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32화 (32/153)

〈 32화 〉 032. 의심만 해봤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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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위라는 지역은 별다른 즐길 거리가 없는 곳이다. 지금은 아니라 해도 한때는 변방이었던 곳이 아닌가.

아니, 어쩌면 무위가 아닌 감숙이라는 지역 자체의 특성인지도 모르겠다. 중원과는 제법 떨어져 있으니.

그렇기에 지금 무위에서 벌어지는 가문과 가문의 이 비무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무위 중심에 있는 넓은 공터.

그곳에 준비된 비무대가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것처럼 깨끗하다.

비무대와 거리가 떨어진 곳에는 저마다 무엇을 파는 상인, 개인적으로 천막을 친 부자, 그리고 검을 손에 든 무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비무대를 중심으로 양옆에는 대공무관과 금마세가의 인물들이 벽처럼 서서 서로를 노려보는 중이다.

“거, 누가 이길 것 같나?”

“음, 일대일이라면 대공의 승리가 당연한 것을.”

“도전장은 마가에서 먼저 던졌는데?”

“급했던 거지.”

생업에 한창 종사해야 할 시간임에도 무위의 모든 중인이 몰려든 것만 같은 인파다.

급했다라.

적어도 여기 모인 이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금마세가가 공동의 개입이 두려워 무리수를 두었다고. 금마세가주 마충백 역시 이런 풍문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뭐, 괜찮다.

오늘 비무가 끝난 후 자신의 손에 떨어질 여러 이권들만 잘 챙기면 명성은 함께 올라갈 것이 뻔하니까.

“이목이 쏠리는 것은 피하자 했을 텐데요.”

잔뜩 눈에 힘을 주며 대공무관 쪽을 노려보는 마충백의 뒤에서 무거운 음성이 들려온다.

붉은빛 머리칼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내, 고력강이 무언가 불편한 기색으로 말을 뱉었다.

“아무래도 대공과 마가가 무위에서는 가장 큰 무관들이 아닙니까? 이목을 끌 수밖에요.”

사실 마충백이란 자는 애초부터 이목을 끌지 않을 생각이 없었던 자다.

그가 비무에서 승리한 후 얻어갈 이권을 위해서라면, 많은 이들의 앞에서 대공을 꺾어야 하는 조건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흠···.”

고력강이라는 사내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걱정 마십시오. 오늘 비무에서는 아무런 일도 없을 것이고 마가가 정면에 나서는 것이니. 대인께서는 그저 즐기시면 됩니다.”

마충백은 서둘러 고력강의 비위를 풀어주기 위해 애를 쓴다.

그래.

이제 오늘만 지나면, 이 경멸감이 치밀어오는 사내와 함께 일할 걱정은 없다.

고력강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고력강이 대공무관의 관주와 주변 인물의 면면을 살핀다.

적어도 금마세가에 알려준 창법이라면, 저기 있는 자들 정도는 쉬이 이기리라.

그의 시선이 뒤에 앉은 도인들에게로 움직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이라 하지 않았나?’

다들 기도가 잘 정돈되어 정순한 기운이 물씬 풍긴다. 과연 구파일방의 일대제자답다.

그래도.

자신과 자신의 뒤에선 부하에겐 미치지 못하는 기도다.

절대 그런 일이 생겨선 안 되겠지만, 만약에. 자신이 나서야 한다면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고창에서 처신에 더욱 신경 썼어야 하는 것을···.’

문득 자신의 처지가 한심해 보이는 고력강.

자신은 어쩌다 여기까지 와서 고작 변방의 작은 문파 간 싸움을 부추기는 걸까.

고력강이 고개를 젓는다.

그런 후회 따위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모두 해결되리라. 대공을 이기고! 물건을 찾아서 ‘조용히’ 본궁으로 돌아간다!’

고력강의 눈에 힘이 들어간다.

그가 찻잔으로 얼굴을 가렸기에 아무도 그의 눈빛을 보지 못했다.

“와, 이거 사람 구경하기 딱 좋네.”

잔뜩 긴장한 자세로 앉아 짐짓 무거운 척을 하는 일대제자들.

몰려든 관중들 속에서 가끔 자신들의 이름을 외치며 산화사괴와의 일전을 말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더욱 자세가 굳어있다.

그 옆으로 입에 당과를 문 정문이 손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 나타난다.

“사형! 어디서 뭘 하다 이제와요!”

명화가 벌떡 일어서 정문에게 핀잔을 준다.

