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97화 (97/153)

97. 월아문 사람들일 거다.

“씨발···”

일그러진 표정으로 한마디를 남긴 정문이 순식간에 몸을 절벽을 향해 날린다. 마치 떨어지는 저 비천을 받으려는 이의 움직이었다.

정문은 달빛이 광채를 빛내는 순간, 석굴에서 고개를 내미는 이들의 모습을 목격했다. 반짝이던 그들의 민머리. 정문은 순간 머릿속에 흩어졌던 조각들이 하나로 모이며 이내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의문이 풀리고 말았다.

아마,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방금 석굴에서 고개를 내민 이들은 천불사의 승려들일 것이다.

- 타악! 타악! 타악!

거칠게 신법을 펼치며 정문이 절벽을 타고 오른다. 떨어지는 비천들의 신형이 있는 방향으로 발을 옮기는 정문. 공중에서 저들을 낚아챌 모양이다.

“사, 사형? 지금 뭐 하는···?”

“아미타불-. 중생의 목숨을 구하려고···?”

의문이 들기는 도사와 승려들 모두 마찬가지. 허나 승려들은 조금 다른 이유로 감명 깊게 정문을 보는 모양이지만, 당장에 이들 역시 정문을 도와야 함은 분명했다.

“바, 받아야 한다!”

진명이 서둘러 사제들을 향해 소리쳤다. 정문이 저들을 낚아채도 땅에 무사히 착지하기는 무리로 보였기 때문이다.

“아미타불-! 돕겠습니다!”

무각 역시 그런 진명을 도와 나한오승과 함께 정문을 받은 준비를 마친다.

정문의 발이 절벽을 박찬다. 저 위에서 떨어지는 속력을 계산해 이쯤에서는 몸을 날려야 저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슈우우웅!

공중을 나는 정문의 몸.

- 와라악!

정문은 다행히 공중에서 이들의 몸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절벽을 박차며 이들을 끌어안은 정문은 절벽에서 너무 멀리까지 뛰어버렸다. 공중에 붕 뜬 그들의 몸이 전혀 절벽에 닿을 수 없는, 그런 거리였다.

정문이 떨어지며 아래를 본다. 밑에는 자신을 받을 준비를 하는 도사와 승려들이 보인다.

마치 자신들을 향해 떨어지라는 듯 손을 흔드는 그들을 향해 정문이 조금 몸을 거칠게 반동시켰다.

“온다!”

“힘들 주십쇼!”

“아미타불!”

아래에 모인 무인들은 저마다 양손에 기력을 불어 넣어 함께 기막을 펼칠 요량이다. 자신들이 기막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 무정검이 알아서 이를 받아 낼 것이라 그렇게 이들은 예상했다.

정문의 몸이 이들에게 향한다. 무인들이 펼친 기막에 정문이 닿기 직전. 정문은 서둘러 한쪽 팔로 비천들을 옮긴 후 자유로워진 다른 팔을 자신의 귀 뒤로 끌어당긴다. 일장을 준비하는 그런 자세였다.

- 후아아아앙!

기세를 받은 정문이 이들의 기막으로 향하며 준비한 일장을 내뻗는다. 기막에 장력을 들이박아 반탄력으로 몸을 멈추려는 것이다.

- 쩌저저저저저저저정!

정문의 일장이 기막을 때리는 순간, 큰 소리가 절벽을 흔들어 버린다. 정문의 장력과 이를 버티는 무인들의 기막이 큰 파공음을 만들어 냈다.

- 퍼어어어엉!

기막이 깨진다. 정문의 장력 때문만이 아닌, 떨어지는 무게와 속력이 합쳐져 강대한 힘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큰 소리와 함께 넘어가는 무인들의 신형. 그들이 얼른 일어나며 정문의 안위를 먼저 살핀다.

“무, 무정검?”

“사형!?”

다행히 지상에서 대기하던 무인들 중 다친 이는 없어 보였다. 그저 이들은 충격파에 몸이 넘어간 것, 그게 전부였다.

정문은 이들이 펼쳐준 기막에 장력을 박아 속력을 줄이고 몸을 무사히 땅에 착지할 수 있었다. 별다른 부상은 정문에게 없어 보였다.

“사형! 괜찮으십니까?”

진명이 서둘러 정문에게 달려간다. 그 높은 높이에서 뛰어내리고 이렇게 멀쩡한 무인은 강호에서도 손에 꼽을 것이다.

