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130화 (130/153)

130. 북경의 하늘.

무인에게 팔은 중요한 부위다.

무인이 중인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이유야 거대한 문파라는 그의 뒷배경도 있고 신분에서 오는 차이 역시 있을 테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여차하면 언제든 칼 한 자루를 손에 들고 어디든 뛰어들 재주가 있는 사람. 그게 바로 무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인은 팔을 자신의 목숨처럼 아껴야 한다.

어떠한 무공을 펼치든 팔은 필수적인 부분. 당장에 병장기를 쥐는 것부터 균형을 맞추는 것까지.

처음 날 때부터 팔이 하나 없는 것과 하나의 팔을 잃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해서 무인들은 때로는 상대를 제압할 때 팔을 베어버린다. 팔이 베인 상대는 더는 반항하지 못하고, 차후에도 무공을 통한 악행을 벌이는 것에 큰 어려움이 있을 테니까.

그래서일까.

지금 공동산에서 격렬히 맞붙는 만해문의 정예와 공동파 도인들, 그리고 금의위 위사들 사이로도, 하나의 검을 틀어쥔 팔이 높이 솟구치며 핏물을 쏟아낸다.

“크으윽!”

- 휘리리릭. 탁!

뿜어지는 선혈과 함께 여전히 검을 꽉 틀어진 팔이 홀로 바닥에 꼽혀버린다. 이미 몸과는 분리가 되었어도, 여전히 검을 꽉 틀어쥔. 어쩌면 무인다운 모습의 팔이다.

팔의 주인은 깔끔하게 잘려진 단면을 부여잡지도, 몸을 아래로 내려 박지도 않았다.

그저 조금은 중심이 아래로 내려간 자세로, 자신의 팔을 베어간 노도사를 경멸 어린 눈빛으로 노려볼 뿐이다.

“분명 방심하지 말라 했소이다만.”

공동의 태상장로이자, 한때는 공동오로라는 이명으로 불렸던 노인이 핏물을 머금은 검을 털며 여유롭게 말을 토해냈다.

그의 앞에는 풍혁이 팔을 잃은 채, 눈빛을 빛내고 있다.

“아직···! 한쪽 팔이 남았소!”

풍혁은 자신을 향해 여유롭게 말을 뱉는 공준을 향해 투지를 드러낸다. 군인은 무인과 다르다는 말인가. 여전히 남은 팔로 권장술을 준비하는 풍혁의 자세가 퍽, 경건하다.

‘와라···! 장법인 줄 알고 여유를 부릴 때, 그때···!’

금의위의 무사는 군인이다. 무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무인은 팔을 잃고 전투력이 약화 되면 투지를 잃고 싸움을 멈추는 법이다.

하지만, 군인은 그렇지 않다.

군인은 신체가 잘려나가도. 자신의 팔다리가 베어져 나가도. 살아남기 위해서 계속해서 싸워야 하는 이들이다.

그래서 군인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몸속에 여러 대비를 해놓는 편이다. 풍혁은 무엇을 준비했을까. 팔을 붙이는 마공? 아쉽게도 그런 건 아니다.

그저 그가 준비한 거라곤.

소매에 숨긴 얇은 단검. 간단한 장치만 누르면 픽! 하고 튀어나오는 작은 단검이 그의 소매에 숨겨져 있을 뿐이다.

상대가 권장술인 줄 알고 거리에 대한 여유를 부릴 때, 딱 한 방 상대의 급소를 노릴 수 있는 마지막 수.

풍혁은 자신의 팔을 베어버린 공준이 자신을 마무리하려 다가올 때. 그때를 노려 마지막 단검을 한 번 휘둘러 보려 했다.

익숙한 무공이다. 익숙한 생존법이고. 군부에 든 후 오래도록 연습한 방법이 아닌가. 다가온다면. 실패는 없을 거라, 풍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한 놈을 데려가면 전황에 큰 변화는···’

없을 거란 말보단 없길 바란다는 말이 풍혁의 머리를 스치려고 할 즈음. 풍혁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결단을 내렸다.

