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107화 (107/153)

107. 살검

섭혼검을 쓰러트린 무인이 진명과 사풍에게 향한다. 짧은 초자의 죽립을 걸쳤음에도 도인들은 이 무인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스, 스승님!”

“장문인!”

상한 몸을 이끌고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는 도인들. 자정의 눈이 따스하게 이들을 끌어안는다.

“몸들은···, 괜찮으냐?”

제자의 몸이 상하는 건 요즘 들어 자주 보는 일이다. 서녕에서 만났을 때도 이들은 몸이 멀쩡하지 않았고 난주에서는 이대제자마저 변을 당했다.

공동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은 기쁜 일이나, 자꾸만 가슴 한편이 아리기도 하는 요즘이다.

“어떻게 여기 계신 겁니까? 다른 제자들은요?”

진명은 서둘러 주변을 살피며 자정을 바라본다. 정문이 불렀다는 것쯤은 진명도 예상할 수 있다. 허나, 이상한 것은. 장문인의 복색도 그렇고 주변에 다른 도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혼자 왔느니라. 공동이 움직인다는 말이 들리면 저들이 어찌 나올지 알 수가 없지 않으냐?”

“···스승님···”

물론, 이는 자정의 생각은 아니다. 자신에게 전해진 전서 속에 아주 친숙한 대제자의 필체가 그에게 일러준 말일 뿐.

자정은 최대한 장문인이 사문을 나선다는 말이 떠돌지 않게 조심하며 공동산을 빠져나왔다. 아직 사문 내에서 그가 도관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몇 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미친 대사형! 불러도 장문인을!”

사풍은 이게 기쁜 것인지 화난 것인지 모르겠는 그런 웃음을 지으며 소리친다. 당장에 자정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무인이 자신이기에 이는 기쁜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정신들 차리거라. 회포는 나중이니. 아직 무인들이 많구나.”

“스승님···! 사형께서, 대사형께서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대사형은 달뢰라마를 모시고 묵룡자를···”

유인해 나아갔다. 그리고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진명은 이 말이 가지는 의미를 잘 알기에 스승 앞에서 모두 뱉지 못했다.

“정문은 올 것이다.”

!!

“스승님···”

“믿거라. 정문이 묵룡자 따위에게 당하겠느냐?”

“······.”

분명 묵룡자는 따위로 칭할 수 있는 무인이 아니다. 못해도 한 문파의 장문인. 어쩌면, 그 문파가 구파일방쯤 될지도 모르는 이가 묵룡자일 것이다.

허나, 진명은 말을 더 붙이기를 단념했다. 정문이 온다는 말을 뱉는 자정의 표정이 너무도 믿음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곧 난화무관의 증원이 올 게다. 그때까지만, 몸들을 지키거라.”

자정은 그렇게 말을 남기고는 소림승들이 힘겹게 버티는 곳을 향해 몸을 던졌다. 소림승은 너무도 많은 무인들의 수에 조금은 버거워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소림승들의 조금 옆에는.

- 퍽퍽퍽!

- 빡빡빡!

- 쩌엉! 쩌엉! 쩌엉!

조금 무식한. 그러니까, 거칠다는 말로 포장할 수 있는 그런 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미친놈들!”

풍채가 좋은 중년인이 욕을 뱉으며 주먹을 휘두른다. 그의 주먹은 조금도 빗나가지 않고 거대한 신형을 가진 도인의 가슴팍에 꽂혔다.

- 빠악!

보통의 인물이라면 한 방만 맞아도 내상을 크게 입어야 할 주먹. 하지만, 이 이민족의 도인은 잠시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다시금 자신을 향해 달려든다.

‘이민족은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어이가 없는 상황.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 그의 뒤로. 또 다른 주먹이 금빛 광채를 머금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미타불-!”

- 퍼억!

풍운권장의 등에 무각의 일권이 꽂힌다. 한두 번 주먹을 맞다 보니 조금씩 권장의 반응이 느려진 덕이다.

“이런 젠장!”

권장은 그대로 몸을 돌려 무각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양팔을 교차해 권장의 주먹을 막는 무각. 그리고 그런 권장의 뒤를.

“하아앗!”

- 빠악!

이민족 도사의 주먹이 거칠게 강타한다.

“우욱!”

내부에서 올라오는 깊은 고통. 얽히고 얽히는 기력이 그의 단전을 괴롭힌다. 다시 돌아설까. 그런 생각을 하던 그가 조금은 변주를 줘 다시금 무각을 노려본다.