그나마.

정문에게 대놓고 소리칠 수 있는 이는 명화뿐이다.

“헤헤, 사매도 당과 줄까?”

정문이 뒷머리를 긁으며 손에 든 무언가를 내민다. 당과가 잔뜩 담겨 있다.

“쌈 구경은 원래 먹으면서 보는 거지!”

“어휴! 정말! 앉아요!”

정문이 묵환과 명화, 진명을 지나쳐 사풍의 옆자리에 앉는다.

원래라면 사풍의 자리가 정문의 자리일 테지만, 적어도 이번 속가행은 사풍이 상석을 차지한다.

“나가셨던 일은 잘되셨습니까?”

정문이 자리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 진명이 귀에 속삭였다.

제법 날카로운 놈이다.

그저 저자에 놀러 다녀온 척이나 해보려던 정문이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아니, 그닥. 의심만 해봤다.”

정문의 성정은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이다. 무어라도 자기 생각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우선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 정문이다.

한수량과 무관에서 나눈 대화는 별다른 이상한 점이 없어 보였다.

분명, 다른 이들이 듣기에는 말이다.

다만, 정문에게는 조금 걸리는 것들이 있었기에, 정문은 저자를 돌며 이를 확인하려 했다.

정문이 의문이 들었던 첫 번째는, 일이 너무 잘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잘 구상된 투전판은 당연히 설계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정문의 지론이다.

정문은 어렵지 않게 그 판을 짠 이로 의심되는 자를 찾았다.

“장액에서 왔다는 서역인이 금마세가를 드나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위 흑시창 지부장이 정문에게 귀띔해준 정보였다.

사흘을 금마세가 주변에서 서성거렸지만, 서역인이란 젊은 사내를 찾을 순 없었다.

하지만.

의심할 가치는 있지 않은가.

낯선 이방인이라니.

저자에서 들었던 소문으론, 금마세가주 마충백은 무언가를 설계할 인물이 아니란 평이 다수였다.

다음으로, 정문은 금마세가의 요구와 자신들이 비무에 걸기로 한 현판이 마음에 걸렸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현판을 내기에 건다? 그것도 무림 세가가?

정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작 도관과 그 땅을 얻기 위해서 걸기에 현판의 가치는 너무도 큰 것이다.

한수량이 요구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가만히 있던 대공을 갑자기 마가에서 건드린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금마세가가 그 요구를 덥석 받아버린 것은 충분히 의심해볼 가치가 있었다.

만약 아무런 거리낌 없이 현판을 건 것이라면, 그건.

도관과 땅의 가치가 현판을 아득히 뛰어넘거나,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둘 중 어떤 것이라도 공동의 속가에 좋지 않을 것이다.

정문의 마지막 의문은.

뇌대란 곳에 지었다는 그 도관이었다.

도관이라.

맞다.

공동은 도문이다.

그렇기에 공동의 속가가 도관을 운영한다면, 그 도시에 대한 공동의 관심도 커질 것이고 영향력 역시 늘어날 것이다.

같은 도시를 공유하는 세가라면, 이를 견제할 수는 있다.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견제하는 것은 조금 이상한 것이다.

다른 종파의 도관을 불러온다거나, 절을 짓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아니면, 흑색선전이나 선동으로 도관의 평판을 떨어트릴 수도 있고.

금마세가의 행동처럼 다짜고짜 땅을 내놓으라는 요구는, 대놓고 시비를 걸겠다는 의도이거나.

도관과 땅이 그럴 가치가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정문은 뇌대란 곳으로 향했다.

‘뇌공도관(雷崆道觀)’이란 현판이 정문을 맞이했다.

도관은 별다를 게 없는 평범한 도관이었다.

한수량에 말마따나 땅 자체도 가치를 가지는 땅은 아니었다.

풍수적으로는 좋은 위치라지만, 뭐. 그거야 가져다 붙이기 나름이 아닌가.

도관에 무슨 숨겨진 비밀이라도 있을 거라 예상했던 정문이다.

하지만.

도관은 아무런 비밀이 없어 보였다.

다른 도관과 차이점이라면, 장식용으로 세워둔 작은 마상이 많았다는 점?

이곳에 땅을 파다 나왔다나 뭐라나.

그렇게 정문은 사흘을 허탕 치고서야 비무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정문의 시선이 반대편에 앉은 금마세가로 향했다.

백발과 흑발이 적당히 어울러진 중년인이 보인다. 가주겠지.

