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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25화 (25/153)

〈 25화 〉 025. 중원에는 수많은 문파가 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

“내 말을 어기고 개입을 했다지?”

떠들썩한 혼원루와 다르게 공준의 방은 무거운 분위기만이 가득하다.

“그, 그것이···”

“욕심이 났더냐?”

여전히.

무심하게 사풍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공준이 말을 던진다.

“아닙니다. 그저··· 상황이···”

말할 수 없다.

자신이 꼭꼭 감춘 기감이 사형에게 들켰으며 사형이 깔아놓은 판에서 놀았다고.

“아니면, 정문과 작당을 한 게냐?”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것이···”

“흘흘흘. 그래, 그렇지는 않겠지.”

공준이 슬쩍 붓을 내려놓는다.

“역시 욕심인 게야. 덕분에 명성은 얻지 않았느냐?”

“그게 무슨···말씀이신지?”

“클클클. 잘했다. 최선은 아니지만, 적당히 잘 개입했느니라.”

!!!

공준의 입에서 예상 밖의 말이 터져 나온다.

“딱 개입이 필요한 시점에 마당으로 뛰어내렸다지? 정문의 명성을 뺏으려 했음이 아니더냐? 끌끌끌.”

아닙니다.

끌려서 내려갔습니다.

뛰어내린 게 아닙니다.

던져졌습니다.

란 말을 사풍은 절대 하지 못할 것이다.

“······. 그저···”

“정문은 최대한 네놈의 등장을 얼버무리려 애쓰는 모양이더구나. 사전에 모의를 했다? 어림도 없는 소리!”

- 쾅!

공준이 살짝 책상을 내리친다.

“우선은 넘어가거라. 우리 역시 동문의 뒤를 밟았다는 말이 새어서는 좋을 것이 없느니라.”

“···예.”

“대신, 이는 훗날 정문에게 큰 약점이 될 것이야. 클클클클!”

공준이 잔뜩 비열한 웃음을 짓는다.

“명심하겠습니다.”

“간만에, 시킨 일 이상을 잘 해내었구나. 개입이 조금만 늦거나 일렀어도 내 네놈을 쳐냈을 것이야.”

섬뜩한 기운이 사풍의 등골을 훑는다.

사풍은 절대 좋은 시점에 개입한 기억이 없다. 이는 누군가 만들어 준 것이 분명했다.

‘대사형···?’

“전력이 엇비슷했다면, 분명 네 개입이 없었어도 정문이 놈은 상황을 타개했을 것이다.”

그 역시 아닙니다.

그놈은 괴물입니다.

엇비슷하다니요.

“잘했다. 물론, 정문이 명을 달리하는 일이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말이다.”

!!!

사풍의 고개가 슬쩍 들린다.

이전 날의 밤, 낙호산장의 공포가 찾아온다.

- 사형제의 죽음을 지켜만 보는 자는 죽어도 싸다.

다시금 살갗이 저리는 것이 꼭 현장에 있는 것만 같다.

- 캉!

진명의 검이 사풍의 눈에 어린다.

‘왜?’

진명은 왜 자신을 살렸을까.

아니지.

나는 왜.

사형제끼리 죽고 살리는 것에 의문을 가져야만 하는가.

수많은 생각이 사풍의 머리를 스친다.

정말 죽음에 가까운 공포를 마주했었기 때문일까.

사풍은, 생전 처음으로 용기란 걸 내보기로 한다.

“죽게···, 죽게 뒀어야 하는 겁니까?”

자리를 정리하며 시선을 분산시켰던 공준의 시선이 빠르게 사풍의 얼굴로 향한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자신의 말에 반문하다니.

이거 기뻐해야 할지, 노성을 뿜을지 잠깐 망설여지는 공준.

“뭐라?”

“어째서··· 조부님은 그렇게 정문 사형을 싫어하시는 겁니까? 동문임에도 죽음을 방관하라 할 정도로···”

사풍이 선천진기까지 끌어 용기를 낸 모양이다.

무겁게 가라앉는 공준의 눈.

자신을 나약하다며 비난하는 눈빛 같아 감히 마주치지 못하는 진사풍.

“그게 궁금하더냐?”

다행히 부드러운 음성이 나온다.

고개를 살짝 드는 사풍.

“그저 가끔은 궁금합니다.”

“흐음.”

공준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몇 걸음 옮겨 큰 창이 난 창가로 움직인다.

- 끼리릭.

창을 젖히는 공준.

“공동은 구파의 일각(一角)이니라. 알고는 있겠지?”

“물론입니다!”

사풍이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허면, 공동은 그 구파 중 몇 석 정도에 어울릴 것 같으냐?”

!!

“조부님···, 당연히 공동이 제일(第一)입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

“공동이 구파에 든 이후, 감숙을 대표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린 줄 아느냐?”

“정사대전과 정마대전을 제외하면, 전대에 이르러서야 정착했다 들었습니다.”

“그래, 아직도 선명하구나. 감숙을 돌며 악적을 물리치고 정파인들과는 비무를 겪었지.”

