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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47화 (47/153)

〈 47화 〉 047. 어느 정도 사실이니까.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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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유, 무슨 금제 천지네. 자유롭게 둘러보라더니.”

- 질겅질겅.

정문이 버드나무 잎을 입에 문 채 잔뜩 건들거리는 자세로 말을 뱉었다.

“아, 아무래도 사람이 너무 많으니 그런 거 아닐까요?”

“그래도 적당히들 하지. 뭔 반 시진이면 다 둘러보게 꽁꽁 감춰뒀냐.”

이제는 푹 쭈그려 앉아 마치 뒷골목 건달패와 같은 자세다.

시선이 조금 사선으로 올라가는 정문.

“근데 넌 왜 여기 있어? 가서 놀라니까?”

“다, 당번입니다!”

“당번?”

자랑스레 외치는 묵환의 말에 정문이 고개를 갸웃했다.

“······.”

“아, 당번. 나 감시하는 거?”

정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다시 돌렸다.

그저 도관들이 정문의 눈에 들어 올 뿐이다.

전날 지냈던 화음에 비하면 참으로 재미없는 풍경이다.

‘내가 기대한 화산은 이게 아닌데···.’

- 질겅질겅.

“에휴, 모르겠다.”

그저 나뭇잎이나 씹으며 시간을 보내던 그때.

- 푸하하하!

- 응? 아하하하!

무언가 잔뜩 기분 나쁜 웃음이 정문과 묵환의 귀를 때렸다.

시선을 돌리는 정문.

한 무리의 도인들과 눈이 마주친다.

잠시간의 눈맞춤이 끝나자 자기들끼리 무언가 쑥덕거린 후 다시금 크게 웃는 도인들.

- 크하하하.

- 푸하하하.

“저것들··· 우리 보고 웃는 거지?”

잔뜩 긴장한 묵환이 그들을 바라본다.

하얀색에 푸른색이 더해진 도복.

조금 전 만났던 청성의 도사들이다.

“마, 맞는 것 같지만···, 안 됩니다!”

“내가 뭘 한다고? 안 해.”

- 질겅질겅.

말로는 안 하겠노라 선언한 정문이지만, 시선은 이미 청성쪽에 고정이다.

“허업, 헙!”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였을까, 이쪽을 보며 크게 웃던 도인 중 하나가 정문에게 다가왔다.

“거, 뭘 보슈?”

시작부터 시비조다.

조금 전 자신들의 장문인이 면을 팔고 간 것에 대한 보복 의지가 엿보였다.

“?”

“내 말이 안 들리오?”

청성의 제자는 고개를 연신 흔들며 밉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픽.

실소만 나오는 정문.

묵환은 정문이 혹여 저 도인을 두드려 패진 않을까 불안한 기색이지만, 정문은 그저 저 행동이 귀엽게만 느껴질 뿐이다.

“기분이 나쁘셨소? 미안하오. 내 사과하리다.”

- 휴우우우.

묵환이 안도했다.

적어도 대사형이 지금은 이들에게 손을 쓸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 나중에는 죽겠지만···’

“거, 조심 좀 합시다. 보아하니 공동에서도 제법 높은 사람 같던데.”

“허허, 그리 보였소?”

“뭐, 나머지들이 워낙에 반편이 같아서 말이오. 하하하.”

죽여달라는 부탁도 저리 정성스러울 수는 없을 거라 묵환은 생각했다.

그저 언제 사형이 일어설까 안절부절못하며 말릴 준비를 하는 묵환이다.

“하하, 형장의 말이 퍽 재미나오.”

다행히.

정문이 잘 참아 넘겼다.

‘어차피 비무대에서 팰 놈이다. 참자.’

내일이면 합법적으로 사람을 팰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놈들도 충분히 팰 수 있을 거라 겨우 화를 참는 정문이다.

“허허, 형장은 좀 재미가 없소이다.”

