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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30화 (30/153)

〈 30화 〉 030. 조용히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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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늦게 조용히 산채로 돌아온 사풍은 말없이 잠자리로 들었다.

아침이 되자 그저 여느 날과 같이 걸음을 함께 했다.

달라진 건 없었다.

다섯은 늘 했던 것과 같이 산을 탔고 산채를 털었다.

그렇게 약 삼 일을 더 달리고야 그들의 산채 사냥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백은(白银)을 기점으로 더는 수풀이 울창한 산맥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량한 사막.

황하의 지류를 따라 색을 맞추듯 황색의 돌산만이 가득한 풍경이 펼쳐졌다.

“아, 이제는 산적들이랑도 안녕이네요!”

“흥. 미친 짓이 이제야 끝나는군.”

“잘만 따라와 놓고는.”

산이 시야에 보이지 않게 되자 아쉬운 건지 후련한 건지 모르겠는 넷.

확실한 것은 넷 모두 이제 더는 산을 타지 않아도 되고 산적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중이었다.

“그래. 이제 산적과는 안녕이야.”

정문 역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듯 황량한 사막을 아련히 바라본다.

이제 저 사막을 조금 가로지르면 석림(石林), 즉 돌산들만 즐비한 풍경이 나오게 된다.

옆으로는 관도가 다시 나타날 테니 편안히 걷는, 원래 꿈꾸던 속가행을 이제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사제들을 스쳤다.

아련한 눈빛의 정문이 사제들을 돌아본다.

“산적들 잡느라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전부 수련의 일환이 아닙니까?”

“흥, 산적들 따위!”

저마다 자신의 성격에 맞는 반응을 보인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모든 일이 끝난 후 감정이 해소된 이들의 분위기다.

나름 훈훈한 광경.

하지만.

“이제 마적 잡자.”

!!!

더욱 고되지는 속가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감숙성 무위(武威).

한무제(漢武帝) 시절 세워진 군사적 요충지 중 하나로 무용위력(武勇威力)이란 말에서 그 지명을 따왔다고 한다.

한때는 군이 주둔하던 도시답게 도시 전체에 강맹한 기운이 담긴 곳이다.

한(漢)대에는 국경의 요충지로 살벌한 기운을 잔뜩 내뿜던 도시였지만, 지금은 국경이 확장됨에 따라 무위는 국경에서 제법 먼 거리에 있는 도시가 되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상단과 농민 등 이주민이 몰려들었고 어느새 변방의 국경 도시는 감숙에서도 손에 꼽히는 제법 큰 도시가 되어 있었다.

사람이 모여들고 상점과 이권이 생기면 자연스레 이를 지키기 위한 무파(武派) 역시 생기기 마련.

특히, 근처에 가욕관과 장액, 주천 등 군사 주둔지가 많은 무위는 은퇴한 군관을 비롯한 군부의 인물들이 개파하기에 좋은 위치였다.

그렇게 탄생한 여러 무파들 중 여전히 무위에서 그 세를 유지하며 명성을 떨치는 곳은 단 두 곳.

바로 대공무관(大崆武館)과 금마세가(錦馬世家)였다.

‘금갑용창(錦鉀勇槍)’이란 글자가 용사비등(龍蛇飛騰)하게 걸려진 금마세가의 정문.

흡사 군성의 대문처럼 높다란 대문이 앞을 막아서고 있다.

세가의 내부는 군진(軍陳)에서 영감을 받은 배치가 전각을 차례로 수놓았고, 정확히 중앙. 모든 전각으로부터 보호받는 위치에는 가주의 집무실이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그런 집무실의 안쪽.

일군의 사령관과 같은 기세로 세가를 호령해도 모자라지 않을 가주 마충백이 누군가의 앞에서 쩔쩔매며 비위를 맞추고 있다.

“저···, 대인.”

- 호르륵.

마충백의 부름에도 그저 찻잔만 홀짝이는 사내.

붉은빛이 감도는 머리칼에 굽이짐을 더한 것이 중원인의 머릿결이 아니다.

- 탁.

드디어 사내가 찻잔을 내려놓는다.

“말씀하십시오.”

분명 경어를 사용함에도 무언가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묻어져 나온다.

누군가 본다면 필시 가주에는 사내가 더 어울린다 생각했을 것이다.

“대공이 공동에 중재를 요청했다는 말씀을 드리질 않았습니까?”

“하셨지요.”

- 호르륵.

사내는 가주 마충백의 심정을 알기나 하는 것인지 무심히 차만 들이킨다.

