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45화 (45/153)

〈 45화 〉 045. 좌시할 수는 없겠지.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 * *

“청성은 입장했나?”

잔뜩 불량한 자세로 한쪽 다리를 바위에 올린 정문이 진명에게 물었다.

“방금 입장했다고 합니다.”

“흠. 무당과 종남은 아침에 들어갔다 했고, 점창은 이미 도착한 지 오래라지?”

“해남과 청해도 이미 도착해 있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가 마지막이겠네?”

“아마 그럴 겁니다.”

- 씨익.

정문의 입이 귀에 걸린다.

“됐다. 가자.”

뒤를 돌아보며 드디어 출발 명령을 내리는 정문.

그의 뒤에선 사제들의 얼굴색이 다채롭다.

누구는 퍼런 멍이 들어 조금은 푸른 빛이고 누구는 뻘건 생채기가 가득해 붉은빛이다.

다들.

정문과 다른 사형제들의 대련을 보며 호기심이 동해 참전한 탓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한 두 번 뛰어든 그들이었으나, 정문의 시선에 잡히고 난 후로는 대려에 머무는 기간 내내 정문을 상대해야만 했다.

“옙!”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발이 움직였다.

화음현의 입구에 닿는 공동의 제자들.

입구에는 화산에서 내려온 제자들이 논검회에 참석하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화산의 이대제자, 백경입니다.”

잘 차려입은 도복에 매화가 돋보이는 젊은 도인이 포권하며 고개를 숙였다. 신분을 밝혀달라는 뜻이었다.

“공동의 일대제자, 이정문입니다.”

!!!

공동이란 말이 들리자, 백경의 얼굴이 밝게 핀다.

“공동의 무인들이셨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어려운 걸음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진득한 미소를 지으며 정문의 손을 부여잡기까지 하는 백경.

공동은 곤륜과 더불어 중원 무림에서 단체활동을 잘 하지 않는 문파로 유명했다.

특유의 폐쇄성 덕에 감숙 내에서만 활동하며 중원과 교류를 잘 하지 않는 문파가 바로 공동이었다.

그런 공동이 화산에서 열리는 논검회에 참석한다고 하니, 화산 역시 이번 일에 큰 의미를 두고 크게 기뻐하는 것이다.

“허허, 화산의 초대에 감사할 뿐입니다.”

정문은 대제자다운 헌헌한 자세로 겸양하며 예를 다했다. 언제 보아도 밖에서는 든든한 공동의 대제자였다.

“안으로 드시지요. 시내에 장원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오늘은 거기서 여독을 푸시고, 내일 화산에 오르시지요. 다른 제자···, 아니. 제가 직접 내일 모시러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백경은 직접 공동의 무인들을 장원까지 안내해주었다.

다른 화산의 제자들이 모두 백경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걸 보아, 백경 역시 제법 서열이 높은 이대제자로 보였다.

화음의 시내는 복잡했다.

본디 화음은 화산파라는 하나의 문파 덕에 먹고 살 수 있었던 도시다.

그런 화음이 특히나 논검회로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자 더욱 활기를 가지는 것만 같았다.

“사람이 많군요.”

“하하, 다들 논검회에 이리들 관심이 많습니다.”

“모두 화산의 명성 덕이 아니겠습니까?”

“공동이 참여해주신 덕이지요.”

“하하하!”

“호호호!”

백경과 정문은 제법 죽이 잘 맞았다.

적당한 아부와 적당한 넉살.

명문 정파의 제자들 답지 않게 부드러운 구석이 닮은 둘이었다.

“와, 위사형. 저거 봐요. 정상인인 척하는 것 좀 봐요!”

명화가 진명에게 작게 속삭였다.

말투에서 가증스러움이 묻어 나오는 것만 같았다.

“사형께서 가끔 괴이한 행동을 하셔도 일을 하실 때는 언제나 저러지 않으시냐. 어찌 사형을 자꾸 그릇된 시선으로 보려 하느냐?”

짐짓 꾸짖는 투의 말투로 정문을 두둔하는 진명을 명화가 어이가 나간 표정으로 바라본다.

분명 무위에서 악귀라며 퇴마에 도전한 것이 진명이 아니었나.

“흡, 흠. 명화야.”

그런 시선을 의식이라도 한 듯 진명이 명화에게 눈치를 준다.

“예?”

“표정을 조금···, 갈무리하거라. 보는 눈들이 많구나.”

진명의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명화가 주변을 돌아본다.

시내의 중심에 난 길을 따라 양옆을 줄을 지은 중인들이 먼발치에서 공동의 무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쑤, 쑥스럽습니다!”

묵환의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묵환은 아직, 이런 시선을 받아본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없는 것은 다른 제자들 역시 마찬가지. 정문을 제외한 모두의 몸이 조금은 부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오오! 마지막 문파가 온 모양이구먼!”

“마지막 문파가 온 거여?”

“아, 누구래?”

“공동의 도인들이래!”

“공동?”

