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128화 (128/153)

128. 공동의 장로.

- 스스스스슷.

야음을 틈타, 검정 신형들이 연달아 산을 오른다. 제법 많은 수의 무인들. 그런 그들이 저마다 기척을 죽인 발걸음으로 산을 오르는 모습이 제법 음침하다.

피풍의(避風衣)에 삿갓을 쓴 한 무인이 손을 들어 그들을 지휘한다. 귀 옆으로 올라가는 그의 손이, 잠시 걸음을 멈추라 말하는 것 같다.

- 우선 대기.

수(手)신호는 파도처럼 무인들을 타고 옆으로 번져나간다. 절벽을 따라 지어진 산속 도관의 담벼락에 붙은 이들이 저마다 손을 들어 주변 동료들에게 행동을 멈출 것을 전했다.

잠시 안쪽의 동태를 살피던 무인의 손이 일시에 아래로 향하자,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무사들의 발이 땅을 찬다.

- 탓! 탓! 탓!

- 척! 척! 척!

일시에 담벼락을 넘어 도관의 안으로 넘어오는 무인들. 작은 착지음이 울려 퍼졌으나, 멀리서 들을 정도는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며 무인들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제일 처음 동태를 살피는 이는 금의위 위사들을 이끄는 조장, 풍혁. 그는 이미 평량에서 호연신개라는 무인과 한 차례 교전하며 정체를 들켰기에 공동파 역시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 여겼다.

‘조용하군···’

들켰다기에는 너무나 고요한 도관의 풍경. 번을 서는 무인도, 또 미리 대비하느라 분주한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 평범한 도관의 모습이 그를 반긴다.

도관은 새벽녘이라는 시간에 맞춰 고요함만이 자리하고 있다. 향 내음도 풍기지 않고 아무런 불빛조차 없는 어둠.

그런 어둠이 깊은 산중과 만나 더욱 깊게만 느껴지는 지금이다.

‘잠깐···, 불빛이 하나도 없다?’

풍혁은 서서히 도관을 돌아보다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새벽녘에 고요한 풍경이 자리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허나, 공동파는 정종 도문이다.

무파라는 특징과 함께 도관이라는 특징까지 함께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향 내음과 함께 일부 전각에는 촛불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풍경일 터. 생각이 거기에 닿자, 풍혁은 아차! 하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그의 입이 활짝 열리려는 그 순간.

- 화르륵!

- 화륵!

도관의 지붕 너머로 하나둘, 밝은 횃불이 불빛을 내뿜으며 이들을 비추기 시작한다.

!!

횃불을 들고 있는 이들은 저마다 칠(七)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도복을 입은 도사들로, 한 손에는 횃불과 다른 손에는 예기를 뽐내는 검을 들고 있다.

공동의, 검수들이다.

“발검(拔劍)!”

풍혁은 서둘러 만해문의 무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일시에 뽑히는 사파 무인들의 병장기. 금의위 무사들 역시 검을 뽑아 들고 공동의 무인들과 대치한다.

처음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을 때는 도망이라도 갔으리라, 그렇게 예상했다. 무정검도 자정도, 그리고 무정검을 따라 다닌다는 그 네 명의 사제도 없는 공동은. 딱 그 정도 평가가 적당했으니까.

그래도 다행이다.

도망을 가지 않았으니.

저들을 모두.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무인은 자신의 가치를 위해 싸우고 군인은 명령에 따라 싸운다. 풍혁은 자신에게 내려진, 만해문이 공동을 지우는 걸 도우라는 명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자, 이내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객들은 누구 시길래 이 야심한 시간에 도관을 찾으시외까?”

횃불을 든 이들의 가운데로 한 중년의 도사가 걸어 나온다. 날카로운 턱선에 정갈한 수염이 잘 어울리는, 공동의 태청궁주, 자명이다.

“흥. 이미 알고 있으셨던 거 같소이다만.”

“손님이 오신다기에 준비는 조금 했소. 부디 부족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오.”

만해문의 장로 고낙봉은 사파인 다운 입심으로 자명과 대치하며 앞으로 나선다.

전면에 나서는 건 어디까지나 만해문. 금의위는 칼만 보태리라, 풍혁은 그런 생각에 슬쩍 뒤로 물러서 전투만을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우린 만해문에서 온 이들이오. 나, 만천백혈(瞞天百血) 고낙봉이외다.”

“아, 만해문. 만해문의 장로께서 공동에는 어인 일이시오? 빈도는 공동의 태청궁주, 자명이라 하오.”

