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129화 (129/153)

129. 공동을 지키는 검.

무림맹의 군사들이 진군을 시작했다.

섬서와 중경의 경계에 있던 삼성협의 뒤에 진을 쳤던 그들이 이제는 중경의 바로 앞인 삼성협 앞까지 발을 옮긴 것이다.

섬서와 사천, 호북의 문파들까지 함께 발을 움직이며 중경을 조여갔다. 말 그대로 중경에 대한 포위망이, 제대로 역할을 다하는 중이다.

그런 무인들을 이끄는 이는 무림맹의 맹주, 자정. 그리고 자정을 뒤에서 따르는 두 무인은 오봉학과 자정의 제자, 무정검 이정문이다.

“···정말 괜찮겠나?”

오봉학은 협곡 반대편을 바라보며 지도와 서류를 번갈아 살피는 정문에게 불안한 눈빛으로 말을 건넨다. 아직도. 회군하지 않는 정문의 모습이 불안한 오봉학이다.

“이미 맹주께서도 허락하시지 않았습니까? 어찌 그러십니까?”

회군하지 않겠다는 정문의 뜻이 너무도 완강하자, 오봉학은 자정을 찾아가 그간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적어도 사문을 생각하는 마음은 장문인인 자정이 더 할 테니까.

하지만, 자정은 정문과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이내 회군하지 않겠다는 정문의 말을 지지했다.

공동이 쉽게 당할 곳이 아니란 말이.

자정의 입에서도 똑같이 나와버렸다.

“그야 자네가···”

“저는 별다른 말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정말인가?”

“그저 본산에 누가 남아 있는지, 그 현황만 보고 드렸을 뿐입니다.”

자명을 말하는 걸까.

오봉학은 아무리 떠올려도 태청궁주 자명 외에는 다른 고수가 떠오르지 않아 머리가 지끈거리는 와중이다.

“저들이 어떤 수를 쓰는지도 아직 모르고···, 또 어떤 이들이 가담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네. 만해문이 독단적으로 이번 일을 준비했다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음을 자네도 잘 알지 않나?”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배후가 있는 모양이더군요.”

“그러니 더욱 준비를 해둬야지! 어떤 고수들이 포함되었을 줄 알고?”

“만약 공동이 당하고도 남을 고수가 함께하는 중이라면. 저희가 돌아가도 결과는 같습니다.”

아니다. 절대 아니다. 오봉학은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오봉학이 말하는 고수는. 적어도 자명 이상, 무정검 이하의 고수를 말하는 거였으니까.

“···또, 공동에는 믿음직한 고수들이 많습니다. 걱정마시지요.”

“···이 늙은 거지 역시 공동의 장로들을 무시할 생각은 없다네. 자명 도장이나 자공 도장의 무위야 다른 문파 장로들에 비해도 모자랄 정도가 아니지. 허나, 그 외에의 장로들은 다르시지 않은가? 저들이 무슨 수를 준비했을지는···”

“······.”

정문은 쏟아지는 오봉학의 말에도 시선을 지도와 협곡 너머에만 던질 뿐 아무런 반응이 없다. 정곡이라도 찔린 것일까.

그런 생각에 오봉학의 한숨이 깊어질 즈음.

“있습니다.”

!

정문의 입이 오봉학의 말에 대응되는 답을 들려준다.

“뭐라?”

- 씨익.

정문은 되묻는 오봉학의 말에도 그저 입꼬리만 찢으며 의미심장하게 웃을 뿐이다.

- 처억.

접히는 지도와 서류들.

정문은 한 손으로 이를 말아 쥐며 협곡 건너편을 응시한다.

“이제 준비는 다 된거 같군요.”

“아직 그 고수가 누구인지 말을 안 해준거 같네만.”

“결과가 모든 걸 말해줄 겁니다. 우린 그저··· 할 일을 하면 그만이구요.”

“······매번 말을 줄이는 그 성격은 어떻게 고쳐지지 않는 건가?”

