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22화 (22/153)

〈 22화 〉 022. 한 번 죽어야겠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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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정문의 입이 떡 하고 벌어진다.

묵환의 승리에 놀란 것은 아니다.

묵환이 검을 버리기만 한다면, 공동 내에서도 손에 꼽힐 고수로 올라설 것이란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저 활용방식과 파괴력!

당장에 저게 바로 나오다니!

‘여우 같은 곰이란 말이 딱 맞는군.’

묵환 역시 권장술을 따로 수련해온 것이 분명했다.

저런 응용과 파괴력은 단순히 무공을 익히고 있다 펼치는 순간 나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툭.

묵환의 몸이 땅에 쓰러진다.

“명화!”

“예, 사형!”

운기하던 명화가 어느새 묵환에게 다가선다.

“멀쩡합니다!”

“멀쩡···?”

“외상만 조금 있고 아무 탈 없어요!”

하하.

이민족 신체의 강인함이란.

“이제 둘만 남았군.”

정문의 말처럼.

이제 마당에는 헌헌한 외모의 도사 두 명과 험악한 외모의 사파인 둘만이 남아있다.

‘재군과 욱수가 벌써?’

산화혈도 조진남의 얼굴에 조급함이 자리했다.

남은 이는 자신과 자신의 형 조진당 둘뿐.

자신이 서둘러 앞의 도인을 처리한 후 형을 도와 나머지 도사를 죽여야 완벽해지는 것이다.

진남이 쌍도를 틀어쥔다.

“어림없다!”

강맹한 검영이 진남을 노려온다.

- 챙! 채앵!

“하나만 묻자.”

“유언 정도는 들어 주겠소.”

“너 도사 맞냐?”

진남의 도발에 진명의 표정이 구겨졌다.

“헛짓거리를!”

“뒷골목을 전전하다 보면 여러 검식을 보게 되지. 특히나 잔혹하고 무자비한 검식을. 네놈의 검은 딱 그런 검이구나.”

!

진남의 말에 진명이 발끈한다.

“닥치시오!”

진명이 검을 다시금 고쳐 잡았다.

현천검(玄天劍)의 패도적인 초식이 진남의 어깨를 노리고 들어갔다.

- 챙!

우수에 쥔 도로 검을 쳐낸 진남의 좌수에 들린 도가 진명의 목으로 향한다.

- 깡!

얼른 검을 틀어 쳐내는 진명.

그틈에 진남은 다섯 보 정도를 물러설 수 있었다.

‘역시나.’

진남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걸린다.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딱 그런 검식을 휘두르던 놈들은.”

진남이 쌍도를 교차시키며 아래위로 들어 올린다.

“모두 죽었지.”

무릎을 잔뜩 굽힌 채 자세를 잡는다.

진명에게 들어오라는 뜻이다.

“누가 겁낼 줄 아시오!”

진명이 땅을 박찬다.

- 쯧!

이를 지켜보는 정문의 입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다.

‘올곧아, 오오올곧아.’

정문은 진명의 방식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보인다.

혼원검과 소양검, 현천검을 적절히 배합한 복마검결이 진남을 덮친다.

복부, 가슴, 어깨, 그리고 다리!

한 치라도 검이 들어간다면 전투 불능에 빠지게 될 패도적인 검식이 펼쳐진다.

“미련해.”

정문의 입에서 토해지는 평가.

그와 동시에.

- 깡!

연이어.

- 푸슉!

다리와 복부를 허공에서 베어낸 진명의 검이 어깨로 향하는 순간.

진남의 도가 진명의 검을 쳐냈다.

다른 하나의 도는 진명의 옆구리를 베어냈고.

“얇았나? 운이 좋군.”

섬뜩한 박도의 날을 타고 진명의 피가 흘러내린다.

진남은 승리를 확신한다.

“큭.”

손으로 옆구리를 부여잡는 진명.

진명의 눈에 망설임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이 당한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저··· 멍청한···!”

정문이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어대며 가슴을 연신 때려댄다.

이제는 공수가 바뀌었다.

진명은 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이 없고, 진남은 서두르기 시작한다.

- 챙! 챙! 캉! 캉!

진남의 도법이 연속해서 진명의 좌우를 강타했다.

별다른 초식이라 부를 것도 없는 난도질이었다.

