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대부도결(大浮屠诀)
빠드득.
목진이 잠시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을 때, 두꺼운 석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석문이 열리고 먼지로 꽉 찬 공기가 얼굴을 덮쳐왔다. 목봉은 부채를 가지고 앞으로 걸어갔고, 목진 또한 재빠르게 쫓아갔다.
석문을 지나 들어가자 밀실이 나왔다. 밀실의 중앙엔 어두운 불이 있었는데, 그중 한층 한층 돌로 쌓인 선반이 눈에 들어왔다. 그 돌 선반 위에는 한권의 옥간(玉简)이 놓여있었다.
목진의 눈에서 빛이 나며 밀실의 중앙에 있는 많은 옥간(玉简)을 보았다. 과연, 이 모든 것들이 영결(靈诀)들이구나……
목봉은 밀실의 보이지 않는 어느 깊숙한 곳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애비의 물건들은 모두 여기에 있단다, 마음대로 고르렴, 난 네가 무엇을 고를지 궁금하구나.”
목진은 빛나는 검은 눈동자로 눈앞의 석실을 바라보았다. 목봉은 목역의 주인으로서, 이 북령경의 몇 안 되는 강자였다. 그러니 이곳에 있는 물건이 결코 약할 리가 없었다.
목진은 빠르게 석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석실에 들어가자마자 한 권의 옥간을 집어 들었다. 힐끗 바라본 옥간에는 빛이 나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범급중품영결, 화운공(凡级中品靈诀, 火云功)
목진은 두 눈을 깜빡거렸다.
영결은 일반적으로 공법영결(功法靈诀), 공격영결(攻击靈訣), 방어영결(防御靈决) 등으로 나뉜다. 그리고 각각의 영결은 크게 신급(神级), 영급(靈级), 범급(凡级)으로 나뉘며, 매 등급은 또 상중하 3품(品)으로 나뉘어진다.
눈앞에 있는 이 화운공(火云功)은 범급 중품의 공법 영결에 해당하는 물건이었다.
목진은 옥간을 잠깐 보다가 흥미가 사라졌는지 곧바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한 권씩 집어 들어 살폈지만 이내 다시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살피며 목봉은 목진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수많은 영결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백검영결(百剑靈訣), 범급상품(凡级上品)
파산전(破山典), 범급상품(凡级上品)
아름답고 귀한 영결이 목진의 눈에 가득 찼다. 대부분은 법급영결이지만 이 영결을 가져가면 많은 이들이 이것을 갖기 위해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다. 목봉의 물건들은 북령경에서 결코 보통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목진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한참 동안 구경했고, 마침내 석실의 제일 깊숙한 곳에 도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드는 영결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고개를 들어 제일 마지막에 있는 석가(石架: 석재 선반)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3개의 옥함이 있었는데, 뚜껑이 열린 채 놓여 있었다.
“네 놈, 역시 야심이 크구나. 이 세 개의 영결은 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얻은 것이야.”
목봉은 목진의 시선이 3개의 옥함을 향해 있는 것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목진은 궁금해하며 옥함이 있는 곳으로 가서 옥함 안에 있는 한 권의 옥간을 집어 들었다. 옥간은 전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는데 만져보니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이것은 분명 범품이 아닐 것이다.
“염룡법(炎龙法)…….”
목진이 옥간을 만지자 그의 눈에서 놀라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영급 하품 영결이라고?”
목진은 영급 영결이 지닌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이를 경매에 가져간다면 백만 영폐(靈币)는 훌쩍 넘길 것이다.
“맞다. 염룡법을 수련하고 염룡조(炎龙雕)의 영백(靈魄)을 얻은 그해에 얻게 되었지.”
목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목진은 옥간을 오랫동안 살펴보다가 다른 2개의 옥간을 꺼내 들었다. 두 권 중 한 권은 ‘진천결(震天訣)’이며, 다른 한 권의 이름은 ‘취영감(聚靈鉴)’이었다. 모두 영급 하품에 속하는 품계였다.
