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028. 과정입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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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통수다.
그것도 아주 곤죽이 된 채 몰린 외통수.
당연히 기세를 타고 태상장로를 몰아붙이라 생각한 사숙은 일수일퇴를 논하며 몸을 사린다.
꼰대 같은 태상장로들은 너무도 노골적으로 자신과 사제들을 속가행에서 배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이전번에 자신이 세운 공을 바탕으로 따져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으나, 자명마저 몸을 사리는 마당에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는 짓이란 게 결론이다.
삼 일간 방에서 두문불출하던 정문은 이내 의관을 정제하고 태청궁으로 향했다.
안되더라도, 자신의 사숙을 다시 설득해보는 것이 최선일 거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걸음이 무겁다.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려 하기 때문일까.
안될 일이란 걸 알기에 더욱 의욕이 생기지 않는 정문이다.
- 똑똑.
“들 거라.”
서찰 뭉치에 몸이 반절은 가려진 자명이 차분히 객을 맞는다.
“일대제자 정문이 사숙을 뵙습니다.”
시선은 계속 서찰에 두었기에 정문의 인사를 듣고야 자명은 자신을 찾은 객이 정문임을 인식했다.
얼굴에 짙은 미소가 번지는 자명.
‘웃어? 우우웃어어어?’
매우 불손한 생각이 정문의 머리를 때리지만, 얼른 고개를 저으며 공손하고도 예의 바른 표정을 올린다.
“저 사숙···”
“이런 발칙한 놈!”
정문이 무어라 운을 떼기도 전에 자명이 와락! 소리쳤다.
“예? 사숙 갑자기 그게 무슨?”
씨익.
다시금 자명이 웃는다.
다행히 정문을 꾸짖으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다.
“내 말을 이해한 척 고개를 끄덕이더니, 언제 이런 심계(深計)를 꾸몄더냐?”
예?
심계요?
“무슨 말씀이신지 소질이 아둔하여···”
“허어, 이젠 이 사숙 앞에서 겸양을 떤다? 아주 능구렁이가 다 되었구나! 하하하!”
호탕하게 한 번 웃은 자명이 정문에게 서찰을 하나 던져준다.
얼른 받아 서찰을 읽어 내리는 정문.
!!!!!
“사숙··· 이거?”
“그래, 능구렁이 같은 네놈의 작품이 아니더냐? 허허허!”
“아니, 그게···”
“사풍이 놈을 또 엮다니!”
탁!
자명이 자신의 이마를 한 대 때린다.
“감히 예상조차 못 한 계책이로다! 허허허!”
아닌데요···
제가 한 거 아닌데요···?
정문 역시 예상조차 못 한 계책이다.
정문이 건네받은 서찰에는 무위로 가는, 그러니까 진사풍이 대동할 사형제의 명단이 적혀 있다.
<무위 속가행 제자 명부>
- 일대제자 진사풍
- 일대제자 위진명
- 일대제자 양명화
- 일대제자 전묵환
- 일대제자 이정문
‘허허허, 사풍이 놈이 뭘 잘못 쳐 드셨나?’
“아주 잘했다. 태청궁에 서찰이 당도했다는 말은 태상장로 역시 동의했다는 뜻! 능구렁이 놈이 아주 훌륭하게 해냈구나!”
“헤헤헤, 제,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허허허!”
“정쟁을 붙이지 않고 실리만 취한다라! 왜 이 생각을 못했을고! 허허허. 내 이번에 네놈에게 한 수 배우는구나!”
“허허허허!”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우선은 자신의 짓인냥 너스레를 떨어본다.
어쨌건, 속가행을 나갈 수는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게 정문은 자명과 계속 웃음을 나누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섰다.
‘이게 무슨···?’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 사풍이 놈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비무 때도, 저번 임무 때도 자신이 사풍을 조금 귀여워했줬나.
하지만.
태상장로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걸 통과시켰단 말인가?
아니 그럴 거면 자신을 처음부터 내보내 주면 되는 것이 아니었나?
결론은 간단했다.
진사풍.
사랑스러운 자신의 사제 진사풍이 모든 것을 조율한 것이라면 가능한 것이다.
자신의 방을 향해 가던 정문의 걸음이 멈춘다.
기둥에 몸을 기댄 채 정문을 기다리던 사풍.
그 모습을 본 정문이 얼른 그에게 다가선다.
“우리 사풍이, 사형을 기다린 거니?”
“흥! 어쭙잖은 말장난 마십쇼. 태청궁에 다녀왔으니 상황은 아실 테고.”
정문의 농담에도 사풍은 본론만 간단히 한다.
“그래. 그래. 우리 사풍이가 사형과 함께했던 지난날을 잊지 못했던 모양이구나.”