“어인 일이라···. 글쎄···, 그저 칼춤이나 추러 왔다 정도면 되겠소이까?”

“칼춤?”

건방이 잔뜩 들어간 고낙봉의 말에 자명의 눈썹이 교차한다. 이런 입씨름에 있어서는, 언제나 정파인을 앞서는 사파인이다.

“이런 건방진!”

반응은 자명의 옆에 선 젊은 검수들에게서 터져 나온다.

“참, 살다 살다 구파일방 담벼락 넘는 사파 놈들을 다 봅니다!”

“죽여 달라고 애를 쓰니, 죽입시다. 사숙!”

“어허. 정도인이! 죽이기는! 반병신으로만 만들거라.”

“크큭! 죽여 달라 비는 정도가 딱이겠네.”

“날 받아 놓은 노인으로 보이는데 그냥 보내드립시다. 제사 한 번 올리면 그만 아닙니까? 태을무극!”

“야, 지게 어딨냐?”

그들의 입심은.

가히 사파인에 밀리지 않는다.

“쯧. 공동이 언제부터 저리 기를 펼치고 다녔다고!”

고낙봉은 그런 젊은 검수들의 이죽거림을 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당장에 만해문은 구파일방에 비해 세가 뒤지지 않는 사도 문파.

그중 정예만을 고르고 고른 지금의 무사대가 공동의 무인들을 이기지 못하리라, 그런 생각은 전혀 가지지 않은 고낙봉이다.

거기에.

지금은 무정검과 자명도 없으며, 금의위의 위사들이 자신들과 함께이지 않나. 고낙봉의 어깨가 으쓱한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오신다는 말씀은 이미 개방의 형제께 들었소이다. 듣기로는 금의위 분들이 계신다던데?”

자명은 손을 들어 사질들을 조용히 시킨 후, 피풍의를 입은 조금은 외관이 다른 무인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소장···, 아니. 소인을 보고 한 말 같소. 금의위에 소속된 무인은 아니외다.”

풍혁은 얼른 나서며 자신이 금의위 소속이 아니란 말을 전한다. 정체를 들킨 경우도. 금의위는 절대 자기 입으로 자신의 소속이 금의위란 말을 뱉지 않는 법이다.

“흠···, 들은 말과는 다르외다만. 아무래도 가까운 개방 형제의 말이 더 신빙성이 있소.”

“한때는 그곳에 몸을 담았던 것이 사실이나, 이미 일반인의 몸으로 돌아온 지 오래요. 지금은 그저···, 낭인일 뿐이외다.”

“옆에 계신 분들 모두 말이오?”

“그렇소.”

뻔하다.

일시적으로 전역한 후 합류했겠지.

금의위란 자들이 늘 무림에 참견하는 행태는 그러하니까.

알면서도 저런 논리에는 당하지 못하는 무림인들이다.

“자명 도장이라 하셨소?”

“그렇소만.”

“우리가 온 이유를 알고 계신다면, 결론은 뻔하겠구료.”

“···정녕 피를 봐야겠다는 말씀이오?”

“물론-.”

자명과 눈을 마주친 풍혁이 검을 꽉 쥐어튼다. 일촉즉발의 두 눈빛이, 공동의 도관 가운데서 마주한다.

그리고, 열리는 두 무인의 입.

“쳐라! 공동을 지운다!”

“막아라! 공동을 지킨다!”

“가라아아아!”

“다 죽여어!”

두 사람의 소리가 닿음과 함께, 만해문과 공동파, 그리고 금의위의 무인들이 동시에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외치는 소리가 공동산을 크게 흔들었다.

- 챙! 챙! 챙!

- 깡! 깡! 깡!

- 후웅! 쉬익!

이제는 공동의 도인들에게 익숙한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 경쾌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공동산을 메우며 취병봉을 뒤흔든다.

공동파 역사상 본산에 사파의 무인이 검을 차고 이렇게 쳐들어온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아마 처음.

그럼에도 공동은.

잘 맞서 싸우며 선전을 보여준다.

“두 수 이상 밀리면 합공이다! 좌익! 우익! 산개(散開)!”

“외문(外門)에 두 명 부족합니다!”

“접수!”

일대제자들.

정문과 함께 논검회에 다녀오고 또, 혈영문에 뛰어들었던 사제들은 여전히 공동파 도관에 남아 사문을 지키고 있다.

이미 하나의 문파를 지워봤고, 또 정문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며 수련한 이들이 바로 일대제자들. 그들은 다른 정도 문파의 샌님 같은 후기지수와는 결을 달리한다.