목진은 세 권의 옥간을 손에서 놓지 못하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다 골랐어? 이 세 권의 영결은 다 비슷비슷해. 일단 하나를 골라서 수련한 다음에, 나중에 더 적합한 영결이 있으면 그때 다시 바꿔서 수련해도 된단다.”
목봉이 싱긋 웃으며 하는 말에도 목진의 손은 한동안 세 권의 옥간에 머물렀다.
결국 그의 손이 ‘취영감’에서 멈추었다. 이 영결은 공격하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지는 않지만, 기초를 잡는 데는 꽤 효과가 있었다.
그의 손바닥이 취영감 위에서 계속 표류해, 그가 그 영결을 선택하려는 순간 왠지 모르게 갑자기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저절로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목진은 3개의 옥함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에서 먼지가 잔뜩 쌓인 검은색의 옥간을 보게 되었다.
“이건 뭐에요?”
목진은 넋이 나간 채, 손을 뻗어 검은색의 옥간을 집어 들었다. 한 번 훑어보니 옥간의 거칠거칠한 표면만 보이고 글씨는 희미하게 남겨져 있었다.
“대부도결?”
목진은 그 희미한 흔적만이 남은 네 글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머릿속에 한 가지 의혹이 스쳐 지나갔다.
옥간 위에 영결의 품계가 쓰여 있지 않았다.
목진은 의심의 눈초리로 목봉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목봉은 다소 복잡한 표정으로 검은색 옥간을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에는 그리움이 가득했다.
“아버지? 이건 무슨 영결이에요? 왜 품계가 쓰여 있지 않은 거죠?”
“그냥 보통의 영결이란다. 다른 것으로 골라 보렴.”
목진이 물음에 목봉은 시선을 거두고 천천히 말했다.
목진은 눈썹을 찡그리며 검은색의 옥간을 문질렀다. 그리고 잠시 침묵하다 웃으며 말했다.
“전 이걸로 선택할게요."
그 말에 목봉은 움직임을 멈추었고, 고개를 들어 목진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앳된 얼굴에는 고집이 있어 보였다.
“너 정말 이걸 원하는 거야?”
“왜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이걸 선택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만 같아요. 아버지 이 영결은 도대체 어디서 가져오신 거예요?”
목봉은 복잡한 표정으로 옥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뒤에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기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 역시 네 아들이로구나.”
“이 옥간은 네 어머니가 남긴 거야. 정확히 말하자면, 너한테 남겨준 것이지. 그리고 네가 만약 이걸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냥 이대로 방치하라고 말했었다.”
목봉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요?”
목진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조금 생소한 단어지만 마음 떨리는 글자를 중얼거렸다. 목진은 그의 어머니를 본 적이 없었다. 흐릿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따뜻한 어머니의 모습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그는 철이 든 후에도 목봉에게 어머니에 대한 소식을 묻지 않았고, 목봉 역시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어머니 아직 살아 계시죠? 어디 계신 건가요?”
목진이 옥간을 어루만지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근래에 가장 알고 싶었던 일에 관해 물어보았다.
그는 어린 시절 목조품을 많이 조각했는데 그 목조품들은 모두 동일한 모양이었지만 뚜렷하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목조품의 정체가 마음속 깊은 곳에 어렴풋이 자리 잡은 형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목조품 하나하나에 한 가닥의 기대와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네 어머니의 일은 매우 복잡해서 지금 말해도 소용없단다. 만약 네가 정말 알고 싶다면 그걸 수련해보아라. 네가 수련하다가 어느 단계까지 도달하면 자연히 알게 될 게다.”
목봉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결국 천천히 두 손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목진을 응시했다.
“어머니가 떠나신 게 저와 관련 있나요?”
“너는 네 어머니가 가장 아끼고 염려하는 사람이야. 너를 위해 네 어머니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단다.”
목봉은 직접적으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큰 손으로 목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자조적으로 말했다.
“아버지가 능력이 없어서, 너희 모자가 함께하지 못하는 거란다.”
“내가 일찍이 노력했지만…… 계속 실패했단다. 미안하구나.”
목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앳된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다시 만나고 싶으세요?”