“하하하! 이게 진정한 뒷골목식 광풍참절도법(狂風斬絶刀法)이란 것이다!”

광풍참절도법이라 직접 이름 지은 난도질이 진남의 양손에서 펼쳐져 나온다.

겨우.

말 그대로 겨우 공격을 막아내는 진명.

- 탓.

진남이 조금 뒤로 물러선다.

숨을 고르려는 것이다.

진명도 숨을 고르며 자세를 고쳐 잡는다.

다시금 몰아칠 도법을 막아낼 준비를 마친 진명.

“간다앗!”

내기를 머금은 진남의 쌍도가 진명을 감싸온다.

진남은 양팔을 교차시켜 크게 반원을 그리려 했다.

‘온다!’

검기를 갈무리하는 진명.

조금 전처럼 패도적인 도풍이 몰아칠 것이라 진명은 생각했다.

- 탓!

진남의 쌍도가 진명의 목을 노려오는 순간.

- 쉬슈욱!

수평으로 가르던 쌍도의 투로가 수직으로 바뀐다. 아니, 조금은 어색하게 대각선일지도 모르겠다.

‘팔?’

목을 지키려 검을 세워 든 진명은 이를 막을 방도가 없어 보였다.

- 쾅!

하지만.

진명 역시 공동에서 인정받는 무재가 아닌가.

진명은 빠르게 진각을 밟으며 조금 전 명화가 보여줬던 잠응비상(潛鷹飛上)의 초식을 펼쳤다.

본디 잠응비상 초식의 경우 검을 크게 휘두르며 몸을 돌리는 초식이다.

다만, 지금은 검을 휘두를 상황이 아니었기에 진명은 검을 포기하고 몸만 돌려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크하하하하! 검수가! 공동의 검수가! 검을 버린 채 도망치다니!”

“공동은···! 검문이 아니오! 나 역시 검수가 아니고!”

굴욕적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진명이 자세를 가다듬는다. 일수를 허리에 붙인 채, 한 손을 앞으로 내미는 진명.

- 후우우우.

진명의 눈빛이 조금은 다르다.

방금 진남이 펼친 도법의 변화는 진명이 한 번 본 적이 있는 변화이다.

어쩌면, 그 변화를 본 적이 없었다면, 진명은 조금 전 공격에 당했을지도 모르겠다.

‘쌍도의 공격은 분명 직선적인 공격뿐이었다. 방금의 변화도···!’

진명의 머리에 스치는 검식은 바로 정문이 보여줬던 그 검식이었다.

자신의 손목을 노리다 이내 목으로.

목에서 다시금 복부로, 강공에서 강공으로 변하는 다채로운 검로를 만들었던 사형은 그 검식이.

“무릎을 꿇어라! 편히 보내주겠다!”

진남이 한쪽 도를 목에 메며 모욕적인 말을 내뱉는다.

한쪽 눈을 올려뜨는 진명.

“아직 끝이 아니오.”

“쓸데없는 짓을···!”

말은 이미 승부가 난 것처럼 하는 진남이지만 그는 방심하지 않는다.

이미 산화력사 유욱수가 적수공권의 도사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나.

진남은 잔뜩 오만한 척을 하며 자신이 방심하고 있다는 생각을 진명의 머리에 심으려 했다.

“오거라! 선수를 양보하마!”

- 스슥. 꾸욱.

보법을 고쳐 잡는 진명.

“그럼, 감사히!”

진명이 단전에서 천뢰복마신공(天雷伏魔神功)의 기운을 끌어올린다.

- 꽝!

질전보와 함께 신형을 쏘는 진명.

‘칠상권인가?’

강렬한 내력을 담은 진명의 신형이 진남의 몸으로 파고든다.

곧 주먹이 닿을 거리.

진남이 쌍도를 휘두를 준비를 마쳤다.

허리에 붙은 주먹에 신경을 집중하는 진남.

하지만.

조금은 이른 거리에서 진명의 앞 손이 장법을 펼친다.

‘이런!’

혹여나 허공을 때려 기공을 날리는 격공(擊空)이라면 얼굴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에 진남은 서둘러 한쪽 도를 들어 얼굴을 가린다.

하지만 괜찮다.

아직 도는 하나가 남았으니까.

남은 도는 거침없이 진명의 허리로 향했다.

곧 저 도인은 두 동강 나고 말 것이다.