잔뜩 이죽거린 청성 제자가 묵환에게 시선을 준다.

- 픽.

손까지 입에 가져다 대며 실소를 날리는 청성 제자.

“공동은 참 가지가지 하는구려. 반편이들에 오랑캐에······”

- 콰앙!

청성 제자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정문의 몸이 공중으로 날았다.

그래, 이 정도면 많이 참은 거다.

- 와라악!

공중에서 겨우 정문을 낚아채는 묵환.

정문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며 묵환의 귀를 스치고 갔다.

이민족 신체의 탄력성이 빛을 보는 순간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저 주먹은 청성 제자의 얼굴에 꽂혔을 것이다.

귀가 저릿저릿한 묵환.

이 주먹이 저 도사 얼굴에 꽂혔을 상상을 하니, 정신이 아찔해진다.

“아, 안됩니다! 사형! 참으세요!”

“놔! 놔! 안 놔!? 이 개새끼가 말을 좆같이 해도 정도가 있지!”

“제, 제가 괜찮습니다! 괜찮다니까요!”

묵환은 온 힘을 다해 정문의 몸을 끌어안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결연했다.

“내가 못 참아! 내가!”

다른 사제들을 반편이라 부른 것은 참을 수 있는 정문이다.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니까.

다만, 일생의 절반을 차별 속에 지낸 묵환에게 던지는 저 오랑캐란 말 만큼은 절대.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차, 참으세요!”

한창 묵환과 정문이 힘 싸움을 벌이던 중.

- 빠아아악!

들려오는 경쾌한 소리.

권장술에 능한 묵환은 직감적으로 저 소리의 정체를 알아챘다.

‘터, 턱 돌아가는 소리!’

- 빠아아악!

소리는 연달아 들려왔다.

혹여나 자신이 정문을 놓쳤나 싶어 얼른 살펴보는 묵환,

다행이다.

정문은 아직 자신의 품에 있다.

그렇다면, 누가?

묵환의 고개가 불안하게 돌아갔다.

제발, 회색이 도는 도복은 없길 바라며.

붉은 도복에 검정 테두리.

안에는 하얀 무복을 받쳐 입어 삼색이 잘 어울리는 도인이 청성 제자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점창···?”

정문 역시 고개가 가로 기울어졌다.

“저, 점창이 갑자기 왜?”

“그러니까?”

정문도 모르는 눈치다.

그제야, 우르르 달려오는 청성의 제자들.

그저 스승님 대신 입이나 조금 풀고 오겠다던 사형이 얻어맞고 있으니 깜짝 놀라 달려온 것이다.

“뭐, 뭐 하는 짓이오?”

“사, 사형!”

“이게 무슨 짓이오!”

얼른 점창의 제자에게서 자신들의 사형을 떼어 놓는다.

그 순간까지.

점창 제자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무, 무슨 짓이냐 물었소!”

“내 분명 저자가 오랑캐라 말하는 것을 들었소! 명문 정파의 제자란 자들이 어찌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인가!”

분명 주먹질은 점창이 했다.

피해자는 명백히 청성.

그럼에도 분위기는 청성이 악역이 된 것만 같았다.

“모, 모함이오! 그대가 청성을 핍박하려 말을 지어낸 것이 아니오?”

“정녕·····, 그리 생각하시오?”

점창 제자의 눈이 부릅떠진다.

조금은 강맹한 기운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남은 제자들과의 충돌도 감수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흠, 이쯤에서 나서야겠군.’

멀찍이 서서 사태를 지켜보던 정문이 나선다.

“나도 똑똑히 들었소이다.”

!!

“뭐, 뭐요?”

“청성의 저 도인이 내 사제에게 오.랑.캐.라고 하는 것을 들었단 말이오.”

정문은 오랑캐란 말에 힘을 주며 손을 펼쳐 옆에 선 묵환의 얼굴을 가리켰다. 누가 보아도 확실한 오랑ㅋ···아니, 이민족의 얼굴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거, 거짓이오! 공동과 점창이 손을 잡고 청성을 핍박하다니! 이 일을 정식으로···!”

