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적기에 맞춰왔군요.
‘벼락?’
명화는 질끈 감았던 눈을 뜨며 자신의 앞에 펼쳐진 모습을 살펴본다. 분명 자신의 목이 달아나거나 몸 어디가 하나 잘려도 모자랐을 상황임에도 아무런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명화의 눈에 듬직한 그림자가 하나 들어온다. 작은 봇짐과 삿갓을 눌러쓴 그런 그림자가. 그림자의 손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보검이 하나 들려있다.
- 쿠르릉! 쾅! 쾅!
삿갓의 사내는 봇짐을 풀지도 않고 계속해서 공문삼검을 향해 검을 날린다. 한 번을 휘둘러도 벼락 치는 소리가 숲속을 크게 울리는 그런 강맹한 검로가 공문삼검을 덮쳤다.
- 채앵! 채앵!
힘겹게 사내의 검을 받아내는 공문삼검. 그의 검이 점점 뒤로 밀려나며 손끝에는 저릿함 마저 몰려오고 있다.
뇌기(雷氣)를 가득 담은 검으로 공문삼검을 밀어낸 사내가 명화를 돌아본다. 봇짐을 슬쩍 떨구며 삿갓까지 벗는 그의 외관이 헌헌하기 그지없었다.
“소가주···?”
삿갓이 사라지자, 명화는 이내 그의 신원을 알아본다. 일전에 난주와 서녕에서 연을 맺었던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수룡이 명화의 눈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저야 뭐···, 덕분에요. 하마터면 죽을 뻔했지만요!”
“적기에 맞춰왔군요.”
“사형이 부른 증원인가요?”
명화는 갑작스러운 고수의 등장에 우선은 정문이 부른 증원을 의심한다. 별다른 언질이야 없었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조화는 대부분 정문이 부리는 거니까.
“증원은 맞습니다만···, 무정검이 부른 증원은 제가 아닙니다.”
“그게 무슨···?”
명화는 수룡의 말이 전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증원은 맞는데 부른 게 아니라니. 수룡은 그런 명화의 모습을 보며 귀엽다는 듯 수줍은 미소를 보여준다.
“우연히 합류했습니다. 무정검이 부른 증원은 다른 곳으로 갔으니, 안심하시지요.”
다른 곳. 명화는 남궁수룡의 그 짧은 말에 숨겨진 뜻을 전부 이해했다. 사형이 부른 증원은 다른 사형들을 도우러 갔을 것이며, 그곳에 있는 섭혼검을 상대할 정도의 강자라는 그런 뜻을.
수룡의 시선이 명화의 팔에 닿는다. 더는 검도 제대로 들지 못할 깊은 검상이 핏물을 뿜고 있다.
“금창약입니다. 우선 지혈하고 숨을 돌리시지요.”
“함께 싸워야···”
“나중 일을 장담할 수 없으니, 지금은 회복이 우선입니다.”
수룡은 간단한 금창약만 명화에게 남기고 단호하게 몸을 돌린다. 봇짐도, 삿갓도 없이 파란 무복에 창천이라는 글자만 새긴 그의 모습이 햇빛에 휩싸여 헌헌함 그 자체였다.
“흥. 아주 정분들이 나셨군.”
- 툭. 툭.
남궁수룡의 정면이 향한 곳에서 공문삼검이 나뭇잎을 털며 걸어 나온다. 수룡의 일격이 그리 큰 타격을 주진 못한 모양이다.
“남궁의 애송이라···, 창천검대(蒼天劍隊)도 없이 뭘 할 수 있다고?”
“나이도 어린 여 검수를 괴롭히는 것보다는 훨씬 생산적인 일을 할 것 같소만?”
“쯧. 강호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라고.”
“승패 역시 그럴 테니. 그 말은 그대로 돌려주겠소.”
수룡은 삼검의 말을 가벼이 받아치며 자신의 검을 갈무리한다. 상대를 얕볼 생각은 없다. 공문삼검은 정도 무림에서 중견으로 대접받던 고수. 이제는 후기지수를 넘어 중견에 접어드는 수룡에게 제일 좋은 상대일 것이다.
‘이 또한 무정검에게 다가가는 길이다!’
수룡의 단전에서 뇌기가 뿜어진다.
“이래서 명문가의 애송이들은.”
공문삼검 역시 기력을 끌어올리기는 마찬가지. 남궁의 소가주라면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닐 것이다.
- 탓!
- 탓!
양쪽에서 중앙으로 두 무인의 신형이 겹쳐진다. 한 명은 쌍검을 한 명을 뇌검을 휘두르는 기이한 광경. 소리 역시 일반적인 검명(劍鳴)과는 궤를 달리한다.