“아왜, 그 감숙의 공동!”

저마다 공동의 도인들을 보며 한마디를 뱉는 소리가 가감 없이 이들에게 들려왔다.

마지막이란 말이 나오자 사람들의 이목이 단박에 쏠린다. 정문의 말이 어느 정도는 통한 것이다.

“청성이 마지막 아니였댜?”

“마지막이 따로 있었네, 그랴.”

“오, 공동의 무인들은 처음이군.”

“잉? 한 번도 본 적이 없단 말이여?”

“그럼. 공동은 논검회에 참석한 적이 없는걸.”

“구파가 어쩌다 그렸댜?”

조금은 불편한 말들도 들려온다.

“크흡.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다만, 중인들의 말에 반응하지들 말거라.”

진명이 명화와 묵환을 비롯한 다른 사제들을 향해 나지막하게 명을 전했다.

“예, 뭐. 저희야 그러죠. 근데···”

명화의 시선이 정문을 향한다.

“아, 자신이 없으니 논검회에 참석을 안 한 게 아니겄어?”

“그럼 이번에 왜 왔댜?”

“구파에서 쫓겨날까 봐 왔겄지!”

- 찌릿.

정문의 눈이 대화를 나누는 두 중인에게 고정되었다.

눈빛이 마치.

얼굴 기억해 둔다!

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다행히.

바로 달려들지는 않았다.

“정문 도장? 왜 그러십니까?”

화산의 제자 백경이 무언가 불편한 것이 있나 정문의 얼굴을 살핀다.

- 휙.

“아닙니다! 하하하. 화음의 풍취가 참으로 좋습니다아!”

얼른 표정을 갈무리하고 백경과 눈을 맞추는 정문.

“휴. 그래도 다른 문파 사람들 앞에선 자제하네요.”

“다, 다행이구나. 순간적으로 잠시 아찔했다.”

- 휴우우우.

진명과 명화의 뒤로 대여섯의 사제가 동시에 한숨을 쉰다. 그들도 이제는 정문의 성정을 대충 눈치챈 것만 같았다.

“자, 여깁니다.”

백경은 화산의 산문과 멀지 않은 곳에 지어진 커다란 장원으로 공동의 제자들을 안내했다. 장원은 대려에서 돈을 내고 묵었던 곳보다 훨씬 화려하고 규모가 거대했다.

“좋은 곳을 빌려주시는군요.”

“허허, 귀인들이 아니십니까? 모시기 어려운 분들이니, 정성을 다해 모셔야지요. 편히들 쉬십시오.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감사히.”

고개를 숙여 정성껏 인사를 마친 백경이 돌아섰다.

장원의 마당에 멈춰 선 정문과 제자들.

“오면서 다들 봤지?”

“미리 말씀드리지만, 쫓아가서 패거나, 죽이거나 혹은 죽이려 하거나, 죽을 정도로 패거나! 할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명화가 잔뜩 힘이 들어간 검지를 세우며 정문에게 경고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아까 그 사람들 잡으러 가려는 거 아니에요?”

“사람을 뭘로 보고···”

제대로. 제대로 보고요. 라는 표정이 다른 제자들의 얼굴에도 가득했다.

“그런 거 말고, 아무것도 못 느꼈어?”

정문이 조금은 짜증이 나는 듯 표정을 구기며 물었다. 사제들은 도통 정문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만 돌려댈 뿐이었다.

“쳇, 다들 들떠서 제대로 하는 것들이 없군.”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기만 하던 사풍이 퉁명스레 말을 뱉었다.

“오, 사풍이? 사풍이는 좀 본 거 같은데?”

“처음 나온 객잔의 이층, 모서리 주점의 삼층. 그리고 지금 있는 장원의 옆 장원. 모두 세 무리 정도 되는군.”

!

표정은 이죽거리면서도 사풍은 정확하게 정문이 묻는 것에 대해 짚어냈다.

“그, 그게 무슨?”

“쯧쯧쯧. 이리들 기감을 둔하게 하고 있어서야.”

“기감 말씀입니까···?”

그제야 진명이 조금은 집중하며 자신의 기감을 넓게 퍼트렸다.

!!

자신들이 배정받은 장원의 바로 옆.

담을 맞대고 있는 장원의 담벼락에 한 무리의 사람들 기운이 느껴졌다. 진명의 기감이 닿았는지 얼른 기도를 감추는 그들.

“설마?”

“그래. 오면서도 두 무리나 있었지.”

“다른 문파인 겁니까?”

“아마도.”

다른 사제들이 웅성거린다.

그들 역시 기감을 펼치고 걸어오진 않은 것이다.

“친선이니 교류니 해도 결국에는 경쟁이거든. 중인들은 순위에 집중하는 법이고.”

“벌써들 견제하는군요.”

“응. 우리도 적당히 맞춰주자고. 다들 눈은 똑바로 뜨고들 다녀.”

정문이 의미심장하게 사제들에게 경고했다. 언제 어떤 시선이 그들을 보고 있을지 모르기에 항상 긴장하고 있으라는 말이었다.

