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는 공동을 무시하지 마라-141화 (141/153)

141. 닮았군.

싸늘하다.

온몸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것만 같다.

딱히 살기를 품지 않은 눈빛에서도 뿜어지는 기운이, 마치 신력을 품은 이의 눈빛과 같아 정문의 등골이 시린 지금이다.

“무정검···인가?”

“그대는 궁주겠고.”

“······.”

서로 묻는 말에 직접적으로 답하진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신분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지. 공동의 대제자, 이정문.”

잠시간 서로를 오갔던 눈빛 교환, 철저한 기 싸움의 끝에 정문이 한 수를 접으며 먼저 인사를 올린다. 포권하며 손을 올리는 정문이 고개를 숙이지 않고 눈만을 살짝 꿈뻑했다.

전장에서 마주한 적장에 대한 예는, 이게 충분할 것이다.

“신궁주, 국문소.”

궁주 역시 가볍게 손을 털며 자신의 신분을 밝힌다. 정문을 만나러 온 일에 대해, 딱히 거부감이 없어 보이는 그의 행동이다.

“수하를 구하러 직접 오다니. 생각보다 정이 많은 궁주셨군.”

“그게···, 이상한 일인가?”

“아니, 뭐. 이상할 것까지야. 그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서.”

평범한 농담이다.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기 전에 입심을 조금 풀기 좋은. 그런 생각에 정문은 표정을 밝게 하며 생각과는 다르다는 말을 전했다.

“중원인과 이민족은 다르다는···, 그런 생각 말인가?”

국문소는 정문의 말을 받아치며 눈매를 조금 사납게 만든다. 말 속에 잔뜩 날을 벼린 쇳 날이, 가득하다.

“중원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아 보이는군.”

“좋을 이유가 없으니.”

좋을 이유가 없다. 지난 수백 년, 서역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그 누구도 감정이 좋다는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서역은 척박하고 황량한 땅이다. 그런 땅을. 비옥하고도 풍족한 땅의 중원인들이 매번 짓밟고 수탈해왔으니, 어찌 사이가 좋을 수 있겠나.

또, 중원인은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다. 그런 이들은 자신들과 다른 이들에 대한 공격에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중원인과 이민족(異民族).

그저 단어로 나뉘는 이 두 차이를 두고, 중원인은 이민족을 늘 괄시하고 억압하며, 또 차별해왔다.

그런 모든 행동과 심지어 저 이민족이라는 단어의 기초에도. 중원인과 이들은 다르다(異)는 사상이 깔려있다는 것을. 국문소는 불편한 표정을 통해 양껏 나타내는 중이다.

“그저 뱉은 말이 기분을 상하게 한 모양이군. 단어 선택을 조심하지.”

“···농담이나 하러 온 것이 아니다, 무정검.”

“허면, 왜 온 거지? 부하를 구하겠다는 마음도 좋지만···, 전한 계책이 매력적이지 않았나?”

처음에는 반대로 예상했다. 온다면 북경과 손을 끊을 수 있다는 정문의 계책이 제일 큰 비중이고 고력강은 그다음 비중. 그렇게 생각했던 정문이다.

하지만, 도착한 후 국문소의 태도를 보면, 그 둘이 반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문은 살짝 말을 조심했다.

그래도.

자신이 전한 말이 여전히 매력적임을, 자만하고 있는 정문이다.

“웃기는 말을 하는군.”

국문소는 그런 정문의 말을 듣고는 그저 코웃음을 칠 뿐이다.

“그래···, 서역과 북경의 관계. 이는 반드시 끊어야 할 고리 중 하나일지도 모르지. 허나···, 또 다른 중원인들의 손을 잡아 이를 끊을 생각은 추호도 없음이야.”

“중원인과 손을 잡기 싫다는 이가···, 북경과는 잘도 손을 잡았군.”

“이죽거리지 마라, 무정검!”

- 콰앙!

평범한 대화를 나누던 중 일시에 터지는 국문소의 일갈. 내력이 실린 외침이 퍼지자, 주변의 석림이 조금 무너져 내리며 흙먼지가 일어난다.

정문은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국문소를 바라봤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내력에 놀란 것은 아니다.

그저 정문이 놀란 것이라곤.

그 외침 속에 담긴 분노.

아무렇지 않게 조숭의 손을 잡은 자의 몸에서 나올 수 없는 분노에 정문은 놀란 것이다.

계속해서 살벌한 눈빛이 국문소의 눈에서 쏟아진다. 마치 정문이 방금 뱉은 말이 국문소의 역린을 건드린 모양이다.

“잡고 싶어서 잡은 손이···, 아니다.”

