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39화 (39/153)

〈 39화 〉 039. 한족(漢族)의 묘.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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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량이 건네준 횃불이 어두운 계단을 밝힌다. 계단은 제법 깊은 지하까지 연결이 되어있었다.

“뭐가 있기에··· 이렇게 깊을까요?”

묵환의 등에 딱 달라붙은 명화가 조심히 묻는다.

“제법 깊은 게 좋은 걸 묻어둔 모양이야.”

다른 사제들과는 달리, 정문만이 흥미진진한 표정이다.

- 뚜벅. 뚜벅.

걸음 소리가 크게 울려온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고 나서야, 계단이 끝을 보인다.

계단의 아래에는 제법 넓은 공간이 공동의 제자들을 맞았다.

“여기, 불을 밝힐 곳이 있습니다.”

진명이 서둘러 벽을 살펴보다, 이내 횃불을 옮길 곳을 찾았다.

- 휙.

- 휙.

- 휙.

차례대로 옮겨지는 횃불.

계단 아래의 공간이 어느새 대낮처럼 밝아졌다.

“사형! 여기 또 문이 있어요!”

마지막 횃불을 옮기자, 한쪽 끝에서 다시금 나타나는 하나의 문.

“한묘(漢墓)···?”

명화의 고개가 위로 들리며 문 위의 글을 읽어간다.

“설마···, 한(漢)대에 만들어진···?”

글을 직접 읽은 명화임에도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한다. 한(漢)대라면, 못해도 천년은 더 지났다는 말이 아닌가.

고개를 젓는 정문.

정문의 입이 다물어져 있다.

놀라지 않았다는 뜻이며, 이곳이 무엇인지 안다는 뜻이다.

“사형께서는 아시는 모양이군요?”

“그래. 이건 한묘가 맞다. 근데, 한나라의 묘란 뜻은 아니야.”

“그럼 무슨 뜻이에요?”

“한족(漢族)의 묘란 뜻이지.”

정문의 말에 사제들의 고개가 갸웃한다.

중원의 어떤 묘를 가도, 자신이 한족이란 이유로 묘의 이름을 한묘라 짓진 않기 때문이다.

- 끼이이익.

다행히 안에 있는 문은 잠겨있거나 막혀있지 않았다. 정문이 힘을 조금 주어 무거운 문을 열어젖힌다.

- 쏴아아아!

조금은, 차가운 공기가 앞으로 불어 나온다.

“사, 사형! 타인의 묘지를 이렇게···”

진명이 조금은 걱정되는 말투로 얼른 정문을 잡았으나, 정문이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여 준다.

“여긴 묘는 맞지만, 그런 묘가 아니야.”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러니까···, 굳이 말하자면 가묘(假墓)라고 할 수 있겠네.”

“가묘 말입니까?”

의아해하는 사제들의 표정을 뒤로 정문이 문을 넘는다.

조금은 찝찝한 표정의 사제들이지만, 서둘러 정문을 뒤따른다.

- 휘익.

가묘 안 석실을 살피는 정문.

횃불이 쓸고간 자리에 무언가 물체들이 서 있다.

- 화악.

진명이 서둘러 밖에 걸어둔 불을 안으로 옮기자, 이내 서 있는 물체들의 실체가 밝혀진다.

!!!

“마상(馬像)?”

뇌공도관을 짓는 도중 발굴되었다는 작은 마상이 차례대로 석실 안을 메우고 서 있다.

“마치 군대 같군요.”

석실 안을 가득 채운 마상은 하나의 기병대처럼 열을 맞춰 무리 지어 있었다.

크기는 사람의 무릎까지도 오지 않을 정도로 작았으나, 하나하나 뿜어대는 분위기는 기병대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만 같았다.

말의 등에는 사람의 형상이 올려져 있었고 그 사람의 형상에는 저마다 다른 병장기가 들려있다.

“음···. 아마 묘의 주인이 기병대에 소속된 장수였던 모양이야.”

정문의 고개가 다시금 끄덕여진다.

그런 정문을 일제히 바라보는 사제들.

이제는 제발 설명을 더 해달라는 말이다.

정문은 ‘한묘’라는 것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한묘’란 말은 주로 군부 출신들이 많이 쓰는 말이니까.

“한묘는···, 중원에 투항한 이민족들의 가묘를 말하는 거야. 대부분 장수였겠지.”

!!!

“주, 중원에 투항한 이민족이요?”

“그래. 서하인(西夏人)일 수도 있고, 회흘(回鶻)일 수도 있지. 뭐, 더 올라가면 흉노일 수도 있고.”

