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중독이다.
한 지역에 새로운 문파가 개파 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우선은 주변 치안이 제법 안정될 것이며 대장간 및 포목점을 비롯한 상권 역시 안정된다.
문파 내의 자잘한 일을 처리할 일반인들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일자리 역시 늘어날 것이다.
하나의 문파란.
그 지역의 경제와도 큰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문파의 개파는.
다른 문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것도 당연하지만, 상인들의 관심 역시 적지 않게 받게 된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문파라면 응당 상단 몇 개와는 거래를 터야 운영이 되는 법.
그렇기에 문파의 개파식은 무인들보다 오히려 상인들이 더 많이 자리를 차지하곤 했다.
새롭게 난주에 문을 여는 화산의 속가 난화무관(蘭花武館)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파식의 아침이 밝자, 전날 찾아온 무인들보다 배는 많은 수의 상인들이 축하한다며 사절을 보내왔다.
직접 온 상단주들의 머릿수만으로 내원은 이미 꽉 차고도 남을 정도였다.
감숙이란 지역이 워낙에 무가 문파가 적은 이유도 있으나, 새로이 여는 곳이 단순한 무가가 아니란 이유가 더 클 것이다.
화산.
무려 화산이라는 거파의 속가가 아닌가.
다른 때라면 감숙을 대표하는 공동이라는 다른 거파의 눈치를 보며 움직였을 상인들이지만, 이번은 다르다.
무려 공동이 먼저 요청하고 화산이 함께 여는 속가가 난화무관이다.
난화무관과 거래를 터놓는다면, 화산은 물론이고 공동과도 연을 맺는 일석이조의 결과를 불러올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징글징글하네, 정말······.”
아침 댓바람부터 장원을 채우는 상인들을 보며 정문이 혀를 찬다.
섬서에서 온 화산의 거래처들부터 감숙에서 활동하던 공동의 거래처까지. 제법 이름있는 상단들까지 모두 합세해 난화무관의 장원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허허허, 이게 개파식이란 거네. 자네는 처음이겠지?”
이런 행사에는 꼭.
무인과 상인 외에도 찾는 이들이 있다.
바로, 거지들.
어느새 나타난 오봉학이 정문에게 친근하게 말을 붙인다.
“거, 초대는 받고 오신 겁니까?”
“거지가 어디 초대받고 다니는 거 봤나?”
“쫓아내도 된다는 말로 들립니다?”
“······초대받고 왔네만.”
마른 입술을 적시며 오봉학이 서둘러 말한다. 이 무정검 이정문이라는 사내는.
충분히 개방을 쫓아내고도 남을 사내였다.
“이상한 놈들은 없나 잘 지켜보십쇼. 보아하니 가져온 것도 없을 텐데, 일이라도 좀 하셔야지.”
“······뭐, 그러고 있긴 하네만···, 너무 당당히 요구하는 거 아닌가?”
“그럼, 뭐. 흑시창 부르고.”
“최선을 다하겠네.”
오봉학은.
자정이 없는 곳에서 정문을 이기지 못한다.
“자네를 찾는 이들이 많더군. 다들 만나는 봤나?”
“누가 내 방을 가르쳐줬나 했더니, 영감님이셨습니까?”
“뭐, 거물들이니 만나서 나쁠 건 없어 보이길래.”
거물들.
확실히 아침부터 정문의 방을 두드린 이들은 모두 거물들이었다.
남궁세가의 소가주, 신뇌검(新雷劍) 남궁수룡부터 사천당문의 가주, 독나찰(毒羅刹) 당천정과 철견권승(鐵肩拳僧) 고암까지.
자신이 이전 생을 살면서 주야장천 전해 듣던 이름들이 이제는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귀찮게스리.”
“다들 뭐라 하던가?”
“그냥 시간 좀 내달라더군요.”
“해서, 내줬고?”
“있어야 줄 거 아닙니까? 오늘은 무리니, 개파식이 끝나고 보자 했습니다.”
“허허허, 다들 대놓고 자네를 가늠하려 드는군.”
웃으며 뱉는 오봉학의 말에 뼈가 있다.
“뭐, 반대로 내가 가늠할 수도 있고.”
정문 역시 뼈가 잔뜩 든 말로 대답했다.
“암, 무정검이 그리 쉬운 사내는 아니지.”
“일이나 하십쇼. 전 돌아보러 가렵니다.”
