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72화 (72/153)

72. 혈영문은 지웠다.

건방지게 서 있는 혈영문의 전각.

그 전각에 정문이 막 발을 들이려 할 때.

- 콰광!

- 콰광!

이 층의 창문이 나가떨어지며 두 개의 신형이 바람을 가른다.

“죽어라!”

“죽어라!”

호흡, 동작, 말까지 모두가 동시에 터져 나온 두 개의 신형이 빠르게 낙하한다.

혈영쌍살(血影雙殺).

사파 무림에서 제법 이름난 혈영문의 살수들이 분명했다.

두 개의 곡도가 정문의 목을 향한다.

하지만.

- 슈우욱!

- 휘이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 챙!

- 깡!

하는 소리와 함께 혈영쌍살의 신형이 튕겨 나간다.

정문의 곁에는.

진명과 사풍이 검을 갈무리하며 사뿐히 내려섰다.

“사형, 앞으로.”

“응.”

정문은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그런 정문을 막으려 달려드는 혈영쌍살을 진명과 사풍이 막아선다.

“뒤를 막아라, 묵환! 누구도 장원을 나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

밖에서는 노각이 공동을 지휘한다.

노각은 율법에 맞춰 움직이는 자.

정도에 벗어난 움직임은 없을 것이다.

“정신들 바짝 차려라! 여의찮다면, 살생도 불사한다!”

계속해서 외쳐대는 사제들의 소리에 정문이 슬쩍 뒤를 돌아본다.

- 콰아앙!

천근추(千斤錘)로 몸을 고정하는 소리가 장원을 뒤흔든다.

혈영문의 뒷문에는.

신장(神將)과도 같은 이민족의 무인이 바닥에 발을 고정한 채 다가오는 무인들을 위협한다.

“호, 혼자다! 뚫어라!”

누군가의 외침에 네 다섯의 무인이 병기를 들고 달려든다.

- 후우우우.

묵환의 입에서 김이 빠진다.

동시에.

발하는 안광.

묵환은 차분한 움직임으로 자신에게 날아드는 병기들을 쳐낸다. 기력을 두른 그의 신체는 쉬이 뚫릴 신체가 아니었다.

묵환의 손이 허리로 향한다.

“이, 오랑캐놈아! 비키거라!”

그를 향해 달려드는 한 무인에게.

- 후우우웅!

바람을 가르며 내지르는 묵환의 주먹.

- 빠아아아악!

무인의 턱이 박살 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끄어어억!”

- 쾅!

주먹에 맞은 무인은 그대로 공중에서 몸이 돌며 담벼락에 처박힌다. 나름 한 단의 단주를 맡은 제법 실력 있는 사파 무인이었다.

“여, 여긴 아니다! 돌아가자!”

야차와 같은 모습의 묵환에게서 물러나는 혈영문의 무인들. 어디로 가야 할지, 혈영문의 무사들은 오갈 길을 모두 잃어버렸다.

‘안심해도 되겠군.’

모습을 차분히 지켜본 정문이 전각으로 발을 들인다. 여전히 주변에는 병장기 울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혈영문의 전각 안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이미 튀어 나갈 무인들은 모두 튀어 나간 것이다.

아직도 안에 남아 있는 자들은.

“히이익!”

- 서걱!

겁쟁이거나.

“나, 난 무인이 아닙니다!”

- 촤아악!

비겁자이거나.

“장로들은 힘을 모아 문주를 지켜라!”

머리가 조금 더 돌아가는 자들.

- 챙챙챙!

일시에 날아드는 세 개의 검을 정문이 쳐낸다.

제법 날카로운 검술에 나이가 있어 보이는 외모. 의복의 원단이 값나가 보이는 것까지.

이들은 한 문파의 장로쯤 되는 이들이 분명했다.

“어린놈이 제법이다만, 여기까지다.”

“문주께는 더는 다가가지 못한다!”

눈을 부릅뜬 장로들이 정문을 향해 살기를 뿜어댄다.

자신의 손주뻘 되는 무인을 향해 합공하는 것을 전혀 망설이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얼른 잡아야 합니다. 전황이 좋지 않아요. 무정검의 목이라면, 필시! 전황을 바꿀 수 있을 거외다.”

“옳소이다, 삼 장로. 어린놈에게 합공을 주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으나, 대사란 그런 것이 아니겠지요.”

“구파일방의 대제자요. 어리다 치부할 것이 아니외다.”

“음.”

정문을 앞에 두고 말을 주고받는 혈영문의 장로들. 그들의 생각에는 정문에게 패할 것이란 선택지는 전혀 없는 것 같았다.

