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대천세계(大千世界)
“오대원…….”
목진은 손바닥을 살짝 움켜쥐었다. 그가 그곳에 꼭 가야 하는 이유는 그녀와의 약속뿐만 아니라 ‘오대원’ 출신이어야만 비로소 바깥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바깥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가끔 목봉으로부터 전해 듣는 것이 전부였다. 대천세계(大千世界)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고 광활하며 수많은 세력이 존재했는데, 그에 비해 북령경은 바다의 모래알처럼 보잘것없었다.
이 대천세계는 무수한 위면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곳이 바로 무수한 위면의 중심이기 때문에 하위면보다 훨씬 더 높은 위치에 있었다.
하위면에서 대천세계로 올라올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 그러니 그들은 하나의 위면에서 최고의 강자일 수밖에 없었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위면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한번은 북령원의 고위층 회의에서 하위면에서 올라온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몰래 들은 적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두 명이었다.
목진은 그들의 이름은 모르지만 그들의 호칭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염제(炎帝).
무조(武祖).
매우 패기 있는 호칭이었다. 비록 그들이 하위면에서 왔다고 하지만 목진의 추측에 따르면, 이 대천세계에서 그들이 지존인 셈이었다.
무조라는 사람은 대천세계에서 큰 파란을 일으킨 적 있었다. 듣자 하니 그는 혼자서 이 대천세계에서 거대한 대물로 여겨지는 빙영족(冰靈族)에게 뛰어들었다고 한다.
빙영족 경족의 힘은 뇌장(雷杖)을 든 남자조차 막을 수 없었고, 전쟁이 일어날 때처럼 하늘과 땅이 울릴 정도였다. 또 소문에 의하면 그가 이러한 행동을 한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염제라는 사람은 무조라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겸손한 편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도 화영족(火靈族)에 간 적이 있다고 했다. 화영족이 수만 년을 살아온 노조(老祖)를 불러냈지만 염제에게는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염제는 유유히 떠나갔으며 화영족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고 했다.
하위면에서 온 강자들은 대천세계에 왔어도 여전히 경박하고 패기가 넘쳤다. 그로 인해 바깥세상은 진정으로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곤 했다.
목진도 잘 알고 있지만 그의 실력은 아직 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만 충분하다면 그도 반드시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목진은 손에 있는 검은색의 옥간을 주시하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이것부터 시작하자…….
목진은 두 손을 가볍게 모으고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그의 손에 있는 검은 옥간에서 은은하고 따뜻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시야가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는 정신을 집중하여 체내의 영기를 손의 경맥으로 이동시켰다. 그 영기가 마지막에는 손에 있는 옥간으로 이동되었다.
윙윙.
영기가 주입되면서 옥간에서 미세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찢기더니 어떤 물체가 그의 손을 타고 몸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신화부도, 정영지대도(以身化浮屠,证靈之大道)…….”
이 심오하고 난해한 구결(口訣)은 오래된 종소리처럼 목진의 뇌리에서 조용히 메아리쳤다. 그는 정신을 급히 다잡고, 구결을 수련하며 가슴에 깊이 새겨두었다.
읊는 소리가 점점 흩어졌다. 구결 수련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은 그가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자신이 견뎌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난해한 구결은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아프게 했고,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심오하고 복잡한 구결을 본 적이 없었다.
목진은 확실히 재능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영로 자격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금세 구결의 심오함에 빠져들었고 그 속에서 오묘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영기가 구결 수련 속에 있는 경맥의 길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경맥의 길은 매우 특이해 원래대로라면 이 경맥의 길을 쉽게 발견할 수 없었는데, 이는 마치 기이한 탑 모양을 이루듯이 형성되어 있었다.
영기는 기이한 경맥 노선을 따라 조용히 한 바퀴 돌았다. 영기가 이렇게 한번 돌자 정신과 체력의 소모가 너무 컸지만, 목진은 피로를 억지로 참으며 영기의 운용을 완벽히 하고자 노력했다.