웃으며 지그시 자신을 바라보는 오봉학을 뒤로 정문이 발을 나선다.
혹시나 상인들에게 정체를 들키는 순간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기에 최대한 숨을 죽이며 주변을 둘러보는 정문이다.
내원을 지나 조금은 구석진 별당을 둘러 볼 때. 한 무리의 상인들이 빠르게 정문의 옆을 지나간다.
“무위는 어때?”
“뭐, 늘 같지.”
“옥문은 여전하고?”
“허허, 거기가 변할 게 있는가?”
“장액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인들은 아마 북감숙에서 내려온 상인들인 것 같았다. 장액이니 무위니 옥문관이니 하는 모든 도시가 북감숙에 주요 도시였기 때문이다.
‘무위라. 그리운 곳이네.’
한 때 속가행을 갔던 무위를 추억하는 정문.
그런 정문의 앞으로 무언가 익숙한 머릿결이 스치고 간다.
!!!!
붉은 머리.
분명한 붉은 색에 굽이짐이 더해진 머릿결이 정문의 앞을 쓸고 갔다.
고력강.
일전에 무위에서 마주쳤던 서역인의 이름이 떠오르는 정문.
정문은 서둘러 방금 지나간 상인들의 무리를 쫓아 발을 옮겼다.
“저기!”
손을 뻗어 그들을 잡아보는 정문.
하지만.
그곳에 붉은 머리의 사내는 없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 방금 붉은 머리를 언뜻 본 것 같아···, 아는 사람을 착각했나 보군요.”
무위란 말에 과민반응을 한 것일까.
헛것을 보았나 하는 생각이 스치자 정문은 그저 사과하고 돌아서려 했다.
“붉은 머리?”
“고대인을 말하는 건가?”
“혹여 머릿결에 굽이짐이 있었소?”
!!!
발을 돌리려던 정문에게 상인들이 제법 흥미로운 말을 던져준다.
“고대인이라면···?”
“장액에서 온 고력강이라는 상인이 있소만. 그가 서역 출신에 붉은 머리긴 한데.”
“혹, 오늘도 오셨습니까?”
정문은 설마 하는 생각에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물었다.
“왔습니다. 조금 전까지 있었는데···,”
“고대인이라면 저쪽 구석으로 내가 가는 걸 봤소.”
한 상인이 서둘러 반대편 담벼락을 가리키며 정문에게 알려줬다.
“헌데, 누구십니까? 도장께서는···?”
“아, 공동의 이정문입니다! 나중에 뵙지요!”
!!
“무, 무정검!”
“대협! 잠시 시간을!”
“머, 멈춰보시오!”
상인들의 붙잡음에도 정문은 도복을 휘날리며 반대편 담벼락을 향해 달린다.
점점 줄어드는 인파.
내원에서 멀어질수록 상인들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갔다.
그리고 저 멀리.
십 여보 앞에서 붉은 머리의 누군가가 서둘러 구석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것이 정문의 눈에 들어온다.
발소리를 죽이며 뒤를 쫓는 정문.
점점 가까워지며 얼굴이 보이자, 그의 정체가 고력강임이 더욱 확실해졌다.
‘서역놈이 또 왜···?’
눈매를 좁히는 정문.
일전에 퍽 유쾌했던 관계가 아니기에 불안한 마음이 몰려온다.
고력강은 한 번 더 담벼락을 끼고 옆으로 걸음을 옮긴다. 혼자인 것은 분명했다.
정문 역시 최대한 기척을 숨기고 담벼락을 돌자.
- 턱!
뒤를 돌아선 고력강의 얼굴이 정문과 마주한다.
고력강의 뒤로는 오로지 막다른 길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누구십니까?”
눈에 힘을 주며 정문을 쏘아보는 고력강.
그가 정문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한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군···, 나발 한 번 불어볼까? 서하랑 서역 쪽 무인이 숨어들었다고?”
일전에는 이들과 맞붙는 것을 피해 그저 지나치기만 했던 정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공동의 무인들도 수가 훨씬 많고.
여기에 모인 이들의 면면만 봐도, 적당한 사도 문파 하나쯤은 충분히 멸문시킬 무인들이 모여있다.
“······모르는 사이로 알고 있었는데···, 약속이 다르시군요.”
“영영 모르게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정문이 자꾸 말을 끌지 말라는 경고로 조금 기력을 끌어 올린다.
“훗. 입심은 여전하시군요. 기력 푸십시오. 그저 상인으로 온 것이니.”