“헌데 어찌 이리 느긋하십니까? 공동의 제자들이 오기 전에 대공을 밀어버리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낫지 않습니다.”

- 호르륵.

마충백의 눈이 감긴다.

입이 조금 올라가는 것이 울화를 겨우 삼키는 것이 분명했다.

이 사내는 늘 이런 식이다.

분명 묻는 것이 열이면 답하는 것은 늘 삼할이 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바로 이 사내였다.

“보···, 본궁(本宮)에 알리는 것이···?”

- 저릿.

본궁이란 말이 나오자, 마충백에게 시선을 주지 않던 사내의 눈이 정확히 마충백의 눈으로 향한다.

이전에 보여주지 않던 확실한 의사표현.

완강한 거부와 일종의 분노가 사내의 눈에 잘 나타나 있다.

“본궁에는 절대 알려선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번 일도, 마가(馬家)와 ‘단’의 관계도.”

“허, 허나! 공동의 이름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 아닙니까? ‘단’의 일이 마무리 되지 못할까 걱정이 됩니다···.”

마충백의 간절한 외침에 사내의 눈썹이 거리를 좁힌다.

마충백이라는 이 자는.

금마세가라는 과분한 이름을 짊어진 이자는 절대 ‘단’의 일이 틀어질까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공과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하고 자신, 그리고 세가가 얻게 될 이권에 더 눈이 가 있는 것을 사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공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보내지 않았습니까?”

도전장.

단어로만 봤을 때는 참으로 좋은 말이다.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걸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정정당당해 보이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서서히 대공을 압박하던 금마세가는 공동의 무인들이 본산을 떠나 무위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하자 서둘러 대공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무’의 형식을 갖춘 이권 따먹기가 그 본 목적이지만, 적어도 다툼에 있어 무가의 근본인 ‘무’로 돌아가자는 낭만적인 형식이 아닌가.

물론 이 모든 것은 마충백이나 금마세가의 중진의 머리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지금 마충백이 대인이라 부르며 최선을 다해 비위를 맞추려는 젊은 사내, 고력강(古力强)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공동이 중재에 나서 이를 거절하면 어찌한단 말입니까?”

“그건 그것대로 가주께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무위에서 자웅을 다투는 두 무관입니다. 대공이 만약 이를 거절했다는 말이 돈다면, 마가의 명성만 올라갈 테지요.”

고력강은 마충백의 성정을 이용해 설득에 나선다. 마충백은 누구보다 일신의 안녕과 영달을 위해 사는 자.

금마세가와 마충백이 자신들에게 붙은 이유 역시 모두 그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가장 쉬운 인물이 마충백이다.

무엇을 하든 그것이 금마세가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만 상기시켜 준다면 언제고 쌍수를 들고 반기는 이 역시 마충백이었으니까.

“그건, 그렇겠군요.”

역시나.

고력강의 눈이 살짝 깜빡인다.

‘어쩌다 이런 놈을 끌어들여선···’

고력강이 속으로 한숨을 내쉰다.

당연하게도 대공무관이 비무를 거절할 걱정은 없다. 그들이 금마세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이라면, 이들의 도전 따위에 콧방귀를 뿜을 것이 당연하다.

함께 살아남았다곤 하나, 금마세가의 무공은 대공에 비할 것이 못 되었으니까.

오히려 본산인 공동의 제자들 앞에선 더더욱 자신들의 존재감을 뽐내기 위해 도전을 받아들일 것이다.

“제 수하가 알려준 창법은 잘 익히고 계십니까?”

인성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일은 일이다.

고력강 역시 얻어야 할 것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렇기에 고력강은 애써 마음을 다잡아가며 말을 붙인다.

“허허, 그 다섯 개의 창식 말입니까? 아주 신통하더군요. 허허허. 그간 배운 창법이 모두 쓸모없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잔뜩 자신감이 들어간 목소리가 마충백의 목을 탄다.

“제 아들놈과 금창대(錦槍隊) 대주에게도 익히게 하고 있습니다. 비무일 이전에는 모두 익혀두겠습니다.”

“그 창술이라면, 쉬이 대공을 이길 것입니다. 정당한 비무에서 승리한다면 공동 역시 별 말을 못할 것이니 염려치 마시지요.”

물론 이들이 그 창식을 모두 익힐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 고력강이다.

허나, 자신들이 알려준 창식을 한둘이라도 익혀만 둔다면, 감숙의 작은 무관 따위야 쉬이 이길 것도 분명했다. 비록 그들이 공동의 속가라도 말이다.