기이한 경맥의 길은 회전할수록 더 어려워졌고, 목진은 최선을 다해 제어하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초조해하지 않고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며 운용을 계속했다.
이러한 과정은 오후 내내 이어졌다. 몇 번의 실패를 겪고 난 후, 한 줄기의 영기가 목진의 조심스러운 통제하에, 마침내 마지막 경맥을 뚫고 나왔다.
그 영기가 마지막 경맥을 뚫고 나오자, 본래 영롱했던 영기가 점점 어두운 색깔로 바뀌면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영기가 진정한 영기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검은 영기는 고요하고 내향적으로 보이지만, 그 고요함 속에 사람을 떨게 만드는 맹렬함과 패기가 숨어 있는 것을 목진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이러한 영기는 대부도결 수련을 통해 나온 것이지만, 질이 상당히 높아서 결코 일반 영결로 수련해서 나온 영기와 견줄만한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남기신 이 물건은 정말 대단하구나!’
목진의 몸은 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속으로 흥분하며 말했다.
검은 영기는 목진의 하단전(气海)으로 빨려 들어가 조용히 점거(盘踞)했다. 그 모습에 목진은 큰 기대를 했다. 그 이유는 훗날 수련을 이어갈수록 영기의 힘이 더 커질 거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 검은 영기가 하단전에 도사리는 순간 목진의 몸이 갑자기 흔들렸다. 갑자기 현기증이 났으며, 그의 몸속 깊은 곳에 무언가가 공명을 일으키듯 매우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목진의 마음속에 무언가가 피어오르더니 곧 사라졌다.
“무슨 일이지?”
목진은 재빨리 정신을 다잡았다. 약간 의심스러워 급히 체내를 살펴보았지만 잘못된 곳은 하나도 없었다. 방금 감지했던 이상한 느낌은 착각이었던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목진은 그것이 착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부도결 때문인가?”
목진은 마음을 돌려 기해(氣海)에 있는 검은 영기를 바라보며 오랜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조금의 실마리도 찾지 못했다.
그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도결은 어머니가 자신에게 남겨주신 것이며 비록 여태껏 그가 어머니를 뵌 적은 없지만, 그녀가 절대 자신에게 이상한 물건을 남겨주시지 않았을 것이라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거 때문인가?”
목진은 순간 마음이 움직였다. 하단전의 깊숙한 곳에 흑망(黑芒)이 번뜩이더니 결국 그 칠흑의 영력 위에 떠올랐다.
마침내 정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얇은 검은 종이 한 장이었는데, 검은 종이 위에는 아무 글씨도 쓰여 있지 않았다. 아주 흐릿한 무늬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검은 종이는 고요한 기해 속에 떠올라 영력으로 온기를 늘려가고 있었는데 수수하고 고풍스러움 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담고 있었다.
목진은 이 신비스러운 검은 종이를 쳐다보며 약간 넋을 잃었다. 이 물건은 그가 우연치 않게 얻은 것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그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목진은 이 검은 종이가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단지 그가 지금 이 신비로움을 풀어낼만 한 실력을 갖추지 못했을 뿐이었다.
앞서 느꼈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명의 진동은 이것 때문이었을까?
목진은 깊은 생각에 빠졌으나, 이내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이 검은 종이가 신비스러운 것은 맞지만, 앞에서 느낀 움직임은 검은 종이가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기나긴 고심 끝에 목진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압박 속에서 목진은 다시 하단전에 점거한 칠흑 영력을 주시했다. 구결에 의하면 대부도결은 첫 번째 축기(筑基), 두 번째 응형(凝形), 세 번째 화탑(化塔) 이렇게 세 가지 단계로 나뉜다고 했다.