진명의 주먹과 진남의 도.

둘 모두의 제공권에 서로가 들어선 순간.

진명의 신형이 아래로 향한다.

살짝.

아주 살짝 땅을 박차는 진명.

그대로 그의 신형이 옆으로 회전한다.

- 휘이익!

허공을 가르는 진남의 도.

- 파팟!

어느새 등을 잡은 진명의 혼원장(混元掌)이 진남의 등을 때린다.

등을 떠밀린 진남은 세 걸음 정도 앞으로 밀려났다.

내상이나 치명상은 없다.

장법의 위력이 별 볼 일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등이 시린 정도였다.

“이 무슨 장난질이냐!”

“권장술에는 재능이 없어서.”

“뭐라?”

“난 검수요.”

조금 전과는 다른 말이 진명의 목에서 나온다. 이 무슨 모순이란 말인가.

진남이 돌아선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선 채 함박웃음을 지은 정문.

진명이 정문을 바라본다.

“이렇게 하는 거 맞습니까?”

- 짝-! 짝-! 짝-!

“완벽해-!”

정문의 칭찬이 터져 나온다.

“재능있는데! 역시 넌 사파로 태어났어야 해!”

“그건 욕입니다!”

발끈하는 진명.

진남은 이들이 무슨 말을 나누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얄궂은 장난이 아닌가.

자신과 자리를 바꾸는 정도에서 그치는.

물론 자신도 긴장했던 것은 사실이다.

칠상권의 무서움을 조금 전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 진명이란 도인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걸어오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진명은 승부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진남의 큰 동작을 유도해 혼원장으로 자리를 바꾼 것이 다였다.

“흥, 이게 무슨 대단한···”

진남의 시선이 진명의 발아래로 닿는다.

“이런 쥐새끼가···!”

진명의 발 앞에는 그가 조금 전 포기했던 검이 놓여 있다.

발로 가볍게 차 검을 들어 올리는 진명.

“흥! 검을 쥔들, 승부는 자명한 일! 곱게 내 쌍도를 받거라!”

“조금 전과는 다를 것이오. 그 점은 사죄드리겠소.”

“허세다!”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에 잔뜩 화가 난 진남이 달려든다.

실책이다.

조금만 냉정했다면.

자신과 처음 검을 섞었던 진명의 검술과 조금 전 진명이 보여준 권장술이 그 궤를 전혀 달리한다는 사실을 그가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변화.’

누구는 속임수라고도 말하는 그것이 진명의 무공에 합쳐진 것이다.

누구보다 그 변화를 밀어내던 진명의 몸속에 사실은 그 변화를 응용하는 천부적인 재능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내 천운검(天雲劍)을 처음 보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시오!”

진명이 검을 내린다.

앞으로 검날을 향하게 하던 평소의 자세와 다르다.

‘올려 베기?’

진남이 진명의 검을 본다.

검로를 예측해 본다.

충분하다.

저 도인의 검은 단순하니까.

좌수의 검을 방어용으로 대비하는 진남.

진명은 개의치 않고 진각을 밟는다.

- 슈우웅!

우수의 도가 진남을 향해 달려드는 진명의 정수리를 내리친다.

- 휘이익!

- 푸쉭!

선혈이 흩날린다.

어디서?

아쉽게도 선혈은 진남과 가까운 곳에서 뿌려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우수.

자신의 손목에는 검상이 선명하다.

아래에서 곡선을 그린 진명의 검이 방어용으로 남겨둔 도(刀)를 지나쳐 손목을 그은 것이다.

진명의 검로가 마치 승천하는 용의 모습과 같다.

천운검(天雲劍)을 활용한 복마검결(伏魔劍訣) 와룡탐천(臥龍貪天)의 초식이 완벽하게 적중한 것이다.

‘젠장, 틀어쥐는 틈에 먼저 벤다!’

진남은 방어용으로 남겨둔 도를 다시 눕혔다.

이제는 신속의 문제.

자신의 손을 베고 나간 진명은 검을 틀어쥐어야 하고 검면을 뒤집어야 한다.

시간은 자신의 편이다.

쌍도는 아직 하나 남았으니까.

진남이 좌수의 검을 멈추지 않고 계속 뻗는다. 우수를 잃었음에도 망설임은 없다.

자신이 먼저 진명을 동강 낼 것이니까.