“이민족이 왜 ‘한’이란 이름을 묘에 붙인단 말입니까?”

“죽어서라도. 인정받고 싶었으니까.”

!!!!!

사제들의 표정이 굳어간다.

놀라서 굳은 것이 아닌, 정문의 말을 이해했기에 굳은 표정이다.

이들은, 한족으로 인정받고 싶었다는 말이다.

“······.”

묵환의 얼굴이 특히 어둡다.

이민족 출신인 묵환으로서는 그들의 심정과 살아왔을 삶이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상하군요. 왜 시체를 매장하는 실제 묘지가 아닌 가묘를 꾸몄다는 말입니까?”

진명은 정문의 말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저 학구열에서 올라오는 호기심에 질문을 던졌다.

“가묘는···, 도굴해주길 바라고 만든 묘거든.”

!!

다시금 커지는 도인들의 동공.

이제야 다들 이해가 된다는 표정이다.

“도굴꾼이 와서, 이들이 한족이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군요.”

“정확해. 그래서 대부분 그들은···.”

정문이 걸음을 옮긴다.

횃불을 들고 마상의 옆을 지나 벽이 닿는 곳까지 거침없이 걸어간다. 문과 반대가 되는 벽 앞까지 걸어가는 정문.

“중원의 유물을 모아두는 편이지.”

- 화아악.

말과 함께 정문이 횃불을 비추자, 이내 석관(石棺)이 하나 모습을 나타낸다.

“누군가 이곳을 발견하고 ‘한’이라는 글자와 자신의 이름이 동시에 후대에 남길 바라는 것. 그게 한묘의 궁극적인 목적이야.”

- 스르륵.

석관의 덮개를 여는 정문.

“처, 천벌 받습니다!”

“자, 잠시만요! 함정이라도 있으면!”

“미친 거요?”

사제들이 서둘러 달려가 정문의 옷깃을 잡아본다. 그래도 정문은.

거침없이 석관의 덮개를 열었다.

- 화아악.

불을 가져다 대는 정문.

“말했잖아. 시체는 없다고.”

석관 안에는 금은보화와 각종 장신구, 그리고 조금은 오래되었지만 예기는 여전한 보검이 아름드리 놓여 있었다.

- 씨익.

“휴···.”

명화가 겨우 안심하며 가슴을 부여잡는다.

만약 시체라도 나왔다면, 정신을 부여잡고 있었을 자신이 없는 그녀다.

“천존의 천벌만 받으시면 되겠군요.”

- 씨익.

진명 역시 안심을 했는지 시답잖은 농담을 던진다.

“이것들···, 가져가면 안 되겠죠?”

명화가 슬쩍 눈치를 보며 묻는다.

상가의 여식인 그녀의 눈에는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의 가치가 보이는 것이다.

“일부만 챙겨가자. 우리가 여기를 널리 알려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묘’는 알려지기 위한 것.

그렇기에 한묘에 있는 유물을 가져가는 사람은 반드시 한묘를 널리 알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정문과 사제들은 공동의 도사.

도사가 아무리 가묘라도 묘지를 도굴하고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좋을 것이 하등 없었다.

“저, 정말요? 여기 있는 것들 일부만이라도 내다 팔면···!”

명화의 눈이 조금은 금전의 모습으로 변한 것만 같다. 상가의 자식다운 태도다.

정문의 눈이 안에 든 작은 상자로 향한다.

본디 이런 곳에서 발견되는 것은 이런 상자 안에 든 것이 가장 귀한 법이다.

‘영약? 비급? 아니면··· 신물?’

정문의 눈에도 약간은 탐욕이 자리한다.

상자의 문이 열린다.

침이 꼴깍 넘어가는 정문의 목.

- 덜컥.

“?”

정문의 표정에서 얼이 나가버린다.

옆으로 다가서는 세 개의 그림자.

진명과, 사풍, 명화가 서둘러 상장의 안을 확인한다.

“병이네?”

“병이네요.”

“벼, 병입니다!”

“병신같군.”

마지막에 조금 이상한 말이 들리긴 했으나, 상자 안에 든 것은 작은 술병임이 확실했다.

“?”

정문의 표정이 어리둥절하다.

이게 왜?

이럴 리가 없는데?

하는 표정이 계속해서 정문의 얼굴에 올라온다.

본디 이런 유물 속에, 그것도 제일 중심에 있는 석관 속에, 그 안에서도 따로 포장해둔 상자 속이라면.

가장 귀한 물건이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문의 손이 병으로 향한다.

- 솨아악.

