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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48화 (48/153)

〈 48화 〉 048. 더해도 되는 겁니까?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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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진명, 사풍, 명화, 노각, 청익, 금모, 태평, 강건, 치성 그리고 나. 이렇게 총 열 명이 비무에 나선다. 비무에 나서지 못해도 너무 실망하진 말고.”

정문이 서찰을 접으며 말을 마쳤다. 아쉽게도, 묵환은 명단에 실려있지 않았다. 검문논검회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검술이 주가 되는 비무기에 정문은 묵환을 제외한 것이다.

- 휴우우.

- 오히려 다행이지.

- 화산이랑 붙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

- 무당은 어떻고?

몇몇 제자들이 웅성거린다.

오히려 뽑히지 않아 다행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제들.

정문의 표정이 살짝 비틀린다.

- 턱.

“이해하셔야 합니다.”

사풍이 정문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조금은 진중한 눈빛이 정문의 얼굴에 닿았다.

“우격다짐으로 될 일이 아니잖습니까.”

“아무 말 안 해. 그냥.”

당장에 사제들을 다그치거나 혼낼 생각은 없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에 대해 모르는 것도 아니고.

“뭐, 어쩔 수 있나. 가자.”

공동이 객청을 나서 연무장으로 향했다.

높디높은 화산의 사봉(四峰) 사이에는 비무대가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 와아아아아아!!

- 화산 이겨라아아아!

- 무당이 최고다아아아아!!

어마어마한 인파의 함성이 공동을 맞았다. 무위에서 열린 비무를 구경 왔던 인파는 여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구, 구경꾼이 어마어마하군요?”

“이걸 다 수용하는 화산도 제정신이 아니군.”

“허허, 이런 광경은 처음이군요.”

“자중하거라. 사문을 대표하는 자리다.”

- 꾸울꺽.

제자들을 다독이는 진명의 목으로 큰 침이 넘어갔다. 그 역시 부담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 공동께서 오셨군요. 안으로 드시지요. 자리를 마련해뒀습니다.”

화산의 이대제자 하나가 다가와 이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공동은 너무 구석지지도 않고 너무 중심도 아닌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얻었다.

알게 모르게 중심부엔 무당과 화산, 종남이 자리했고, 구석에는 해남과 청해가 자리를 잡았다.

공동의 옆에는 점창과 청성이 양쪽으로 붙어 있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덤덤하게 정문에게 묻는 진명.

“응? 갑자기?”

“청성이 이쪽을 보는 눈빛이 살벌하군요.”

“아무 일도······, 없었다.”

“비장하게 말하지 마십쇼.”

“아무 일도 없었어. 정말.”

조금은 의심스러운 눈빛이 계속 정문을 탔으나, 정문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저 올곧은 잔소리꾼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는다면, 귀에는 딱지가 앉고 말 것이다.

- 하하하! 정문 도장!!

조금 떨어진 옆쪽 대기석에서 누가 손을 흔들며 정문에게 인사했다. 전날 밤 연을 맺은 점창의 주일도였다.

‘어휴, 저 눈치 없는 놈.’

“흐음.”

진명의 의심은 더욱 깊어지는 것 같다.

“커흡! 큽! 다른 문파는 다 도착했고?”

“예, 다 왔습니다. 곧 시작할 겁니다.”

- 쿠웅! 쿵! 쿠웅!

거친 북소리가 몇 번 울려 퍼지더니, 이내 한 사람이 중앙 비무대로 걸어 나온다.

눈썹부터 수염, 머리, 눈매까지 모든 것이 삐죽한 풍채 좋은 도인이 앞에 나섰다.

“이렇게 모여주신 강호 동도 여러분 반갑습니다! 논검회의 진행을 맡은 화산의 운중입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운중 도장이다아!

- 적매검(赤梅劍)이다아아아아!!

제법 강호에서 이름난 무인인 운중이 모습을 나타내자, 좌중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열기에 조금은 위축이 되는 공동의 제자들.

“자, 장난이 아니군요. 허허.”

“이런 데서 검을 겨룬다고?”

“이거 제 실력을 반이나 내보이겠나?”

조금은 두려워하는 말도 함께 나온다.

“본 논검회의 취지가 첫째는 교류, 둘째는 친선임을 절대 잊어선 아니 될 것입니다! 다들 결과보다는! 과정에 시선을 맞춰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포권하며 사방으로 운중이 고개를 숙인다.

분명 부탁하는 말임에도 강한 강제력이 느껴지는 그런, 뼈가 있는 말이었다.

“자, 그럼! 논검회의 비무를 시작하겠습니다! 각 대진표는 문파별 대기석에 붙여 놓았으니 이를 살피시면 됩니다. 이름을 불린 이는 정해진 비무대로 향하십시오. 이상입니다!”

- 쿠우웅! 쿵! 쿵!

운중의 말이 마치자, 본격적인 논검회의 시작을 알리는 북이 울려 퍼진다.

“우린 대사형이 제일 먼저네요?”

“중인들이 처음부터 악귀를 보겠군.”

“저, 적당히 하셔야 합니다!”