비록 무정검이라는 큰 이름 아래에 가려져 이들이 주목을 덜 받았던 건 사실이다. 강호행을 나가 제법 괜찮은 협명을 쌓았음에도 무정검의 사제란 칭호가 이들을 더 장식하는 때도 있었고.

하지만, 이들의 본 실력은 그저 무정검의 그늘 안에서 온순히 자란 그런 것이 아니다. 이들은 그 무정검이라는 커다란 나무에 계속해서 부딪히고 깨지며 스스로를 단련했다.

이들을 맹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말하던 이들도 있었지만, 정문은 이를 한사코 반대했다.

지금과 같은 일을 예상한 건 아니다. 그저, 곧 있을 서역과의 일전. 그때 공동의 정예들이 활약하길 바라는 마음에 사문에 남겨두었던 것이 바로 이들.

정문의 그 한 수가.

지금 사문을 지켜내고 있다.

- 서어걱!

“끄윽!”

- 푸욱!

“크헉!”

쓰러져 가는 만해문의 정예들. 손쉽게 공동을 접수할 거란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공동의 손속이 제법 매섭다.

“풍 대인! 손을 좀 써주십시오! 만해문의 무사들이 밀리고 있습니다!”

세 명의 일대제자에게 검을 받아내는 고낙봉이 애절하게 소리친다. 이들은 철저하게 자신보다 강한 무인, 약한 무인을 구별해 합공과 일대일 승부를 섞어가며 만해문의 무사들을 도륙하고 있다.

“쳇!”

풍혁은 자신에게 검을 뻗는 검수 둘을 겨우 밀어내고 만해문의 무사들이 밀리는 곳으로 뛰어든다. 어떻게든 승기를 기울게 만들려면.

속전속결로 저들 중 몇의 목을 베어버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 위이이잉!

풍혁의 검이 강대한 내기를 머금는다. 그가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그의 검이 등을 보인 한 일대제자를 향하려 할 때.

“어딜!”

- 콰앙!

큰 굉음과 함께 조금 전 자신과 말을 섞었던 중년 도사가 연무장의 중심으로 신형을 내리 앉힌다. 태청궁의 궁주라 말했던, 자명이다.

자명은 그대로 검을 들어 올려 풍혁을 마주한다. 예사롭지 않은 기도가 금의위의 조장, 풍혁을 위협했다.

“태청궁주께서 직접 나서주시는 거요?”

“금의위의 실력 한 번 봅시다. 이 자명, 비록 무명소졸(無名小卒)이나···, 지금은 공동의 책임자이니.”

“이미 금의위를 떠난 몸···. 금의위는 아니오.”

“그렇다···치시고.”

자명의 기도와 검세가 예사롭지 않았기에 풍혁은 만전을 기하며 그를 상대할 준비를 마친다. 피풍의 마저 벗어 던진 풍혁이 검을 옆으로 눕혔다.

“조장!”

“만해문을 지원해라! 고립된 이들부터 하나씩! 천천히 공동을 지워간다! 곧 합류할 것이니!”

풍혁은 수하로 보이는 다른 피풍의 무사에게 한마디를 남기고 자정을 향해 뛰어들었다.

평량에서 호연신개 홍구를 노렸던 검이 자명을 향해 날아간다.

그리고 흩어지는 금의위의 무사들. 풍혁을 제외하고도 넷이나 되는 고수들이 고립된 일대제자를 찾아 서서히 수를 줄여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 척! 척! 척! 척!

그런 금의위의 위사들을 막아서는 중년의 도사들. 공동의 장로들이, 저마다 하나씩 금의위 위사들을 앞을 막아서고는 그들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는···! 보낼 수 없다!”

복마각을 담당하는 자공부터 자산, 자준, 자환, 자경까지. 자정의 사제들이 저마다 심지가 굳은 표정으로 검을 들어 올리고 일선으로 나섰다.

장로란 지키는 자들.

사문에 위기가 닥쳤을 때, 사문을 지키는 건 본디 장로의 역할이란 뜻이다.

지금 그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다하려 한다.

- 채애애앵!

자명과 풍혁의 검이 거칠게 뒤엉킨다. 불꽃을 튀기며 서로를 향해 한 수씩 주고받는 두 무인.

잠시간 벌어진 거리에서, 풍혁의 입이 먼저 열린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셨소?”

일대제자들은 합공을 펼쳐 만해문을 막고 장로들은 금의위를 막아선다. 잘 계획된 하나의 작전이라. 풍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게 공동의 방식이오만.”

