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44화 (44/153)

〈 44화 〉 044. 일 하나 같이 합시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 * *

- 콰앙!

- 슈웃!

- 채앵!

- 쾅! 쾅! 쾅!

- 빠악!

다른 문파의 수련이 어떤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공동의 수련은 늘 다채로운 소리가 가득한 순간이다.

“죽어어엇!”

같은 소리도 들리고.

“잡아요! 잡고 패요!”

같은 소리도 들리며.

“어림도 없다! 아암!”

같은 악당들이나 할 법한 소리도 들려온다.

- 툭.

검으로 땅을 짚은 사풍이 숨을 몰아쉰다.

“허억···, 허억···!”

여전히 체력으로는 저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 쉬이이익!

명화의 쾌검이 빠르게 정문을 노려간다.

‘언제 저렇게···?’

이들과 이렇게 수련을 함께하는 것은 사풍도 처음이다. 멀리서 지켜본 적은 있으나 본격적으로 참여한 적은 없던 사풍이다.

- 탁! 탁! 탁!

정문의 검갑이 연속해서 묵환의 어깨와 머리를 때린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묵환.

‘아예 다른 무인이 되었군.’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 휘이잉.

- 파라랏!

패도 일변도의 검을 휘두르던 자신의 사형 위진명의 검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잔뜩 곡선을 품은 검로를 펼치다 마지막에야 날카롭게 변하는 진명의 검.

‘천운검(天雲劍)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사람이···!?’

사풍의 두 눈이 커진다.

분명 이들의 성취는 속가행을 다녀오면 목격한 바가 있었다.

다만, 속가행 도중 보여줬던 성취는 그저 산적들을 잡으며 체력이 조금 늘어난 정도가 전부라 생각했던 사풍이다.

‘이거, 생각했던 것 이상이군.’

자신과 이들의 거리가 점점 좁혀짐을 알았을 때는 이 모든 걸 부정하고 싶었다.

그저 괴이한 수련으로 인한 일시적인 진일보라 믿고 싶었다.

다만.

같은 편에 서서 검을 휘둘러보니 이들의 성취가 조금은 부럽게도 느껴진다.

- 콰앙!

진명의 몸이 날아간다.

마지막으로 덤벼들었던 사제까지 날려 보내자 정문이 검을 검갑에 집어넣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나도 수련하러 가야 해서.”

!!

이 말은.

이런 대련쯤은 자신에게 수련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 분명했다.

“또 수련하러 간단 말입니까?”

“?”

“바, 방금까지 대련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사 대 일로.”

“그건 너희 수련이지.”

“······.”

너무나도 당연하게 답해오는 정문에 사풍이 할 말을 잃고 만다.

“정리들하고 쉬어라. 찾지 말고.”

쓰러져 잔뜩 숨을 몰아쉬는 사제들을 뒤로 정문이 걸음을 옮긴다.

“사, 사고 치지 마요!”

끝까지 정문을 관리하는 명화.

“어휴, 힘들어 죽겠네. 언제 한 번 패보나.”

“꼬, 꼭! 칠상권을 꽂을 겁니다!”

제법 패륜적인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온다.

“흠, 합격진(合擊陳)이라도 짜야 하나?”

진중하게 정문을 이겨보려는 진명.

“에휴, 그냥 조금만 쉬고 또 수련하러 가요. 저쪽에 공터가 많더라구요.”

“음, 그래야겠지.”

"저, 저도 가겠습니다!"

“!?”

사풍의 표정이 다시금 의문을 품는다.

“또 수련하러 간단 말이오? 이 고생을 하고도?”

“대련만으로는 모든 것이 채워지지 않는다. 개인 수련도 매진해야지.”

“괜찮아요. 이 짓도 한 석 달 하니까 익숙해지더라구요.”

“버, 버틸 만합니다!”

“······.”

수련에 있어서는 남들에게 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던 사풍이다. 정문이 자리를 비운 동안도 속가에 나가 수련에는 매진하질 않았던가.

“부, 분명 예전에는 이 정도로 수련하지 않지 않았느냐?”

“뭐, 저 치가 돌아온 후부터는 그래도 계속한걸요.”

“흠, 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법이니라.”

“······.”

사풍은 그저 이들의 성취에만 시선을 고정해 왔었다. 본디 성취라는 것은 노력과 재능이 만나야 이뤄지는 것임을 잠시 간과했다.

‘이, 이렇게 한다면···, 그래 말이 안 될 것도 없지.’

그저 정문이 요행이나 괴이한 수련을 시켜 발전이 빠른 거라 여겼던 사풍. 그의 눈에 새로운 사실들이 들어오자 조금은 혼란스럽다.

“저는 갑니다. 사풍 사형도 쉬세요.”

“내일도 수련에 오거라. 셋보다는 넷이 확실히 편하니.”

“내, 내일도 강제로 모시겠습니다!”