“다 알아들으시면서.”

투정인 듯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린 오봉학은 입을 삐죽이며 정문의 등을 바라본다.

넓다. 젊을수록 넓은 것이 무인의 등이겠지만, 유독 넓은 등판이 오봉학을 맞이한다. 저 넓은 등이 지금은. 무림맹이라는 거대한 단체를 짊어지는 하나의 버팀목임을 모르는 오봉학이 아니다.

- 스윽.

올라가는 정문의 손.

그가 손가락을 모두 펼친 채 오른손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열리는 정문의 입.

“무림맹은 지금부터 전원. 중경으로 진격합니다.”

- 휙!

앞으로 내지르는 그의 손이, 다섯(五)이라는 숫자를 가리키는 것만 같았다.

* * *

- 쩡! 쩡! 쩡!

검이 부딪힘에도 제법 괴이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검이 맞부딪힌다기보다는 무언가 색다른 기운들이 맞부딪히는, 그런 소리다.

아마 강기(强氣) 때문일 거라. 주변에서 각자 무인을 하나씩 상대하는 다른 도인들은 그런 생각에 들려오는 소리에도 시선을 던지지 않을 수 있었다.

자명의 검이 거칠게 울며 풍혁을 향한다. 공동의 복마검법이나 복마검결에 속한 검술과는 조금 다른 검로다.

- 휴우우웅!

마치 날개를 펼치듯 넓게 퍼지는 자명의 검. 변화와 조화를 강조한 복마검법과 궤를 달리하는 검로에 풍혁이 당황한다.

“과연 공동의 최고수 답소! 암!”

풍혁은 그런 자명의 검술에 감탄하며 신이 난 듯 검을 받아친다. 그의 검이 점점. 무자비해지기 시작한다.

“말하지만! 난 아니라 했소!”

“무정검도 있고 자정 장문도 있겠지! 허나, 지금은! 그대가 최고수요! 그게 내 답이외다!”

- 쩌엉! 쩌엉!

풍혁과 자명의 검이 거칠게 부딪힌다. 자명의 검로에 맞춰 변하기 시작한 풍혁의 검이 절정을 맞이한다.

조금씩 뒤로 밀려나는 자명. 아직 완숙의 경지에 들지 못한 그의 강기가, 풍혁의 강기에 잠식당해가고 있다.

“칫···!”

자명은 자신의 강기를 머금으며 들어오는 풍혁의 검을 겨우 피하며 공세를 차차 줄여나간다. 막으며 공격하는 것에. 버거워하는 것이다.

‘번천검(翻天劍)이 통하지 않다니···!’

일전에 자정은 논검회에서 돌아온 사풍에게 본선에 진출한 보상으로 번천검이라는 검을 내렸다. 사문을 지키는 장로에게 하사하는 검이라던 그 번천검이 신물인 것일까.

아쉽게도 번천검은 그런 신물이 아니다. 그저 검을 지칭하는 이름과 공동에서 장로의 배분에 올라선 후 배우는 검술의 이름이 같을 뿐이다.

공동의 검술은 총 일곱 가지(七).

소양, 혼원, 현천, 천운, 칠살, 광진에 이어 장문인은 통천, 장로는 번천이라는 검술을 계승하게 된다.

통천검이 공동을 이끄는 검술이라면.

번천검은 공동을 지키는 검술.

그런 자명의 번천검이.

풍혁의 검에 막히고 만다.

- 쩌어어엉!

빈틈을 노려, 한 번에 내질렀던 자명의 검이 크게 뒤로 밀려난다. 강기의 크기에서, 풍혁에게 밀리고 만 것이다.

일시에 열려 버리는 자명의 앞섬.

풍혁은 이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절초를 뽑아낸다.

‘마지막이다!’

풍혁의 눈이 조금 차분해지고 표정 역시 냉랭하게 변한다. 살심(殺心)이라 부르기 충분한 기운이 그의 얼굴에 아리기 시작했다.