다들 어딘가 불안한 눈빛을 정문에게 잔뜩 보냈다. 무언가 일이 터질 것만 같은 예감으로.

“으응. 무, 물론이지.”

“사형은 어디랑 붙습니까?”

사제들이 서둘러 대진표를 다시 본다.

“오.”

“오오오오.”

“첫 판부터 피를 보겠는데?”

반응이 다채롭다.

아직 대진표를 확인하지 않은 정문.

“어딘데 그래?”

“어제에 이어 연전이군요.”

“연전?”

“어제는 스승, 오늘은 제자인가 봅니다.”

정문의 눈이 빠르게 대진표로 향했다.

그곳에는.

‘청성파 두영해.’라는 글이 크게 붙여져 있었다.

“청성이야?”

- 씨익.

정문의 얼굴에 꽃이 핀다.

최근에 지었던 웃음 중 가장 큰 웃음이다.

‘어떤 놈이 나오든, 반은 죽인다!’

조금은 사악한 기운이 정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 팔번 비무대, 공동파 이정문!

“다녀올게. 잠시면 될 거야. 아, 조금 오래 걸리려나?”

잔뜩 들뜬 표정의 정문이 어깨를 돌리며 비무대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청성파 두영해!”

청성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이내 익숙한 얼굴이 비무대로 날아올랐다.

!!!

“저, 저 사람···!”

비무대에 올라선 청성의 도인을 보며 묵환이 입을 쩍 벌렸다. 그의 눈에는 무언가 공포 같은 것이 함께했다.

“?”

진명의 고개가 가로 기울었다.

“왜 그러느냐?”

“마, 말려야 합니다!”

“응?”

“사, 사형을 말려야 합니다! 큰일 납니다! 정말로!”

“묵환, 진정하고 무슨 일인지 말해 보거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

진명이 미간에 힘을 주며 추궁한다.

“그, 그게···”

묵환은 불안한 눈빛으로 어제 있었던 일을 진명에게 털어놓았다. 정문과의 약속도 중하지만, 당장에 일어날 불상사는 막아야 하지 않겠나.

“······.”

“······.”

일순간에 조용해지는 공동의 대기석.

잠시간의 침묵 후 모두의 입이 일제히 열린다.

“진···짜 죽겠는데요?”

“태을무극···, 천존님, 또 하나 갑니다.”

“다, 당장 본산에 전서를 보내 청성과 전쟁을 준비···”

“그만.”

진명의 묵직한 언성이 이들을 누른다.

“저···, 개새끼는. 죽어도 싸다.”

“하, 하지만 사형···”

“당장에 사형께서 죽이겠노라, 마음먹으면 누가 말릴 수 있단 말이냐?”

“······.”

“지켜보거라. 그리고!”

진명의 눈이 비무에 참가하는 다른 제자들에게 향했다.

“청성에게는 죽어도! 지지 말거라.”

진명의 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요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문의 성정 때문에 사제들이 잊었던 것이 있다.

진명 역시, 성정이 제법 불과 같다는 것.

진명의 눈이 연신 이글거렸다.

* *

- 툭.

비무대에 청성파 도인이 가볍게 올라섰다.

어젯밤, 주일도에게 턱이 돌아가 정신을 잃었던 바로 그 도인이다.

“이야, 어젯밤 꿈자리가 좋더니! 어제 재미난 그 형장이구려!”

정문이 반갑게 말을 걸었다.

“친한 척하지 마라! 이 간악한 혀를 가진 놈아!”

“호오? 제법 거칠게 나오네?”

“흥, 어제는 이상한 점창 놈 덕에 살아나간 줄 알거라! 내 오늘은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니!”

“거, 턱은 다 나으시고 오셨나? 그리고, 화를 내도 점창에다 내야지, 왜 나한테 그래?”

정문이 자기 턱을 톡톡 건드리며 이죽거렸다.

“다, 다친 적도 없다! 점창 놈도 곧 손 봐줄 것이다!”

“그래? 어제 보니까 실력이 영 별로던데?”

“흥! 그건 기습을 당해서 그런 것이 아니더냐! 네놈의 간악한 혀로 인해 사제들이 모두 벌을 받았다! 내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정문은 평생을 살아오며 매를 맞으면 사람이 변한다는 지론을 고수해왔다. 다만, 지금 저놈을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좀 제대로 맞으면 변하려나?’

- 시작하시오!

시작을 알리는 외침이 나오자,

- 스릉.

두영해의 검이 빛을 발한다.

- 스릉

같이 검을 뽑는 정문.

“공동이 얼마나 겁이 많길래 감숙에 숨었는지 내 오늘 만천하에···?”

- 휘리리릭. 툭.

“?”

심판을 보는 화산의 도인, 팔번 비무대를 지켜보는 중인, 그리고 두영해까지.

모두의 눈이 물음표를 그렸다.

정문이.

뽑은 검을 비무대 밖으로 던졌기 때문이다.

“뭐, 뭐 하는···?”

“뭐, 이거면 충분할 거 같아서.”

정문이 검갑을 들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 건방진···! 처맞고 검이 없었단 핑계는 대려는 수작이구나!”