말을 남긴 사형제들이 모두 수련할 장소를 찾아 떠났다.

장원에 덩그러니 남겨진 사풍.

제법 긴 시간을 그저 하늘을 바라보는 것에 쓴다.

“사풍 사형?”

그런 사풍에게 다가오는 한 도인의 무리.

“청익이냐?”

사풍이 고개를 돌리자, 청익과 금모를 비롯한 사풍을 따르는 사제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 있다.

조금은 뻘건 그들의 얼굴.

사풍의 시선이 청익의 손으로 향한다.

작은 백색 자기가 조심히 들려 있다.

저건. 술병이다.

물론 공동이 음주와 육식을 금하는 문파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도문보다 육식과 음주에 관대한 곳이 공동이다.

다만.

이런 시기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술이나 마시러 다니는 모습이 좋게는 보이지 않았다.

“술을··· 마신 것이냐···?”

“그, 그게. 사태가 이리되니 심경이 복잡하여···. 걱정도 되고···.”

“······.”

분명 크게 화를 내며 혼을 내주려 마음을 먹었던 사풍이다.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니 그런 화마저도 가라앉아 버린다.

“뭐 하고 계셨습니까? 바쁘지 않으시다면 오래간만에 함께 술이라도···”

“수련을 하고 있었다.”

“···!! 수련이요?”

되묻는 청익을 향해 사풍이 날카로운 시선을 선물한다.

“논검회가 이레도 남지 않았다. 당연히 수련해야 할 것이 아니더냐?”

“허허, 사형. 이레 안에 수련한들 얼마나 성장하겠습니까? 그저 평안히 마음을 다잡으시는 게 훨씬······”

자신 딴에는 충언이랍시고 말을 꺼낸 청익이다. 다만, 자신을 향하는 사풍의 눈빛이 너무도 무서워 말을 마치지 못한다.

‘또, 저런 눈빛을···?’

사형이 변한 것이다.

청익은 확신했다.

사풍은 한 번도 자신을 저런 눈빛으로 자신을 본 적이 없었다. 육반촌에서부터 오늘까지 두 번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경멸.

일종의 경멸이 아린 눈빛이 사제들을 훑는다.

“술은 당분간 금하거라. 적어도 논검에 나서기 전에 최소한의 무공 점검은 필요하지 않겠느냐? 비록 모두가 비무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최소한의 준비들은 해두거라.”

“······, 마, 맞습니다. 저희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딸꾹.”

“어, 그게 아니라···.”

제법 차가운 사풍의 반응이 나오자 저마다 변명을 꺼내며 술 냄새를 풍긴다.

“됐다. 오늘은 마저 마시고 내일부터는 수일(守一)들을 좀 하거라.”

던지듯 말을 남긴 사풍이 자리를 뜨려 한다.

“어, 어디 가십니까?”

“수련하러 간다.”

“수련은 아까 하셨다고···?”

“······. 수련하러 간다.”

자신이 저기 다른 사제들에게 소리를 칠 자격이 없다는 것은 잘 아는 사풍이다. 어제나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자신 역시 저들과 같은 반응에 같은 태도였으니까.

어쩌면.

그렇기에 사풍의 속에서 더욱 울화가 올라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의 화는 저기 사제들이 아닌 자신에게 나는 것이리라 사풍은 짐작했다.

“······.”

멀어져 가는 사풍의 뒷모습을 사제들이 황망히 바라본다. 술병을 쥔 손은 힘이 빠져 축 늘어진 상태다.

“사형이 많이 변하셨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요즘에는 저희를 멀리하는 느낌도 듭니다.”

“이거 줄 잘못 선거 아닙니까?”

청익의 뒤로 사제들의 여러 말이 들려온다.

“다들 조용히 하거라! 사형께서 하신 말씀에 틀린 말이 있느냐?”

“······. 그건 아니지만.”

- 쨍그랑!

청익이 손에 든 술병을 깨버렸다.

“우리가 잘못한 것이 맞다.”

“······.”

“맞습니다.”

“우리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사풍이 머물던 마당에는 더 많은 도인이 남았다. 그리고 더 많은 도인의 황망한 시선이 하늘을 채웠다.

***

사풍의 말이 통한 것일까.

사풍과 사제들이 마주친 이후, 대려에서 술을 마시는 도인을 봤다는 말은 들리지 않았다.

대신.

공동이 통으로 빌린 장원 곳곳에서는 칼 휘두르는 소리와 땀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끔은.

비명도 함께.

“끄아아악!”

“어억!”

담벼락 너머로 날아드는 진명과 묵환.

수련 중인 다른 공동의 일대제자, 청익과 금모의 발 앞으로 그들의 몸이 한 바퀴 구른다.

“?”

“위 사형? 여기서 뭘······?”

청익의 말이 전부 마치기도 전에.

“이런 제엔자앙!”

