전전하며 일신의 안녕과 영달을 위해 살아온 진당은 필연적으로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진남과 재군, 욱수 역시 저 도사의 손에 아린 내력이 일장에 자신들을 쳐 죽이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챘다. 그들 역시 진당과 함께 뒷골목에서 살아온 자들이었으니까.

진당의 시선이 정문의 오른손에서 떠나질 않는다. 언제 자신에게 날아올지 모르는 저 거대한 내력이 실린 오른손에서.

“자, 잠시만! 하겠소! 하겠소이다!”

“못 믿겠다며?”

“그, 그런 건! 믿음으로 가는 거지요!”

“정말?”

“그렇소이다. 책임지고 저들을 죽이겠소!”

“열심히 안 할 거 같은데?”

“진심이오! 정말 최선을 다해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리겠소!”

“믿는다?”

“옙!”

참으로 굴욕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고창에서 만났던 그 괴물 같던 놈들에게도 이렇게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았던 진당이다.

물론, 그들과는 마주치기도 전에 도망쳤지만.

“대형···, 이렇게까지···”

“아가리들 닥치시게. 저 손을 못 보았는가? 누가 저 일장(一掌)을 맞고 살아날 수 있겠는가? 재군? 욱수?”

“······.”

“최선을 다해 죽여라. 진심이다.”

“······예.”

어깨가 축 처진 채 산화사괴가 결의를 다진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빠지겠소.”

진사풍이 팔짱에서 한 손을 뺀 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마치 발표하는 학생의 모습이다.

“우리 사풍이···. 자꾸 삐딱선 타면, 또 칠상권 맞는다?”

“그땐 방심해서! 이···”

이를 꽉 깨무는 진사풍.

이제 더는 말로 저 사형 놈을 이길 수가 없다.

“자자. 산화사괴. 집중!”

“집중!”

어느새 정문의 말에 복명복창까지 하는 산화사괴.

“저기 저놈. 보이냐?”

정문이 손을 살짝 빼서 사풍을 가리켰다.

“옙!”

“자, 조진당, 네놈 할당이야. 네가 쟤를 조진다.”

!!

“저 도사···분 말씀이십니까?”

“그래. 저 뺀질이. 넌 쟤를 목숨 걸고 죽여야 해. 알겠지? 조금만 주춤거려도 넌 죽어. 아주 고통스럽게.”

“옙!”

“사형! 난 안 하겠다···”

“됐고.”

“어이, 쌍도.”

정문이 산화사괴의 둘째, 산화혈도(散花血刀) 조진남을 부른다. 조진남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지금의 굴욕적인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물론 자신도 봉사가 아니니 정문이 보여준 무위와 조금 전의 협박을 잘 보았다.

자신에게도 충분히 위협이 되었고.

허나, 조진당, 그러니까 자신들의 첫째이자 자신의 친형인 산화혈검(散花血劍)의 저 태도는 조금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천하의 산화사웅이···’

산화사웅이라 칭하며 신강에서 온갖 행패를 부려왔던 그들이지만, 이렇게까지 강한 고수를 만난 적은 없던 그들이다.

신강이라는 곳이 무인들의 왕래가 잦은 곳도 아니며 세력이 확실히 자리 잡은 곳 역시 아니다.

그저 먼저 칼뽑고 덤벼드는 놈이 장땡인 무법지대가 그곳이 아닌가.

그런 곳에 구파일방의 절대고수가 방문한다거나, 오대세가의 주축이 칼춤을 추는 일은 역사적으로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고창 지역에서 앞서 말한 그 괴물 같은 놈들을 만났다.

멀리서 보았지만, 필연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일초반식(一招半式)도 받아내지 못할 것이란 것을.

자괴감이 밀려왔다.

그래도 그들이 괴물 같은 거지 자신이 약한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북감숙의 정파인들에게 쫓길 때도 그들의 목을 차례로 베며 도망친 게 그들이 아닌가.

고창에서의 만남, 그리고 지금.

연속된 굴욕이 계속되자 진남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왜 부르시오?”

“너는 저놈을 맡아.”

정문이 진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 꼭 저자만 죽여야 하는 것이오?”

“응?”

“저기 있는 넷. 모두. 갈기갈기 찢어 죽여주겠소. 후회하지 마시오.”