혈영문의 장로들이 정문을 향해 달려든다.

노련한 사파의 검수답게.

서로의 검로를 방해하지 않는 방위에서 정문의 숨통을 노린다.

하지만.

- 서거어억!

셋이나 되는 무인이 동시에 뿌리는 빈틈없는 검세 속에서 정문의 검로가 하나의 선을 그린다.

분명 하나의 소리만이 들려왔다. 뭉툭한 소리, 고깃덩이를 베어버리는 그런 소리가 하나였다는 말이다.

하지만.

- 푸슈슛!

- 푸슈슛!

- 푸슈슛!

동시에 세 곳에서 핏물이 뿜어지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진다.

하나의 선은.

연달아 세 명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린 것이다.

이건.

정문이 평소에 사용하는 복마검법(伏魔劍法)과 다른 검로였다.

혈영문의 장로들이 저마다 자신의 목을 부여잡는다.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발버둥일 것이다.

무언가 외치고 싶은 말은 많아 보인다.

무인으로 저만큼 살았으니 남기고 싶은 유언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 목을 타지 않는다.

깊게.

정문의 검이 아주 깊게 목을 베고 간 것이다.

누구보다 사파 무림 바닥에 오래 구른 것이 이들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금 저 무정검이라는 정파의 무인이 휘두르는 검술은 절대 정파의 검술이 아니란 것을 말이다.

극도로 절제된 움직임에 오로지 적의 명을 끊는 것을 목적으로 그려가는 검로까지. 이는 살수들의 검임이 분명했다.

정문은 혈영문의 전각에 들어서며 다짐했다. 어떻게든 전각 안의 상황을 최대한 빨리 정리하겠노라고.

지금은 시간이 금과 같은 때.

정문이 전각 안을 빠르게 정리하면 정리할수록 사제들의 몸은 온전할 것이다.

그렇기에 정문은.

자신의 몸이 익히고 있던 자신도 출처를 모르는 그 검술을 꺼내기로 결심했다.

살검(殺劍).

오로지 적을 죽이는 살초로만 구성된 출처를 알 수 없는 검술. 그 검술이 정문을 도와 사제들을 구할 것이다.

정문이 문주의 집무실을 열고 들어선다.

호화스럽게 꾸며진 문주의 집무실.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는다.

정문이 조금은 찬찬히 안을 살펴보던 그때.

“죽어라!”

정문의 등 뒤에서 일시에 기력을 쏟아부은 조법(爪法)이 펼쳐진다.

- 촤아아아아!

정문은 늦지 않게 몸을 틀었다.

다만, 조법이 제법 강맹했기에 옆구리에 살이 조금 뜯겨나갔을 뿐이다.

“허억···허억···!”

모든 기력을 쏟아 회심의 일격을 날린 사문성이 숨을 몰아쉰다. 공격하느라 지친 것보다는 현 상황에서 오는 압박감을 그의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쯧.”

정문이 역겨운 것을 봤다는 듯 혀를 한 번 찬다.

“분명···, 장로들과 싸우는 걸 보고 있었을 텐데?”

!!!

자신을 향해 역겨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뱉는 정문을 보며 사문성이 입을 닫는다. 혼전이 펼쳐지는 와중에도 자신의 기척을 잠깐이나마 읽은 것이다.

그리고 정문이 뱉은 저 말은.

왜 그때 끼어들지 않았냐는 질책의 말임이 분명했다.

“말도···, 말도 안 된다···! 말도! 어찌 그 나이에 그런···!”

사문성은 분명 뒤에 숨어 장로들과 정문의 교전을 지켜봤다. 당연히 장로들이 정문을 제압할 것이라 믿으며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예상과 달랐다.

장로들은 정문을 제압하기는커녕 정문의 몸에 작은 검상 하나 남기지 못했다.

사문성은 그런 모습을 보며 점점 공포에 질려 차마 끼어들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소림이면···, 감히 그럴 생각이나 했을까.”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는 사문성에게 정문이 다가선다.

“무당이면···, 감히 그럴 시도나 했을까.”

- 저벅.

“오, 오지 마라!”

자신이 나름 사파에서 이름 날리는 무인인 것도 잊은 채 손을 내저으며 도망치는 사문성.

“화산이면! 감히 그럴 마음조차 먹었을까!”

기력이 가득 실린 목소리로 소리치는 정문.

그의 창룡후(蒼龍喉)에 그만 사문성이 엉덩방아를 찍고 만다.

- 털썩!

