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52화 (52/153)

〈 52화 〉 052. 연은 연인가 봅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 * *

준결승이 끝나고 반 시진.

논검회는 잠시 휴회에 들어갔다.

본디 준결승에서 몸을 상한 무인들의 치료를 위한 시간이었지만, 이번 논검회 준결승에선 크게 다친 결승진출자가 없었다.

공동의 결승 진출자 정문은 아무런 상처가 없이 결승으로 향했다.

손에 조금 검상을 입었지만, 이는 그저 스스로 검에 손을 댄 것에 불과했다.

점창의 결승 진출자 주일도 역시 아무런 상처 없이 결승으로 향했다.

그가 다른 무인들을 잘 제압한 것도 있었으나, 공동의 도인들이 양패구상해줘 결승으로 직행한 덕이 컸다.

그저 붕 떠버린 시간.

그 반시진에 3대 도문의 장문인이 모여 짧은 차담을 나눈다.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암요. 논검회가 드디어 취지에 맞게 흘러가지 않습니까?”

팔 강에서 모든 제자가 탈락한 종남의 장문인 위일도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렇습니다. 늘 같은 결과가 나와 논검회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드디어 옳게 되는군요.”

종남과 같이 팔 강에서 제자들이 모두 탈락한 무당의 장문인 충산이 얼른 말을 받으며 맞장구쳤다.

이들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 호르륵.

화산의 일대제자 운양이 가볍게 찻잔을 든다. 그는 이들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능구렁이가 뱃속에 가득 찼구나.’

구파의 장문인이란 자리는 오로지 무공과 인품만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지금 이 둘은.

각각 팔 강 탈락이라는 치부를 어떻게든 좋게 포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 호르르륵.

공허한 변명들이 방안을 채운다.

그저 말없이 차만 들이키는 운양.

“청성처럼 감정적으로 대해서는 아니 될 일이지요.”

이야기의 논점이 변한다. 종남의 장문인 위일도가 다른 건덕지를 잡은 것이다.

“맞습니다. 다른 문파의 승승장구를 기뻐할 줄도 알아야 함께 성장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운양의 눈에는 논검회가 끝난 후 이들이 펼칠 여론전이 훤하게만 보였다.

‘청성을 재물 삼아 자신들을 띄우겠다는 말이로다.’

착잡한 감정만이 찻잔에 내려앉는다.

“해서, 도장들께서는 누가 우승할 것 같습니까?”

위일도의 질문에 드디어 운양의 흥미가 동한다.

“글쎄요, 제가 지켜보니 공동의 검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점창의 검 역시 무시할 수는 없으나, 아무래도 공동이 우승하지 않겠습니까?”

자신의 흥미가 동하는 말에는 유수 같은 대답이 쏟아지는 운양이다.

“······그렇습니까? 허허. 저는 무공을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점창이 우승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위일도가 조금은 당황하더니 이내 잘 포장되었다고 생각한 말을 쏟아 낸다.

좁혀지는 운양의 미간.

이 역시.

차후 점창의 비사를 자신들을 포장하는 데 쓰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리라.

- 후우우.

운양의 입에서 바람이 샌다.

논검회가 끝난 후가 더 걱정되는 운양이다.

* * *

- 논검회 결승전이 곧 속행하겠습니다. 결승에 진출한 무인들은 비무대로 올라 주십시오.

결승의 시작을 알리는 운중의 말이 퍼진다. 내력이 실려 울림이 강한 알림이었다.

“흐으으음아!”

공동파 대기석 구석에서 정문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선다.

“사형. 결승 시작한대요.”

명화의 말에 겨우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나서는 정문.

“나참. 사형은 긴장도 안 돼요?”

“응.”

너무도 당당한 대답에 명화가 할 말을 잃고 만다.

“그래도 조심해요. 저 사람도 종남이랑 무당, 화산까지 이겼다구요!”

“그래, 그래.”

성의 없는 대답과 함께 정문의 몸이 대기석 밖으로 향한다.

주일도라는 무인이 강한 것은 정문도 아는 사실이다. 아마 앞서 만난 무당이나 화산의 제자보다도 주일도가 강할 것이다.

다만.

‘점창에는 별 관심이 없단 말이지···’

정문의 흥미가 동하지 않을 뿐이다.

사람은 좋다.

자신들을 조금 돕기도 했고.

그래도 흥미는 별개의 이야기다.

정문이 가볍게 비무대에 올라선다.

반대편에는 주일도가 이미 올라서 정문을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문 도장! 결승에서 이렇게 만나다니요! 연은 연인가 봅니다!”

정문을 바라보는 주일도의 눈에는 이채가 가득하다.

“하하, 주 도장. 반갑습니다.”

정문은 최대한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주일도에게 인사를 건넸다.

“좋은 승부! 기대하겠습니다!”

혈기왕성한 눈빛으로 다짐을 하듯 말을 남긴 주일도가 자리로 돌아간다.

정문 역시 느릿하게 자리로 향했다.

심판을 맡은 화산의 운중이 둘의 준비를 살피더니, 이내.

- 시작하시오!

