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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49화 (49/153)

〈 49화 〉 049.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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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으으으! 원통하다!”

공동의 일대제자, 태평이 부축을 받으며 비무대를 내려왔다. 아쉽게도, 해남의 제자에게 패한 덕분이다.

푹.

고개를 숙이는 태평. 그의 얼굴에 원통함이 가득했다.

“더욱 수일(守一)하면 된다. 해남이라고 반드시 이길 줄 알았느냐? 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사풍이 그런 태평을 묵묵히 위로한다. 사풍도 나름, 한 파벌의 수장이다. 해남에게 졌기에 태평이 저리 원통해 하는 것이라 사풍은 생각했다.

“원통합니다···”

“어허, 아무리 해남이 구파가 아니라도···”

“청성 놈을 하나라도 더 담그고 물러났어야···!”

태평의 눈에 습기가 가득하다.

“한 번만 더 이기면 청성인 것을!”

아. 청성은 못 참지.

“빨리 보내거라.”

입이 막힌 채, 태평이 의약당으로 실려 갔다. 누가 들을까 겁나는 공동의 제자들이다.

공동파 제자들은 첫 출전치고는 좋은 결과를 거두는 중이다. 이기고 지길 반복했으나, 이기는 제자들이 더 많았다.

이런 결과는 모두, 화산 덕분이다.

“대진표에 조작이 있다구요?”

명화가 토끼눈으로 정문에게 얼굴을 드밀었다.

“쉿.”

“아니, 공명정대한 화산이 어쩌다···”

“그게 아니지. 화산은 오히려 이렇게 하는 게 공명정대하다고 생각할 거니까.”

“예??”

“간단한 거야. 화산이 원하는 건 교류와 친선이라고. 그 교류와 친선이 과정에만 한정된 건 아니란 말이지.”

“결과에도 반영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확해. 3대 도문은 다른 문파 하나가 못해도 4강에는 오르길 바라고 있을 거야. 전부다 지들이 해 먹으면 누가 논검회에 참석하려 하겠어?”

“확실히 그렇네요.”

“그러니까. 대진표를 잘 보라고. 본선 전에는 대부분 청성, 점창, 해남, 청해 그리고 공동이 만나게 짜여있잖아?”

“가끔가다 만나는 무당이나 화산은 있지만, 확실히 그렇네요.”

“자기들 딴에는 배려고 관용인 거지. 남들한테는 오만이고.”

“그러다 자신들이 우승하지 못하면 어떡합니까?”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을 거다.”

!!

“만용이군요. 오만이고.”

“배려래도. 관용이고.”

정문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비무대에 시선을 던졌다.

- 채채챙!

일자로 뻗어 가는 검기가 해남파 도인의 어깨를 가른다. 검기가 지나간 어깨에서는.

- 푸푹!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일검(射日劍)이군.’

비무대 위에선 점창파의 주일도가 검을 갈무리한다. 간단히 승리를 따낸 주일도였다.

정문이 눈매를 좁힌다. 주일도는 능히 본선에 오르고도 남을 것이다.

- 크어어억!

옆 비무대에서 다른 소리가 들려온다.

날아가는 도인은 공동의 제자, 청익.

- 쿵!

‘청익이 이리 쉽게?’

청익이 비무대로 향한 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가 패배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었다.

정문의 고개가 들린다. 청익이 날아온 자리에는, 화산의 이대제자 백경이 검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저치도 제법이고.’

청익이 상처를 부여잡고 대기석으로 내려왔다. 가슴에 일장을 맞았지만, 내상은 크지 않았다.

“청익아.”

나지막이 청익을 부르는 정문.

“예······, 사형.”

이미 대려에 머물며 정문의 성정을 모두 파악한 사제들이다. 노성이 떨어지진 않을까 겁도 난다.

“고생했다.”

“예에?”

너무 놀란 나머지 고개를 기울이며 눈을 크게 뜨는 청익. 당연히 혼을 낼 줄 알았던 사형이 따뜻한 말을 건넨다.

“화산의 검을 본 소감은?”