정문은 저 악에 받친 외침은. 공동을 향해 독수를 펼친 걸 따져 묻는 게 분명했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정문을 올려다보는 사문성. 발에서 허리, 그리고 가슴, 이내 목을 지나 정문의 얼굴에 시선이 닿자.

“히···히익!”

그가 다시금 고개를 숙여버리고 만다.

분노.

그리고 경멸이 아린 눈빛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고창에 그저 작은 공이나 가져가려고 시도한 것이 아닌가.

시간 역시 충분하다 생각했다.

닷새면 난주에서 서녕까지 겨우 닿을 그런 시간이었으니까.

단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공동의 저력과 무정검.

그게 전부일 것이다.

정문이 검을 사문성의 턱에 가져다 댄다.

그리고.

“좌수를 뻗던데. 좌수검인가?”

!!

이건 무슨 의도일까.

사문성이 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검을 쥐여주고 덤비라는 그런 기회를 주려는 건 아닐까.

아니, 그런 기회를 준다면.

자신은 기회를 살릴 수는 있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사문성의 머리를 채울 때.

- 위잉.

정문의 검이 예기를 더한다.

얼른 답을 말하라는 뜻이다.

“우···우수검이오!”

- 씨익.

사문성의 말과 함께 올라가는 정문의 입꼬리. 저런 표정은. 얻을 것을 모두 얻은 이의 표정이 분명했다.

“사, 살려···!”

- 서거억!

- 툭.

사문성의 머리였던 것이 바닥으로 향한다. 정문이 그의 마지막 말을 듣기 싫다는 듯 서둘러 베어버린 것이다.

애초에.

말을 섞을 필요가 있는 사이도 아니였다.

그게 정문의 유일한 생각이었다.

정문이 사문성의 머리를 들고 자신이 왔던 길로 걸어 나간다.

쓰러진 장로들의 시체.

정문이 그 시체들을 하나하나 뒤집어 새롭게 검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하복부에 하나.

팔에 조금.

그리고 다리에도.

시체 세 개 모두에 적절한 검상을 남긴 정문이 이번에는 검을 반대로 돌려 쥔다.

“우수검이라···”

우수검이 자신을 덮치는 모습을 상상하는 정문. 어떤 초식이 좋을까. 그래도 옆구리에 혈조(血爪)를 한 방 맞은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정문은 역수로 쥔 검으로 자신의 어깨에서 허리까지. 얕지 않은 깊이로 상처를 남긴다.

- 촤아아악!

그리고 자신의 팔, 다리, 하복부에 적절한 검상을 마치 우수검을 든 무인이 남긴 것처럼 새겨보는 정문.

얼굴에 조금 피를 묻히고 작은 생채기를 하나 남긴 정문이 이제야 발을 움직인다.

그의 모습이 흡사 혈투를 치르고 나온 무인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전각의 지붕으로 향하는 정문.

그의 손에는 피를 잔뜩 머금은 검과 사문성의 목 위에 달려있던 작은 구체가 들려있다.

정문이 밖을 살핀다.

진명은 어깨가 뚫렸다.

흐르는 피를 대충 지혈하고 적을 상대하는 모습이 혈영쌍살 중 하나는 처리한 것 같았다.

사풍은 머리가 찢어졌다.

눈을 가릴 정도로 피가 흐르지만, 그의 칠살검은 여전히 살벌하게 혈영문도를 노린다. 그 역시. 혈영쌍살 중 하나를 처리한 것이다.

명화는 체력이 다해 보였다.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더는 쾌검을 휘두르기 어려워 보였다.

묵환은 온몸이 피로 뒤덮였다.

다행인 점은 저 피가 모두, 묵환의 피는 아니란 점일 것이다. 묵묵히 뒷문만을 지키는 묵환의 모습이 신장과 같았다.

정문이 다른 사제들을 둘러본다.

저마다 피를 뒤집어쓴 모습은 같다.

몸 성한 사제는 없는 것이다.

‘더는 안 되겠군.’

이제는 이 전쟁을 끝낼 시간이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정문이 내력을 잔뜩 담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모두 듣거라!”

- 듣거라! 듣거라! 듣거라!

메아리로 울려가는 정문의 목소리.

담긴 내력이 예사 내력이 아니기에 모두의 시선을 잡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공동의 사제들, 그리고 혈영문의 무사들이 모두 고개를 들어 지붕을 바라본다.

그리고.

“문주, 사문성은 죽었다!”

정문의 목소리가 다시금 힘을 뽐냈다.

!!!!!!

커지는 모두의 동공.

정문이 말을 뱉으며 들어 올린 손에는.