“정식으로? 그래, 정식으로 해봅시다. 교류나 친선 좋아하는 화산파가 오랑캐란 말을 그냥 넘어갈지. 내 화산에 직접 항의할 터이니.”

!!

“고, 공동의 말을 화산이 그대로 믿을 거라 보시오?”

“삼인성호(三人成虎)라 했소. 마침 여기 딱 세 명이 있으니, 결과는 두고 봅시다. 대신. 청성은 이번 일을 문파적 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텐데···, 감당할 수 있겠소?”

“어, 어찌 일이 거기까지 간단 말이오?”

당황한 청성 제자가 말까지 더듬으며 겨우 반문했다.

“그럼, 일이 어디까지 가야 옳단 말이오?”

정문이 매섭게 청성 제자를 쏘아봤다.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그저 겁이나 조금 먹으라는 의도였다.

“······.”

“점창 제자께 묻습니다. 화산에 일을 정식으로 항의할 테니, 증언을 해주시겠습니까?”

청성의 말이 막히자 정문의 입이 빨라졌다.

이때는 쉴새 없이 몰아붙여야 하는 것이다.

“당연합니다! 점창은 당연히 증언하겠습니다. 잘잘못을 따지는 중, 점창이 책임져야 할 것이 있다면 당당히 책임지겠습니다!”

!!

“좋습니다. 청성의 도인들은 뭐하시오? 빨리 갑시다! 가서 일을 따져보자, 이 말입니다!”

정문은 괜스레 청성 제자에게 다가가 그의 소매를 부여잡았다. 자신이 진짜 갈 의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기였다.

“노, 놓으시오!”

“그, 그게 아니라!”

“······.”

궁지에 몰린 청성파 제자들. 분명 얻어맞은 것은 청성인데 분위기가 퍽 좋지 못하다.

“가지 않겠소?”

“······.”

청성의 제자가 답이 없자, 정문이 먼저 치고 나선다.

“허면, 가시오. 못난 말을 뱉었고, 그에 대한 값을 치렀으니, 책임을 더는 묻지 않겠소. 허나. 이 일을 다시금 거론한다면. 공동의 장문 대리로서 청성과 ‘화산’에 직접 항의하겠소.”

궁지에 몰린 자들은 작은 구멍만 틔워줘도 머리부터 박고 보는 법이다.

세차게 흔들리는 청성 제자들의 동공.

‘걸렸군.’

“······, 조, 좋소. 이번 일은 이걸로 우리도 마무리하겠소.”

‘됐다. 멍청한 놈들.’

“가시오.”

정문의 말이 떨어지자, 청성파 제자들이 부리나케 몸을 움직였다. 더 앉았다가는 무슨 말을 들을지 모르는 그들이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먹을 날렸던 점창 제자가 고개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아닙니다. 대신 나서주셔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 사람을 여럿 살리셨습니다.”

“예?”

점창 제자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자신은 주먹질을 했을 뿐인데, 사람을 살렸다니.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이다.

“가, 감사하다는 뜻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묵환이 얼른 치고 나온다. 묵환은 정문의 말을 이해한 것이다.

“그렇습니까? 하하, 아닙니다. 어이구, 일이 이렇게 되다 보니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군요. 점창파 일대제자, 주일도라 합니다.”

뒷머리를 살짝 긁으며 쑥스러운 듯 주일도가 인사를 건넸다. 조금은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툴러 보이는 무인이다.

“공동의 일대제자, 이정문입니다.”

“저, 전묵환입니다. 대신 나서주셔 감사합니다!”

차례대로 포권하며 고개를 숙이는 둘.

주일도 역시 다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받았다.

“아닙니다. 운남에 있다 보니, 점창 역시 이민족의 아이들이 많습니다. 저런 패악한 언사를 감히 참을 수가 없지요.”