“아미타불-. 부처님···과 원시천존의 공덕입니다···”

고상 역시 이런 무모한 구조는 처음본다. 제아무리 살생을 막고 싶었다고 해도 이렇게 무모하게 사람을 구하다니. 정문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따스하다.

정문의 손에는 축 몸을 늘어뜨린 비천 둘이 들려있다. 의복을 부여잡아 한 손으로 그들을 든 정문의 팔에 힘줄이 잔뜩 서 있다.

“아오, 썅. 뒤-질 뻔했네···”

- 툭.

비천을 땅에 내려놓으며 정문이 이제야 숨을 돌린다. 이런 모험은 정문에게도 무리였던 모양이다.

“쫌! 쫌! 쫌! 적당히 해야죠! 그걸 왜 받아요!”

“미친겁니까? 사문의 대제자라는 자가 어찌 몸을 그따위로!”

명화와 사풍은 정문이 무사한 걸 보자마자 그대로 잔소리를 폭풍처럼 쏟아낸다. 까딱하면 정문이 잘못될 수도 있는 그런 행동이었다.

“아미타불-. 무정검 도장···, 가히 부처의 마음가짐과 같았습니다. 어찌 그리···”

어찌 그리 자비가 가득할 수 있냐는 말을 하려던 고상이 정문의 표정을 보고는 말을 삼켜버렸다. 사람을 구하고 목숨을 살린 이의 표정치고는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

정문이 한쪽으로 무심하게 던져 놓은 비천들을 가리키며 무언가 말을 시작한다. 그의 표정이 매우 불쾌한 그런 표정이었다.

잔뜩 잔소리를 쏟아내던 사제들도, 감명 깊은 눈으로 정문을 보던 승려들도 모두 정문의 입에 집중했다.

“아마 월아문 사람들일 거다.”

!!!!!!!!!!

“예에에에에에?”

“아, 아미타불, 그게 무슨···?”

사람이 늘어나니 반응도 늘어난다. 사제들과 승려들은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정문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있다.

정문은 자신을 믿지 못하는 이들의 시선을 모으며 저 절벽 위를 향해 손을 들어 올린다. 검지를 펼쳐 한 점을 가리키는 것이 저곳을 보라는 뜻이다.

도사와 승려들의 시선이 정문이 가리키는 절벽 위, 천불사의 마지막 석굴로 향한다. 이미 길이 없어져 폐쇄 되었다던 그 석굴로.

!!!!

“저, 저건?”

“아미타불?”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아래를 바라보는 이들의 민머리가 달빛을 받아 유난히도 밝게 반짝인다. 저건, 승려 특유의 반짝임이라, 고상은 그렇게 확신했다.

“처, 천불사의 승려가 확실합니까?”

고상은 저들이 승려인 걸 봤음에도 완전히 정문의 말을 믿지 못한다. 라마승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승려일 수도 있지 않나.

“지금부터 확인해봅시다.”

- 스으으으읍.

정문이 숨을 한껏 들이마신다.

“월아문주는!!! 무사하오!!!!!!!”

이내 그런 숨을 토해내며 창룡후(蒼龍吼)를 뿜어내는 정문. 주변에서 이를 듣는 이들의 손이 절로 귀로 향했다.

‘무, 무슨 내력이 이리도?’

사형의 사자후(獅子吼)에 버금가는 정문의 창룡후에 고상은 혀를 내두를 뿐이다.

정문의 저 창룡후가 석굴까지 닿지 않았을 리는 없다. 만약 저들이 천불사의 승려라면, 필시 답이 내려올 것이다.

“아미타불-. 천불사에는 이토록 고강한 사자후를 낼 수 있는 무인이 없을 터인데···”

천불사의 사정을 잘 아는 서응사 승려 만중이 어떻게 소통할지 조금은 걱정되는 투로 말했다.

“다 방법이 있을 겁니다. 다른 길이 있을 수도 있고···, 경공 만으로 승려분들이 저기까지 닿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정문은 이미 그런 생각을 마친 듯 여유롭게 저들의 답을 기다린다. 그리고 이내.

- 슈우우우욱!

- 투욱! 투욱! 툭!

석굴에서 무언가 작은 조약돌 같은 것이 아래로 투욱! 하고 떨어진다. 도사와 승려들이 있는 곳이 아닌 반대쪽으로 떨어트린 것이 이들을 공격할 의도는 아닌 모양이다.

무각이 떨어진 조약돌로 향했다. 조약돌은 하얀 천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 하얀 천에는 무어라 글이 적혀있다.

“무어라 적혀있느냐?”

“······온다고 적혀있습니다(去).”