현재 그는 축기(筑基)에도 다다르지 못했으며 단지 초보 입문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축기 경계에 진입하고 싶다면, 많은 고행 끝에 간신히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정원에 있는 목진은 감은 두 눈을 천천히 떴다. 그는 땀으로 젖은 자신의 몸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대부도결은 확실히 어려운 수련이었고, 이는 단지 초기 입문 단계일 뿐이었다. 이 정도가 이렇게나 어려운데, ‘화탑(化塔)’ 경계까지 수련하려면 얼마나 힘이 들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이 대부도결의 영력이 몇 층(層)의 진폭(振幅)까지 달할 수 있는지 정말 모르겠는걸.”
목진의 마음이 살짝 흔들리며, 결국 참지 못하고 궁금증이 생겨 버렸다.
영결은 한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바로 영력을 증강해준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범급상품의 공법영결은 진폭 5층의 영력을, 영급 하품의 영결은 진폭 10층의 영력을 만들어준다. 영력이 폭발할 때 이러한 진폭의 단계가 깊으면 깊을수록 그 위력은 더 강해진다.
보통 이와 같은 방법으로 영결의 품계가 어떠한지 대략 분별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계속 생각하자 목진의 호기심이 한층 더 깊어졌다. 목진은 손바닥을 돌리며 손바닥에서 나타나는 검은 영기를 바라보다 천천히 손을 움켜쥐었다.
그의 눈빛은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이 대부도결이 과연 얼마나 대단한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 * *
정원에 목진이 서 있었다. 그의 몸은 꼿꼿하게 펴져 있었지만 그의 손바닥은 미미하게 굽어진 상태였다. 한 줄기의 칠흑 영력이 그의 손바닥에서 빠르게 응집되고 있었고, 그 기세가 강한 파동(波动)으로 변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목진은 손바닥에 있는 한줄기의 영력에 반응하며, 그 속의 미세한 변화들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가 더욱 집중하자 손바닥에 온순하게 자리 잡고 있던 검은 영기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마치 기름 솥에 있는 물방울이 튀는 것처럼 말이다.
영기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 줄기 영력 파동이 빠른 속도로 증폭되고 있었다.
이에 목진의 손바닥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는 이 영력의 진폭이 빠르게 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층…… 3층…… 5층…… 8층……
영력의 진폭이 8층까지 도달했을 때, 손바닥의 떨림도 더욱 심해졌다. 그때 영력이 통제를 벗어날 기미를 보였다.
“겨우 9층이네, 아직 부족해.”
목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미세하게 굽어있는 손아귀를 갑자기 꽉 움켜쥐었다. 이 영력은 야생마와 같았다. 다시 또 한 단계가 상승했다.
13층!
칠흑 영력이 목진의 손바닥을 뒤덮었고 그의 눈빛은 엄숙해졌다. 그리고 그의 손바닥이 세차게 떨렸고, 두 손가락을 살짝 굽힌 상태에서 천둥처럼 앞의 돌기둥을 향해 세차게 돌진했다.
그 순간 파풍(破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범급 중품 공격 영결, 쇄골지(碎骨指)!
목진의 두 손가락이 돌기둥 속을 깊숙이 파고들었고, 손가락이 꽂힌 곳을 따라 여기저기 금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목진은 갈라진 금을 바라보았다. 그는 손가락을 천천히 빼며 혼자 중얼거렸다.
“13층.”
대부도결의 입문 단계에 이르러서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력을 13층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니. 이걸로 대부도결이 얼마나 대단한지 설명할 수 있으며, 수련할수록 점점 더 익숙해지는 것을 목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증폭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음을 깨달았다.
“대부도결은 적어도 영급 상품의 영결에 해당하겠군.”
목진의 어머니가 남긴 물건이 범급이 아님을 깨닫고 씩 웃었다. 영급 상품의 영결은 아마도 북령경 전체에서 찾기 어려운 몇 안 되는 물건이었다. 이를 수련하는 것은 매우 힘들지만, 목진은 자신의 재능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도결을 수련하는 일은 역시 매우 고단했다.
“하지만 시간은 충분하니깐.”
목진은 혼자 중얼거리며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갔다. 며칠간은 대부도결을 수련하는데 온 신경을 써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