“얼마나 버틸 수 있겠소? 그대는 몰라도 다른 장로들이 내 수하들을 상대로?”

“얼마가 되었든. 각자가 소임은 다 할 것이니 걱정은 마시오.”

“좋소이다. 허면···, 버텨보시오!”

풍혁이 자명을 향해 날아간다. 말은 매우 건방졌다. 버텨보라니. 구파일방이나 되는 곳의 장로를. 그것도 장문인 다음가는 이를 상대로 저런 망발이 어디인가.

금의위라는 자부심이 골수에 콱 박힌 자가 아니고는 뱉지 못할 말이리라. 그래도, 자명은. 저런 건방짐이 근거가 있을 거라, 그렇게 생각하며 긴장을 놓지 않기로 했다.

금의위의 검법은 별다른 이름이 없는 검법으로 보인다. 초식이라는 것도 최대한 겉치레를 배제한 깔끔한 초식들, 그게 전부였으니까.

만약 금의위의 무사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그저 사파의 고수라, 그렇게 생각했을 자명이다.

자명은 공동의 검수답게 복마검결에 광진검을 섞어 복마검법을 풀어낸다. 천운에서 현천, 현천에서 칠살, 그리고 광진으로 나아가는 자명의 검로가 풍혁을 덮쳤다.

- 차차차차차창!

흡사 여러 개의 화살을 쳐내듯 바쁘게 움직이는 풍혁의 검. 섞일 듯 섞이지 않은 자명의 초식이 사방에서 날아든 탓이다.

“과연···, 무정검과 자정이 없는 공동의 최고수 다우시오.”

두 어 걸음.

다른 이라면 몰라도 금의위의 위사에게, 그것도 조장급 위사에게는 제법 많은 수의 물러섬이 풍혁의 발을 탄다.

감히 자명을 인정하지 않을.

그런 도리가 없는 풍혁이다.

“허허허. 그대는 무언갈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소이다.”

“겸손이시오?”

“그리 겸양 떠는 인간은 아니오···, 빈도가 지금 공동을 대표하고는 있지만, 남은 이들 중 최고수는 아니오.”

“흥. 허면, 그 최고수라는 자는 어디 있소?”

“글쎄외다···. 그대들이 조금 더 공동에 위협이 된다면. 그때는 볼 수도 있지 않겠소이까?”

“무림인은 허세가 팔 할이라더니. 정파인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군.”

풍혁은 그저 자명이 허세를 부리는 거라.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삐죽였다. 지금 자명이 보여주는 무위 역시 자신들이 상정했던 것 이상의 무위다.

그런데 이 이상 가는 무인이 공동에 있다니.

무정검이 아니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 풍혁이다.

“허세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면 알 것이오!”

자명은 말을 일축하고 그대로 몸을 날린다. 정문에게 받아 복용한 천선단의 효력이 자명의 몸을 평소보다 10년은 가볍게 만든 것 같다.

‘정문이 정말 사문의 홍복이구나···. 나도, 사제들도. 그 영약이 없었다면 감히···’

이들과 대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명은 그렇게 생각하며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검을 날렸다.

- 깡! 깡! 깡!

!

자명의 검이 크게 뒤로 젖혀진다. 이건. 내력에서 밀려 검이 뒤로 날아간 것이다. 기세를 잡아가던 와중, 무언가 바뀐 풍혁의 검이 자명의 검을 밀어냈다.

“장난질은 여기까지요, 자명 도장! 만약 최고수가 있다면, 미리 불러놔야 할 거요!”

변하기 시작하는 풍혁의 검세. 그의 기도 역시 이전보다 폭발적으로 강해지기 시작하며 검에는 밝게 빛나는, 다른 기운이 서리기 시작한다.

‘강기(强氣)인가···’

강기.

자명 역시 발을 들이지 못한 영역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완숙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도 사실.

지금 검을 타고 흐르는 저 금의위 무사의 검에 맺힌 깔끔한 강기처럼은 다룰 수 없는 것이 자명의 현실이었다.

‘···그래도!’

허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이건 경지를 나누며 포기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니까. 자명은 마음을 다잡으며 단전에서 기운을 뽑아 검에 미세한 강기를 서리게 했다.

“오시오!”

- 우우우웅!

- 슈우우웅!

공명하는 두 무인의 검강(劍强).

깔끔한 검강과 미숙한 검강. 서로 다른 검강을 뽑아낸 두 무인의 신형이 중앙에서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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