- 꽈앙! 꽈앙! 꽈앙!
- 채앵! 채앵! 채앵!
수룡은 남궁세가의 절기 중 하나인 섬전십삼뇌검(閃電十三雷劍)을 펼쳐 공문삼검을 압박했다. 저릿한 뇌기가 계속해서 공문삼검의 몸에 쌓여간다.
‘애송이가 제법이군···’
공문삼검의 검이 점점 뒤로 밀린다. 십삼뇌검 중 이제 겨우 열 수를 받았을 뿐인데도 손끝이 저릿해 검을 꽉 쥐기가 힘들다.
‘천하제일 후기지수라는 말이 허명은 아니란 건가···’
천하제일 후기지수. 분명 무정검이라는 인물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궁수룡을 수식하던 그 말을 공문삼검이 떠올린다.
이미 남궁수룡의 머리에는 지워진 그 말을.
‘그래 봤자 후기지수!’
- 카카캉!
- 스으으읏!
거칠게 검을 그으며 몸을 뒤로 뺀 공문삼검이 역수로 검을 쥔다. 조금 전 명화를 노렸을 때처럼 한쪽만 역수로 쥔 것이 아닌 쌍검을 모두 역수로 쥔 자세다.
내려가는 공문삼검의 중심. 그가 땅에 거의 붙은 모습으로 마지막 일격을 준비한다. 무엇보다 낮은 곳에서 무엇보다 높이 있는 신체를 노리는 그런 검식을.
수룡은 조용히 검을 눕혀 평범한 자세를 취한다. 이미 십이검(十二劍)이 공문삼검과 부딪혔다. 마지막 한 수만이 수룡에게도 남아 있을 뿐이다.
“후기지수와 중견, 그 차이를 알려주마.”
- 타앗!
삼검이 한마디를 남기고는 몸을 쏜살처럼 날린다. 양옆에는 역수로 쥔 검이 예기를 뽐내며 바닥을 쓸어가고는 모양이다.
- 슈우우욱!
- 후우우욱!
양옆으로 예기를 뽐내는 검이 다른 방향에서 날아온다. 하나를 막으면, 다른 하나는 필시 상대의 목을 베어버리는 그런 검로였다.
양자택일의 순간. 수룡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어떤 걸 선택하든! 죽는다!’
공문삼검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검을 마저 그으려 할 때.
- 꾸르릉! 꽝!
수룡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왼쪽에서 날아오는 검을 막아낸다. 그저 횡 베기. 아무런 변화의 묘리나 이치를 담지 않은 횡 베기가 조금 먼저 나서 삼검의 좌수검을 쳐낼 뿐이다.
- 채앵!
밀려나는 삼검의 좌수검. 허나 여전히 우수검은 기세를 줄이지 않고 수룡의 목을 향한다. 공문삼검이 되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비릿한 미소를 지으려던 그때.
- 지지지직!
“끄아아악!”
단전 끝에서 타고 오르는 뇌기가 이내 공문삼검의 양팔을 짓누른다.
- 후우우우우우우.
기세는커녕 아무런 위협도 안 되는 검이 수룡의 앞에서 멈춘다. 덜덜 떨리는 삼검의 우수검. 그의 양팔이 저릿한 뇌기로 가득해 더는 움직이지 못한다.
- 휘익.
- 서거억!
수룡은 그런 틈을 놓치지 않고 좌수검을 쳐냈던 검을 갈무리해 바로 삼검의 상체를 위에서 아래로 그어 버렸다.
- 푸슉!
튀어 오르는 선혈. 몸을 베인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내부를 진탕 시키는 내기에 더욱 몸부림치는 삼검.
“이···, 이게 무슨···?”
- 탁.
남궁수룡은 가볍게 검을 갈무리하며 검갑에 집어넣는다. 그와 동시에 다시금 터지는 공문삼검 속 뇌기.
“끄어어어얽!”
- 철퍽!
십삼검을 모두 받고 나면 몸속에 쌓인 내기가 한 번에 터지는 섬전십삼뇌검이 공문삼검의 의식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 턱.
신뇌검(新雷劍)이라 불리는 무인이 검을 집어넣고 차분히 여도인에게 향했다.
* * *
- 척.
거칠게 밀리는 몸을 진명이 검으로 겨우 지탱한다. 그의 몸 이곳저곳이 베인 자국으로 피투성이다.
- 부왁.
옆에선 사풍은 거칠게 피를 토하며 겨우 몸을 가눈다. 소매로 쓰윽 피를 닦는 그의 모습이 점점 한계를 향해 가는 모양이다.
“죽은 거요?”
사풍이 퉁명스레 진명의 안부를 묻는다.
“아쉽게도···, 아직은 버틸 만하구나.”