혈영문의 문주이자 혈수살검(血手殺劍)이라는 이명으로 유명한 무인, 사문성의 목이 들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문성의 목을 든 무인은 당연히.

공동의 도복을 입은 무정검이라는 무인일 것이다.

잔뜩 피를 머금은 도포를 휘날리며 사문성의 머리를 계속해서 문도들에게 보여주는 정문.

지붕에 우뚝 선 그의 모습이 헌헌하기 그지없었다.

“사형!”

“역시!”

“사형이 이겼다아아!!”

“혈영문주 사문성이 죽었다!”

공동의 도인들이 저마다 검을 높이 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전장에서 적장의 목을 벤 것은 곧. 승기가 기울었음을 뜻했기 때문이다.

진명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산채를 털며 익힌 기술, 사파인들의 심리를 말이다.

“혈영문주, 사문성은 죽었다! 혈영문의 문도는 모두 검을 버리고 투항하라!”

“당장에 투항하는 자는 목숨을 보전할 것이다! 항전하는 자는 끝까지! 공동이 징벌할 것이다!”

진명의 말에 연달아 사풍이 소리치자, 이내 혈영문도들이 검을 버리기 시작한다.

사파인의 신념은 오로지 하나.

바로 힘일 것이다.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 충성하고 그를 믿으며 그에게 의지하는 것이 사파란 곳의 생리란 말이다.

그렇기에.

사파에서 그런 상징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무인의 죽음이 나타내는 것은. 바로 그들의 무너짐일 것이다.

- 툭.

- 툭.

- 툭.

혈영문의 무사들이 저마다 검을 버리고 손을 머리에 올린다. 이는 투항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이미 이름난 무인들은 모두 땅에 고개를 처박고 의식을 날려버린 지 오래다.

이들은 그저 잡졸.

머릿수가 필요한 사파에서 적당히 패악질을 부리는 그런 잡졸이 분명했다.

“모두 구속하라!”

노각의 호령이 떨어지자, 공동의 도인들이 아직 사지가 멀쩡한 무인들을 구석으로 모아 그들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마당으로 내려서는 정문.

이제는 전장과 같은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장원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

사제들이 모두 무사한 것은 확인했다.

자신을 제외한 스물.

그 모두의 얼굴을 확인하고야 정문이 마당에 내려 선 것이다.

질서에 맞게 혈영문도를 구속하는 사제들 사이를 정문이 말 없이 지나쳐간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검과 사문성의 목이 들린 상태였다.

정문은 자신이 들어섰던 전각의 대문에 다시금 멈춰 섰다. 조금은 고개를 올려 위를 바라보는 정문.

그의 위에는 ‘서녕제일혈문(西寧第一血門)’이라 적힌 건방진 현판이 정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쉬이이익!

검을 한 번 휘둘러 현판을 내리는 정문.

정문의 키보다 두 배는 되는 길이의 현판이 바닥에 힘 없이 떨어 졌다.

그리고.

- 빠각!

정문의 발이 커다란 현판을 그대로 두 동강 내버린다. 거침 없는 진각으로 현판을 부숴버리는 정문.

“사형···!”

놀란 진명과 사제들이 정문에게 다가선다.

살기 가득한 눈빛에 조금은 거리를 둔 채 정문을 살피는 사제들.

그런 사제들에게, 정문이 시선을 던진다.

어느새.

사제들이 느끼던 살기는 간데없었다.

“이걸로···, 혈영문은 지웠다.”

!!!

정문은 자신이 사제들에게 뱉은 말의 마무리를 하러 움직인 것이다. 문주, 장로, 문도에 이어 현판까지.

혈영문을 나타내는 모든 상징을 지워버린 정문이다.

“예, 이제 혈영문은 없습니다.”

정문의 고개가 들린다.

가볍게 손을 들어 자신이 묻힌 얼굴의 피를 닦아 내는 정문.

“그래, 이제 돌아가자.”

조용하다.

하지만, 너무도 나지막하게 말했기에 어떤 말보다 확실한, 그런 종전 선언이 정문의 입을 탔다.

- 탁.

검을 집어 넣는 정문.

이제야 사제들도 모두.

전쟁이 끝났음을 확신했다.

후련함이 몰려온다.

아련함도 함께.

이겼다는 감정과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해냈다는 성취감이 공동의 도인들을 채운다.

모두의 턱이 들린다.

그저 의미심장한 표정들과 침묵이 이들을 감싸던 그때.

"다, 단전은 어떻게 합니까?"

공동의 모두가 흥미로워할 말이 장원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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