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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화 (3/1,000)

3화. 목역

“참, 나 방금 소식 듣고 왔어.”

당천아는 소릉과 그 무리가 자리를 비키도록 손으로 지시했다. 그러고는 목진을 바라보았다.

“원장이 있는 곳에서 듣고 왔는데, 영로가 공식적으로 끝이 났대.”

목진은 몸을 가볍게 한번 젖히고 고개를 들어 한숨을 내뱉었다. 결국은 끝인 건가…….

“이번 영로에는 새로운 애들이 많이 나왔다던데. 그중 한 명은 진짜 무섭대. 만 년에 1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천급 영맥을 지녀서 오대원에서 그 사람을 차지하기 위해 완전 혈투를 벌이고 있대.”

영맥은 천, 지, 인 세 종류로 나뉜다. 영맥은 수련에 많이 도움이 되는데, 일반적으로 영맥을 가진 사람은 수련할 때 수련을 익히는 속도가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빠르다.

특히 북령원은 수년 동안 지급 영맥을 지닌 사람이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천급은 말할 것도 없고. 이에 따라 천급 영맥이 얼마나 보기 드문 것인지 알만했다.

당천아는 빨간 윤기가 도는 혀를 내밀었는데 그 모습이 귀여움을 자아냈다.

“천급 영맥이라. 나도 이제껏 보지 못했는데, 천로(天路)에 참가한 이들은 대부분 변태구나. 아 맞다 맞아, 너도 천로에 참가한 적 있지? 그 사람 누군지 알아?”

“아마도 희현일 거야.”

아주 기억에 남는 이름이라 목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너도 그 사람 알아?”

“응, 알지. 확실히 매우 대단한 사람이었어.”

목진은 눈을 축 늘어뜨린 채 웃으며 말했다.

“내가 죽일 뻔했지.”

당천아의 어여쁜 두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살을 에는 듯한 냉기로 가득 찬 그 소년의 앳된 얼굴을 믿기 어렵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정말로?”

“거짓말이지, 이걸 믿는 거야? 나는 수련 도중에 쫓겨난 놈인데, 오대원에서 데려가려고 애쓰는 대단한 사람과 대결을 할 수 있겠어?”

목진의 얼굴에 서려 있던 냉담한 모습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그는 당천아의 놀란 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당천아는 당한 것이 미워서 이를 악물었지만 그녀는 끝내 참으며 말했다.

“넌 영동경까지 들어갔으면서 아직 영결(靈訣)을 수련하지 않았지? 류양은 이미 수련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영결(靈诀)이라, 이번에 돌아가서 수련할 수 있어. 마침 우리 아버지께서도 영동경에 들어가라 하셨는데, 한번 갔다 오면 돼.”

목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알겠어, 나 먼저 갈게.”

당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의 아버지도 어쨌든 북령경 역주 중 한 분이시니 목진에게 좋은 영결을 마련해 주실 거다. 이에 그녀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운 손과 검은 머리를 흔들고, 잘록한 허리를 흔들며 바로 떠나갔다.

“아 참.”

당천아는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목진을 보고 말했다.

“너 만약에 자신 없으면, 내가 류양 한 대 때려줄까? 걔 형인 류모백이 좀 귀찮긴 하지만…….”

“나한테 믿음 좀 가지면 안 될까?”

목진도 답답했다. 저런 방법까지 생각해 내다니.

“치, 사람 마음도 몰라주고.”

당천아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여기 북령원의 사람들은 그녀가 원하지는 않아도 모두 그녀의 도움을 원하는데, 그런데 저 녀석은 매일 미운 모습만 보여 준다고 그녀는 노발대발하며 멀리 떠나갔다.

목진은 당천아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영로가 이미 끝났으니, 그녀도 오대원에 들어갔겠지? 무슨 원(院)에 들어가려나?’

영로를 떠날 때를 생각하면 짙푸르게 무성한 숲 사이로, 긴 은발을 가진 소녀가 그윽한 푸른 눈동자로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모습이 생각났다.

‘나는 오대원에서 널 기다릴 수 있어. 네가 만약 오지 않는다면…….’

소녀는 가녀린 손에 검은색의 장검을 쥐고는 천천히 그의 가슴에 갖다 대어 그의 심장부에 가볍게 점을 찍었다.

‘내가 걔 죽이는 거 도와줄게. 하지만…….’

소녀는 그를 응시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투명한 유리 같았다.