“혹여나 자존심 때문에 거부하진 않나 보러 왔을 뿐입니다. 이리 배알도 없이 덥석 받을 줄이야. 훗.”
사풍이 정문을 긁어보려는 듯 말에 뼈와 비웃음을 살짝 더한다.
그래도.
정문은 마냥 사람 좋은 웃음뿐이다.
어쩌겠는가, 지금은.
정문에게 사풍은 유일한 방법이자 구원자인 것을.
기분 나쁘게 해줄 말을 뱉음에도 정문의 반응이 재미가 없다.
쳇.
하는 소리를 한 번 뱉고는 사풍이 정문을 지나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이거, 네가 한 ‘선택’으로 봐도 되겠지?”
정문이 전과는 다른 진중한 목소리로 사풍의 옷깃을 잡는다.
멈칫하는 사풍.
뒤를 돌아보진 않는다.
정문과 눈을 마주할 자신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과정’입니다.”
사풍의 대답에 표정이 풀리는 정문.
사풍은 역시 정문을 보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정문의 고개가 살짝 틀어지며 어깨가 들썩하는 것이 표정이 예상이 간다.
밝은 미소가.
***
- 덜컥!
공준의 집무실을 지키는 소박하지만 우직한 문이 거칠게 열린다.
“사형!”
그를 찾아온 것은 그의 사제이자 같은 태상장로인 공명.
“자중하시게. 대 공동의 태상장로란 자의 몸짓이 이리 가벼워서야!”
“지금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허어! 이 사람이!”
“사형! 정문이 놈이 속가행을 나간다니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자명이 놈입니까? 자정입니까?”
“말씀 조심하시게! 태청궁주와 장문인일세!”
전혀 그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지만, 겉으론 그들을 존중하는 체를 잔뜩 해주는 공준이다.
그게 그가 살아남았던 방식이니까.
“사혀엉!”
“자네가 무슨 걱정을 하는 지는 내 잘 아네. 허나, 우리에게 절대 불리한 일이 아니니 내 허락을 한 것이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풍의 요청이었네.”
“사풍이 비록 이전번에 공을 세우긴 했으나 많이 부족한 아이가 아닙니까? 계산을 잘못했을까 겁이 납니다!”
“허허허.”
공명의 말에 공준이 그저 웃음 짓는다.
자신의 손주를 욕보여 화가 난 것일까.
슬쩍 자리에서 일어서는 공준.
“사풍이 놈이 모자란 것은 사실이지. 허나 저번 일을 계기로 많은 것이 바뀐 것 또한 사실이네.”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습니다만. 아직 믿을 정도는 아닙니다!”
“해서! 내 이번 일에는 전권을 맡겨본 것일세.”
“그게 무슨?”
“정문이 강해진 이유, 정문의 성정이 달라진 이유를 알 것 같다더군.”
“무어랍니까?”
“아직 확실치 않다고. 이번에 꼭 확인을 해오겠다더군.”
“······. 사형. 사제가 불손한 말을 하려 합니다.”
“해보시게.”
“사풍이, 그 아이를··· 믿으십니까?”
“믿는 다라···, 허허. 불손하기 전에 어려운 질문이로고.”
“그 아이가 변심하면 우린 모두 끝입니다!”
“공명.”
공준의 목소리가 낮게 깔린다.
불손함에 대한 노기일까.
“예, 사형.”
“우린 말일세. 어쩌면 매우 불손한 자들일지도 모르네. 장문인이 계시는 마당에 이리 설쳐대는 원로들이라니. 말도 안 되는 불손함이지.”
“사형! 어찌 그런 말씀을! 모두 사문을 위한 일이 아닙니까?”
“이유가 어떻다 치든. 그런데도 우리가 이리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문인이 당장에 권위를 내세워 우릴 내칠 수도 있지 않은가?”
공준의 말에 공명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허허, 자정이요? 감히 그럴···”
“그래. 감히. 사풍이 녀석 또한 마찬가지라네.”
공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대답이 되었을 거라 믿네.”
“······, 그저 사형의 사람 보는 눈. 그걸 믿겠습니다.”
공명이 차분히 인사한 후 방을 나선다.
적어도 주먹과 칼이 먼저인 자신들보다는 사람 보는 눈이며 머리 쓰는 일에 능한 사형이다. 이렇게 따져는 보지만, 설명을 듣고 난다면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들어올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공명이 방을 나선다.
“클클클. 사풍이 놈이 변심이라. 클클클.”
확신이 가득한 공준의 웃음소리만이 낮게 깔렸다.
***
“속가행이다!”
잔뜩 신이 난 명화가 발을 뛰며 소리쳤다.
이미 그녀의 두 발은 땅과 공중을 여러 번 오가는 중이다.