흠, 한수량이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닐 것이다.

소가주 역시.

누가 보아도 무재를 가진 이처럼 보이진 않는다.

대주?

신경 쓰기도 아까운 인물이다.

정문의 시선이 그들의 뒤로 향했다.

‘저놈인가···?’

흑시창에서 들었던 서역인.

붉은빛이 감도는 머리칼이 시선을 끌어당긴다. 이목구비는 묵환처럼 진하다.

‘제법 멀리서 왔겠는데?’

“장액(张掖)에서 온 상인이라더군요.”

!

“깜짝이야!”

갑작스레 자신의 귀에 대고 말을 속삭이는 진명덕에 정문이 까무러칠 뻔했다.

아니, 그것보다.

얘가 어떻게 내 생각을···?

“시선이 너무 뻔하니까요. 그렇게 뚫어져라 보는데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독심술이 확실하다.

“그, 그렇냐? 뒤에는?”

“호위무사랍니다. 분쟁 중인 곳이니 필요했겠지요. 기도가 제법입니다.”

진명이 차분히 앞서 들었던 말을 전해준다.

‘호위?’

정문의 눈이 다시금 붉은 머리 사내의 뒤로 향한다.

전신을 덮은 검정 옷과 깊게 눌러써 얼굴을 가린 죽립.

누가 보아도 무사의 복장은 맞다.

다만.

‘자기보다 약한 놈이 호위무사라?’

정문의 눈에는 저들이 지키는 자와 지킴을 받는 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호위무사란 자에게서 나오는 기도도 나쁜 건 아니었으나, 붉은 머리 사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도가 더욱 예사롭지 않았기에.

‘숨긴다고 애는 썼는데···, 내 눈은 못 속이지.’

정문이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다시 한번 자신의 기도를 갈무리해두는 정문. 자신은 알아챘어도, 저자가 알아채지는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제야 정문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금마세가의 음모 같은 것이 아니다.

이건 저자.

저 붉은 머리의 사내가 모두 꾸민 것이란 게 정문의 결론이다.

‘혼자서 대공무관을 다 쓸어버리고도 남을 놈이···.’

이제는 보이기 시작한다.

어설픈 명분으로 만들어진 이 판이 말이다.

공동의 이름이 부담스러운 자는 금마세가가 아니다. 바로 저 사내다.

하지만.

저자에게는 무력으로 본다면, 공동의 일대제자도 부담스럽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본산이 두렵다?

차라리 속가를 깔끔히 밀어버렸다면, 공동이 과연 복수에 나섰을까?

정문은 ‘아니’에 조금 더 무게를 주기로 했다. 본산과 속가는 서로가 살아남았을 때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답은 하나였다.

‘은밀히 움직여야 하는 놈이란 말인데.’

다른 건 몰라도.

저자는 자신이 직접 움직이는 것을 꺼린다는 것. 그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정문이 턱을 부여잡는다.

아직 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래도.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는 알게 된 정문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없습니까?”

진명이 다시금 정문의 귀에 속삭인다.

진명은 상황을 읽진 못한다.

하지만, 진명은 정문을 읽을 수 있다.

진명이 보기에 사형은 비무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신경을 쓰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형이 무언가 의심한다면, 대부분.

그게 옳았다. 그게 진명의 판단이다.

“준비할 건 없다. 비무에 신경을 쓰거라. 대신···”

정문의 눈이 찢어지며 고력강을 바라본다.

“일이 터져도 저 빨간 머리 근처는 가지 말거라. 크게 다친다.”

!!

정문의 말에 진명이 얼른 고개를 돌려 고력강을 바라본다.

분명 아무런 기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뒤에선 무인에게선 제법 강렬한 기도가 나오지만 말이다.

“강···합니까?”

“아마도.”

“사형보다요?”

진명의 물음에 정문이 빤히 진명의 얼굴을 쳐다본다. 웃음기가 없는 표정이다.

- 꿀꺽.

진명은 제법 겁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설마.”

- 씨익.

정문이 웃었다.

픽. 하고 몸에 힘이 풀리는 진명.

“비무에 집중하겠습니다. 일이 있으면 언제든 명해주십시오.”

“나도 일이 없길 바란다.”

- 대공무관 대 금마세가, 금마세가 대 대공무관의 비무가 곧 시작되겠습니다아아아!

- 쿠웅! 쿠웅! 쿵!

- 와아아아아아아!

북소리와 함께 우레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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