- 후우웅!

무각의 턱을 노리는 공격. 하지만, 이제는 맞아 주기에 너무도 느려져 버린 게 권장의 주먹이다.

- 샤샤샤샥!

무각은 그대로 주먹을 풀고 조법을 펼쳐 풍우권장의 팔을 꺾어 버린다.

“으어어어억!”

- 뚜둑!

용조수(龍爪手).

소림의 72절예 중 하나가 다시금 빛을 발한다.

“지금입니다!”

무각은 용조수로 권장의 팔을 부러뜨린 뒤, 발로 그를 밀어내며 묵환에게 외쳤다. 마치 준비한 것과 같은 죽이 맞는 합공이 펼쳐진다.

“갑니다!”

묵환의 앞발이 거칠게 자리를 찾는다.

- 콰앙!

마치 진각처럼 땅을 날려버리는 그의 디딤발. 그리고 묵환은 이내 거칠게 젖혀버린 그의 우수를 풍운권장의 복부를 향해 뻗어간다.

- 슈우우우웅!

칠상권(七傷拳) 석파천경(石破天驚).

겉을 쳐 내부를 놀라게 하는 칠상권의 오의가 풍운권장을 때린다.

- 빠아아아아아아악!

깊고 깊은 아련한 칠상권의 타격음. 묵환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듯 옅은 미소가 걸린다.

두꺼운 뱃살 덕분일까. 묵환은 선 채로 의식을 날려버린 풍운권장의 복부에서 파묻힌 자신의 주먹을 꺼낸다. 그리고 묵환의 주먹이 빠지자, 이내 땅으로 떨어지는 권장의 신형.

- 타앙!

그가 떨어진 자리에는 입으로 뱉어낸 토사물이 그득하다.

“무, 무각 스님!”

“묵환 도장!”

멋들어진 합공이었다. 둘은 서로에게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 여기 좀 돕거라!”

고상의 부름에 둘은 다시금 전장으로 뛰어갈 뿐이었다.

*

- 까앙!

이미 삼십여 합을 주고받은 정문과 묵룡자가 다시금 철편과 검을 맞댄다. 둘 모두 시간을 길게 끌 의도는 없다. 그저 결과가 그렇게 나왔을 뿐.

‘쉽지 않네···’

쉽지 않다. 좀처럼 정문이 잘 떠올리지 않는 그런 문장이 정문의 머리를 스친다. 강기는 강기로 받고 변화는 변화로 받아낸다. 패도 역시 패도로 받으며 정문이 박자를 올릴수록 묵룡자 역시 그에 맞춰 초식을 더 한다.

정문은.

묵룡자처럼 노련한 무인과 겨루는 건, 처음이다.

‘그걸··· 써야 하나···’

그것.

정문은 자신의 본신에 숨기고 있는 가장 강하고 위협적인 무공을 떠올린다.

바로, 살검(殺劍).

일전에 서녕에서 서영삼흉과 혈수살검을 단박에 베어버리며 이미 위력을 확인한 그 무공을 정문이 다시금 꺼낼까 고민에 잠긴다.

다 좋다. 살검은 충분히 위력적이고 속전속결을 위한 무공이니까. 다만, 지금 걸리는 것은. 살검은 반드시 앞에 선 상대를 죽이고 마는 검술이라는 점일 것이다.

‘흠···’

살인에는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그저 망설여지는 건 정파라는 자신이 지금 속한 곳의 이름값. 그게 전부일 것이다.

‘조금 조절을 해볼까.’

- 깡! 깡!

정문은 아직 살검을 꺼내진 않았다. 자신도 통제할 수 없이 그저 살초를 무심하게 뿌려대는 그 검법을 통제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처음 이 몸을 얻고 폐관에 들었을 때는 통제하는 것에 실패했다. 서녕에서 휘둘렀을 때는 통제할 생각도 없었고. 이후 수련을 거듭하며 살검을 통제하려는 노력은 계속해보았지만, 정문은.

매번 그 통제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 해보자.’

실전은 최고의 수련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정문은 이번 실전에서 그 살검을 통제하는 법을 깨달아 볼까 한다.

- 카앙!

거칠게 부딪히는 검과 철편. 정문은 부러 검을 밀 듯 휘둘러 묵룡자와 자신의 거리를 벌려 버린다.

- 툭.

- 툭.

십 보 정도. 딱 그 정도 서로 간격을 두고 두 무인이 대치한다.