“잡고 싶어서 잡은 손이 아니라면. 얼른 놓는 것이 좋지 않겠나? 그전에···”

놀랐다. 당황했고. 하지만 이를 표 내선 아니 될 터. 정문은 최대한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모든 문제의 근원에 먼저 다가서려 한다.

“어째서 그들의 손을 잡은 거지? 애초에 그 목적이 무엇이고? 역시···, 중원인에 대한 복수인가?”

사람이라는 존재는, 때로는 무가치한 것에 고상하게도 목숨을 거는 법이다. 복수, 보복, 은원 등등. 특히나 하나로 묶이는 집단에 대한 이런 감정은 사람을 선동하고, 또 이들을 규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요소일 것이다.

해서 정문은 서역의 목적이 중원에 대한 보복이라 생각했다. 늘 빼앗겼고, 늘 수탈당했으며, 늘 짓밟혔던 중원에 대한 보복.

이들 역시 북경과 잡은 손을 중원에 들고 나면 놓으려 할 것이 분명할 터. 이들은 중원에서 가장 철저히 서역을 밟았던 이들과 손을 잡고, 중원에 복수하려는 것이라. 그게 정문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복수라 생각하나?”

!

“아니란 말처럼 들리는군.”

“···복수라. 제법 배부른 소리를 하는군.”

씁쓸하게 변하는 국문소의 표정. 정문은 저런 표정이 귀로 담은 단어의 무가치성에 대해 아는 이들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중원은 도모하는 목적은 간단하다, 무정검.”

“뭐지?”

“생존.”

!!!

“생존···, 그래, 서역은 살아남기 위해 중원을 도모한다. 그게 지금 서역 무림이! 그리고 네놈들이 이민족이라 칭하는 자들이 유일하게 목숨을 부지할 방법이니!”

궤변이다. 정문은 국문소의 면전에 대고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을 범한다는 말은 줄 곳 악인들이 쉬이 뱉는 논리다.

그리고 그런 논리는.

그렇게 살아가지 않는 자들의 존재로 부정당한다.

예를 들면,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무언가를 지키는 자들의 존재 같은.

“···지키는 싸움이 더욱 가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꽤나 감상적이 말을 하는군, 무정검.”

“살기 힘들어 중원을 도모한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는 이들에게 딱 맞는 감상 같은데.”

“흥.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는군.”

“뭐라?”

“서역에서의 삶이 힘들어! 서역이 척박해! 서역이 황량해! 중원을 노리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게 무슨···”

분명 국문소는 생존을 위해 중원을 도모한다고 말을 했다. 헌데, 이제는 서역의 땅이 살기 힘든 것이 아니라니. 이건 무슨 말일까.

잠시간 고민에 빠진 정문의 머리에.

빛이 스친다.

“···조숭인가.”

“머리가 아주 나쁘진 않군.”

총명하다는 말만을 듣던 정문이다. 그런 정문이 이제는 머리가 나쁘지 않다는 말도 듣는다.

아마 정문이 아닌 다른 자였다면, 이런 말도 듣지는 못했을 터. 그만큼 중원인은, 서역의 상황에 무지하다.

“발목이 잡혔다는 말이고.”

“······.”

조숭은 당장에 황군을 움직여 서역을 쓸어 버릴 수 있는 인물이다. 명분만 제대로 갖춰지고 그럴듯한 이유만 있다면, 충분히.

아니, 어쩌면. 북경의 유력자들은 명분이 없어도 서역을 치는 거로 인해 얻을 이득에 눈이 멀어 조숭에 동조할지도 모른다.

그런 조숭과 이들이.

계속해서 관계를 맺어 오며 지금에 이른 것이 분명했다.

“처음에는···, 호의라 생각했다. 그저 호의···.”

모든 관계의 시작은 그렇다. 그저 호의. 차 한 잔과 밥 한 끼. 허나 이런 시작은, 그 차후를 끊어 내지 못하는 중요한 연결점이 되고 만다.

그리고 끊어지지 않은 관계는 결국 돌고 돌아 파국으로 치닫는 법.

서역의 경우, 그저 호의로 받았던 그들의 지원이, 이제는 자신들을 옥죄이는 족쇄가 되었고 언젠가는 자신의 목을 누를 칼날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해서, 이제라도 끊을 수 있게 돕겠다는 말이 아닌가.”

정문은 무겁게 가라앉는 국문소의 눈을 보며 손을 내밀었다. 기회가 왔으니, 잡으라는 의미로.

허나, 차가운 국문소의 눈빛이, 정문의 손을 내친다.

거절의 의사표시가 분명했다.

“신궁이 국경을 넘는 순간···, 조숭은 그대들을 무력으로 진압할 예정임을 알고 있나?”

“안왕(安王)과 엮어서···, 처리하려 들겠지. 눈엣가시 같은 중원 무림의 인사들도 몇 묶어서.”