“온다?”

무정검의 말처럼 다른 길이 있는 모양이다. 확실히 비천 둘이서 저 많은 승려들을 경공으로 저곳까지 옮기는 것은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아래에 있던 도사와 승려들이 잠시 이들을 기다리자, 약 일각 후 천불사의 낮은 곳에 있는 석굴 중 하나에서 사람들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천불사의 승려였다.

“아···미타불···, 어찌 이런 일이···”

고상은 자신이 본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천불사가 어째서 스스로 습격받은 것으로 꾸미고 석굴에 숨어들었다는 말인가.

모여드는 천불사의 승려 중 백미를 길게 늘어뜨린,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승려가 이들에게 다가왔다. 불장(佛杖)에 의지해 노구를 이끄는 승려의 얼굴에 불안감이 가득했다.

“아미타불···, 천불사의 주지···, 요공(了空)이라 합니다.”

불장을 잡은 손을 놓지 못해 반장으로 대신하는 노승의 뒤로 다른 천불사의 승려들이 합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들에게서 별다른 기도나 위협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사···! 이게 다 무슨···?”

평소 천불사와 자주 왕래하던 만중은 이들의 모습에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이들이 비천이라는 자와 함께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석굴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만중은 믿기지 않는 것이다.

“만중···, 삼 년 만이구나···, 회포는 나중에 풀자꾸나.”

요공은 만중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노구를 이끌며 정문에게 다가갔다.

“아미타불-. 공동에서 오신 무정검··· 대협이 맞으십니까?”

“···대협까진 아니고···, 뭐. 무정검은 맞습니다.”

“잠시 월아문주를 살펴도 되겠습니까?”

!!!!

요공은 정문이 받아낸 비천을 가리키며 월아문주라는 말을 꺼냈다. 정문이 했던 말이, 요공의 입에서 증명된 것이다.

“워, 월아문주? 정녕 비천이라는 자가 월아문주란 말씀입니까?”

“아미타불···, 모두 업(業)이지요, 업···”

요공은 그저 알 수 없는 말만 하며 비천의 곁으로 다가갔다. 정문이 아무렇게나 포개어 놓은 둘을 나란히 눕힌 후 요공이 그들의 상태를 살폈다.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겁니다.”

정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비천을 살피는 요공에게 무심하게 말을 던졌다.

“이미 손을 써두셨군요. 자비입니다. 아미타불-.”

“뭐···”

가볍게 혈도를 조금 만져둔 건 맞지만 딱히 치료한 건 아니라, 정문은 그렇게 턱만 긁적였다.

“커헉!”

그때, 비천 중 여자의 몸을 한 비천이 먼저 정신을 차린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정신을 잃었던 그녀이기에 내상을 입은 남자 비천보다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이다.

“아미타불-. 난설아··· 괜찮으냐?”

요공은 따스한 눈빛으로 그녀를 감싸며 몸을 일으켰다. 당장에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그녀의 얼굴이 요공의 품으로 파묻혔다.

“스님···, 아버지가··· 아버지가···!”

자신을 대신해 죽었다. 난설은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설아야. 정신을 차리거라. 저기 문주가 보이지 않더냐?”

요공은 그런 그녀를 달래며 얼른 무사한 남자 비천의 모습을 보여준다.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것임에도 온전한 모습에 그녀가 조금 놀란 모습이다.

“무정검 도장께서 두 사람을 받아 주셨느니라···, 저분이 아니셨다면···”

무사하지 못했으리라, 요공은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

난설이 입술을 깨물며 정문을 바라본다. 당장에 아비에게 내상을 입힌 자도 저 무정검이며 아비와 저를 살린 자도 무정검이다. 뭐라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뭐···, 고맙다고? 별 말씀을.”

한 일에 비해 들려오는 감사가 적자, 정문은 빈정이 상한 모양이다. 멀리서 승려들의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이들이 월아문의 인물일지 모른다는 판단까지 내린 사람에게는 조금 각박한 반응이리라.

“이제는···, 설명을 좀 해주시죠? 월아문도 그렇고, 천불사도 그렇고··· 또, 라마승은 다 뭡니까?”

정문은 난설을 지나쳐 요공에게 다가가 말을 묻는다. 다른 의문은 이제 풀렸다손 치더라도, 이들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었다.

“······아미타불-.”

“뭐, 월아문도 천불사도 무사하니까 다행이긴 합니다만···, 습격도 받고 라마승과 전투도 벌인 입장에서 알 자격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정문은 말을 망설이는 요공을 슬쩍 몰아본다.

