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33화 (33/153)

〈 33화 〉 033. 저게 왜 여기서?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

“첫 시합은 누구지?”

정문이 진명에게 묻는다.

“검술 사범 백오입니다.”

“어때? 직접 가르쳤잖아.”

정문의 물음에 진명이 잠시 고민한다.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평범합니다. 소양검과 혼원검을 천운검으로 풀어내는 수련을 했습니다.”

“이길 건 같고?”

“근성은 있으니, 길게 끈다면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객관적이다.

사승관계는 아니라도, 잠시간 검을 가르친 사이다. 약간의 응원은 섞어도 되지 않나 할 정도로 객관적인 평가였다.

“다녀오겠습니다.”

각진 턱에 다부진 어깨.

명주실과 같은 작은 눈을 가진 백오가 진명에게 다가와 인사한다.

다행히 조금 전 자신에 대한 평가는 듣지 못한 것 같다. 들었다고 해도 덤덤히 넘어갈 인품의 무인지만 말이다.

백오는 자신을 수련시킨 진명에게 예를 표하고 비무대로 향했다.

맞은 편에는 창을 든 위협적인 인상의 사내가 서 있다.

두 무인의 뒤로 ‘무위제일(武威第一)’이라 적힌 깃발과 ‘금갑용창(錦鉀勇槍)’이라 적힌 깃발이 바람에 펄럭인다.

“금마세가의 금창대 대주, 마후라 하오!”

“대공무관의 검술 사범, 백오요.”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두 무인의 인영이 겹쳐졌다.

묵직한 쇳소리가 들려온다.

- 챙!

- 캉! 캉!

“잘 가르쳤네.”

시끄럽게 울려대는 쇳소리 가운데서 정문이 진명을 보며 말했다.

- 씨익.

조용히 웃는 진명.

말은 객관적으로 했으나 그의 표정은 전혀 객관적이지 못했다.

숨까지 참아가며 응원하고 있었으니까.

“가주.”

낮고도 진중한 음성이 고력강의 입에서 나온다. 무언가 불편한 기색마저 느껴지는 음성이다.

“예, 대인.”

“분명 대주에게도 창식을 가르쳤다 하지 않았습니까?”

“가, 가르친다고 가르쳤습니다···, 다만···”

말끝을 흐리는 마충백.

그런 그의 옆면을 고력강의 시선이 뚫어지라 응시한다.

살갗이 저릿하다.

분명 살기나 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시선만으로도 이리 살갗이 저릴 수 있나 하는 마충백이다.

“제 아들과 저는 다릅니다. 확실히 익혀 두었으니, 걱정마시지요.”

“흐음.”

그래, 결과만 나온다면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다. 어차피 비무는 2승을 차지해야 승리하는 것이니까.

고력강이 찻잔을 올린다.

숨을 고르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잠시 살심이 치밀어 올랐지만, 이내 내려보낸 후이다.

백중세에 근접했던 두 무인의 겹쳐짐이 점차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창을 든 무인이 점점 뒷걸음질 친다.

- 캉!

- 서거억!

대공무관의 검술 사범 백오의 검이 금창대주 마후의 가슴에 기다란 상처를 남겼다.

혼원으로 시작한 검이 곡선을 그리며 천운으로 갈무리된 덕이다.

진명이 사흘간 수련시킨 검법이 그대로 적중했다.

“크윽!”

무릎을 꿇는 마후.

“양보해주셔서 감사하오.”

백오가 검을 역수로 쥐고 포권했다.

“한 수···, 배웠습니다.”

마후 역시 가슴을 부여잡은 채 고개를 숙였다.

“첫 시합은 대공무관의 승리요!”

- 와아아아아아아아!

- 대공무관 만세에에에!

- 역시 대공이 무위제일이다아아아!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온다.

- 다음은 소관주와 소가주, 소가주와 소관주의 시합이 곧 시작됩니다아아아!

“감사합니다.”

비무대에서 내려온 백오가 곧바로 진명에게 향했다. 자신을 수련시켜줘 감사하다는 것이다.

서로 참.

올곧은 무인들이다.

“제가 무얼요. 사범님께서 열심히 하신 덕이지요. 멋지셨습니다. 상대의 성취가 조금 더 뛰어났다면, 더 좋은 시합이 될 뻔했습니다.”

진명이 상대의 성취가 모자람을 아쉬워하자 백오가 서둘러 고개를 젓는다.

“아닙니다. 마지막엔 저도 당할 뻔했습니다.”

“그렇습니까?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만.”

진명의 말처럼, 백오와 마후의 대결은 밖에서 봤을 때 일방적인 승리였다.

초반의 백중세 역시 백오의 양보 덕이었으리라 진명은 생각했다.