- 솨아아아!

풍혁의 검은 아무런 겉치레도 없이 그대로 자정의 목을 향해 날아간다. 무인끼리 겨룰 때 펼치는 초식이 아닌, 군부에 어울리는 살초가 그의 검에서 펼쳐졌다.

!!

- 휘리리릭!

- 서어억!

자명은 그런 풍혁의 검을 전부 피하지 못했다. 너무도 적절히 날아온 검로였고 또, 너무도 빠르게 날아온 공격이었다.

그저 자명이 할 수 있었던 거라곤. 몸을 살짝 틀어 어깨로 검을 받는 게 전부였다.

자명의 왼쪽 어깨가.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크흑!”

어깨를 부여잡는 자명. 강기에 베여 뼈까지 상한 그의 어깨가 계속해서 선혈을 토해낸다.

아마, 한동안은 팔을 올리지 못할 거라. 자명은 그렇게 자평했다.

“사숙!”

“사형!”

다대다(多對多)의 전투에서 우두머리의 역할은 중요한 법이다. 특히나 그 우두머리가 최고의 실력자라면 더더욱.

우두머리 하나가 당하는 것만으로도.

전황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공동파 도관 내의 전투 역시 그러했다. 아무런 흔들림 없이 만해문의 정예와 금의위 위사를 상대하던 장로와 젊은 제자들 역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공동은 일대일에 연연하지 않는 곳. 언제든 상대의 결투에 끼어들 수 있다. 그런 생각에 공동의 장로 자공은 앞의 상대를 두고도 서둘러 사형을 향해 몸을 던지려 했다.

하지만.

금의위 위사는 그런 자공을 쉬이 보내줄 생각이 없다.

“어딜!”

- 푸욱!

자공에 이어 일대제자 중 가장 강한 무공을 가진 청익 역시 마찬가지. 그 역시 사숙의 부상을 눈으로 보고는 앞에 둔 만해문의 장로를 둔 채 몸을 돌리고 만다.

그리고 순간.

- 서어억!

피를 뿜는 그의 옆구리.

자공과 청익이 동시에.

각 다리와 옆구리에 짙은 흉터를 얻고 만다.

“젠장-!”

“크윽!”

자명의 눈이 빠르게 전황을 살핀다. 여기서 자신이 당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명도 알고 있다.

무겁다.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전황에 영향을 끼치고 자신이 이루는 결과에 따라 수백 년 공동의 역사가 변하게 된다.

이게 장문인이 늘 짊어지는 짐의 무게란 말인가.

자명은 새삼 자신의 사형, 자정의 존재가 크게만 느껴지고 있다.

해서 자명은 포기하지 않는다. 한쪽 어깨가 너덜해진 중에도 반대편 손으로 올려 든 그의 검에는 여전히 예기가 가득하다.

상대가 안 될 건 안다. 어깨가 멀쩡했을 때도 이기지 못했던 무인이 아닌가. 숨겨둔 무공도 없고 갑자기 깨달음을 얻을 거란 기대도 없다.

하지만 자신이 여기서 포기하면 공동이 포기하는 것이 되고 만다는 것을 아는 자명은 그저 검을 틀어쥐고 계속해서 싸우는 것 외에는 떠오르는 길이 없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저놈도 데려간다!’

동귀어진(同歸於盡) 정도가 전부일 테니까.

“더 하시려는 것이오?”

풍혁은 그런 자명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말을 던진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무인의 자세. 그런 자세가, 군부의 무사에게도 묻어 있는 모양이다.

“···끝까지 싸우는 수밖에.”

“흠···, 아쉽구려. 그대보다 더한 고수가 이쯤에서 나타나길 바랐는데.”

“어쩌면 올 수도 있으니, 방심하지 마시오.”

“끝까지 허세로군.”

풍혁은 너덜거리는 어깨로도 허세를 뱉어내는 자명을 향해 혀를 찼다. 무림인의 허세는 언제 들어도 정말 기분 나쁜 것이다.