“······.”

갑작스러운 질문에 청익의 입이 뚝 닫혔다.

잠시 눈매를 좁히며 고민을 머금더니, 이내 다시 입이 열린다.

“화려합니다. 하지만 그 끝은 소박합니다. 그리고 그 소박함이 날카롭습니다.”

유수 같은 대답이 흘러나오자 정문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떠냐? 한 번 더 보고 싶진 않으냐?”

“······.”

정문의 직설적인 질문에 청익이 입을 닫았다. 청익은 사풍과 가장 친밀한 사제 중 하나. 사풍 파벌의 행동대장 격 인물이 청익이다.

지금 정문이 물어오는 말은 중원에서 활동하며 이들과 또 부대끼고 싶지 않냐는 질문이었다.

요즘에야 친하게 지내고 있는 대사형이다.

진명도, 명화도, 묵환도 함께 정문에게 달려들며 땀을 흘리고 칼을 휘둘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재밌었다.

수련에 한해서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곳이 공동이 아닌가. 단체로 몰려다니며 땀 흘리는 그 재미는 처음 느끼는 것이었다.

다만, 사문 내의 알력은 다르다.

진심으로 느끼는 것을 그대로 말해서는 안 됨을 청익도 알고 있다.

여기서 청익은 당연히.

‘아니요.’라고 답해야 할 것이다.

그게 사풍에게 도움이 될 테니까.

잠시 입을 닫고 고민하던 청익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다음에는 지지 않겠습니다.”

생각을 거듭한 끝에 타협한 절충안이다.

청익은 그렇게 만족하기로 했다.

미소만 지어주는 정문.

정문 역시 청익의 대답에 만족했다.

“가보거라. 의약당으로.”

“예.”

시간이 지날수록 비무대에 나서는 이들이 줄어든다. 점차 사람을 줄여나가며 논검회가 본선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 공동파 이정문! 삼번 비무대!

정문을 호명하는 소리가 나온다.

정문의 네 번째 비무를 알리는 소리다.

지금 비무마저 이기면, 정문은 오늘 더 이상 칼을 휘두를 일이 없게 된다. 내일 열릴 본선으로 바로 향하는 것이다.

“다녀올게.”

정문이 비무대에 올라서자.

- 와아아아아아아아!

- 공동의 이정문이다아아아아아아!!

- 그 화끈한 검수가 다시 나왔다!!!!!!!!

- 이번에도 매섭게 때려줘요오오오오!!!!

정문을 반기는 구경꾼들이 많다. 화끈했던 전적 덕분이다. 두영해도, 그 뒤의 다른 검수들도 정문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 탓.

정문의 맞은편으로 다른 도인이 올라선다.

팔에는 세 개의 잔물결이 그려져 있다.

“해남의 파랑검(波浪劍), 가소산이오.”

“공동파 이정문이오.”

- 시작하시오!

가소산이라 자신을 소개한 도인이 눈에 힘을 준다. 해남의 제자들은 이제 남지 않았다. 자신이 바로 해남의 희망인 것이다. 저 공동의 도인이 조금 과격한 방법으로 올라오긴 했으나, 자신은 다를 것이다. 그리 쉽게 져줄 생각이···

- 까아아아앙!

- 공동의 승리요!

“예? 이제 시작인데 무슨?”

화산의 심판을 향해 얼른 항의하려던 가소산. 순간 위화감이 몰려온다.

‘저자가 왜 저리 멀리?’

얼른 고개를 돌리는 해남의 제자.

그의 주변에서 처음 보는 인물들이 걱정스레 자신을 바라본다.

“거, 괜찮소?”

“어이구, 정신을 잃은 건가?”

“허허, 검을 꽉 잡았어야지.”

저마다 걱정 아닌 걱정과 훈수를 건넨다.

그제야 가소산의 눈에 모든 것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비무대 위의 정문은 검을 넣고 돌아가는 중이다. 가소산은 장외로 패한 것이다.

- 와아아아아아아!

- 또 한 대도 안맞고 이겼다아아아아아!