하는 소리와 함께 사풍의 몸이 담벼락을 부수고 날아온다.

- 콰앙!

“아 쫌! 건물은 부수지 말라니까요!”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명화의 목소리다.

- 데구르르르.

두어 바퀴 구르며 검으로 몸을 일으키는 사풍.

슬쩍 입가에 묻은 피를 닦는다.

“진 사형?”

지켜보던 청익과 금모의 고개가 가로 기울어졌다.

“저, 적습입니까?”

금모가 급히 물었다.

공동의 일대제자들 중에서도 무력으로는 이, 삼위를 다투는 진명과 사풍이 아닌가.

그런 사형들이 연달아 날아오자 제자들이 조금 긴장한 것이다.

“적? 아니! 마귀다!”

눈을 한 번 빛낸 사풍이 다시금 뛰어든다.

진명과 묵환 역시 다시 달려든 뒤다.

“꺄울!”

다시 날아오는 묵환.

청익이 묵환에게 다가갔다.

“묵환. 이게 다 무슨 일이냐?”

잠시 눈이 하얗게 뒤집혔던 묵환이 얼른 고개를 털며 일어섰다.

“청, 청익 사형?”

“그래. 사형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

“수, 수련 중이었습니다!”

“수련···?”

“대, 대사형과 대련하는 중입니다.”

사형들의 고개가 또 기울어진다.

분명 동시에 두 명, 그리고 연달아 한 명이 날아오지 않았나.

대련을 그렇게 빠르게 진행한다고?

하는 표정이 두 도사의 얼굴에 역력했다.

“무슨 대련을···?”

말을 더 물으려는 태평을 밀치고 묵환이 일어선다.

“왜 이리 서두르느냐?”

“제, 제가 안 가면, 다른 사형들이 힘듭니다!”

“?”

대련은 보통 일대일로 진행하는 것이 당연했다. 특히나 스승과 제자의 사승관계가 아닌 사형제 사이의 대련은 더더욱 말이다.

“사, 사대일로 대련하는 중이었습니다.”

말을 마친 묵환이 질전보(疾電步)를 밟으며 담벼락 너머로 달려들었다.

- 코쾅!

- 캉! 채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번에는 새로운 인물이 날아온다.

“며, 명화?”

날아와 나무에 등을 박은 명화의 코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킁!”

익숙하다는 듯 거칠게 한 번 코를 푼 명화가 성큼성큼 걸어간다. 눈에는 살기가 이글거렸다.

“자, 자제하거라. 몸이 상한다!”

“도울 거 아니면 비켜요!”

돕는다고?

대련을?

이건 좀 말에 어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청익이었다.

- 스윽.

성큼 걸음을 자랑하다 멈칫하며 청익과 금모를 쳐다보는 명화.

- 씨익.

코피가 볼에 주륵 묻은 얼굴로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다.

“사형들. 일 하나 같이 합시다.”

“일?”

“칼 있죠?”

“칼이야 있지.”

공동의 도사에게 칼이 있냐는 물음이 두 제자에겐 신선하게 들렸다.

“뽑아요!”

“?”

“그리고 달려들어요!”

“어딜···?”

“저···, 악귀한테!”

명화의 검이 앞으로 쭉 뻗었다.

그 검이 향하는 곳에는 머리칼을 공중으로 띄운 채 안광을 발하는 자신들의 대사형, 정문이 있었다.

“대, 대련에 참전하란 말이냐?”

“이건! 토벌입니다! 복마(伏魔)구요!”

말을 마친 명화가 행운유수(行雲流水)의 신법으로 정문에게 다가섰다.

“죽어라, 이 악마야!”

- 채챙!

조금은 패륜적인 대사와 함께, 명화의 쾌검이 빛을 뿜었다.

그와 동시에.

마주치는 청익과 금모의 눈.

“명화의 검이 아주 날카로워졌군.”

“무, 묵환의 권장술도 아주 강맹해졌어.”

“그뿐인가? 진명 사형이 분명 천운검을 썼다네.”

-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둘 모두의 귀에 울린다.

둘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다만, 무인의 본신에 내재 된 작은 욕망이 꿈틀거리는 것을 둘 모두 느끼고 있었다.

그저 그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정문과 사풍이 반목하는 사이고 자신들은 사풍의 편을 드는 사제들이라는···건데···.

사풍이 저기 있질 않나.

“사, 사풍 사형도 저곳에 있는데?”

“우리도 한 번만 해볼까?”

“지금 달려들면 우리인지 알지도 못할 것 같은데?”

여러 말을 주고받다 다시금 눈이 마주치자.

- 끄덕끄덕.

둘의 고개가 동시에 끄덕여 졌다.

그리고.

- 스릉.

뽑히는 둘의 검.

“가자.”

짧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두 명의 제자가 더 정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정문에게 달려드는 사제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화음으로 떠나기 전까지,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