하지만.

“습격한 적 없어요!”

표독스러운 어투의 말이 난설의 입에서 토해진다.

“···거, 우릴 두 번이나···”

두 번이나 노렸으면서 그런 말을 하냐, 그런 말을 하려던 정문의 말이 난설의 말에 먹혀 버린다.

“우리가 공격을 했나요?”

!!

“매번 출수는 공동만 했던 거 아닌가요?”

“저···, 그, 뭐냐. 음. 위협도 일종의 습격이 아닐지···?”

“공동을 위협하려 한 적 없어요! 월아문을 쫓지 말라는 말을 했을 뿐이고, 라마승의 숨을 끊으려 당신들을 지나친 게 죄가 되나요? 매번 다짜고짜 칼질 한 건 분명 공동이었을 텐데요!”

난설은 아비의 옆을 지키면서도 정문을 향해 제 할 말을 모두 토해냈다. 그간의 설움이 쌓이고 쌓여 터진 듯한 그런 어투였다.

“······.”

그게 그렇게 되나. 정문은 그런 생각에 빠진다. 사실 말만 놓고 보면 저 여인의 말이 맞는 말이다. 상황과 함께 본다면야 공동의 행동이 옳은 행동이었지만, 진짜 ‘말’만 본다면 말이다.

“아미타불-. 요공 대사라 하셨습니까···? 잠시 제가 끼어들어도 되겠습니까?”

정문이 슬쩍 할 말을 잃어 갈 때, 고상이 적절하게 참전해준다.

“아미타불-. 스님께서는···?”

“······그 우선은···”

초면이기에 당연히 신분을 묻는 요공과 공동의 도인들이 있는 이곳에서 신분을 밝히기가 꺼려지는 고상의 이해가 충돌한다.

고상은 천불사의 승려들에게는 신분을 숨길 생각이 없었으나, 공동의 도인들 앞이라면 다르다.

“서응사의···”

“소림의 장경각주십니다.”

!!!!!!!

만중과 일전에 말을 맞추었던 신분으로 고상이 잠시 둘러대려 할 때, 정문이 먼저 고상의 신분을 밝혀 버린다.

무정검이 어찌 자신의 신분을 안다는 말인가. 고상과 나한오승의 얼굴에 깊은 당황이 자리했다.

“아미타불-. 귀한 곳에서 오셨군요. 요공입니다.”

“······고상···입니다···”

고상은 요공을 향해 인사를 건네면서도 무정검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다. 어떻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이다.

“해서, 고상 대사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려 하셨습니까?”

“···아미타불···, 우, 우선은··· 일이 어찌 된 일인지를 알아야··· 이해가 정리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만···”

횡설수설하는 고상의 입. 그는 지금 정신이 다른 곳에 가 있기에 제대로 된 소통이 되지 않는다.

“일단 무슨 일인지를 알려주시지요. 해야, 공동이 더 개입할지 아닐지를 정하지 않겠습니까?”

“······아미타불, 본승 역시 그러고 싶습니다만···”

그럴 수 없다. 요공은 그런 말을 줄임으로 무언의 암시를 보냈다. 정문은 그런 요공의 뜻을 단박에 이해했다.

‘주지가 결정권자가 아니다?’

요공의 말은, 자신이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그런 말이었다. 정문이 서둘러 정신을 잃은 월아문의 문주를 바라본다. 저자가 결정권자냐는 일종의 물음이다.

요공은 그저 고개를 절레 저을 뿐이다.

정문이 눈매를 좁히며 천불사의 승려들을 바라본다. 누가 결정권자일까. 그런 눈빛으로 이들을 정문이 훑어볼 때.

“대사.”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요공을 부른다. 조금은 어린, 그런 목소리가.

요공을 불렀던 인물이 한 발 앞으로 나서자, 이내 천불사의 모두가 합장하며 무릎을 꿇는다. 다들 고개까지 숙이며 누군가의 말에 집중한다. 마치, 경배하는 것 같은 그런 자세였다.

“괜찮습니다.”

청아한 목소리는 난처한 요공을 조금 구해주려는 모양이다. 그가 상황을 설명하려는 듯 앞으로 나섰다. 천불사의 승려들이 길처럼 갈라진다.

‘누구지?’

정문이 서둘러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정문의 고개가 닿은 곳에는.

너무도 어린, 동자승이 정문을 인자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옴마니반메훔-.”

정문과 눈을 마주친 동자승의 입에서는 중원과는 다른 진언이 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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