- 에이, 손속에 정이 너무 많다아아아아!

볼을 긁으며 돌아오는 정문.

아무래도 마지막 말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내, 내가 손속에 정이 많나?’

다음에는 조금 거칠게 때려보자고 마음먹는 정문이다.

정문이 돌아온 대기석은 분위기가 영 좋지 않다. 늘 밝은 목소리로 응원하며 청성에는 욕지거리를 퍼붓던 명화가 잔뜩 먹구름을 가지고 앉아있다.

“얘 왜 이래?”

“그···, 졌답니다.”

“아.”

정문이 대기석에서 멀찍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정문···사형?”

얼굴에 어둠이 그득한 명화가 정문을 포착했다. 행운유수(行雲流水) 신법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명화. 흡사 귀신의 움직임이다.

“으, 응?”

“사형···, 사형이 그랬잖아요? 맞죠?”

“뭐, 뭘 말이냐? 그것보다 안색이···”

“말해봐요, 내 검이 종남보다 빠르다면서요···? 본선 전에 종남을 만날 일 없을 거라며···?”

아무래도 명화는 종남의 제자에게 지고 온 것 같았다. 함께 수련했던 다른 사형들인 진명과 사풍은 가뿐히 본선에 진출했다. 묵환은 아예 참가하지 않았고. 그렇다면, 정문과 꾸준히 수련한 사람 중에는 명화만이 본선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그···, 그게 말이지···, 나도 예상한 거지, 예상! 예상이라고. 막 빗나가기도 하고···”

“좋아요, 다 좋다고요. 근데 그게 왜 지금 빗나가는 건데에에에에!”

당연히 정문의 탓은 아니다. 그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심지어 명화도. 그저 명화에겐, 투정 부릴 상대가 필요할 뿐이다.

“사, 살려다오!”

다른 사제들이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아무도.

나서서 말릴 생각이 없다.

자기도 당해봐야 알지.

* * *

논검회의 첫날이 끝나고 모두가 객청으로 돌아왔다. 이기고 진 사람, 이기기만 한 사람, 지기만 한 사람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다들 고생했다. 본선에는 진명이랑 사풍이, 그리고 나. 이렇게 셋만 올라가는구나.”

“결과가 좋은 편입니까?”

“좋은 편이지. 여덟만 남았다고. 백 명이 넘는 중에 여덟. 그리고······ 청성도 떨어트렸고.”

- 씨익.

정문이 사악하게 입을 찢는다.

평소라면 모두들 소름이 돋았을 테지만, 오늘만큼은.

함께 입을 찢었다.

“쿠쿠쿡. 청성 애송이 놈들. 꼴 좋구나.”

“흐흐흐. 나한테 칼 맞은 청성 놈은 오늘 잠도 못 잘걸?”

“예? 겨우 그 정도로요? 전 청성 놈에게 칠상권을 먹였다구요! 한 달은 고생할 겁니다!”

“원통하다! 원통해! 한 놈을 더 담그고 왔어야···!”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어차피 삼분지 이는 떨어지는 것이 논검회의 예선이다. 셋이나 올라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일 것이다.

저 화산이나 무당도 제자를 셋이나 올려보내진 못했다. 자신들의 관용과 배려가 오히려 공동에게 특혜로 작용한 것이다.

“다들 고생했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을 준비하자. 화산에서 술을 줬으니, 가볍게 들자. 너무들 취하지는 말고!”

“화산에서 술을 줍니까? 우리는 음주를 금하지 않는다지만···”

“화산도 그렇다. 화산의 주력 사업 중 하나가 매실주가 아니더냐.”

“아.”

정문은 고생한 사제들을 위해 화산에서 받은 술을 풀었다. 응원하던 사제들도 함께 분위기를 즐기라는 의미에서 모두에게 푼 것이다.

다들 한데 어우러져 즐겁게 술을 마신다.

오늘 있었던 비무에 대해 말도 나누고 평도 나눈다.