“매우 보고 싶지. 너무 그립구나. 온 가족이 다 모였으면 좋겠구나.”
목봉은 고개를 들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에는 짙은 그리움이 묻어났다.
목진이 손바닥을 꽉 쥐자, 거칠거칠한 검은 옥간이 그의 손바닥에서 따듯한 온기를 뿜어냈다. 한참 후 목진은 고개를 들고 목봉을 향해 웃었다.
“저 이걸로 선택할게요. 아버지 안심하세요. 아버지가 못한 일을 제가 도와드릴게요. 만약 저를 믿어 주신다면, 언젠가는 우리 가족이 모두 모일 수 있을 거예요. 누구도 저를 막을 수 없어요!”
목봉은 앳되지만 확고한 눈빛을 지닌 아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가슴 쓰린 아픔이 그의 마음속에 맴돌았다. 목봉은 살짝 충혈된 눈으로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정, 우리 아들이 평범할 리 없지.’
잔가지가 우거진 정원에 햇살이 들어오자, 한 줄기의 빛으로도 정원 전체가 환해졌다.
목진은 가부좌를 한 채 돌의자에 앉아 한 손으로 얼굴을 괴고, 다른 한 손으로는 거칠거칠한 검은색의 옥간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목진은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국 마지막에 이 ‘대부도결’을 선택했다.
하지만 목봉조차도 이 ‘대부도결’이 어떤 품계인지 잘 몰랐다. 단지 이 물건이 얼마다 대단한지, 왜 대단한지만 설명해줄 뿐이었다.
그리고 이 옥간을 목진에게 주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머니가 엄청나게 대단하다는 말뿐이었다.
어머니가 매우 대단하다고?
목진은 눈을 깜빡거렸다.
목봉은 맨주먹으로 북령경에서 가장 광활한 이 목역을 가장 강한 곳으로 만들었다. 말로만 들어도 굉장히 대단해 보이는데 그런 아버지조차 어머니를 매우 대단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어머니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어머니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어떻게 아버지를 마음에 들어 했을까?”
목진은 여러 궁금증이 한꺼번에 일었다.
‘아버지도 젊었을 적, 어머니와 아름다운 만남을 가졌구나. 그건 분명히 흥미진진한 이야기일 거야.’
목진은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며 손에 든 검은 옥간으로 시선을 돌렸다.
열흘 후면 류양과 맞붙는다. 그 녀석은 영동기 초기 실력에 인급 영맥을 갖고 있었다. 영로에서도 류양보다 더 강한 영맥을 가진 녀석을 만나보았지만, 어쨌든 영로는 조금 특이했다.
영로는 방대한 비무 시합장으로 만든 곳은 바로 오대원이었다. 3년마다 열리는 시합에는 아무나 참가할 수 없었다. 선발 과정이 꽤 특이했는데 사람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 아닌 일명 ‘심판의 거울’이라는 신물의 탐지로 선출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정말 기괴했지만 심판의 거울에 선택된 사람들은 대부분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일반적으로 영로의 단련을 순조롭게 통과해야만 ‘오대원’에 들어가 수행을 쌓을 수 있었다.
영로는 한편의 위면(位面)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그곳에서는 누구도 그 어떠한 힘을 동원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영로에선 영기라든지 혹은 다른 위면에서 전해지는 투기, 원력(元力) 등 다른 것들은 모두 사용할 수 없었다.
영로에 들어서는 자들은 온갖 생사의 위험과 혹독한 단련을 경험하게 되며, 영력을 동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자신의 육체와 감각, 지혜만 가지고 각종 위험을 헤쳐나가야 한다. 이렇게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는 방법은 오히려 사람의 의지를 연마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영로에 들어서기 전, 선택받은 이들에게 가장 높은 힘을 얻고자 한다면 그 어떤 것에도 동요하지 않는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하며, 이 의지를 통제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동안 오대원에서 나온 최고 강자들은 십중팔구 일찍이 영로의 수련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이를 통해 이 영로의 단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고, 이는 수많은 천재가 몰려드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