- 훅훅훅.

귀를 파는 정문.

그가 두영해를 향해,

- 후우.

하고 귀지를 한 번 불어준다.

듣기 싫다는 말이다.

“이···잡놈이···!”

잔뜩 화가 난 두영해가 검을 세워 경력을 싣는다. 붉은빛이 감도는 경력이 검 끝에 날카롭게 모여들었다.

‘청운적하검(靑雲赤霞劍)의 위력을 맛봐야 정신을 차릴 놈이로다.’

두영해는 정문을 가지고 놀 생각은 없다.

그저 차이를 한눈에 보여주며 단박에 제압할 생각이다.

그간 꾸준히 논검회에 참석하며 4위를 지켜온 청성이 아닌가. 이제야 처음 논검회에 발을 들이는 공동 따위는 쉽게 이기리라.

‘절초로 간다!’

두영해의 눈에서 무언가 빛이 반짝이는 순간.

- 빠아아아악!

두영해의 아래턱이 세차게 돌아갔다.

“?”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두영해.

하지만.

고통은 조금 늦더라도 확실히 찾아오는 법이다.

“끄아아아아아악!”

두영해는 검을 쥔 손으로 아래턱을 부여잡았다. 뒤늦게 찾아온 고통이 연신 정신줄을 놓으라 말하는 것 같다.

“턱 다친 적 없댔지? 딱 대.”

- 빠아아아악!

정문의 검갑이 다시금 반대로 턱을 날려버린다. 두영해의 하관이 원래의 모습과 비슷해졌다.

“어버버···어···해···”

- 툭툭툭.

그의 입에서 무언가 하얀 것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한다.

“넌 입이 문제야. 늘. 그러니 닫고 살자.”

이번에는.

아래에서 위로 검갑이 두영해의 턱을 닫아 버린다.

- 빠가아아아악!

경쾌한 소리만이 비무대를 가득 채운다.

날아가 버리는 두영해의 신형.

- 툭! 툭! 툭!

땅에 닿은 몸이 바닥을 세 번 정도 치고 나서야 움직임이 멎었다.

아무런 반응도 없는 몸.

그저 등을 땅에 대고 하늘을 바라볼 뿐이다.

“······.”

일시에 침묵이 비무대를 찾아왔다.

심판을 보던 화산의 도인도, 중인들도 아무런 말 없이 입만 아래로 벌린 상태다.

“거, 더해도 되는 겁니까?”

검갑으로 쓰러진 두영해를 가리키며 정문이 말을 물었다.

“아, 안 되오! 끄, 끝! 공동의 승리요!”

놀란 화산의 도인이 얼른 팔을 휘저으며 비무가 끝났음을 알렸다.

그제야.

- 와아아아아!

- 공동의 승리다아아아아!

- 저 도사 완전 화끈하구만!!!!

- 손속이 매섭구나아아아아!!!

중인들의 환호가 터져 나온다.

그와 동시에.

“여, 영해야!”

비무장 중심에 있는 높은 전각.

그 전각의 이층에서 높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청성파 장문인 좌세경.

그가 도끼눈을 하고 정문을 노려봤다.

“저···, 저 놈이···!”

그저 싱긋 웃어주는 정문.

‘그러게, 애들 인성 교육부터 시켰어야지.’

정문이 발을 돌려 대기석으로 내려갔다.

“다녀왔다···아?”

잔뜩 웃음기를 머금고 비무대를 내려온 정문 앞에 무언가 이상한 기류가 가득했다. 살이 저릿한 느낌이 드는 그런 기류가.

‘내, 내가 너무 심했나?’

조금은 두려운 정문.

“사형은.”

잔뜩 도끼눈을 뜬 진명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손속에 정이 너무 많으십니다.”

???

얼굴을 고정한 채 정문의 동공이 좌우로 움직인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자신의 손에 정이 많았나 되돌아본다.

아닌데?

“저런 놈은···! 단전이라도 깨고 오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잔뜩 미간을 좁히며 말을 마치는 진명.

분위기가 퍽 진지한 것이 진심으로 뱉은 말이다.

“뭘 봐? 이 새끼들아? 눈깔을 확 뽑아 뿔라!”

거기에 더해, 명화는 살기충천한 눈으로 청성과 눈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손가락이 눈과 청성을 왕복하는 것이 매우 살벌하다.

“청성 새끼들은 단전을 두 개씩 차고 다니나? 확? 칠상권 맞아 볼래?”

분명 들리지 않을 것은 분명했지만, 명화의 입은 쉬지 않고 돌아갔다.

“왜, 왜들 이러느냐? 내가 잘못했다. 다들···”

“제, 제가 다 말했습니다. 어제 있었던 일.”

슬쩍 다가온 묵환이 쭈뼛대며 정문에게 이실직고했다.

“······.”

푹 숙여지는 정문의 고개.

‘내가, 내가 죄인이다.’

“흥. 아주 물러 터졌군. 나였으면 팔다리 하나는 잘랐을 거요!”

사풍마저 따지듯 말을 던지고 정문의 옆을 지나쳤다.

아무래도.

정문이 이들에게 끼친 영향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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