정문은 진명과 따로 앉아 가볍게 향만 즐길 뿐이다. 명화는 방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사풍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확실히 무당과 화산, 종남이 강하긴 강하군요.”

“본선에는 모두 제자를 올렸다지?”

“우린 셋이나 올린걸? 무당과 종남은 하나! 화산은 둘! 우린 셋! 뭐 점창도 있지만.”

화산과 무당도 못 한 일을 공동이 해냈다. 이는 제자들에게 큰 자랑인 것이다.

“에이, 그럼 뭘 합니까? 오늘 화산이나 무당, 종남한테 이긴 사람이 있습니까?”

!!!

술이 조금 오른 다른 제자가 화두를 던졌다. 조금씩 서로의 눈치를 보는 사제들. 그러나 이내 입이 열리며 저마다 오늘 본 것과 느낀 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화, 화산의 검은 굉장하더군요.”

“청익 사형이 힘도 못 썼지.”

“무당은 어떻고요?”

“종남도 명화를 이겼어. 요즘 명화의 검술이 물오른 것은 자네도 알지 않나?”

이야기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다행히 명화나 청익이 이 자리에 없다. 그들이 들었다면 마음이 상했을 것이다.

“애초에 화산과 무당, 종남은 논외로 보는 게 맞지.”

“그래, 3대 도문이 괜히 3대 도문이겠나?”

“공동이 이 정도면 잘한 거지.”

“허허, 그래. 청성 잡는 정도가 딱인게야.”

!!

정문과 마주 보고 앉은 진명의 표정이 꿈틀거린다. 사제들의 마지막 말이 신경에 거슬린 것이다.

“저놈들이···, 사형. 제가 한소리 하겠습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는 진명을 정문의 손이 가로막는다. 그저 고개만 저으며 가만히 있으라는 정문.

“두거라.”

당장에 정문이 먼저 화를 내고 나서도 모자라지 않은 상황이다. 진명은 정문이 이렇게 차분한 이유를 당최 알 수 없었다.

“······, 아이들이 아직 실감이 안 되나 봅니다.”

“나도 안다.”

정문은 스스로 자격이 없다 생각했다.

그게 정문이 저들을 혼내지 않는 가장 큰 이유였다. 자신에게는 저들을 혼낼 자격이 없는 것이다.

누구보다 공동을 무시했던 사람.

누구보다 공동이 아니길 바랐던 사람.

그게 바로 정문이었으니까.

이 몸에서 막 눈을 떴을 때도, 정문은 하필이면 공동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왜 화산과 무당, 종남이 아니냐며.

그런 자신이 감히 저들을 혼낼 자격이 있을까. 정문은 계속해서 되묻고 있었다.

“사형. 저는 이제 압니다. 공동은 강합니다.”

씁쓸한 표정을 짓는 정문에게 진명이 따스한 말을 건넨다.

“너라도 알면 된 거지.”

“사형이 알려주신 겁니다.”

!!

입에 술잔을 가져다 댄 정문이 슬쩍 고개를 올린다. 너무도 올곧은 눈빛. 그래서 띠겁고, 그래서 불편했던 그 눈빛이 정문의 얼굴에 닿는다.

“그래, 그거면 된다.”

정문의 얼굴엔 진한 미소가 자리했다.

정문은 진명에게 쉬라는 말을 남기고 홀로 밖으로 나섰다.

아마 화산에서 날을 맞춘 거겠지만, 보름달이 유난히도 둥근 날이다.

‘공동은 변하고 있다. 다름 아닌 나로 인해.’

정문의 마음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진명이 방금 심어준 그것.

그것이 바로 정문의 자부심이다.

‘그래 내가 바꾸면 되는 거다. 나로 인해, 내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내일 열릴 본선은 공동이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화산과 무당, 종남은 논외라는 그 말도.

공동이 이 정도면 잘한 거라는 그 말도.

공동은 구파의 말석이라는 그 시선도.

모두.

- 꾸욱.

“내가 바꾼다.”

그리고 자신 스스로와 사제들을 향해 외치리라 정문은 다짐했다.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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