“내가 따라오길 잘했구나. 과연···, 섭혼검은 감히 네놈을 당해내지 못했을 것이야.”

묵룡자는 이미 여러 번 병기를 섞으며 느낀 감상을 정문에게 들려준다. 당금 강호에서 자신과 이 정도로 수를 섞을 수 있는 무인은 가히 한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자신이 근래에 가장 높게 쳐주던 섭혼검이라는 무인의 이름 역시 감히 무정검의 앞에 비할 바는 아니라, 묵룡자는 그렇게 평가했다.

“이제 결착을 보자꾸나.”

묵룡자 역시 마무리를 지을 생각. 그의 철편이 거친 강기로 가득 차오른다.

- 지잉! 지잉!

거칠게 우는 철편을 앞으로 묵룡자의 몸이 쏘아진다. 휘두르는 이 철편에 맞는다면, 몸 중 성할 곳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 그런 생각에 강한 일격을 내뻗던 그때.

- 촤아아악!

묵룡자는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살기 가득한 검격을 느끼며 서둘러 몸을 뒤로 빼버린다.

- 서거억!

- 츄아아악!

뿜어지는 붉은 피. 공중에는 휘리릭 도는 묵룡자의 팔이 여전히 철편을 꽉 잡은 채로 선혈을 뿌려댄다.

!!!

말도 안 된다. 처음에 든 생각은 그것. 환술이나 사술, 그런 것도 빠르게 의심을 한 묵룡자다. 하지만. 이내 전해지는 타는 듯한 고통이 확실히 자신의 팔이 잘렸음을 인식하게 했다.

‘성공인가?’

정문은 살검의 살기를 최대한 죽이며 딱 몸 한 곳을 베어버릴 작정으로 검로를 펼쳤다. 얼핏 보면 검로를 통제하는 것에 성공한 상황.

정문은 기세를 놓치지 않고 다시금 살검의 초식을 휘둘러 묵룡자를 완전히 제압하려 한다.

- 휘이이이익!

!!!

뒤로 물러서며 팔을 부여잡으려던 묵룡자의 동공이 크게 반응한다. 마치 전설에나 나오는 그런 괴물을 본 것처럼 그의 동공이 크게 확장된다.

- 서거어어억!

정문이 펼친 또 다른 검로는 이내 마지막 남은 묵룡자의 다른 팔마저 베어버린다. 이건. 정문이 절대 의도했던 공격이 아니다. 남은 팔이 아닌. 하복부를 노리고 펼친 검로가 너무도 무자비하게 묵룡자의 팔을 베어버렸다.

‘이게 왜···?’

제멋대로 움직이나. 정문은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점점 잃어간다. 그리고. 한 번 더 움직이기 시작하는 정문의 몸. 이내 점점 흐려지는 시야에 정문의 동공이 풀리고 만다.

“그, 그만···! 무정검! 제발 그만···”

해다오. 묵룡자는 그렇게 빌려 했다. 양팔을 잃은 채로 그저 무릎을 꿇고 앉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로를 보며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유일했으니까.

하지만 묵룡자는 ‘해다오’란 말을 전부 뱉진 못했다. 순간적으로 올려든 눈과 마주친 무정검의 눈이. 이미 의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사, 살기에 잡아 먹힌 건가?’

그렇다면. 자신은 그냥 죽은 목숨이다. 그렇게 묵룡자가 의식도 없는 후기지수의 검에 명을 잃으려 할 때.

“옴마니반메훔-!”

- 짜악!

양손을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중원이 아닌 곳의 진언이 크게 울려 퍼진다.

!!

묵룡자는 서둘러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던진다. 작은 동굴. 그곳에서 일곱이 조금 넘어 보이는 몸체의 아이가 합장하며 정문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방금 그 진언이 향한 자신의 바로 앞에는.

- 덜덜.

떨리는 정문의 몸. 정문의 검을 사선으로 올려 든 채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 그의 몸 안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멈춰라! 멈춰!’

정문은 안으로 안간힘을 주며 몸의 주도권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살심이. 정문의 몸을 지배하며 그의 의식을 자꾸 저 멀리 날려버리려 힘을 쓰는 중이다.

“옴마니반메훔-! 정신을 바로 잡으셔야 합니다!”

다행히, 달뢰라마의 육자진언이 들려올 때마다 정문의 살심은 조금씩 줄어든다. 점점 몸을 수복해 나가는 정문의 정신이 점점 그의 몸에서 살기를 지워가고 있다.