공준의 눈빛이 아련해진다.

“정신을 차리니 세월이 무상하더구나. 어느덧 흰머리가 가득 머리를 채웠어.”

“조부님. 아직 정정하시질 않습니까.”

“그래, 나는 정정하지. 헌데. 내 사형은!?”

공준의 입에서 전대 장문인이 튀어나왔다.

분명 전대 장문인은 지금 자정의 스승으로 공동오로(崆峒五老)와 함께 감숙에서 공동의 위치를 공고히 한 인물이었다.

아쉽게도 지병이 있어 이른 나이에 명을 달리했고 그 덕에 자정은 더 이른 나이에 일문을 책임지는 장문인이 되어버렸다.

여기까지.

사풍이 체감하는 역사는 여기까지다.

물론 사풍도 전대 장문인 공정을 본 적은 있다. 갓 산에 올라 이제 겨우 이대제자 티가 나게 되었던 사풍은 당시 장문인의 모습이 희미하기만 하다.

“어째서 태사부님께서는 왜···?”

“우린 감숙을 지켜내고 차지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 아느냐?”

“공동의 모두가 압니다.”

사실이다. 공동의 대부분이 태상장로를 존경하는 이유, 그들이 지금은 꼬장함에도 그들을 존중하는 이유가 그것이었으니까.

태상장로는 어디까지나 명예직이다.

즉, 존경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자리란 뜻이다.

“헌데 자정은 어떻지?”

!!!

“스, 스승님은···”

“자정은 어려서부터 그래왔다. 늘! 공동이 감숙에만 머무는 것을 못마땅해했지. 마치 우리가 해낸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이다!”

“······.”

“또 정문은 어떻고!? 자정의 그 무서운 사상이! 그 무서운 신념이! 다시금 정문에게 스며들었음을 모르겠더냐? 사문을 나선 것도! 2년 만에 돌아와 분란을 만드는 것도!”

잔뜩 흥분하는 공준.

이글거리는 그의 눈에 증오심이 깊게 자리한다.

그간 공동이 중원의 여러 문파와 교류하지 못했던 이유.

공동의 속가가 오로지 감숙과 섬서 일부에만 존재하는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사풍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한다.

어떤 반응이 어울릴지 자신도 모르는 것이다.

“사풍아. 중원에는 수많은 문파가 있다.”

- 후우우.

“그리고 수많은 문파가 사라졌지.”

“!!!”

“북산파(北山派), 청산파(淸山派), 구궁검파(九宮劍派), 오악검파(五嶽劍派)! 모두! 왜 사라졌는지 정녕 모른단 말이냐?”

달빛을 바라보는 공준의 눈에 수심이 깊다.

“모두 중원을 도모했기 때문이니라.”

“조부님! 그건 너무···!”

“비약이라 생각하느냐?”

공준의 한쪽 눈이 치켜 올라간다.

“도모라 함은··· 정복이 아니다. 그저 알량한 명성과 영향력! 단지 그것을 바라기만 해도! 일문은 무너져버리고 마는 것이지. 아니 누군가 무너트리고 마는 것이다.”

공준이 몸을 돌린다.

무릎을 꿇은 사풍을 내려다보는 공준.

잊고 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며 인상이 잔뜩 꾸겨진다. 젊은 시절의 악몽이 떠오른 것이다.

“나는··· 누구보다 공동을 사랑하느니라. 공동이 없다면··· 나 역시 없는 것이지.”

문득 공준의 눈빛이 궁금한 사풍이지만 올려다보길 망설인다.

혹여 올려다보는 순간 저 눈빛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광기가 가득한, 지독한, 그리고 씁쓸한 눈빛에.

“그렇기에! 나는 동문이! 나의 사질이! 사손이! 죽는 걸 지켜보고서라도···! 공동을 지키겠느니라.”

“······.”

사풍의 표정이 복잡하다.

죽는 걸 지켜 보고란다.

직접 죽이는 게 아니라 다행이라 해야 할까?

“나와 함께 이 길을 가겠느냐?”

!!

공준이 처음으로 사풍에게 의사를 묻는다.

보통의 공준은 사풍을 향해 지시만 할 뿐 그의 의사를 물은 적이 없다.

사풍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자신에게 이리 친절히 물어오는 공준도 낯설거니와 지금 상황 역시 낯설기 때문이다.

“조부님···, 저는···”

“그래···. 너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할 테지!”

대답을 망설이는 사풍을 향해 평소와 같은 노성이 마주한다.

“그렇기에!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르면 되는 것이다! 알겠느냐!?”

“······, 예···, 조부님.”

“당분간은 자중하거라. 쉬이 얻은 명성은 곧 돌부리가 되어 자신의 다리를 노리는 법이다. 멀리 가야 하는 걸음이니, 한동안 수신에 힘쓰거라.”

말을 마친 공준이 소맷자락을 휘두른다.

방을 나가란 뜻이었다.

- 뚜우벅.

방을 나서는 사풍의 걸음이 무겁다.

이미 복도에 몸을 내뺀 후이지만, 쉽사리 발이 떼어지지 않는다.