“···오시오···!”

하지만.

- 푹!

- 푹!

- 푹!

!!!!!

너무 무인들과 오래 검을 섞은 탓일까. 아니면 상대가 무인이라는 생각에 방심한 탓일 수도 있겠다. 풍혁은 지금 자신이 놓인 곳이, 전장의 한복판이라는 것을 잊은 듯 오롯이 정신을 공준의 움직임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그의 복부에 박힌 세 개의 검이.

그의 온몸에서 기력을 빼앗아 간다.

“이···이···건···?”

돌아가는 풍혁의 고개.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자신과 검을 섞은 공준의 사제들로 보이는 노도사들이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다.

합공에.

당한 것이다.

“이런···비겁한···!”

“비겁이라? 공동은 합공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곳이다!”

“전쟁 중에 눈먼 칼에 맞아 죽는 군인이 한둘이라더냐? 에잉, 쯧. 역량이 부족한 게야!”

풍혁의 하복부에 검을 찔러 넣은 노인들은 무심하게 검을 뽑아내며 풍혁을 향해 쓴웃음을 던진다.

그들이 뱉는 말들이 모두 공동에 너무도 잘 어울려, 다른 도인들이 조금은 놀라는 중이다.

- 툭!

풍혁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더는 하나 남은 팔을 들어 올릴 기력도. 무어라 악에 바친 말을 쏟을 힘도 없는 것이다.

“사, 사숙들···!”

자명은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의 사숙들의 행동을 믿지 못한다. 새롭게 변하는 공동의 방식도, 또 새로운 강호의 바람도.

그 무엇도 인정하지 않던 이들이 바로 저 태상장로, 공동오로가 아니었나.

그런 이들의 입에서, 그리고 몸에서 나오는 당금 공동의 방식에 자명은 감탄을 토해야 할지, 놀람을 뱉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뭣들 하느냐?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서둘러 아이들을 돕거라!”

“예! 사형!”

공준은 금의위 무사 하나를 쓰러트린 것이 별일이 아니라는 듯 사제들을 호령해 전황을 지휘해 나간다.

오래도록 강호에 몸담으며 경험을 쌓은 그의 관록이, 빛을 보이는 순간이다.

다대다(多對多)의 전투에서 우두머리의 패배가 가지는 의미는 큰 법이다. 특히나 최고수인 우두머리의 패배는 전황, 그 자체의 파국을 의미하기도 한다.

금의위는 자신들의 조장을 잃었다. 그리고 만해문은 그토록 믿던 지원군을 잃었고.

이제 더는 공동이 주도권을 잡은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저들에게는 없다는 말이다.

반대로 승기를 잡아가던 공동은 잠시 주춤했으나 이내 새로운 날개를 얻은 것처럼 높게 날기 시작했다.

그들의 멈출 줄 모르는 기세가.

공동산을 전율하게 만들었다.

“잡아라!”

“한 놈도 놓쳐선 안 된다!”

“공동을 무시하는 놈들에게 본 때를!”

“딱 대라!”

거칠 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 그들.

이제야.

앞서 나가는 대사형과 든든한 장문인.

그리고 사문을 지키는 장로들과 주축이 되는 일대제자.

미래를 책임질 이대제자와 더불어.

유사시에는 이들이 도움을 청할 원로라 부르는 이들까지 갖추게 된 공동의 도인들이 만해문을 제압한다.

늦은 밤에야 시작되었던 만해문의 공동파 습격.

습격은, 해가 어슴푸레 떠오르는 초새벽이 되어서야 병장기 소리를 지우고 다시금 도관과 어울리는 풍경을 찾아간다.

당연하게도.

도관에 멀쩡히 서 있는 이들은.