“흥분하지 말거라. 산문을 나서는 순간 우리의 행동 하나가 사문을 대표하는 행동이 될 것이니 경솔해선 안 된다.”
진명은 역시나 올곧은 말로 명화를 진정시킨다. 하지만, 그의 봇짐이 유난히 큰 걸로 보아선 그 역시 설레는 감정을 숨길 순 없는 것 같다.
“무, 무위는 처음입니다! 대사형께서 포기하신 줄 알았더니 이렇게 또 해결을 해주시는군요.”
봇짐을 잔뜩 조여 맨 묵환 역시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사풍의 파벌에 밀려 속가행에는 발도 못 붙여본 이들이 아닌가.
어쩌면 설레하는 모습이 당연하다.
“그나저나 진사제가 우릴 지목했다니 의외군요.”
그런 설렘을 가라앉히려는 듯 진명이 정문을 보며 말했다.
“음, 뭐. 다 생각이 있겠지.”
“변하려는 움직임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글쎄. 두고 봐야겠지. 괜히 왜 불렀느니 변한 거니 하는 말은 조금 미뤄두자고.”
진명은 사풍의 의도를 믿지 못하겠는 눈치다. 아무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밀어내기 위해 애를 쓰던 이들이 아닌가.
산화사괴와의 일로 사형의 진면목을 진사풍이 알았을 수는 있다.
허나, 자신의 사제는 그런 공포로 자신이 꿈꾸던 자리를 포기할 만한 인물이 아니기에 진명은 이번 속가행에 동행하는 것이 조금은 찝찝하다.
“그냥. 평범하게 대해보자고. 사풍이도 결국 사제잖아?”
정문이 정론을 들고 온다.
진명이 할 수 있는 것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다.
그렇게 넷은 짐을 꾸려 태청궁으로가 사풍과 합류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다섯을 감돈다.
“도, 동행에 넣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사형!”
묵환이 막내답게 분위기를 풀어보려 사풍에게 인사를 건넨다.
“사형! 감사해요!”
명화 역시 여기에 더해 한층 분위기를 밝게 한다.
“흥.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거라. 그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 부른 것뿐이니.”
사풍의 태도는 차갑기만 하다.
“자자, 인사는 여기까지만 하고.”
사풍의 말에 다시금 무거워지려는 분위기를 정문이 환기한다.
“우리가 무위로 가는 이유가 뭐지? 속가행을 나선다 해도 요청 사항이 있으니 방문하는 것일 텐데.”
정문의 물음에도 사풍은 아무런 대답 없이 소매에서 서찰만 하나 던져준다.
“흐음.”
서찰을 읽는 정문의 눈이 빠르게 내려간다.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
“무위에 있는 대공무관(大崆武館)으로 가라는군. 그곳의 다른 세가와 석 달째 분쟁이 있으니 중재를 해달라고 말이야.”
“간단한 일이군요.”
진명이 안심하며 말했다.
간단한 일이라.
그렇다.
지역 내에서 벌어지는 정파간의 분쟁은 결국 더 큰 힘을 가진 세력에 의해 중재되기 마련이다.
현재 감숙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진 정파는 당연하게도 평량의 공동파.
그렇기에 공동의 속가는 즉각적으로 본산의 개입을 요청한 것이다.
공동의 중재를 거부할 문파는 없을뿐더러 공동이라면 자신들의 속가에 조금 더 유리한 중재를 해줄 테니까.
어려울 것은 없다.
그저 자신들이 공동에서 왔음을 밝히고 중재안을 제시하면 저들은 받아드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진명의 계산이었다.
“모르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씨익.
정문이 미소 짓는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나머지 넷.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번 속가행의 책임자는 나요! 엉뚱한 짓을 벌이다간 본산에 바로 보고를 올릴 것이니 각오하십시오!”
마치 정문이 무언가 사고라도 칠 것이 분명하다는 듯 사풍이 으름장을 놓는다.
“호오? 우리 사풍이···”
정문의 머리칼이 조금 위로 솟는다.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
“혀, 협박은!”
사풍이 살짝 뒤로 물러서며 손을 내저으니 이내 내려오는 정문의 머리칼.
“제법 대장 같구나!”
꺄르르.
웃는 정문.
“이···!”
이를 갈며 정문을 노려보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풍이다.
어쩌면, 이들을 부른 게 큰 실책일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산문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길 나서면, 본격적인 속가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두근거리는 넷과 다른 의미로 긴장하는 사풍.
저벅.
역사적인 걸음들이 산문을 넘었다.
정문, 진명, 사풍, 명화, 묵환이 차례로 산문을 빠져나왔다.
한데.
정문을 비롯한 진명과 사풍이 잔뜩 무거운 눈을 하며 걸음을 멈춘다.