- 후우웅!

- 슈우욱!

- 푸우욱!

진남의 복부가 갈라진다.

솓구치는 붉은 피.

“뭐냐···?”

입에서도 피가 잔뜩 흐르는 진남이 묻는다.

“말해라. 뭐냔 말이다!”

“···. 검을 쥐는 방식이 한가지란 법은 없소.”

!!

그제야 진명이 쥔 검을 보는 진남.

진명은 역수로 검을 쥔 채 서 있다.

“······. 역수(逆手)라···.”

- 툭.

진남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역시 넌···, 사파인 재질이야···”

그대로 진남이 정신을 잃었다.

변화가 가득한 검법에 패도적인 성질이 합쳐진 결과였다.

- 탁!

검으로 땅을 짚으며 겨우 버티는 진명.

역시나 명화가 다가와 진명을 부축한다.

“잠깐···, 괜찮다.”

진명은 명화를 만류하더니 정문을 바라본다.

탓!

진명이 양손을 포개며 정문에게 고개 숙인다.

“사형의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정문은 진명을 보지 않고 손만 흔들며 인사를 물린다.

‘올곧아, 오오올곧아!’

진명이 영 불편한 정문이다.

***

“이건 미친 짓이야! 미친 짓!”

진당의 검을 피해낸 사풍이 정문을 보며 소리쳤다.

자신은 그저 조용히 감시나 하러 내려온 몸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원망의 눈초리가 정문을 향할 때.

- 쉬이익!

진당의 검이 사풍의 뺨을 스쳤다.

한줄기 진한 핏물이 사풍의 뺨을 타고 내린다.

“이런··· 쓰레기 같은 사파 새끼가···!”

조금은 투기를 띄기 시작하는 사풍의 눈.

“사정이야 모르지만, 나도 죽기는 싫어서 말이지.”

“흥, 사파 놈은 배알도 없나?”

“자네는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것 같군.”

요즘 도통 입씨름으로는 승기를 잡지 못하는 사풍이다.

“오냐, 굳이 죽고 싶다면···!”

사풍이 검에 기력을 갈무리한다.

이내 혼원검의 초식을 그려가는 사풍.

흠잡을 곳 없는 검식이 진당을 향해 펼쳐진다.

‘제법이군. 역시 명문의 제자라 이건가.’

진당이 검을 다시 갈무리한다.

“미안하네. 나도 얼른 끝내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진당의 검과 사풍의 검이 격렬히 부딪힌다.

“아아아악!”

사풍이 악을 쓰며 검을 휘두른다.

혈투(血鬪).

말 그대로 혈투가 펼쳐진다.

서로의 살을 베고 틈을 노리는 혈투가.

- 챙! 챙! 캉! 캉!

둘은 백중세(伯仲勢)의 실력을 보인다.

서로의 피를 보며 조금씩 검을 섞을 무렵.

- 끄아아아악!

비명소리가 둘 모두에게 들려온다.

‘벌써···?’

불안함을 잔뜩 담는 사풍의 눈.

하지만, 이내 안심했다.

진당의 눈빛이 확연히 떨렸기 때문이다.

진당은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너무도 귀에 익숙했다.

자신이 분명히 아는 소리.

셋째 사재군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칫!”

진당이 이를 꽉 깨물었다.

얼른 진사풍을 처리한 후 동생들을 구할 생각이 그의 머리에 가득했다.

“조금 강한 놈들을 데려 다니지 그랬나?”

“닥치거라!”

“쯧쯧. 강호초출(江湖初出)인 내 사제들조차 이기지 못해서야···”

“하하하! 역시 넌 사람 보는 눈이 없군.”

“뭐라?”

사풍의 눈이 치켜떠진다.

사제들의 무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자신이 아닌가.

저들과 반목하며 늘 주시해왔던 그였다.

“내 형제들과 내 실력에 차이가 클 거라 생각하는가?”

“훗. 동생들을 퍽 올려치는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헛소리!”

- 꽝!

둘이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이내 다른 굉음이 둘을 덮친다.

동시에 돌아가는 고개.

소리가 들려온 담벼락에는 산화력사 유욱수의 몸이 박혀있다.

- 툭.

이내 마당에 떨어지는 욱수의 몸.

“이런···!”

진당의 마음이 급해진다.

더불어 사풍의 마음도.