“그 말을 믿으라고?”
“장액에서 실제로 상단을 운영 중입니다. 이런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이는 법이지요.”
“······.”
불신의 눈빛을 보내는 정문에게 고력강이 가볍게 고개를 갸웃한다.
주변을 살피는 정문.
주변에.
삿갓을 눌러 쓴 고력강의 부하가 느껴지지 않는다.
은신이나 위장 같은 다른 움직임 역시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당장에 무언갈 꾸미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정문의 머리를 스친다.
“정말이겠지···?”
“물론입니다. 남궁과 당문, 소림과 화산이 있는 곳에서 사고를 칠 배포는 없는지라.”
정문의 태도가 조금 풀리자 얼른 웃으며 말을 뱉는 고력강. 그 역시 여기서 정문과 부딪힐 마음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
실제로.
남궁과 당문, 소림과 화산이 회합을 벌이는 곳에서 사고를 칠 문파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정문의 표정이 완전히 풀린다.
“공동은 왜 빼?”
“······뭐, 공동까지.”
정문의 말투가 조금 거슬리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고력강은 최대한 정문의 비위를 맞춰 본다.
“사고 치면···죽는다. 명심해.”
정문이 어깨에서 조금은 검정 빛 기운을 뿜으며 협박조로 말을 전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이제는 조금 확신이 서는데?”
자신감 가득한 말이 정문의 목을 탄다.
확실히.
이정문이라는 도인의 기도가 이전보다는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고력강이다.
“그저 상인들과 머물다 갈 것입니다. 걱정마시길.”
고력강은 먼저 기운을 풀고 웃으며 말을 전한다. 지금은 자신이 불리한 상황임이 분명했다.
“지켜본다.”
정문의 태도가 조금은 유해진다.
정황상 고력강이 무언가 꾸미기에는 좋지 않은 상황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시겠지만, 안에서는 아는 척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연신 자신을 향해 도끼눈을 보내는 정문을 뒤로 고력강이 먼저 몸을 움직인다.
각자 따로.
서로 모르는 척을 하며 내원으로 들어서는 둘이었다.
* * *
“사숙. 왜 이렇게 도끼눈을 뜨고 계세요?”
불안한 눈빛으로 내원을 살피던 정문의 아래에서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 주형이구나.”
정문의 사질이자 공동의 이대제자 주형이라는 아이가 정문의 도포를 끌어당긴다.
분명 나이는 열둘 정도. 이대제자 중에서도 가장 어린 주형이 똘망한 눈으로 정문을 바라본다.
“흠, 그저 수상한 사람은 없나, 경계하고 있었단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 넌 뭘 하고 있었느냐? 이대제자들은 모두 후원에 있어야 할 텐데?”
“길을 잃었어요! 그래도 사숙을 만났으니 다행이죠!”
귀엽다.
아직 열둘 밖에 안 된 아이라서 인지, 자신의 제자가 될 아이라서 그런지 알 수는 없으나 귀엽다는 생각이 정문을 스쳤다.
“내 후원에 데려다주마. 가자.”
따로 꾸중하지 않고 밝은 미소만 지어준 정문이 아이의 손을 잡았다.
그때.
멀리서 다른 이대제자 하나가 주형을 향해 열심히 달려온다.
“주형이 이놈아! 길을 잃지 말라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냐!”
다가온 이대제자는 다른 이대제자들에 비해 훨씬 성숙한 외모를 가진 청년이었다.
이름은 무성.
나이는 열여덟쯤으로 막내 사숙인 묵환과도 두어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제법 나이가 있는 이대제자였다.
“무성. 고생이 많구나.”
“아, 사숙.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아이들을 놓쳐서···.”
이대제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무성은 홀로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는 중이다.
‘무성···, 괜찮은 아이지.’
무성은 나이에 걸맞게 사제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고 무재 역시 제법이었다.
“힘들진 않으냐? 다른 사숙들이 도와는 주고?”
“많이 도와주십니다. 아이들이 조금 들떠서 그렇지, 크게 힘든 일은 없습니다.”
정문은 사제들을 보호하고 사숙들의 일을 열심히 돕는 무성이 예전부터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다음번 대제자는 무성이 될지도 모른다는 그런 막연한 생각도 정문에게는 있었다.
“아이들은 후원에 두고, 너는 내원으로 나오거라. 올해 나이가··· 열여덟이었나?”
“맞습니다. 사숙.”