회색 도복에 ‘칠(七)’이란 글을 새긴 도인들이었다.

* * *

- 다다다다다다.

도망쳐야 한다.

선명하게 머리에 떠오른 글자는 그게 전부였다.

솟아오르는 주홍빛 불길과 짙은 연기를 뒤로한 중년인이 찢어진 장포와 함께 걸음을 서두른다.

뒤에는 절벽, 앞에는 무림맹의 무사대가 자리하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천혜의 요새라 불렸던 곳은 어느새 감옥이 되어 자신들을 가뒀고, 절대 삼성협을 넘을 리가 없다는 무림맹은 단박에 삼성협을 넘어 중경을 쓸어 버렸다.

모든 것이.

자신의 예상, 아니 누군가가 일러준 것과 반대되는 지금이다.

이미 다른 사파의 수장들은 내팽개친 지 오래다. 죽일까도 고민해봤지만, 누군가의 지원이 없이는 그들조차 쉬이 죽일 수 없는 것이 바로 자신.

만해문의 문주, 장필이었으니까.

자신을 호위하겠다며 따라붙었던 수하들 다섯은 이미 무림맹의 추격대에 당해 생사를 알 수도 없다. 다섯의 무공이 그리 약하지는 않았는데, 무림맹에게는 대적이 불가능한 걸까.

처음부터.

‘그분’의 말만 믿고 일을 벌인 자신의 잘못일 것이다.

‘우, 우선은 살아남고···’

살아야 한다.

당장에 무림맹에 잡히면 공동파 출신의 무인들에게 어떤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

아마 공동파는 지금쯤 멸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을 테니까.

그들이 분노하는 것도 이해는 가는 장필이다.

‘그, 그래도 그렇지···, 어찌 사문을 버리고···’

아직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한 장필은 그저 자신이 보낸 정예들과 금의위의 위사들이 공동을 도살했을 거란 생각에 지금 펼쳐지는 무림맹의 공격이 보복으로만 느껴졌다.

그리고, 장필이 살고자 하는 이유 역시.

그 작전만큼은 성공했으리라. 그런 믿음에, 이곳을 탈출하면 무언가 방법이 있을 거라는 작은 희망 때문이었다.

만약 탈출에 성공한다면.

제법 실망하겠지만.

장필이 서둘러 절벽을 오른다. 조금 경사가 심한 곳이지만, 그래도 고수라 불리는 장필에게는 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저 아래에서 전각을 들쑤시는 무인들은 아마, 연기에 가려진 풍경 덕에 자신이 절벽을 오르는 모습을 보지 못할 거라. 장필은 그렇게 생각하며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도망은 성공적이다.

더는 뒤를 쫓아오는 무인도 보이지 않고, 이쪽에 시선을 주는 이 역시 없어 보이니까. 절벽을 오르는 일도 순조로웠다. 내력을 손에 실어 절벽을 오르는 건, 젊은 시절에 이미 수련으로 경험한 그였으니까.

‘이십 년도 전이지만···’

그렇게 하나둘 손을 내지르던 장필의 손이 절벽의 정상에 닿는다.

- 툭.

밋밋한 땅의 느낌. 이제 힘을 주고 올라서면 퇴로가 펼쳐질 거다. 그리고 이대로 호북으로 달아나 잠시 칩거한 후, 공동을 자신이 멸문시켰음을 밝히며 사파 무림에 대한 지배력 역시 공고히 할 수 있을 터.

마침 중경에 모인 다른 사파인들이 모두 무림맹에 잡힌 듯하니, 어쩌면 사파일통 역시 꿈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런 기쁨에 장필이 손에 힘을 주고 몸을 위로 올리려 할 때. 무언가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힘이 장필의 몸을 위로 주욱하고 당기고 만다.

‘??’

- 후웅!

공중으로 높게 떠서 편안히 절벽 위에 안착하는 장필의 몸. 수하 중에 누군가 살아남아 자신을 구하는 걸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필은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가 마주한 것은.