“죄송합니다. 대인. 공동의 제자들이 워낙에 시끄럽게 이동하는지라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어서 말입니다. 허허.”

마충백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답한다.

처음에 보채던 때와는 다른 표정이다.

마충백이야 그저 고력강의 입에서 걱정 마라는 말을 듣고 싶어 징징대던 것이었겠지만, 공동이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평량을 출발한 그들의 행보가 너무도 화려하고 시끄럽다는 것이 더욱 신경을 쓰이게 만들었다.

“뭐, 하루에 산채를 세 개를 쓸어버렸다는 둥, 마적단을 마부삼아 진격한다는 둥 말도 안되는 소리들이 들려오니 제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나 봅니다. 허허허.”

본디 정보란 그 정보를 받는 이의 역량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했다.

마충백은 자신이 접한 정보를 낭설로 치부하며 가치를 마음대로 정해버렸다.

“그 역시. 일종의 압박입니다. 그들이 그리 시끄럽게 소문을 내며 올라오는 이유가 있겠지요. 마가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려는 계책일 것입니다.”

!!

“과연! 그렇군요···! 허허. 대인이 없으셨다면 제가 깜빡 넘어갈 뻔 했습니다.”

“공동은 패도적인 소문에 비해 소극적인 문파입니다. 얼마 전 산화사괴와의 일도 평량에나 그들이 닿고 나서야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흐음···.”

“그들이 이 멀리까지 와서 분쟁을 크게 만들 리가 없습니다. 또한, 우리 단의 무사들이 있지 않습니까?”

마충백이 진심으로 듣고 싶어하던 말이 고력강의 입을 타고 나온다.

고력강의 ‘단’과 ‘무사’들.

대공에게 ‘공동’과도 같은 이름이 마충백에게는 바로 저 둘인 것이다.

‘본궁’이란 말이 나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시니, 안심이 됩니다.”

“창술에 더욱 심력을 쏟으시지요.”

“허허, 창이야 제 본업이 아니겠습니까? 걱정마십시오!”

자신이 듣고 싶은 답을 들어서인지 마충백의 기세가 등등하다.

“어쨌건, 조용히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우리가 대공을 상대로 살계를 열지 않은 이유를 명심하십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허허허.”

대답은 잘 하는 마충백.

그런 마충백을 바라보는 고력강의 눈에 경멸의 감정이 스친다.

참아야 한다.

일이니까.

고력강에게는 괴로운 순간이었다.

***

“저, 저기가 무위입니다!”

“오, 드디어!”

“아···! 아···!”

“죽으란 법은 없구나!”

“형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 무리의 말을 탄 사내들이 눈물을 흘리며 무위의 외성을 바라본다.

말 옆으로 찬 대도와 여러 병장기의 모습, 사내들이 걸친 가죽 옷의 모양새가 딱 마적들의 것이다.

본디 마적이라면, 무위 정도 되는 도시의 외성을 보면 기겁을 하며 말을 반대로 모는 것이 당연지사다.

모습을 들킨다면, 관병들에게 잡혀버리고 말테니까.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이 마적들은 그런 기색은커녕 오히려 말을 재촉하며 외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저 외성에 닿는다면 이제 이 무시무시한 자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잡힌 인질들이 관병만 보면 기뻐 소리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도 같다.

“흐흠아아아!”

앞서가는 마적의 뒤에 편안히 기대 잠들어 있던 도인이 잠에서 깬다.

기지개를 크게 켜는 것이 깊게 잠들었던 모양이다.

“뭐야? 벌써 도착이야?”

“사형은 잠만 자다 끝났네요.”

“관도를 통한 것보다 더 일찍 도착했군요.”

“재, 재밌습니다!”

“뭐···, 나쁘진 않네.”

당연하게도, 마적을 마부 삼아 달리는 이들은 공동의 일대제자들.

저마다 덩치 좋은 말과 마적을 골라 자기 대신 말을 몰게 만들었다.

효과는 좋았다.

마적들이 누구인가.

사막과 석림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빠르게 상행과 행인을 털고 빠르게 도망치는 자들.

그런 마적을 잡아다 길을 안내하게 하니, 다른 마적들의 본거지까지 안내하며 공동의 속가행을 전력을 다해 지원했다.

값으로 낸 주먹질이 잘 먹힌 탓이다.

참으로 고마운 이들.

‘단전 부술 때 살살 때려야지.’

정문이 이채가 가득한 눈으로 이들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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