“말은···.”
검으로 몸을 겨우 가누며 일서는 진명을 보며 사풍 역시 몸을 일으킨다. 둘 모두. 제법 많은 검상을 몸에 입었다.
“괜찮으신가들?”
두 도인의 앞으로 한 무인이 다가선다. 이들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 섭혼검이다.
유혈이 낭자한 두 도인에 비해 섭혼검의 상태는 말끔하다. 옷이나 팔이 조금 베여 핏물이 묻어나온 곳은 있으나, 생채기, 딱 그 정도의 말이 어울릴 상처가 전부였다.
“아직···, 끄떡없소!”
진명은 덜덜거리는 몸을 이끌고 검을 들어 올린다. 사풍 역시 그 옆에 서기는 마찬가지.
섭혼검은 그저 고개를 절레 저으며 그들을 바라본다. 사파인의 상식으로는 저런 무모한 막아섬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마음에는 드네. 젊은 패기, 좋지. 헌데, 무엇을 얻는단 말인가?”
“곧···, 쿨럭! 사형께서 오신다···! 사풍! 버텨라!”
“흥···! 다 죽어가는 송장이 말투는···! 걱정 마시오! 내 지켜줄 테니···”
사파 무림에 오래 있었던 섭혼검은 알고 있다. 검을 맞대는 무인의 투지는 검 끝이 아닌 눈에 서린다는 것을. 계속해서 몰아쳤다. 꺾을 대로 꺾었고 부술 대로 부쉈다.
그럼에도.
이들의 눈에 맺힌 투지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
‘결국···, 죽여야겠군.’
직접 죽이긴 싫었다. 단지 그뿐. 신궁이라는 그늘 안에 있어도 구파일방쯤 되는 곳의 원수가 되는 건 싫으니까. 단지 그게 이들을 여전히 살려둔 이유, 전부였다.
하지만, 이들이 쉬이 비킬 생각이 없다면. 결국에는 원치 않는 그 길을 가는 수밖에.
- 솨아아아아.
섭혼검의 검에 음흉한 기운이 몰려든다. 어디서 많이 본 기운. 정문이 일전에 휘두르던 검에도 저것과 비슷한 게 아렸던 기억이 스친다.
‘강기···?’
강기라. 어쩌면, 이번 일격에는 정말 목이 달아나겠구나. 진명과 사풍이 침을 삼키며 서로의 방위를 살핀다.
천권과 천성에 서서 조금은 서로를 보완하는 둘. 명화나 묵환이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난전 중에 이를 바라는 건 좋지 못한 일이다.
아니, 오히려 다행이다. 그들이 있었다면, 사제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니까.
- 꿀꺽.
진명의 목으로 큰소리를 내며 침이 내달린다. 사풍 역시 마찬가지. 그런 그들을 향해 섭혼검이 아주 천천히 걸음을 시작한다.
- 저벅.
한 걸음 다가오는 섭혼검. 이제 몇 걸음 후면 저자의 검이 곧 자신들의 목을 베어버릴 거라, 그런 생각이 스칠 즈음.
- 타다다다다닷, 탓!
이들의 뒤로 하나의 신형이 거칠게 날아오른다.
날아오른 신형은 가볍게 검을 들어 섭혼검을 향해 검로를 뿜었다. 마치 곡선으로 이루어진 듯 보이는 그런 검로의 끝이 섭혼검의 앞에서 이내 패도적인 모양으로 그 기세를 바꿔 버린다.
‘보, 복마검결!’
진명과 사풍은 단박에 그 검법이 자신들의 복마검결임을 알아봤다. 곡선을 그리는 천운검과 패도적인 현천검을 조합한 복마검결. 그것도 아주 완성도가 높은 복마검결이 섭혼검을 덮쳤다.
- 챙챙챙! 깡! 깡!
순식간에 벌어지는 교전. 섭혼검은 자신을 덮치는 검로를 보며 진땀을 흘리는 중이다.
‘무슨 검로가 이리···!’
변화무쌍할까. 마치 한 무인이 아닌 일곱 정도는 되는 무인을 상대하는 것 같은 벅참이 섭혼검에게 몰려왔다.
검로는 계속해서 섭혼검을 노린다. 이번에는 한 점으로만 빨려가는 소양검과 혼원검의 조합. 이를 섭혼검이 겨우 막아내자, 새롭게 나타난 무인은 살짝 검을 끌어당기며 일곱 줄기 검기를 검에 아리게 만든다.
- 위이이이잉!
칠살기가 모두 모이며 울기 시작하는 보검. 새로 나타난 무인은 그런 칠살검을 가슴 안쪽까지 끌어당겨 섭혼검을 노린다.