!!

“알고 있군. 헌데도?”

“그때의 일은···, 그때에 가서. 서역인의 손으로 해결하면 그만이다. 더는···”

중원인과 손을 잡지 않겠다. 신궁의 궁주, 국문소는 그런 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

“일을 어렵게 만드는군.”

“처음부터 이렇게 해야 했던 일···. 더는 되돌릴 수 없겠지만···, 이제라도 그른 길은 가고 싶지 않을 뿐.”

“어울리지 않게 신념을 들먹이는 건가?”

“···헌데, ···이상하군. 아까부터.”

정문은 자신을 향해 고개를 갸웃하며 이상하다는 말을 하는 국문소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다른 맥락을 다 이해해도, 지금 저 말이 나온 이유를 정문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대는 어찌 계속해서···, 무인이 아닌 것처럼 말을 하지?”

!!

- 대앵.

크게 울리는 소리가 정문의 머리를 스쳤다. 마치 묵직한 둔기로 머리를 맞은 것만 같은 정문. 정문의 입이 살짝 열리며, 처음으로 그의 감정이 표가 나기 시작한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그대의 말은 흡사···, 그래···.”

“······?”

“조숭. 그자와 닮았군. 마치, 학사처럼.”

!

“궁주!”

- 콰앙!

이번에는 정문의 입에서 노성이 터진다. 정문이 가장 혐오하는, 그리고 정문이 가장 다르다고 생각했던. 그 이름이 저 궁주란 자의 입을 탔기 때문이다.

“조숭···, 그자와 사연이 있었나, 무정검?”

국문소는 그런 정문을 향해 차분한 표정을 하며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저처럼 과도한 분노는, 필시 사연을 동반하기 마련이니까. 정문이. 속을 들켜 버렸다.

“···없다고는 하지 않지. 다만, 오늘 신궁에 제의한 말들은 이런 감정이 전혀 개입되어 있지 않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군. 그저···, 신궁과 무림맹의 이(利)만 생각했다는 걸···.”

“신궁과 무림맹의 이(利)라? 여전히 조숭과 같은 말을.”

궁주는 다시금 정문을 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정문의 말이 여전히, 조숭과 닮아 보이는 국문소였다.

“···처음부터 협상에 임할 생각이 없었군, 그래.”

정문은 그런 국문소를 보며 애초에 그가 정문이 제시한 타협안을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고 추측했다.

“글쎄···. 그대가 적어도 무인이었다면. 여지는 있었을지도.”

“여전히 내가 조숭 같다?”

“썩은 고기를 먹었다. 조숭이라는 중원인이 던져준. 그리고 체했지. 죽을 정도로. 허나, 뱉기에는 이미 몸속 곳곳에 그 썩은 고기의 피가 퍼져버렸다. 이를 어찌 해독해야겠나?”

“······.”

“옥쇄(玉碎)한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 그럴지언정! 다시는 그 썩은 고기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 후우우우.

마치 먹은 무언가를 토해내듯 악을 쓰던 국문소가 호흡을 정리한다. 방금 토해낸 그 노성으로 조금이나마 그의 몸 안에 찬 독기가, 빠져나가기라도 한 듯 말이다.

“···해서, 신궁은 자력으로 살아간다. 그렇게 살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더라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지만, 남은 것들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지. 조숭을 따르는 것도···, 그의 계략 속의 일부가 되는 것도. 허니, 그대의 손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무정검. 신궁이 무너진들.”

“······.”

완고하다. 꼬장하고. 논리가 아닌 신념, 그리고 철저한 계산이 아닌 감정을 앞세우는 이는 설득할 수 있는 이가 아닌 법이다.

정문은, 더는 말을 섞어도 답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협상 결렬이군.”

“아쉽게도. 마지못했던 선택이나, 이는 신궁의 선택···. 결국은 그 선택에 따라 죽는다. 존재보다는 존재 이유를 지키는 자. 우린 그런 이들이 될 것이니.”

“······.”

신궁이라는 자들은 생각보다 사연이 많고 신념으로 뭉친 자들이다. 서역이라는 지역이 주는 사명감과 생존, 그리고 후대를 위한 그런 신념.

이들을 그저 이로 대하려던 정문 역시 마음이 한풀 꺾이며 이제는 단념에 접어들었다. 명백한, 자신의 오판이었음을 인정하며.

설득을 포기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그런 생각에 정문은 가볍게 발을 돌리려 했다.

“이제 다음에 보는 건 전장인가.”

“곧···, 대대적인 전투가 일어나겠지.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거다, 무정검.”

“조숭이 오고 있는 걸 말하는 건가?”

“거기까지도 알고 있었나. 제법 총명하군.”