- 슥.
칼로 손이 향하는 진명과 사풍.
그런 그들을 정문이 나서며 만류한다.
“됐어. 아는 사람이야.”
“아는 사람이요? 사형이?”
“뭐, 이전에 신세를 조금 졌지.”
그들이 시선을 고정한 곳에서 이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공동의 헌헌한 일대제자분들을 뵙습니다. 흑시창의 단주 설매라 하옵니다.”
칼 찬 무인 둘 셋을 거느린 설매가 이들의 앞을 막아섰다.
“엇, 저분은!?”
묵환이 그녀를 알아본다.
“전사제! 아는 사람이야? 흑시창이라면···”
“예! 사저! 일전에 산화사괴일로 사형이 정보를 샀던!”
딱 여기까지.
여기까지가 묵환이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정문이 묵환에게 경고를 해뒀기에 묵환은 그날 있었던 일을 아예 잊어버리기로 했다.
자신을 알아보는 묵환을 향해 슬쩍 고개를 숙이는 설매.
“전도장. 몸이 더 다부져지셨군요.”
앵두처럼 탱글한 입술로 미소짓는 설매가 묵환을 향해 칭찬을 뱉어낸다.
얼굴이 잔뜩 붉어지는 묵환.
“가, 감사합니다. 헤헤.”
어느새 뒷머리를 손으로 벅벅 긁으며 잔뜩 부끄러워한다.
진명과 사풍은 여전히 검루에 손을 올린 채 이들의 동태를 살핀다.
이미 거래를 튼 적이 있다곤 하나 흑시창이란 존재가 만약 달갑진 않은 구파일방의 제자들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오?”
정문의 질문에 설매의 고개가 다시 돌아간다.
“일전에 지급하신 정보료와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답니다.”
“그러고 보니, 지부장이 아니라 단주라고? 어느새 승진했군.”
“지급하신 정보료가 통하더군요.”
!
“그럼 설마!”
정문의 고개가 바쁘게 돌아간다.
마치 누군가를 찾는 이의 모습처럼.
“아쉽게도. 모시진 못했답니다. 그저, 지금은 몸을 뺄 수 없는 곳에 있으니 차후를 기약하자는 말씀만 전하라 했습니다.”
“흠, 그곳에 있는 건가.”
“예측이 가능하신가요?”
“뭐, 놈의 성정과 주어진 정보, 몸을 뺄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한 곳 밖에.”
씨익.
턱을 감싸며 웃는 정문.
설매가 ‘역시나’라는 표정을 지어준다.
최고의 접객이다.
“허면, 다른 소식이 있을 때까진 안녕히.”
전할 말을 모두 전한 설매가 몸을 빼려다 잠시 멈칫한다.
“감숙 내의 모든 흑시창에 기별을 두었습니다. 그저 찾으시면 됩니다.”
설매의 마지막 말에 정문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뭡니까?”
“뭡니까?”
진명과 사풍의 입이 동시에 터졌다.
이거 띠꺼운 말투가 두 배가 된 느낌이다.
“뭘?”
“흑시창의 단주면 제법 거물이 아닙니까? 사형 주제에···, 아니. 사형이 어찌?”
“무슨 일을 또 꾸미시는 겁니까?”
사풍과 진명이 차례대로 정문을 추궁한다.
아, 내가 어쩌다 이런···.
자신이 비참해지는 정문.
사제들이 아니라 사형 둘을 데리고 떠나는 모양새다.
“그저 개인적인 일이야. 피해 가는 거 없으니 신경들 끄라고.”
정문은 무심하게 말을 남기곤 양손을 뒷머리에 댄 채 먼저 앞으로 걸어 나갔다.
“위사형도 모르는 겁니까? 뭡니까 이건?”
“나라고 대사형을 전부 아는 건 아니지. 오히려 자네가 빠삭할 수도 있지 않나? 이번엔 뒷조사가 조금 부실했나?”
사풍과 진명, 둘의 눈빛이 다시금 부딪힌다.
주변이 저릿해지는 상황.
“자자! 그만! 그만! 대사형이 피해는 안 준다잖아요!”
명화가 얼른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저치가 엉뚱한 행동은 해도 거짓말은 안 하잖아요? 믿어 보자구요.”
명화는 진명과 사풍의 등을 떠밀며 어떻게든 둘의 시선을 떼려 했다.
“흥. 둘째는 팔자도 좋군. 그저 실실거리며 웃으면 끝인가?”
“허, 팔자라?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사문의 식구부터 의심하는 건 집안 내력인가?”
서로의 시선이 떨어졌음에도 둘의 입은 쉬질 않는다.
앞으로 펼쳐질 속가행이 막막한 명화와 묵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