라는 말과 함께 두 무인의 검이 빛을 발했다.

‘처음부터 칠살로 간ㄷ······?’

정문이 가볍게 기력을 끌어 올리는 순간.

- 쉬잉! 피핑!

한 줄기 강맹한 검기가 직선으로 날아들었다.

!!!!!

얼른 고개를 움직여 이를 피해내는 정문.

정문의 머리칼이 조금 베여나가며 동그란 구멍이 뚫려 버렸다.

“···?”

정문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건 생각보다, 제법. 강맹했다.

계속해서 정문을 노리는 주일도의 검.

- 피슈웅!

흡사 화살이 날아오는 것과 같은 파공음이 정문을 덮친다.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던 이의 공격이라곤 믿을 수 없는 검이었다.

아무래도 이건.

가볍게 상대해선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엄습해 온다.

- 채앵!

주일도의 검이 정문의 검과 부딪힌다.

정문이 거리를 좁히며 파고든 덕이었다.

- 카앙! 카앙!

연달아 정문의 검을 가볍게 받아내는 주일도.

그의 무위가 심상치 않았다.

‘분광검법(分光劍法)?’

주일도의 검이 좌우로 넓게 퍼지며 분신을 만들어낸다. 이내 그중 하나가 날카롭게 정문의 몸을 노린다.

- 슈슉!

갈라지는 정문의 소매.

주일도의 검은 논검회에서 처음으로.

정문의 몸에 상처를 남겼다.

‘이놈 봐라?’

정문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건 분노나 멸시의 감정이 아닌 흥미.

흥미 그 자체였다.

정문이 검을 말아쥔다.

주일도의 검을 조금 더 보고 싶은 것이다.

- 콰앙!

땅을 차고 날아오른 정문의 검이 주일도를 찔러간다. 주일도의 사일검(射日劍)과 닮은 소양검(小陽劍)의 초식이 주일도를 노렸다.

- 캉! 캉! 캉!

모조리 쳐내는 주일도.

하지만.

- 슈욱!

- 서걱!

마지막에 천운검(天雲劍)으로 변한 정문의 검이 주일도의 복부를 갈랐다.

조금은 진한 선혈이 흘러나온다.

- 툭! 툭! 툭!

주일도가 재빨리 자신의 혈도를 누른다.

그 역시 승부를 여기서 끝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 위잉!

주일도의 검이 소리를 낸다.

아직까지.

더 싸울 수 있다는 신호였다.

검을 눕히는 정문.

검을 눕히는 주일도.

둘의 신형이 비무대의 가운데서 교차한다.

- 챙! 챙! 챙!

- 캉! 캉! 캉!

- 서걱! 서걱!

- 슉! 슉! 슉!

비무다운 비무.

승부다운 승부가 결승전에서야 펼쳐진다.

피가 흩날린다.

정문은 양팔에 검상을 조금 입었다.

반대로 주일도는.

정문보다 조금 심한 부상이 복부와 양다리에 그득했다.

‘더! 더! 더! 더 보여다오!’

정문의 얼굴에 광기가 자리한다.

점창에 흥미가 없다던 사람은 간데없는 지금이다.

“와.”

명화의 입에서 짧은 탄성만이 흘러나온다.

“저 사람도 괴물이네요.”

- 꿀꺽.

진명의 침이 목을 타고 넘는다.

자신의 사형과 동수는 아니어도 저 정도로 검을 주고받는 이조차 확실히 드물 것이다.

“사풍에게 감사해야겠구나.”

“······, 간만에 통하는군.”

둘의 손이 마주 잡힌다.

만약 둘 중 하나라도 몸이 성했다면 저 무인과 검을 섞었어야 했을 둘이다. 조금은 섬뜩한 기분이 둘의 등골을 쓸고 갔다.

- 쉭! 쉭! 쉭! 쉭!

정문의 검이 북두칠성의 방위를 따라 변화한다. 복마검결(伏魔劍訣) 칠살발파(七殺發破) 초식이 빛을 뿜는다.

- 석! 석! 석!

세 개의 검기가 주일도를 베어간다.

그리고.

- 푹! 푹! 푹! 푹!

네 개의 검기를 사일검으로 꿰뚫는 주일도.

- 솨아아아!

주일도의 검이 멈추며 분신을 만든다.

빠르게 분광검법으로 변하는 주일도의 검.

- 서억!

정문의 어깨에 검상이 새겨진다.

- 씨익.

진득한 미소를 보이는 정문.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정문이 검을 뻗어간다.

- 샤악!

조금은 강대한 검기가 주일도의 검을 때린다.

몸이 뒤로 밀려나는 주일도.

정문이 이를 놓치지 않고 달려든다.

“저···, 말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화산의 이대제자 백강이 운양을 바라보며 불안한 눈빛을 보낸다.

“어째서냐?”

“이미 승부는 기운 것 같습니다.”

“흐음.”

“운중 사숙께 전갈을···”

“백강아.”

“예, 스승님.”

“승부가 한쪽으로 기울었음을 둘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헌데 어찌 비무를 계속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가끔은··· 저렇게. 함께 검을 휘두르고 싶은 상대를 만나기도 하는 법이니라.”