‘산화사괴의 무공이 엇비슷하다?’

진당의 말에 조금은 심기가 불편한 그.

만약 진당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지금 사제들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자신의 조부, 공준의 얼굴이 떠오르는 사풍.

“안돼!”

사풍이 검을 눕힌다.

다시금 겹쳐지는 둘의 검.

- 챙! 챙! 챙!

좀처럼 승부가 나질 않는다.

두 무인의 검이 경쾌하게 부딪힐 때.

산화혈도 조진남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나아아암-!”

진당의 표정이 완전히 무너진다.

재군과 욱수는 질 수 있다. 자신과 무공이 엇비슷해도 조금은 뒤처지는 것이 그들이니까.

다만, 진남은 다르다.

진남은 확연히 자신과 무공의 수위를 가누기 힘든 무인이었다.

그런 진남이 당했다.

못해도 자신이 이기고 진남이 이겨 나머지를 처리하는 그림을 그린 진당이다.

그의 모든 계획이 무너지는 순간.

그의 검술에 조금의 틈이 생긴다.

동수의 무인이 겨룰 때.

찰나의 틈이 승패를 결정하는 법이다.

일곱 줄기의 검기가 사풍의 검을 타고 흐른다.

칠살검(七殺劍).

공동에서도 가장 패도적인 칠살검이 진당의 빈틈을 찌른다.

- 푸슈슉!

- 푸푹!

- 푹!

- 슉!

일곱 갈래의 검기가 진당의 양팔, 다리. 옆구리를 찌른다.

복마검결(伏魔劍訣) 칠살검기(七殺劍氣).

진당이 마지막으로 본 검식이었다.

- 탁!

뒤로 몸을 눕히는 진당.

이미 의식은 날아간 후다.

“하아. 하아. 하.”

사풍이 숨을 몰아쉰다.

“이··· 미친 사형!”

사풍이 얼른 몸을 틀어 정문에게 검을 향했다. 순간, 사풍의 눈에는 믿지 못할 광경이 들어왔다.

위에서 아래로 쭉 그어진 사재군.

가슴에 주먹의 형상이 선명한 유욱수.

복부가 찢어진 조진남의 모습이.

그에 비해.

명화는 멀쩡하다.

묵환은 여기저기 다쳤으나 그의 덩치에 비하면 별 상처가 아닐지도 모른다.

진명은?

옆구리가 깊게 베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자신의 사지를 살피는 사풍.

핏빛으로 물든 도복이 부끄럽게 사풍과 마주한다. 뺨에도 생채기가 제법 남았다.

“치잇.”

아니다.

저들이 성장한 게 아니다.

내가 뒤처진 것도 아니다.

산화혈검 조진당이 강했을 뿐이란 말이다!

사풍이 최대한 자신을 변호하는 생각을 떠올릴 때.

정문이 마당으로 뛰어내린다.

만강대사의 축 처진 몸과 함께.

“사형!”

다들 웃으며 정문을 맞이한다.

승리한 이들이 아닌가.

누구도 죽지 않았고,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

공동의 완벽한 승리였다.

모두가 기쁨을 만끽한다.

사풍만 빼고.

“고생들 했다.”

“사형의 가르침 덕분이에요!”

사풍을 제외한 셋의 입이 동시에 움직였다.

건조한 칭찬이지만, 대사형에게 칭찬을 받으니 신이 나는 셋.

“헌데 말이야···.”

만강대사를 조심히 내려둔 정문이 슬쩍 분위기를 무겁게 만든다.

“예?”

“왜···, 왜 합공하지 않았지?”

정문의 차가운 눈빛이 공동의 제자 넷에 고정된다.

무거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일대일 승부고··· 또 정파의 무인이···”

명화가 무어라 변명을 해보지만, 정문의 분위기는 조금도 풀어지지 않는다.

“결국 이겼잖습니까.”

진명도 명화를 거든다.

“저, 전 몸을 가누질···”

“흥, 싸워준 것만 해도 고마워하십시오!”

저마다 목구멍을 토해낸다.

자칫 가벼운 분위기라 여겨질 법도 하다.

- 스릉.

정문이 검을 뽑아 든다.

“아무래도 너네는···”

차가운 시선과 함께 내력이 발출된다.

“한 번 죽어야겠다.”

잔혹한 목소리가 사제들의 귀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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