정문에 대한 평가가 갈수록 높아진다. 이제는 상관없지만, 어느덧 총명함까지 왔다.

“뭐···, 내가 부른 거나 마찬가지니.”

정문은 국경 밖에 진을 쳐 조숭을 불러들였다. 그런 정문이, 그들이 북상 중임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무림맹 역시 이진(二陣)을 불렀으니, 그대들 역시 조심하길.”

“충고, 새겨듣지.”

정문과 국문소의 눈이 마주친다. 이미 마지막 말까지 나눈 상황에 더 나눌 대화가 있을까. 그런 생각에 서로는 발을 돌려 각자의 길로 가려 한다.

서로를 공격하려는 의도는 이상하게도 둘 모두에게 없어 보였다. 둘이 이곳에서 부딪힌들 신궁도 무림맹도 얻을 건 없다.

오히려 서로를 향한 복수전에 접어들어 끝을 보기 위한 파국만이 두 세력에 남을 테니까.

두 세력을 이끄는 두 사내는, 이를 모르지 않았다.

“객이 먼저 떠나지.”

정문은 가볍게 발을 움직이며 국문소의 곁을 지나간다. 아무런 제지도 없는 국문소.

정문 역시 무방비로 그를 지나쳤다.

그리고, 정문의 발이 마지막으로 한 발을 내딛기 전.

정문은 마지막으로 떠오른 수를 한 번, 던져 볼까 한다.

“···어디까지나 만약에 말인데.”

!

돌아보는 신궁의 궁주, 국문소.

“전쟁은 그대로 진행이 된다···. 허나, 그 와중에 조숭이 죽거나 실각한다. 해서···, 신궁에 대한 위협이 사라진다. 그렇게 된다면···, 신궁은 어떻게 나올 거지? 그래도···, 옥쇄(玉碎)···인가?”

“만약이라···”

“그래, 만약. 어디까지나, 만약.”

“······.”

이건.

제법 매력적인 말이다.

국문소의 머리에는 분명 그런 외침이 울렸다.

무정검의 저 말대로만 상황이 펼쳐진다면, 더 이상 서역을 위협하는 존재도 없어지고, 서역 역시 호의라 받았던 북경에 대한 빚이 없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굳이 중원으로 들어가 반란군이라는 탈을 쓰고 개죽음을 당할 필요도, 또 중원의 무림맹과 서로 죽고 죽이는 혈전을 벌일 이유도 없어질 터.

거기에 무정검의 저 제안에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전혀 없다. 즉, 무림맹이나 무정검 같은 중원인의 손을 잡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무림맹이, 그대로 회군한다는 전제에서지만 말이다.

“훗. 무림맹이···, 그대로 회군하겠다?”

“약속은 못 해도 장담은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

장담이라.

불확실하다.

하지만, 한 번쯤은 한 세력의 수장이 승부를 걸기에는. 충분한 단어였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아무래도 서역은 연이은 전쟁에 대한 부담으로 중원을 도모하지 못하겠지···. 아마도.”

“···역시, 그렇군.”

- 씨익.

다시금 정문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협상은 결렬됐다. 그럼에도 만족할만한. 그러니까 최선은 아니라도 차선의 결과는.

결국, 손에 쥐고 가는 정문일 것이다.

“그럼, 전장에서 뵙지.”

정문이 완전히 몸을 던지려 한다.

그때.

“만약이지만. 정말 만약.”

이번에는 국문소가 정문의 옷깃을 잡는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취소하지.”

“무얼?”

“그대가···, 누군가와 닮았다는 말.”

“허어? 이제 와서? 이 또한 이(利)를 위한 것뿐인데?”

“무인은 행동으로 증명하는 자들···. 그때는 정중히 사과를 전하지. 무인에게. 이 역시···, 장담일 뿐이지만.”

정문은 애초에 국문소를 부르며 신궁과 무림맹에 모두 이(利)가 되는 계책이 있다고 했다. 허나, 이는 어디까지나 말뿐인 말.

국문소는 이를 믿지 못했다.

해서 협상은 결렬됐다. 그리고 정문은 또 다른 계책을 실행할 터. 그리고 그 방법이, 결국에는 이들의 손을 잡지 않은 서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국문소는 아낌없이 자신의 고개를 숙일 생각이다.

- 휘익.

바람을 가르는 소매의 소리와 함께 국문소의 몸이 등을 돌린다. 정문 역시 입꼬리만 슬쩍 올리고는 땅을 박찼다.

그날 밤.

차간을 비롯한 고력강의 수하들이 신궁으로 귀환했고, 공동의 도인들 역시, 무림맹의 본진을 향해 돌아갔다.

그리고 시간이 제법 흘러, 전장의 상황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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