“아쉽게도 자비를 베풀 상황이 되질 않소. 군인은 명에 의해 움직이는 법. 내가 받은 명은···, 공동을 지우라는 것이니.”

“흥! 이 몸이 베인들 공동이 지워질까!”

“그렇진 않겠지. 허나. 공동을 지우는 데 도움은 될 터이니!”

- 타타탓!

풍혁은 그런 말과 함께 땅을 차며 자명에게 검을 겨눈다. 여전히 살벌한 강기가 가득 맺힌 그의 검이 섬뜩하게 자명을 노린다.

자명은.

그런 풍혁의 검을 피할 생각이 없다. 그저 몸으로 받고. 오른손으로 틀어쥔 검을 풍혁의 몸에 꽂아 줄 생각에, 자명은 순순히 앞섬을 열어줬다.

‘와라! 적어도 같이 간다!’

- 솨아아아아!

풍혁의 검이 자신의 목을 노려와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자명의 검. 자명은 그저 자신의 몸에 통증이 노려질 그때를 기다리는 듯 눈을 감고 풍혁의 검을 맞이한다.

딱.

딱 뜨뜻한 기운이 올라오고 무언가 속에서 위로 솟구쳐 올라올 때. 그때를 노려 검을 뿌리겠노라.

그렇게 다짐하는 자명.

하지만.

무언가 다른 소리가.

그런 자명의 결심을 깨트리고 만다.

- 쩌어어엉!

!!

이건 익숙한 소리다. 적어도 조금 전까지는 자신이 풍혁과 함께 만들어냈던 그런 소리니까.

강기와 강기가 부딪히며 공명하는 일종의 기파음. 그런 기파음이 다시금 자명의 귀를 간지럽혔다. 서둘러 오른손을 보는 자명.

혹여나 본능적으로 검을 휘두른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바라본 그의 손에는 아무런 미동도 없는 검이 아래를 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 다른 이가 풍혁의 검을 막아섰다는 말인데.

누구일까.

공동에 또 누가 풍혁의 저 검을 쳐낼 정도로 강기를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일까.

자명은 그 답을 알고 있다는 듯 미세하게 웃으며 자신의 앞에선 넓은 등을 바라봤다. 다섯 정도 되는 도인의 등.

- 스윽.

그 중 고개를 돌리는 한 도인.

익숙한 인상이 자명을 맞이한다.

그리고 열리는 자명의 입.

“사, 사숙!”

사숙.

사부의 사제를 부르는 말로 자명이 말하기 보다는 주로 듣는 단어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자명은.

오늘 그 단어를, 반갑게 불러 본다.

“괜찮으냐?”

자명의 앞에 선 도인은 제법 큰 덩치에 백발이 성성한 노도사였다. 수염이 제법 멋들어져 신선 같은 풍채지만 조금은 인상이 거친 노도사.

다른 넷의 도인을 거느린 듯한 그 도사가 따스한 눈으로 자명을 바라봤다.

한 때는 공동오로(崆峒五老)라 불리며 감숙 전역에 협명을 널리 떨쳤던 공동의 태상장로, 공준이.

“괜찮습니다! 사숙! 어떻게···?”

정문에 의해 일선에서 물러난 후 본산에서도 두문불출했던 것이 태상장로들이다. 심심하면 폐관에 들고 또 나오기를 반복하던 이들.

일선에서 손을 놓은 후 할 일이 없어지자 찾는 이들도 줄었고 또 찾을 일도 줄었다.

최고수란 말을 들었을 때 얼핏 떠올랐던 이름이긴 했지만, 실제로 이들이 나와줄 거라곤 자명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정문과 자정이 떠난 지금 본산에 남은 최고의 고수는.

공준을 비롯한 이들, 공동오로니까.

“또···, 쓸데 없는 참견을 한 건 아니었으면 하는구나.”

“사숙···!”

자명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사숙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들에게 큰 전투가 있다고 말을 전할까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저 면목이 없었기에.