“젠장! 고인은 누구시길래 이리 후배를 괴롭히는거요!”
뻔뻔하다. 자신이 하던 짓은 전혀 고려치 않은 말이 섭혼검의 입을 탄다. 잔뜩 있는 척을 해도 그의 뼛속은 사파인의 정신으로 가득하다.
- 휘우우웅.
새로 나타난 무인은 말이 없다. 그저 그의 검끝의 칠살기가 모든 준비를 마쳤음을 나타낼 뿐. 무인의 검결지가 앞으로 내뻗는다. 검끝과 마주치는 그의 검결지.
이내 그의 앞발이 땅을 짚으며 가열차게 돌아가는 허리로 우수에 쥔 검을 쭉! 하고 뻗어 버린다.
‘칠살검기?’
칠살검을 자주 쓰는 사풍은 저 무인이 펼치는 검법이 칠살검의 절초, 칠살검기임을 단박에 알아봤다. 일곱 개의 검기를 검에 둘러 한 점을 향해 내뻗는, 칠살검기가 강맹한 기세로 섭혼검을 향해 날아간다.
- 슈우우우웅!
- 슈슈슈슈슛!
서로 얽히며 날아가는 검기. 분명 사풍이 펼쳤을 때는 각자가 다른 검로를 찾아 날아가던 그 검기가 하나로 뭉쳐지며 일점을 노리며 날아간다.
‘저···, 저게··· 진정한 칠살검기!’
사풍은 자신이 추구하는 칠살검의 오의를 본 것처럼 입을 벌리고 이를 감상한다. 이미 섭혼검이 이를 막을지 막지 못할지는 사풍에게 더는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섭혼검은 얼른 검을 들어 올린다. 강맹하게 날아오는 검기. 저걸 우선은 막고 차후를 노려야 할 것이다.
검을 눕히는 섭혼검. 검면에 강기를 아려 날아오는 검기를 막으려는 섭혼검이다.
‘와라!’
섭혼검이 땅에 박을 고정하며 기력을 끌어올린다. 일점을 노리는 공격은 결국 내력의 강맹함이 그 승패를 좌우하는 법. 자신 역시 경지를 이루며 부족한 내력은 아니기에 이를 받아내려 섭혼검이 결심을 한다.
- 까아아아아앙!
- 츄르르르르륵!
거대한 굉음과 함께 섭혼검의 신형이 뒤로 거칠게 밀려난다. 땅에는 기다란 줄이 새겨지며 섭혼검의 몸이 십 보는 넘게 뒤로 밀려난다.
“쿨럭!”
- 왈칵!
쏟아지는 토혈. 자신이 진명에게 선물했던 그 상처가 자신의 내부를 감고 돌아간다. 마치 안에서부터 검으로 헤집는 그런 느낌이 그의 온몸을 뒤흔들었다.
- 스윽!
섭혼검이 얼른 검을 다시 올려 든다. 강기를 겨우 둘러 이만 조금 나간 검이 그의 곁에 놓여있다.
‘반격을···!’
반격해야 한다는 생각이 전부 스치기도 전.
- 쉬이이이이이익!
저 멀리서 검을 올려 든 무인이 섭혼검을 향해 뛰어든다.
‘마, 막아야!’
섭혼검은 단전이 깨지는 듯한 고통을 참아가며 기력을 뽑아 검에 강기를 겨우 두른다. 내려치는 검을 막으려면, 강기는 필수일 것이다.
양손으로 올려 드는 섭혼검의 검. 하지만, 이내 검이 그의 정중앙을 지날 때, 섭혼검은 모든 게 부질없음을 깨닫고 만다.
‘강기···?’
자신을 내려치는 검에도 스믈 거리며 피어나는 검정색 기운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 쨍! 촤아아아악!
무인의 검은 거칠 게 없이 섭혼검의 검을 두 동강을 내고 연이어 섭혼검의 상체까지 베어버린다. 하늘로 솟구치는 선혈이 그대로 섭혼검의 얼굴에 떨어진다.
- 턱.
여전히 의문이 가득한 그의 얼굴. 자신이 당하면서도 누구에게 당했는지, 그는 모르는 얼굴이다.
- 쉬익.
무인이 가볍게 검을 턴다. 멋들어진 보검이다. 검정 겁갑에 화려하지 않은 장식. 그저 검루에 적힌 ‘통천(通天)’이라는 글자 외에는 아무런 특징이 없는 검이 그의 눈에 밟힌다.
의식이 멀어져 가는 섭혼검. 떨리는 손으로 무인의 발목이나마 잡아보려던 그의 귓가를 조금 전 자신이 괴롭혔던 도인들의 목소리가 때린다.
“스, 스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