강한 냉기가 뿜어져 정문의 손이 살짝 시큰해진다. 얼른 손을 뒤로 빼는 정문.

“···? 뭐 하세요?”

석관에 든 보물들을 조금씩 살펴보던 사제들이 정문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어준다.

“이··· 이거···?”

상자를 내밀며 사제들에게 얼른 만져보라 권하는 정문.

“앗 차거!”

병에 손을 대었던 명화가 재빨리 손을 빼며 소리쳤다.

“뭐, 뭐에요? 이거 왜 이렇게 차가워요?”

“허허, 이상한 말을 하는구나. 여기가 아무리 지하라 한들, 병이 아직 차가울 리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병에 손을 가져다 댄 진명의 표정이 일순간에 굳는다.

“왜죠?”

얼른 정문을 바라보는 진명.

이제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자연스레 정문부터 바라보는 진명이다.

“차갑지? 맞지?”

정문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연신 되물었다.

“차가운 정도가 아닌데요? 그리고 그거···, 자기로 만든 게 아니네요?”

명화는 소매를 조금 말아 자신의 손을 감싸고 병을 들어 올렸다.

분명 모양은 술병의 모양이 맞지만 자기를 구워 만든 것이 아닌 다른 재료로 만든 병이 확실했다.

“이건···, 금속으로 만든 병이네요.”

“안에 뭐가 든 건 아니고? 빙석이라거나, 빙정이나···”

고개를 젓는 명화.

“비었어요. 병 자체에서 냉기가 나오는 거예요. 빙석이나 빙정 같은 성질의 금속으로 만들었을 수는 있겠네요.”

애매하다.

분명 신물은 신물인데.

애매하다.

정문의 표정 역시 애매했다.

이걸 좋아해야 하는지, 아닌지 기분이 아리송한 정문이다.

“사, 사형.”

조용하던 묵환이 정문을 부른다.

“······.”

아무런 답이 없는 정문.

정신이 반쯤은 나간 것만 같다.

실망한 표정도 역력했고.

“여, 여기 글이 있습니다.”

그런 정문의 정신을 얼른 불러오는 묵환의 한마디가 들려온다.

“글?”

서둘러 정문이 묵환이 말하는 곳으로 시선을 던진다.

자신이 밀어낸 석관의 덮개.

그 아래에 작은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이거 읽을 수가 없겠는데?”

글자도 작거니와, 횃불을 들이미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기에 도저히 글을 읽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세, 세우겠습니다!”

묵환이 말을 던지더니 이내 힘을 모아 한 번에 석관의 덮개를 일으켜 세워버린다.

- 콰아앙!

웅장한 소리와 함께 세워지는 석관의 덮개.

횃불이 그 앞을 비추자, 정문이 글을 읽어간다.

- 평생을 중원의 장수로 살았던 송장(宋將) 글필상(契苾上). 한족으로 중원에 잠들다.

“······. 다들 인사라도 드리자.”

이름을 몰랐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묘란, 원래 그래도 되는 곳이니까.

하지만.

이름을 알게 된 이상, 그냥 지나치기에는 다들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정문의 말에 다들 고개를 숙이며 진명이 대표로 경을 읊는다.

이럴 때는 다들 도사 같은 모습이다.

경이 끝나자, 정문이 고개를 든다.

글이 아직 조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흐음.”

한묘의 주인에 대한 설명은 앞서 읽은 것이 전부였다.

만약 설명이 길어진다면, 자신의 출신과 내력이 밝혀지며 이민족이란 사실만이 더 강조될 테니, 적지 못한 것이다.

대신, 글에는 자신이 모은 중원의 유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 중원에서 처음으로 하사받은 보검을 남긴다. 황궁의 명장이 만든 검으로 날만 잘 벼린다면 수백 년을 갈 ‘양검(良劍)’이다.

- 장신구는 내 사랑하는 여인이 남긴 것을 함께 둔다. 그녀는 늘 꾸미는 걸 좋아했으니, 꾸밈에 관심이 많은 자가 가져가길 바란다.

- 금은보화는 부디 서량(西凉) 땅에 베풀어주길 바란다. 내 이름이어도 좋고, 한족 누군가라는 언질도 좋으니 서량 땅에 베풀길 간절히 바란다.

- 마상은 나와 수하들을 상징한다. 이들은 모두 기마술에 기재였다. 전사한 이들을 기리는 마음에 함께 모시니, 제사를 지내주길 바란다.