“마지막이 특히 힘들었습니다. 검이 창에 붙어서 떨어졌다, 떨어지지 않았다를 반복하더군요.”

“그렇습니까? 무기가 엉켰던 모양이군요.”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허허, 이겼으니 다행이지요. 다 도장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몇 번을 더 고개 숙이고서야 백오가 물러났다. 무관의 다른 사범과 제자들이 서둘러 백오를 둘러싸며 축하하기 바쁘다.

잠시 자세를 풀었던 정문이 다시 팔짱을 끼고 고쳐 앉는다.

분명 무언가 있긴 한데, 그게 무엇인지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 정문이다.

‘고작 저런 실력으로 싸움을 걸었을 리가 없는데···, 저놈이 그걸 내버려 뒀을 리도 없고.’

“가주.”

또 무거운 음성이 마충백의 귀를 때린다.

“예, 대인.”

“꼭 이기셔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금마세가 역시 명운을 걸고 싸우는 중입니다.”

마충백이 코로 바람을 불며 말했다.

마충백은 뒤를 돌아 비무에서 패배한 마후에게 향한다.

잠시 고성이 들리더니, 이내 짝! 하고는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고력강의 시선이 마충백의 뒤통수로 향한다.

‘명운을 걸고 있다? 지랄이군.’

고력강은 마충백을 믿지 않는다.

못해도, 마충백의 내심에는 일이 잘못되면 고력강이 나서 줄 거라 믿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고력강이다.

고력강의 눈이 감긴다.

- 후우우.

숨을 고르며 마음을 다지는 고력강.

‘내가 나설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저들이 익힌 창식은 쉬이 질 수 있는 창식이 아니다. 믿자. 믿어야 한다.’

마음을 차분히 한 고력강이 눈을 뜨고 다시 찻잔을 들어 올렸다.

비무대 위에는 각 가문의 후계자들이 마주 보고 서 있다.

서로를 노려보는 눈빛에 감정이 느껴진다.

“쟤들은 눈빛이 왜 이리 살벌해?”

“원래 알던 사이랍니다.”

“호오? 이거 박터지겠는데?”

또래가 같았던 소관주 한강과 소가주 마준은 어려서부터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

뛰놀던 거리며, 학관이며, 지인들이며 모두.

그들은 언제나 지척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지내온 인물들이었다.

주변의 시선은 또 어떠했겠는가.

늘 비교당하던 것이 둘의 일상이었다.

그런 비교의 우위는 언제나 대공무관 소관주 한강이 가져갔다.

한강은 한수량의 무재를 그대로 내려받은 제법 총기가 있는 검수였다.

반면 마준은.

그냥 평범한 아이였다.

별다른 무재도 없고 노력 역시 적당히가 전부였다.

그런 마준이 한강을 한 번이라도 이겼을 리가 없었다.

“소관주가 이기겠는데?”

정문이 당과를 씹으며 말했다.

잔뜩 입에 묻혀가며 먹는 모습이 남에게 보여주기에 조금 부끄럽다.

“맞아요! 소관주가 이해력이 얼마나 좋은데요!”

한강에게 직접 검을 가르친 명화가 잔뜩 흥분해 말을 쏟아 낸다.

자신이 보여줬던 검들을 곧잘 따라 하던 한강은, 이미 명화에게 제자와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소관주! 죽여버려요!”

자기는 도사라서 살생은 안 된다더니, 소관주는 도사가 아니라서 괜찮나부다.

- 쿠웅! 쿵!

비무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리자 양쪽에 선 무인이 동시에 몸을 날린다.

- 채앵!

- 탓!

- 까앙!

쇳소리가 비무장을 다시금 채웠다.

잠시 긴장을 풀었던 이들도 모두 웅장하게 들려오는 쇳소리에 고개를 비무대로 고정시켰다.

정문의 눈 역시 마준의 창으로 향한다.

분명 별것은 없는 창식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소가주 마준의 눈에는 자신감이 서려 있다.

“사형, 확실히 이상합니다.”

진명이 고개를 돌려 정문을 보며 말했다.

“음, 뭐가?”

정문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비무에 집중하면서도 대꾸를 한다.

진명은 정문의 귀를 보며 말할 뿐이다.

“제가 봐도 이건 너무 평범한 비무입니다. 한쪽의 명운이 걸렸다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구요.”

“음, 그래?”

여전히 정문의 시선은 비무대에 고정이다.

건성인 듯 아닌 듯 그래도 계속 답은 하는 정문.

- 깡! 깡!

“에잇! 거리를 유지해야지!”

정문은 제법 집중해서 비무를 감상하는 중이다.

마준의 눈빛에서 읽은 무언가가 마음에 걸렸기에 창식에 집중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사형, 잠시 대화를···”

진명이 다시 정문을 바라보며 무언가 말을 계속하려 할 때.