저들의 용퇴에 말을 하나라도 보탰던 것이 자신이었기에 자명은 감히 도와달란 말을 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 뒷방의 문을 열고 공동이 피를 흘리는 현장으로 달려왔다.

한때는 사문 내의 알력을 두고 다퉜던 이들 역시.

공동의 도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으니까.

“네놈도 융통성이 없는 게야. 암. 시간이 흐르면···, 딱 사손에게 용퇴 당하기 좋은 놈이구나, 네놈도. 그저 도와달라면 그만인 것을.”

“······사숙.”

이죽이는 걸까.

공준의 말에 자명은 그저 고개를 처박았다.

하지만.

“···농이니라.”

“예?”

“당금의 공동은 제법···, 입이 걸걸한 곳이 아니더냐? 해서 나도 해보았느니라.”

“······?”

“물러서 있거라. 여긴 본도가 정리할 터이니.”

“사숙···”

자명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어렵게 입을 연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공동을···, 지켜주십시오.”

“놈. 당연한 말을.”

공준은 고개를 돌리고는 진한 표정으로 턱을 들어 올린다. 올라오는 감정이, 제법 벅찬 지금이다.

그토록 기다렸던 말이다. 진정한 도움이란, 필요로 할 때야 나서는 거야 한다는 말. 그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저리게 남았던 태상장로들이다.

그런 태상장로들이 이제야.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찾은 것만 같다.

공준은 검을 들어 올려 사질을 베어버린 무인, 풍혁을 겨눈다.

올려 든 공준의 검에도.

‘번천(翻天)’이란 글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노도께서 나서시려는 거요?”

“아쉽게도, 빈도가 객을 마저 맞을까 하오만.”

풍혁은 밀려난 자신의 검을 슬쩍 보더니 이내 갈무리하며 말을 던졌다. 검을 타고 전해진 진동이 예사롭지 않았기에 조금은 내기를 정비하는 풍혁이다.

“자명 도장의 말이 빈말은 아니었구료. 고수가 따로 있다더니.”

“얼마 전까지는 그저 우물 안의 개구리였소만···. 이런 늙은이들 역시 공동의 도인이라며 챙겨준 이가 있었기에 무공이 제법 늘었다오.”

공준은 풍혁을 향해 알 수 없는 말을 던진다. 누가 이들을 챙겨줬다는 말인가.

답은 간단하다.

이들을 뒷방으로 밀어냈던 무인. 이들을 일선에서 용퇴시켰던 무정검 이정문이라는 도인이 이들을 챙겨줬다.

정문은 천선단을 공동에 뿌리며 태상장로 역시 잊지 않았다. 공동의 모두에게 돌아갔던 그 천혜의 영약을.

정문은 폐관에 들었던 이들에게도 선물했다는 말이다.

- 공동이 꼭 필요로 할 때, 공동을 지켜주십시오.

라는 작은 서신과 함께.

오늘을 대비한 것은 아니다. 그저 서역과 전쟁이 벌어지면 사문을 비워야 할 일이 많을 수도 있었기에 정문으로서는 안배를 두었던 것.

하지만, 그 안배가.

오늘의 공동을 지켜낸다.

“그저 늙은이라 생각하면 조금 버거울 거요.”

“그저 이것만 확실히 해주시오. 그대를 베면···, 더는 나올 사람이 없다는 것을!”

“당연하오. 빈도들이 마지막이외다.”

“···좋소! 그럼!”

- 타앗!

풍혁은 갑작스레 난입한 공준을 향해 갈무리한 검을 던져들었다. 누가 나오든. 얼른 그를 베어버려 전황을 뒤집는 것이 이들에게는 더욱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달려드는 풍혁을 흘깃 본 후 공준이 자명에게 말을 남긴다.

“잘 보거라. 진정한 번천검(翻天劍). 공동을 지키는 검을.”

공동을 지키는 검.

태상장로의 검이 빛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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