“축하연에 함께 하거라. 봐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저만, 말씀입니까?”
“그래. 따로 화산에 후원을 챙겨달라 할 터이니, 걱정 말고 내원으로 나오거라.”
“예, 사숙.”
고개 숙여 인사를 마친 무성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후원으로 향한다.
정문은 다른 사제들과 만나 내원에 준비된 축하연 자리로 향했다.
가운데에 앉은 운양과 자정을 중심으로 넓게 준비된 자리에 이름난 무인들이 각자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자정의 바로 앞자리를 차지한 정문의 옆으로 진명과 사풍, 명화와 묵환이 각각 자리를 채웠다.
“왔구나.”
“예, 사숙.”
후원에 사제들을 데려다 준 무성이 어느새 내원으로 나와 정문의 곁에 섰다.
“이리 앉거라.”
정문은 자신의 옆자리를 내어주며 무성을 축하연 자리에 앉혔다.
다른 사제들이 조금은 신기하게 그 모습을 바라본다.
“크흡! 무성의 나이가 열여덟이라 하더구나. 이런 자리도 경험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여.”
정문은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서둘러 자신의 의도를 설명한다.
웃으며 정문을 바라보는 사제들 사이에서 다음번 대제자가 누구일지 알겠다는 그런 말들이 새어 나왔다.
모두가 착석하자, 화려한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연회를 위해 화산에서 푼 금전이 적지 않아 보였다.
“이렇게 화산의 속가 개파식에 참여해주신 강호의 동도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운양이 대표로 잔을 들며 연회의 시작을 알린다. 간단한 축하의 말이 조금 오갔고 다들 덕담을 몇 번 던지더니 이내 술이 상에 오르기 시작한다.
축하주로 마련된 화산의 매약주가 정문이 앉은 탁상에도 올라왔다.
잔을 채우는 공동의 도인들.
오로지 이대제자 무성만이 조금은 망설이고 있다.
“무성아, 왜 그러니?”
명화는 혹여 자신의 사질이 무언가 불편할까 서둘러 말을 묻는다.
“아, 사고. 곡차는 처음이라 조금은 망설여집니다.”
쑥스럽게 말을 뱉는 무성에게 귀엽다는 눈빛을 연신 보내는 명화. 명화 역시 자신의 사질이 쏙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열여덟이면 곡차를 마셔도 될 나이지. 걱정 말고 들렴. 마시고···, 도화만 끊기지 않으면 된단다.”
“도화요?”
“어른들은 머릿속 기억을 도화폭이라고 부른단다. 기억이 그림처럼 쭉-! 펼쳐진 것이 도화폭 같지 않니?”
“그렇군요.”
무성은 처음 듣는 어른들의 세계에 연신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가끔 그게 끊기는 못난 사람들도 있단다.”
“······절제가 부족한 사람이군요.”
“수일(守一)도 부족하고.”
가볍게 잔을 올린 사풍이 무성의 말을 받아준다.
명화 사고와 사풍 사숙.
두 어른의 가르침에 무성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든 그런 못난 사람은 되지 않겠습니다!”
- 푸우욱!
다짐과도 같은 무성의 말이 나오자 정문의 입에서 술이 뿜어진다.
자신의 제자가 될 아이 앞에서 부끄러운 것이다.
“그런 사람이 되면, 모르는 의형제도 늘어나니 조심하렴.”
“예! 사고!”
잔뜩 기가 죽은 정문의 옆으로 이번에는 자정이 일어나 잔을 올린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산과 공동이 돈독한 것처럼, 강호의 모든 정도 문파가 돈독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자정은 간단한 말을 뱉고는 잔을 그대로 들이켰다. 공동의 제자들 역시 자정을 따라 술을 들이킨다.
- 크으!
하는 감탄사와 함께 먼저 잔을 내린 정문이 서둘러 무성의 얼굴을 살핀다.
처음 곡차를 접하는 이의 표정이 궁금한 것이다. 조금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무성의 얼굴을 살피는 그때.
- 스르륵.
- 와장창!
무성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앞에 놓인 탁상을 엎으며 그대로 땅으로 처박는 무성의 신형.
!!!!
“무, 무성아!”
서둘러 달려든 정문이 그의 몸을 뒤집자, 무성의 입가에 허연 거품이 그득하다.
무성의 온몸이 떨리며 계속해서 발작이 일어난다. 공동의 도인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거리는 그때.
“주, 중독이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