“안돼! 피해요!”

명화의 외침이 크게 울린다.

- 치치이잉!

한강의 검이 공중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날아간다. 검수가 검을 놓쳐 버린 것이다.

-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는 정문.

그가 몸을 조금 앞으로 향하며 손을 내민다.

당과는 모두 땅에 떨어져 부숴져 버렸다.

“?”

진명이 그런 정문을 이상하게 바라본다.

소관주가 질 것 같아 이러시나? 하는 의문이 진명을 스친다.

진명의 시선이 비무대로 향한다.

- 푹! 푹! 푹!

동시에 세 개의 창영이 소관주 한강의 몸을 찔러간다.

“크억!”

뒤로 물러서며 무릎을 꿇는 한강.

갖춰 입은 무복 위로 핏물이 묻어 나온다.

상처는 크지 않다.

하지만.

무기도 잃었고 이미 무릎까지 꿇었다.

아마 자존심 역시 잃었을 것이다.

한강은 수많은 공격에 실패했다.

마준은 수많은 방어에 성공했고.

한강은 단 한 번의 방어에 실패했다.

마준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승리했고.

두 젊은 무인의 실력이 제법 차이 나는 것이다.

마준의 창이 한강의 턱에 닿는다.

“져···졌습니다.”

- 휘익.

창을 터는 마준.

“한 수, 자알···, 배웠소.”

비릿한 미소가 마준의 얼굴에 걸린다.

처음으로. 한강을 이긴 것이다.

두 번째 비무는 금마세가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제는 일대일인 상황.

결국 관주와 가주의 대결이 결착을 보게 될 것이다.

구경꾼들에게는 상황이 재밌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쉽군요. 두 번째 시합에서 끝나길 바랐는데.”

아쉽다.

하지만 아직 한 경기가 더 남았고 남은 이가 한수량이기에 진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소관주가 너무 간단하게 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젊은 무인들의 성취야 하루가 다르지 않나.

“해서, 하던 얘기를 마저···”

진명이 정문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

진명의 고개가 가로 기울어진다.

?

뭐지?

정문의 표정이 이상하다.

입은 분명 웃고 있다.

조금 벌어져 입안이 보이긴 하지만, 누가 보아도 웃는 입일 것이다.

그런데 눈은.

눈은 웃는 눈이 아니다.

동공이 확장된 것이 무언가 놀라운 것을 보아 놀란 이의 동공이다.

진명은 이제 알 것도 같다.

저 표정은.

어이가 나가버린 사람의 표정이다.

“왜 그러십니까?”

“서, 서하오창식······?”

정문의 입에서 서하오창식(西夏五槍式)이란 이름이 나왔다. 정문은 방금 소가주 마준이 보여준 그 창술을 아는 것이다.

“아는 창술입니까?”

덤덤하게 묻는 진명

“···였어.”

“예?”

“저거 였다고!!!”

정문이 크게 소리쳤다.

무엇인가를 알아낸 이의 목소리다.

“이런 젠장! 저게 왜 여기서? 아니, 아니.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아니지! 저거라면 또 말이 되는 거라고!”

정문이 정신이 나가버린 사람처럼 말을 다다다 쏟아 낸다. 그러는 와중에도 머릿속으로는 열심히 계산을 돌리는 중이다.

진명은 당연하게도.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저···, 사형?”

이런 사형의 모습은 처음이다.

2년 전 사문을 떠나기 전과 돌아온 후 모두를 통틀어도.

특히나 돌아온 후의 사형은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남을 당황하게 만드는 사람이 정문이 아니었나.

정문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무어라 중얼거린다. 그의 옆으로 머리가 흘러내려 표정을 가려버렸다.

“··· ··· 다.”

잘 들리지 않는 진명.

이제는 사풍과 명화, 묵환 마저 정문을 바라본다.

“뭐라는 거요?”

“갑자기 왜 저러시는 거예요?”

“어, 어디 아프십니까?”

다른 사제들은 쉬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오로지 진명만이 조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정문을 응시한다.

“사형, 크게 좀 말씀해주십시오.”

무언가 말하는 것은 확실히 안 진명이 다가서 정문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고개를 푹 숙였던 정문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다행히, 조금 전 어이가 나간 그 표정은 아니다.

진명과 눈을 맞추는 정문.

정문의 떨림이 조금 멎은 것 같다.

계산이 끝난 것이다.

“진명아.”

진중한 사형의 모습이 돌아왔다.

“예, 사형.”

- 꿀꺽.

정문의 모습에 진명이 마른 침을 삼킨다.

“비무를 멈춰야겠다! 당장!”

사형의 입에서 어려운 명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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