진남이 이를 꽉 깨물며 정문을 매섭게 노려봤다. 눈에는 살기가 아렸다.

기회가 된다면 너도!

라는 말이 차고 올랐으나, 아직 뱉을 정도의 악은 차지 않은 모양이다.

“오. 자세가 좋아. 그렇게 해.”

“······.”

“그리고 거기 쌍륜!”

“옙!”

이미 정문의 내력을 두 눈으로 목격한 재군은 얼른 정문의 부름에 답했다.

“넌 저 여자. 여자라고 봐주면 안 돼. 알지?”

“옙! 확실하게 죽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돼지! 넌 저기 까만 덩어리를 맡는다. 알겠나?”

“···예.”

잔뜩 살이 낀 무인 욱수가 마지못해 답했다. 이미 자신의 형제들이 모두 포기한 마당에 자신 혼자 자존심을 세울 인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형, 사제들을 죽이라니 너무 한 것 아닌가요?”

명화는 죽이라는 말이 자신들에게 저 사파인들을 무찌르라는 의미로만 받아들였었다.

하나, 지금 정문의 태도를 보니 사파인들이 최선을 다해 자신들을 죽이게 하려는 모습이 아닌가.

“실전 때문입니까?”

진명이 날카롭게 물었다.

이 정도의 판단은 가능한 놈이 진명이다.

“잘 아네.”

“과하군요.”

“그래야 실전이지. 자신 없어?”

“뭐, 사형이 없었다면 이라는 말에는 동감을 합니다.”

진명은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하고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런 그의 책임감과 냉철함이 단박에 상황을 이해한 것이다.

“결국에는 검을 섞었어야 할 일.”

- 채앵!

진명이 검을 뽑아 든다.

“판이야 누가 깔았든 저들을 제압해야 하는 것은 변치 않겠죠.”

“그래. 우리 진명이. 그게 정답이야.”

“하나만 묻겠습니다.”

“응?”

“왜···, 왜 제가 둘째입니까?”

“응? 그거야 네가 나보다 못···”

정문은 그저 자신이 둘째 제자인 이유를 묻는다 생각하다 이내 진명의 저의를 파악했다.

왜 자신이 산화혈검 조진당의 상대가 아닌 조진남을 맡으라는 뜻인지를.

“우리 진명이. 몰라서 물어?”

“객관적인 판단입니까?”

“아직은.”

정문은 이미 사풍과 진명 모두와 검을 섞은 전적이 있다.

비록 비무와 대련이었지만, 그들보다 몇 수는 앞서는 정문이라면 정확히 둘의 우위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 진명은 여긴 것이다.

“이제 곧!"

검을 쥔 진명의 눈빛이 깊어졌다.

"바뀔 겁니다.”

다른 사제들 같으면 자신이 첫째를 맡겠다고 우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진명은 그런 사내가 아니었다.

이유가 있는지, 이유가 확실한 것인지를 파악한 그는 묵묵히 결과를 받아들였다.

‘정직하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정문.

섭섭하면 따지기라도 할 텐데, 저놈은 우선 그 이유를 자신에게서 늘 찾는다.

‘올곧아, 아아아주 올곧아.’

진명의 저런 태도는 정문도 학이 떼인다.

“명화! 묵환! 준비해라. 변하는 건 없다. 저들을 제압한다. 그리고. 공동으로 돌아간다. 알겠나?”

“옙! 사형!”

“사풍이도 대답해야지?”

잔뜩 결의를 다지는 가운데 정문이 말을 거든다.

“안 한다고 했···”

- 쉬쉭!

-

잔뜩 토라진 사풍의 면전에 칼날이 날아든다.

당연하게도 진당이 그 검을 쥐고 있었다.

다행히도 사풍은 재빨리 몸을 틀어 검을 피해냈다.

“이런 건방진 사파 놈이···”

사풍의 눈이 드디어 싸울 준비를 마친다.

“일단 합공은 금지야. 대신 한 놈을 해치우면 그다음에 합류하는 건 허락하지.”

“진남! 재군! 욱수! 앞에 놈을 치우면 즉시 합류한다. 알겠나?”

“옛! 대형!”

“명화! 묵환! ···그리고 사풍! 최대한 버텨라. 내가 간다.”

“옙! 사형!”

“아니, 안 한다고··· 이런 씨···!”

정문의 계획이 이제야 시작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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