도인.

짙은 회색 도복을 입은 한 젊은 도인이.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

‘나, 낙오한 무림맹의 도사인가?’

슬쩍 손에 내기를 끌어올린 장필이 그의 면면을 살피며 기습을 준비한다. 무림맹의 무사 중 길을 잘못 찾은 무인이길. 간절히 바라며.

하지만, 이내 그의 손에 모인 내기는 곧 공중으로 흩어져 버리고 말았는데, 젊은 도인의 가슴에 그려진, 하나의 문장 때문이다.

‘칠(七).’

이제는 강호에서도 제법 위엄을 가지게 된 그 글자가 장필의 눈에 들어왔다. 얼른 벌어지는 입과 크게 떠지는 장필의 동공.

그가 정예를 보내 멸문을 명한 문파가 바로 저 문장을 쓰는 곳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저 문장을 쓰는 문파의 도인 중 이곳에 있을 만한 젊은 도인은.

아마 강호에 명성이 자자한, 그 무정검밖에 없을 것이다.

“무, 무정검···?”

“알아는 보는군. 장필.”

자신의 정체까지 알고 있다. 그렇다면, 도주하는 것을 알고 쫓아온 것이 분명할 터.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에 손을 섞으면 살아날 방도는 있을까.

아마 없을 거라. 장필은 그렇게 장담할 수 있었다. 저 젊은 도인에게서 뿜어지는 살기와 기도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것임을 그는 모르지 않았다.

“사, 살려주시오! 제, 제발. 살려만!”

결국, 장필은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다. 그저 땅을 납작 기어가는 것. 사도인에게는 그리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정파인이다. 무림맹의 중추를 맡은 이고. 칼을 뽑고 덤빈다면 무정검이라는 별호처럼 자신을 무정하게 도륙할지는 몰라도. 설마 땅을 기어가는 이를 죽이기야 하겠나.

장필은 그런 생각에 바닥에 넙죽 엎드려 정문에게 절을 했다.

“쓸데없는 짓은 그만하고. 말만 해.”

“···무, 무엇을···?”

“이번 일. 네놈 머리에서 나온 거 아니잖아?”

“아, 아닙니다! 다, 다른 사파인들···”

“이미 잡았다. 관병에 쫓겨 여기까지 왔고 맞이한 게 네놈이라더군. 그냥 묻는 말에만 답하지? 살고 싶으면?”

허세다. 장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다물기로 한다. 저자는 정도 무림의 중추이자 구파일방의 대제자. 자신을 직접 죽이거나 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입을 열면 나오는 그 이름은 다르다. 여기서 ‘그분’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자신은 물론이고 삼족, 아니 구족이 멸하게 됨을 모르는 장필이 아니다.

- 꿀꺽.

장필이 침을 삼킨다. 입을 다물기로 하는 결심이 서서 그를 실행에 올리기로 할 때.

- 서걱.

‘······?’

들려서는 안 되는. 그런 소리가 장필의 귀를 스친다. 아니, 소리가 아니라. 무언가 차가운 쇠붙이가.

“끄아아아아악!”

울부짖는 장필의 목. 귀가 잘려나간 그가 양손으로 상처를 부여잡으며 바닥을 뒹군다.

“잠깐.”

차갑게 나오는 한마디와 함께.

- 서거억!

반대편 귀까지 잘리는 장필.

“끄어어어억!”

순간 혼절할 뻔한 그였지만, 자신의 어깨를 잡은 저 무인의 손에서 나오는 기운이 정신을 놓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말하지 마. 근데, 난 네 뒤에 배후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아무거나 하나씩 자를 테니까. 생각나면 말하고.”

정문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장필에게 아무런 물음도, 윽박 지름도 남기지 않았다. 그저 칼을 돌리며 다음에 잘라낼 다른 부위를 찾을 뿐.