- 뚜우벅.

사풍이 고개를 돌린다.

소박하다.

다만, 유난히도 굳건한 문이 공준의 방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

- 똑똑!

방문을 울리는 맑은소리가 자정의 귀를 간지럽힌다.

“들거라.”

근엄한 목소리가 잔뜩 힘을 줘 객을 맞이한다.

“일대제자 이정문. 스승님을 뵙습니다.”

“앉거라.”

일대제자들을 내보낸 후, 잔뜩 들뜬 기분이 가득한 혼원루를 겨우 정리한 자정이 정문을 불러들였다.

방에는 정문과 자정.

두 도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재미난 짓을 했더구나?”

“헤헤. 알고 계셨습니까?”

- 콩!

자정의 주먹이 정문의 정수리를 살짝 내리친다.

“뭐? 사풍과 모의를 해?”

잔뜩 심술이 오른 자정은 정문의 목을 감싸고는 졸라대기까지 한다.

이제는 이런 가벼운 모습이 조금 익숙해진 정문.

“스, 스승님! 제자 죽습니다!”

“너처럼 말 안 듣는 놈은 죽는 게 효도니라!”

“켁!”

내력을 끌어올려서 한번 도전해봐?

하는 객기가 치밀어 올랐으나, 이내 참기로 한다. 자신의 눈은 봉사가 아니다.

겨우 팔을 풀어준 자정이 자리에 툭! 하고 내려앉았다.

“들려오는 풍문이 퍽 과하더구나.”

“풍문이야 원래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이놈아! 내가 네 속을 모를 줄 알고?”

“그것도 아셨습니까?”

“흥! 명성을 떨쳐 어떻게든 사문 밖으로 나돌려는 걸 모를까?”

어휴, 저 능구렁이 같은 스승.

“당분간은 자중하거라. 한동안은···.”

“한동안은 비위를 맞춰줘야겠지요.”

- 씨익.

정문과 자정이 동시에 웃는다.

서로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아는 것이다.

바로 태상장로.

정문과 자정은 서로 언급은 않았으나, 서로 태상장로에 대한 말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번 동란에 정문이 평량으로 나가는 것으로 크게 대립을 겪은 장문인과 태상장로들이다.

정문과 자명의 연합 덕에 무사히 의견을 관철할 수는 있었다.

다만, 사문 내의 힘이라는 것이 기세를 타고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둘 다 알고 있었다.

“신강 무림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알아낸 게 있느냐?”

“자세히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새로운 세력이 고창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들었습니다.”

“고창이라······.”

자정의 근심이 깊어진다.

감숙은 서역과 신강 무림에서 중원무림으로 향하는 통로와 같은 곳.

그런 감숙을 대표하는 곳이 바로 공동이다.

“서역이 요동치면 북감숙을 비롯한 감숙 전역에 긴장이 넘칠 것이야. 준비를 해두어야겠구나.”

“제자가 돕겠습니다.”

정문의 즉답에 자정이 빙그레 웃는다.

- 또르르.

방금 우린 진한 차향이 방을 가득 채웠다.

“수련은 꾸준히 하고 있느냐?”

일상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자정.

스승이 제자에게 수련을 묻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꾸준히 수일(守一)하고 있습니다. 기억에는 없으나 단전 문제가 해결되어 원활합니다.”

“듣자 하니, 다른 아이들의 수련을 봐준다지?”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 일러주고는 있습니다.”

“잘하고 있다. 허나, 자신의 수련에 방해가 되어서는 아니 됨이야.”

“예, 스승님.”

찻잔을 내려놓는 자정.

잠시 천정을 응시하더니 이내 시선이 다시 정문에 닿는다.

“이런저런 일들이 모두 정리가 된다면··· 곧 전수를 시작해도 되겠구나.”

!!!

전수?

무엇을?

“전수라 하심은···”

“통천신공(通天神功)을 말이다.”

!!

통천신공(通天神功)!

공동의 장문인.

그리고 그 뒤를 이을 후계자만이 익힐 수 있는 공동의 상승 무공이 바로 통천신공이었다.

화산에 자하신공(紫霞神功)이 있고 소림에 아라한신공(阿羅漢神功)이 있다면 공동에는 통천신공(通天神功)이 있는 것이다.

그간 태상장로들의 견제와 정문의 엇나감 덕에 쉬이 전수하지 못했던 통천신공.

만약 정문이 지금처럼 대제자의 직을 잘만 수행한다면, 자정은 아무런 부담 없이 통천신공을 정문에게 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자가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새로운 무공에 눈이 번쩍 뜨이는 정문.

“아서거라.”

자정의 냉정한 말이 그런 정문의 눈을 다시 가라앉게 만든다.

“도인은 절제하고 절제하되 통제하지 않는다. 기회 역시 찾아오길 기다리거라.”

아니요.

싫습니다.

전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무공이나 내놓으십쇼!

잔뜩, 안 좋은.

사특한 생각이 정문의 머리를 채운다.

“명심하겠습니다.”

화기애애한 스승과 제자의 차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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