따뜻한 시선이 묵환과 주일도 사이를 오갔다. 주일도의 피부와 생김새 역시 중원인의 그것과는 달랐다.

“헌데, 점창의 일대제자시라고······?”

정문이 조금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물었다. 자신이 알기론, 점창에 일대제자는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 왜 그렇게 보시는지 잘 압니다. 속가로 하산했던 제가 얼마 전 본산에 복귀했습니다. 사문의 대를 이어야지요.”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괜한 시선이 송구스럽습니다.”

“아닙니다. 구파의 제자를 사칭하는 이들도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지요. 점창의 일대제자는 제가 마지막입니다.”

“귀문(貴門)의 비사에 조의를 표합니다. 동도로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 감사합니다. 사형들께서 기뻐하실 겁니다.”

숙연한 분위기가 주변을 휘감았다.

비사(悲事).

정확히 말하면, 강호에서는 점창비사(點蒼悲事)라 부르는 말이다.

3년 전, 지금과 같은 오뉴월 여름 즈음. 점창에는 예상치 못한 마(魔)가 들이닥쳤다.

그리고 그 마(魔)는 단 몇 달 만에 구파일방 중 하나인 점창의 일대제자들을 전멸시키고 말았다.

점창이 운남이라는 변방에 있기는 하나 나름 구파일방이라 불리며 위세를 자랑하던 곳이다. 그런 점창에, 그것도 무력의 중추인 일대제자를 쓸어버린 것은 다름 아닌, 병마(病魔)였다.

덥고 습한 날씨의 운남에는 수십년을 주기로 풍토병이 돌곤 했는데, 점창의 일대제자들이 모두 그 병에 걸려버린 것이다. 몸에서 몸으로 전염이 되는 그 병에.

점창파 장문인은 서둘러 신의(神醫)에게 전서를 날렸다. 당시 북경에 머물던 신의가 밤을 새워가며 달려갔지만, 운남의 풍토병을 중원의 신의가 잡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게.

위세를 자랑하던 구파일방 점창은 차츰 무너져 가는 걸로만 보였다.

“점창이 주 도장으로 말미암아 다시 비상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공동에도 무운이 따르기를.”

헌헌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도인들이 등을 돌렸다.

‘점창의 주일도라···’

정문의 입이 조금 귀를 향해 올라갔다.

저렇게 똑 부러지고 협의심이 넘치는 정파의 무인은.

정문이 싫어하지 않는다.

‘무위도 제법이었지.’

기습이었다곤 하나 점창의 일대제자를 실신시켜버렸다. 그것도 맨손으로. 절대 약한 무위가 아님을 정문은 알 수 있었다.

“사, 사형. 감사합니다. 저 대신 화를 내주셔서.”

머리를 긁적이는 묵환이 어느새 정문의 곁에 와 말을 붙였다. 당장에 저들이 했던 말은 자신에게 가장 큰 비수였다. 정문은 그저. 대신 화를 내준 것이다.

묵환의 어깨를 두드리는 정문.

정문이 무거운 눈으로 묵환을 보며 말했다.

“참지 말거라. 저런 말은. 참지 않아도 좋다.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앞으로는 내가 그렇게 만들 터이니.”

“······, 예, 사형.”

따뜻하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대사형의 손길은 따뜻한 것이다.

“그리고······, 진명이나 명화한테는 비밀로 좀 부탁하마. 소란을 일으켰단 걸 녀석들이 알면······, 두렵구나. 쓰읍.”

정문이 뒷짐을 지며 아련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얼굴에는 두려움과 근심이 가득했다.

방긋 웃는 묵환.

“아, 알겠습니다! 트, 특별히 오늘만! 비밀로 하겠습니다!”

“그래. 가자.”

정문이 빙그레 웃으며 발을 움직였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전야제를 치르고서야 논검회의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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