‘이··· 이게 무슨···?’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묵룡자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50년이 넘는 세월을 강호에서 보낸 그도.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 것이다.

달뢰라마가 정문에게 다가선다. 그는 슬쩍 정문의 등에 손을 올리고 다른 이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경전을 읊어간다.

“འཕགས་པ་ཤེས་རབ་ཀྱི་ཕ་རོལ་ཏུ་ཕྱིན་པ་རྡོ་རྗེ་གཅོད་པ་ཞེས་བྱ་བ་ཐེག་པ་ཆེན་པོའི་མདོ།!”

살심을 몰아내고 마음에 평정을 가져오는 경전. 달뢰라마의 입이 바쁘게 움직이자 이내 정문은 조금 괴로워하는 표정을 짓더니 어느새 검을 쥔 손을 내리고 가부좌까지 틀어 앉는다.

달뢰라마는 그런 정문의 몸을 쓰다듬듯 차분히 손으로 매만지며 계속해서 게송을 이어갔다.

“འཕགས་པ་ཤེས་རབ་ཀྱི་ཕ་རོལ་ཏུ་ཕྱིན་པ་རྡོ་རྗེ་གཅོད་པ་ཞེས་བྱ་བ་ཐེག་པ་ཆེན་པོའི་མདོ།, འཕགས་པ་ཤེས་རབ་ཀྱི་ཕ་རོལ་ཏུ་ཕྱིན་པ་རྡོ་རྗེ་གཅོད་པ་ཞེས་བྱ་བ་ཐེག་པ་ཆེན་པོའི་མདོ།!”

- 훅!

꺾여 버리는 정문의 등. 그의 몸이 괴롭게 반응하며 무언가를 몸 밖으로 밀어 내려한다.

“크아아악!”

정문은 크게 몸을 꺾으며 비명을 지르더니, 이내 입을 열고 무언가를 토해내려 욱욱 거리는 소리를 낸다.

- 부와악!

이내 터지듯이 뱉어대는 검은 물체. 정문은 자신의 몸속에 숨어있던 작고 까만 한 곤충을 저 멀리 뱉어내고 만다.

- 스륵.

모든 기력을 쏟아서였을까. 정문의 고개가 앞으로 쳐진다. 달뢰라마의 손을 얹은 도인의 몸이 아무런 반응도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자세를 묵룡자는 놓치지 않았다.

‘사, 살려면! 지금뿐!’

묵룡자가 조용히 몸을 일으켜 발끝에 경력을 모은다. 팔이 잘리고 지혈하느라 내기를 많이 소모했지만, 정신을 잃은 무인 하나와 작은 동자승 정도는 쉬이 죽일 정도의 내력이 그에게 남아 있었다.

기회는.

한 번뿐일 것이다.

묵룡자가 눈치를 살핀다. 달뢰라마는 정문의 몸에 집중하고 정문은 의식이 없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

- 타앗!

양팔을 잃은 그가 발로 땅을 밀며 반대 발을 그대로 펼쳐 정문의 목을 향해 날아간다.

- 쉬이이익!

마치 날카로운 검처럼 뻗어지는 묵룡자의 발. 그의 발이 정문의 목에 닿으려던 그때.

[무정검. 들리십니까?]

이미 잃어버린 정문의 의식 속으로 청아한 목소리가 하나 들려온다.

[라마···?]

[몸을 잠시 빌리겠습니다.]

[······!?]

정문이 무어라 답을 하기도 전. 따스한 기운 하나가 정문의 몸으로 파고든다. 평소 지니고 있던 도가의 기운과는 이질적인 기운. 그런 기운이 정문의 단전을 감싸며 하나둘 그의 혈도를 타고 흐르기 시작한다.

아마도. 이게 불기(佛氣)라 불리는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 스윽.

정문의 오른손이 올라간다. 왼손은 가볍게 무릎에 올린 상태. 그대로 정문의 단전 두 개가 모두 풀리며 이내 하나의 기운을 담은 오른손이 그대로 날아오는 묵룡자를 향한다.

[불기에 내력을 담아, 방금 지나친 그 혈도를 통하는 무공. 이걸 서장에서는···]

천천히 느릿하게. 서두름이 없이 뻗어지는 정문의 손. 그 손이 기운을 뿜음과 함께 달뢰라마의 마지막 말이 정문의 머리에 울린다.

[대수인(大手印)이라 부릅니다.]

- 쩌어어어엉!

거대한 손바닥의 형상이 묵룡자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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