‘나는 실패를 쉽게 인정하는 사람을 싫어해. 게다가 이번에는 네가 졌다고 할 수는 없지. 적어도 난 좋아해.’

가벼운 바람이 불자 그녀는 자랑스럽고 반짝이는 은빛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러자 차갑고 하얀 얼굴에 붉은빛이 떠올랐고, 비록 그 색이 옅지만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아름다움이 담겨있었다.

그래서 반드시 꼭 가야 한다!

* * *

북령경은 총 9개의 역으로 나뉘며, 각각 한 사람이 관리하고 있었다. 9개의 역은 서로 간에 연합을 맺고 있거나 아니면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9개 이외에도 북령경 내에는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세력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북령원이다. 서로 분쟁 중인 9개 역에 비해, 북령원은 중립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지반을 차지하려는 야심 없이 일각을 고수하며,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어서 북령경 내의 지위가 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북령원은 ‘오대원’에 들어갈 수 있는 정원을 가지고 있기에, 각 역의 역주들이 탐낼 만했다.

비록 북령경에서의 지위가 낮지는 않지만 ‘오대원’과 비하면 확실히 눈에 차지 않기 때문에, 그 자리를 얻기 위해 부모들은 자녀들의 연령이 차면 바로 북령원으로 보내 수행을 시키곤 했다.

그러므로 북령원은 북령경에서 미움받을 수 없는 세력이었다.

목역(牧域), 목성(牧城).

목진이 전송진(传送阵) 중앙에서 걸어 나왔을 때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는 목성(牧城)의 번화한 모습을 보고는 생긋 웃었다.

이 목성은 목역의 주성(主城)이자, 그의 아버지 목봉(牧锋)이 주인이었다.

“소주님?”

“소주님, 북령원에서 돌아오셨습니까?”

“빨리 역주님에게 알려라!”

전송진 주위엔 목역의 수위가 주둔하고 있었는데, 전송진에서 걸어 나오는 소년을 보고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으나 이내 기뻐하며 사방에서 모여들었다.

“실례지만, 저 혼자 돌아가도 됩니다.”

목진은 몰려든 사람들을 보며 웃었다. 그는 여기서 자랐기에 사람들과 친숙했고, 비록 역주의 아들이지만 성격이 좋아 목성에서도 많은 환영을 받았다.

그는 정이 많은 그 수위들을 지나 성을 향해 달려갔다. 한참 동안 달리자 큰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집 앞에는 ‘목부(牧府)’라는 두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다.

목부(牧府)의 앞에 대군이 지켜 서 있었지만 목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멀리서 그를 알아본 수위들은 그를 보고 웃으며 인사할 뿐 붙잡지 않았다.

“아버지!”

목진은 부원으로 들어와 곧장 응접실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두 사람이 있었는데 상석에 앉은 사람은 묵포(墨袍)를 입고 있는 남자였다.

그는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허리는 창처럼 곧으며 얼굴은 굳세 보였다. 다만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여 세상의 풍파를 맞은 것처럼 보였다.

이 사람이 바로 목진의 아버지 목봉(牧锋)이자 동시에 이 목역의 주인이었다.

말석에는 야윈 중년 남성이 앉아 있었다. 그 남자의 눈가가 움푹 꺼져 약간 음침해 보였고, 살짝 오므라든 입술은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목진이 거실에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런 무시무시한 분위기는 이내 사라졌다. 양쪽 미간에 부드러운 미소가 나타났다.

“돌아왔으면 돌아온 거지, 왜 이렇게 야단법석이야.”

목봉은 손에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오는 소년을 보며 농담조로 꾸짖었다. 목봉의 눈빛 속에 따듯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역주님, 아들이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당연히 기뻐해야죠.”

야윈 중년의 남성이 웃으며 말했다.

“숙부님은 이해해 주시는군요.”

목진은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마른 남성을 향해 히죽이죽 웃으며 말했다. 그들의 말은 꽤 친근감이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주야(周野)로, 그의 아버지와 아주 오래된 친구이다. 주야는 목진의 아버지를 따라 북령경에서 전투를 벌이며 목진의 아버지가 이 목역의 주인이 되도록 도와주었다.

“어? 너 영동경에 들어갔었어?”

목봉은 웃다가 시선을 돌려 목진에게 물었다.

그 말에 주야도 조금 놀라며 목진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목진의 체내에서 영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얼마 전에 들어갔었어요.”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보아하니, 너 이번에는 영결 때문에 돌아온 게로구나?”