“자. 잔소리는 여기까지. 다들 들어가서 쉬도록. 내일은 화산에 오른다.”

“옙!”

우렁찬 대답과 함께 일대제자들이 해산했다.

마당에 홀로 남은 정문.

정문의 시선이 장원의 맞은편에 있는 건물 옥상으로 향한다.

무언가 신형이 하나 쏙! 하고 아래로 꺼졌다.

‘정확히 말하면 하나 더 있었지만.’

***

“들켰단 말이냐?”

정리되지 않은 눈썹이 기다랗게 내려온 노인이 쏘아보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설마 그 거리에서 알아챌 거라곤······”

“쯧쯧쯧. 네놈의 허리에 달린 매듭이 아깝구나.”

노인은 자신을 향해 고개 숙이는 걸인의 허리를 보며 혀를 찼다. 걸인의 허리에는 다섯 개의 매듭이 걸려 있었다.

“다른 제자를 보내 더욱 조심하라 이르겠습니다.”

“됐다. 그만두거라. 이미 한 번 들켰다면, 그 이후는 쉬움이야.”

노인의 허리에는 여덟 개의 매듭이 묶여있다. 즉, 팔결개(八結丐). 개방의 장로란 뜻이었다.

“쯧쯧쯧. 섬서란 큰 분타에 있으면서도 이리들 안일해서야.”

철면노개(鐵面老丐)라 불리는 개방의 장로, 오봉학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본디 개방의 장로는 개봉에 있는 총타에 머물며 전체적인 그림만을 살피는 직책이다.

다만, 논검회처럼 강호에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이렇게 직접 무거운 발걸음을 하기도 했다.

“감숙 분타주는 뭐라 하더냐?”

“별다른 보고는 없었습니다.”

“별다른 보고가 없었다 함은, 주목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더냐? 아님, 알아내지 못했음이더냐?”

“······, 송구하오나, 후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오봉학의 미간이 빠르게 거리를 좁힌다.

“뭐라? 어째서?”

“확실하지 않은 사견이 따로 붙어 있었습니다.”

개방은 사실과 의견, 풍문을 구분해 보고를 올리곤 했다. 일반적인 보고는 사실만을 올리는 것이 원칙이었다.

“말해보라.”

“정보가 통제되고 있는 것 같다 했습니다.”

“흑시창(黑市廠)인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공동이 설마 흑시창과 손을 잡은 것인가? 허허. 고얀지고.”

오봉이 연신 자신의 얇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무릇 구파일방에 속한 문파라면, 정보나 소식을 전함에 개방을 통하는 것이 관례였다.

물론 개방은 이를 악용해 늘 구파일방의 정보를 자신들이 독점하고 선점하는 이득을 보긴 했지만 말이다.

흑시창과 개인적으로 하는 거래는 이해할 수 있다. 허나, 구파일방에 속한 문파가 흑시창과 문파 대 문파로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개방으로서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육결개(六結丐) 정도의 사견이면, 제법 믿을 만한 추리일 테지. 조사는 더 해보되, 논점은 그 의견에 맞추도록 하라.”

“예. 노개.”

“공동을 은밀히 살펴보는 것은 그만두더라도, 움직임에는 집중하거라. 그들이 감숙에서 나온 것은 실로 오랜만.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옙!”

우렁차게 대답한 오결개(五結丐)가 읍하며 물러났다.

애초에 오봉학은 공동을 적대하는 감정에서 그들에게 감시를 붙인 것은 아니다.

논검회라는 큰 행사가 열린 만큼 참석하는 이들에 대한 정보란 정보는 개방이 모두 모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기에 그저 조사나 해오라 제자를 붙인 것이었다.

이곳에 모인 무당과 종남, 청성과 점창, 해남과 청해 모두 개방의 제자들이 뒤를 밟았다.

하지만.

이를 정확히 알아낸 자들은 공동이 유일했다.

‘무공이 아닌 통찰의 차이로다. 개방이 붙을 것을 예상하지 않고서야···.’

오봉학의 눈이 조금 무거워졌다.

정보를 다루는 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변화다.

그간 중원 활동에 일절 참여치 않던 공동의 노선이 이렇게 갑작스레 변화하니, 개방으로서는 불편한 시선이 생기는 것도 당연했다.

거기에.

공동은 시작부터 개방과 반목하는 집단인 흑시창과 연관을 의심받고 있다. 개방 장로의 입장에서 공동을 좋게 보려 해도 좋은 시선이 차마 생기질 않는 것이다.

‘만약 흑시창과 손을 잡은 것이라면.’

오봉학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굳은살이 가득한 손가락의 끝.

정보를 다루며 서류를 만지는 당연한 결과다.

- 꾸욱.

오봉학이 주먹을 꽉 쥔다.

관절마다 더 두꺼운 굳은살이 가득했다.

‘좌시할 수는 없겠지.’

판자로 대충 지어진 민가에서 조금은 살벌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