- 마지막으로 술병에 대해 남긴다. 오랜 기간 서량 땅에 머물며 한족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마음에 한 ‘장수’의 신물을 찾아 길을 떠났으니, 그 끝에 발견한 신물이 이것이다. 표기장군(驃騎將軍)의 술을 담았던 병이니, 무엇을 담 든 품은 기운이 만년을 갈 것이다. 필요한 곳에 사용하길 바란다.

정문이 차분한 어조 글을 읽어 갔다.

또렷한 목소리가 석실에 울려 분위기가 흡사 추도제와 같았다.

“사형···,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면···”

“응. 아마도 어마어마한 걸 손에 넣은 것 같네.”

모두의 시선이 다시 술병으로 향한다.

‘표기장군의 술을 담았던 병.’

그 한 문장이 모두의 뇌리에 박혀버렸다.

“그···, 설마? 아니겠죠?”

상자를 쥔 정문의 손이 살짝 떨린다.

표기장군(驃騎將軍).

지금은 그저 황실의 벼슬 이름으로도 쓰이는 단어이다.

하지만.

천 년 전만 해도 이는 오로지 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니, 한무제(漢武帝) 때의 곽거병(霍去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흉노를 격파하고 비단길의 첫 포문을 열었다는 곽거병. 그를 치하하기 위해 한무제가 직접 그에게 술을 내리니, 모든 병사와 술을 나누기 위해 그 술을 연못에 뿌렸다고 한다.

분명 정문의 예상이 맞는다면, 이 술병은 천 년 전 황제가 장군에게 내린 술을 담았던 그 병일 것이다.

- 쏘옥.

자신의 품으로 상자를 숨기는 정문.

그의 시선이 석관 덮개의 마지막에 향한다.

“저건 중원의 문자가 아닌데?”

지렁이가 기어가듯 적혀있는 한 줄의 문자.

저건 누가 보아도 중원의 문자가 아닌, 이민족의 언어였다.

“흠, 마지막 한 문장 정도는 자신이 쓰던 언어를 남기고 싶었나 보군요.”

보검을 품에 꼬옥 끌어안은 진명이 말했다.

“흠, 무슨 문자인지 알 수가 없네요. 그냥 지렁이 같기만 해서.”

손목과 목, 그리고 팔이 반짝거리는 명화가 말을 보탠다.

“다, 달리는 말로 제비를 밟았던 글필상이 이를 남기다. 라고 쓰여 있네요.”

!!!!!!!!!!!

약간은 더듬는 말투에 소심한 목소리가 마지막 한 문장을 읽는다.

모두의 시선이 묵환에게 꽂혔다.

“너 지금···?”

“이, 읽은 거냐?”

“어, 어떻게?”

“저걸?”

일제히 꽂히는 시선에 묵환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묵환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어, 어렸을 적 배, 배웠던 글자랑 같습니다!”

“넌 어려서 산으로 왔잖니?”

추궁하듯 묻는 명화.

“더, 더 어렸을 때요! 부, 부모님 살아 계, 계실 적이요!”

묵환은 고아로 떠돌다 산으로 들어온 아이다. 고아가 어디 처음부터 고아겠는가.

그가 고아가 되기 전에는 따뜻한 손을 내어주던 부모가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중원인의 생김새와는 조금 다른.

“······, 마답비연(馬踏飛燕)이라. 기마술에 엄청난 자신이 있었나 보군.”

“저, 전 이 마상을 가지고 싶어요!”

묵환이 작은 마상을 하나 품에 안으며 말했다.

달리는 형상의 말이 제비를 밟고 있는 마상. 아마 글필상이라는 자를 직접 형상한 마상일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어디서 온 민족인지, 자신들의 뿌리가 무엇인지도 자세히는 모르는 묵환이다.

그저 자신이 어려서 배웠던 언어를 쓰는 걸로 보아 같은 민족이란 생각이 들어서일까, 묵환은 이미 그 마상에 마음을 뺏긴 것만 같다.

“그래. 마상을 챙겨 제사를 지내달라 했으니, 그거라도 챙겨가 제사를 올리자.”

정문이 따스한 눈빛으로 묵환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사풍이는 아쉬워서 어쩌냐, 얼른 챙기지 뭐 했어?”

상자를 꼭 품은 정문이 아쉽다는 눈빛을 사풍에게 보내자, 사풍이 얼른 손을 뒤로 감춘다.

그의 손에서 명화와 비슷한 장신구가 잠시 반짝였으나, 정문은 못 본 척하기로 했다.

공동의 제자들은 석관 덮개를 조심히 덮어 처음과 같은 모양을 만들었다.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석관에 인사를 남기고는 지하를 벗어났다.

모두의 얼굴에 미소와 탐욕이 가득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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