‘미···미친···놈이다···! 이놈은···’

감히 정파의 손속이 아니다. 장필은 그런 생각을 얼른 떠올렸다. 그리고 연상의 연쇄처럼. 그런 생각의 끝에는.

죽음이란 단어 역시 함께 떠올랐다.

무정검이 쥔 검이 다시 위로 올라간다. 자를 부위를 정한 모양이다.

그의 검이 무심하게 바람을 가르며 아래로 내려올 때.

“마, 말! 말하겠습니다!”

- 푸욱!

터지는 장필의 입과 함께 정문의 검은 그대로 장필의 어깨를 찔러 버린다.

“끄아아아아악! 말 한다고!”

“늦었잖아.”

몸부림치는 장필을 보며 정문은 검을 박아 넣은 채 그대로 몸을 일으킨다. 여전히 무심한 눈빛만이, 장필을 향한다.

“말해.”

“허억···, 허억···, 헉···!”

“또 입을 다무네···”

그저 신음만을 토해내는 장필에게 다가서 검을 뽑으려는 정문. 그런 정문의 다리를. 장필의 팔이 필사적으로 끌어안는다.

“말하겠습니다! 하늘(天)! 북경의 하늘(北天)!”

“북경의···하늘···?”

“그···그게 뭐냐면···”

“조···숭···?”

!!!!

고개를 갸웃하며 나오는 이름에 장필은 그만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입을 벌려버렸다. 너무도 적나라한 긍정의 표현이 그의 얼굴을 탄 것이다.

“역시 그 영감인가···.”

이 젊은 무인이 그분을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감히 바라볼 수도. 감히 도모할 수도 없는 그분을.

거기에 하늘(天)이라는 표현은 그분을 따르는 이들만이 쓰는 은어였다.

이를 저 정파의 젊은 검수가 알고 있으니, 장필이 놀라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 그분을···”

“뭐. 예상 못 한 것도 아니고.”

아느냐. 장필은 그렇게 물으려 했지만, 정문이 몸을 일으키는 바람에 그의 말은 정문의 귀를 스치지 못했다.

정문은 장필의 입과 표정에서 나온 반응에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 여러 배후를 생각하던 그의 머리에. 조숭이라는 이름도 한 번은 스쳤기 때문이다.

옷을 털며 정비하는 무정검의 자세.

이제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 장필이 그렇게 생각할 때.

“그래도 변치 않는 건 있지.”

“무, 무슨···?”

“만해문의 수하들이 공동산에 칼을 차고 올랐다는 거.”

“자, 잠깐만! 무, 무정검. 그건··· 다 그분이 시키셔서···”

“배후가 누구인지 알려줬으니까, 상은 줄게.”

분명 살기를 가득 담은 말투다. 헌데 상을 준다니. 무슨 말일까. 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들어 말을 마저 묻지 못하는 장필.

그런 장필을 향해 정문이 다가온다.

“직접 죽이진 않을 테니까. 다행으로 알라고.”

- 퍼억!

정문의 발은 말과 함께 그대로 장필의 명치를 걷어 차버린다. 이미 힘이 전부 빠져버린 신형. 그런 장필의 신형이 그대로 공중에 붕! 하고 떠버리고 만다.

“혹시나 다른 몸으로 깨어날 수도 있잖아? 맞지? 그런 경우가 있거든, 가끔. 그때는 명심해.”

신형을 바로 하기에는 명치에 전해지는 격통이 너무 강하다. 장필은 아마 이대로. 절벽 아래로 낙하하리라. 그런 생각에 원망 어린 눈빛을 공중에서 정문에게 보냈다.

하지만.

정파의 후기지수답지 않게 너무도 비린 미소가. 정문의 얼굴에 걸려있다.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마지막 말을 들은 장필의 신형이 절벽 아래로 향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후우우웅!

- 우지지지지직!

정문은 조용히, 뒤를 돌아 본진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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