목봉은 웃으며 말했다. 영동경에 들어갔다 온 사람만이 영결(靈訣)을 수련할 수 있으며, 영결을 수련해야만 비로소 영력(靈力)을 발휘할 수 있었다.

“열흘 후에 어떤 사람이랑 싸워야 하는데, 영결을 수련하지 않으면 살짝 곤란할 수도 있어요.”

목진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는 목봉과 주야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자 류양과의 도전 사실을 간략하게 말했다.

“류가에는 재미있는 사람이 정말 하나도 없어.”

주야는 목진의 얘기를 듣자마자 눈빛이 매섭게 변하며 말했다.

“요 몇 년 동안 류가가 점점 기승을 부리고 있구나. 비록 류역(柳域)이 북령경의 1인자이긴 하지만, 우리 목역이 약골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겠지?

목봉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류양이 영맥을 지니고 있다고 상상도 하지 못했군. 류가는 하늘의 선택을 받았네.”

“인급 영맥일 뿐이야.”

주야는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그의 미간은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그는 목진을 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면 류양도 영동경 초기 실력에 영맥이 더해진 거네. 그러면 영동경 중기 사람들도 대적하기 힘들 텐데. 목진 너 자신 있어?”

목진은 크게 웃었다. 그는 천급 영맥을 가진 사람과도 싸워본 적이 있었다. 인급 영맥이 뭐가 대수랴? 영로의 변태들과 견주었을 때, 류양은 약해 보인다.

목봉은 목진의 앳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들이 영로에서 돌아온 후 무언가 변했다는 것을 단번에 느꼈다. 비록 평소에는 온화해 보이지만, 목진의 부드럽고 앳된 얼굴에 차가운 살기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살기는 마치 동면하는 잠룡(潜龙)과 같이 울지 않고 있을 뿐이지, 한번 폭발한다면 반드시 사납게 변할 것이다.

이러한 목진의 변화에 목봉은 약간 놀랐으면서 한편으로는 안심되었다. 유일한 아들이기에 목진이 어찌하여 영로에서 중도에 쫓겨났는지 매우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단지 목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기에 그 역시 물어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목진이 자신을 실망시키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가자, 영결 선택하러 가자.”

목봉은 몸을 일으켜 세워 목진에게 손짓하고는 뒤뜰로 향했다. 목진은 주야에게 인사를 하고는 빠르게 아버지를 따라갔다.

목봉과 목진은 뒤뜰을 지나던 중 수위들이 주둔한 석문 앞에 멈춰 섰다. 잠시 후 목봉의 손바닥에서 영력(靈力)이 흘러나와 석문을 가득 채웠다.

목진은 목봉의 웅장한 영력(靈力)의 파동을 느끼며 입맛을 다셨다. 역시 신백경(神魄境)의 강자다웠다. 아버지의 영력의 파동이 이렇게나 강력했다니!

초기의 수련을 감응경(感应境)이라 하는데 천지의 영기를 느끼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은 영동경(靈动境)이다. 이 단계에 도달해야 영기를 체내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영동경 이후가 영륜경(靈轮境)이다. 체내의 영기를 응집시켜 둥글게 만드는데 그 응력의 응집은 영동경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영륜경을 지나면 신백경(靈轮境)의 단계에 이른다. 이는 분수령(分水岭)과 같은 경지에 해당한다. 목봉이 바로 지금 이 단계에 있었다. 일단 신백경에 오르게 되면, 북령경에서 진정한 강자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단계에서의 강자의 전투력은 영륜경을 훨씬 뛰어넘는다. 왜냐하면 신백경에 이르렀다는 것은 특별한 능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수백연화(兽魄炼化)였다.

소위 수백(兽魄)이라 함은 천지만수(天地万兽)의 수백(兽魄)으로 연화를 한다면 어떤 영수(靈兽)들의 힘을 얻을 수 있으며, 본신의 영력을 더하면 그 전투력은 폭발적으로 높아진다.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만수록(万兽录)이 그것이다. 이는 천지의 양 끝의 수많은 영수를 기록한 것인데 목봉이 연화한 영수의 백(魄)은 당시 기연(机缘)과 맞닥뜨려 얻은 것으로 용염조(龙炎雕)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용염조는 만수록에서 85위에 해당하며 목봉이 북령경에서 최근 명성을 떨치며 목역의 주인이 된 것에 큰 몫을 했다. 이 용염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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