운양이 빙그레 웃으며 백강을 바라본다.

아쉽다.

운양은 처음부터 정문이 주일도를 이기리라 예상했다.

만약 정문이 승부에서 이기면, 정중히 자신의 제자 백강과 검을 겨뤄줄 것을 청해볼까 고민도 했었던 운양이다. 지금 저 둘처럼, 즐겁게 검을 섞길 바라며.

‘어림도 없음이야. 어림도. 정문이 아닌 주일도도 버거울 테지.’

운양의 고개가 흔들린다.

화산의 제자들은 새로운 벽을 만날 것이다.

그래도.

그런 벽을 깨부술 제자들을 기대해보는 운양이다.

운양이 미소가 가득한 눈으로 비무대를 응시한다.

- 카아앙!

강하게 검을 부딪친 두 무인이 멀찍이 떨어진다.

이미 온몸은 상처가 가득한 둘이다.

그 깊이야 서로 다르겠지만, 피가 흘러내린다는 사실만큼은 같을 것이다.

- 씨익.

둘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자리한다.

검을 눕히는 둘.

일시에 땅을 박찬 둘의 검이 중심에서 합류한다.

- 푸슈우우우욱!

칠살검(七殺劍)과 사일검(射日劍).

강호에서 패도스럽기로 유명한 두 검이 동시에 상대의 어깨를 노렸다.

다만, 아쉽게도.

사일검은 정문의 어깨를 뚫지 못했다.

- 타앙!

검이 거칠게 울리며 땅에 닿는다.

그 검은, 주일도의 검이었다.

- 스윽.

검을 뽑아내는 정문.

주일도의 어깨에서 한 줄기 핏물이 쏟아진다.

그래도.

급소는 피해 찌른 정문이다.

“마지막··· 초식은 정말 빠르군요.”

핏물을 잔뜩 머금은 주일도의 입이 열린다. 이미 내부는 진탕이 된 지 오래였다.

“아닙니다. 일전의 초식에서 더러 느린 검을 사용해 뒷 초식에 빠른 느낌을 준 것뿐입니다. 속임수지요.”

“변화···군요.”

핏물을 머금은 주일도의 입이 올라간다.

- 철푸덕!

앞으로 쓰러지는 주일도의 몸.

그와 동시에.

“스, 승부는 공동의 승리요!”

운중의 재빠른 선언이 튀어나온다.

이미 승부가 기울었음을 알던 운중이 미리 준비를 해둔 덕이다.

“이, 일도야!”

점창의 장문인 단목경이 이층 귀빈석에서 몸을 날린다.

- 타탓!

빠르게 주일도에게 달려드는 단목경.

- 탓탓탓탓탓!

그의 검지가 빠르게 주일도의 혈도를 짚어간다. 조금은 원망이 섞인 시선을 힐끔 정문에게 던지며.

“괜찮겠습니까?”

“······, 배려해주셔서 감사하오. 손속에 사정을 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오. 해도, 스승 된 입장에서 원망의 눈을 보낸 건 이해를 부탁드리오.”

정문은 그저 고개를 한 번 숙이고 뒤로 돌아섰다.

그를 향해 달려오는 공동의 사제들.

“사혀어어어어엉!”

명화가 조금 멀리서 정문을 향해 날아든다.

- 와락!

연달아 정문을 덮치는 거대한 그림자.

“사, 사혀어엉!”

묵환이 정문을 짓누른다.

“무, 무겁다! 이놈아!”

뒤를 이어 모든 제자들이 선망의 눈을 하며 정문에게 달려왔다.

모두의 눈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 화끈하구만!!!

- 결승다운 승부였네!!!

- 변방의 인물들이 손속이 매섭군!!!!

- 점창의 도인도 제법이었어!!!!

관중들의 반응은 엄청났다.

보기드문 명승부를 감상했고, 납득할만한 결과가 눈앞에서 펼쳐진 것이다.

무공을 잘 모르는 이들도 정문이 주일도를 상대로 보여준 무위를 짐작하기에 충분한 비무였다.

- 주일도도 굉장했다!!!!!

- 점창은 비상하리라!!!!!

패자에 대한 예우도 함께 나온다.

제법 괜찮은 논검회다.

‘주일도라···’

정문이 자신의 몸을 살핀다.

팔과 어깨에 수많은 생채기가 드리웠다.

정문의 몸에서 깨어난 이래 이런 상처는 처음일 것이다.

처음 주일도와 비무를 시작할 때는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치 못한 정문이다.

그저 간단히 상대해주려던 정문조차 주일도의 검을 보고 난 후 홀린 듯 함께 검을 휘둘렀다.

멀리서 보던 이들이 그에게 매혹 되는 것도 이상할 게 아니었다.

- 공동! 공동! 공동!

- 공동! 공동! 공동!

좌중이 공동을 연호하기 시작한다.

연신 고개를 돌리며 좌중을 감상하는 공동의 도인들.

- 공동! 공동! 공동!

처음으로, 공동의 이름이 화산을 뒤덮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