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대적하다
“완전 막무가내잖아…….”
류양의 입가는 마치 조롱하는 모양새였다.
“진짜 신기하단 말이야, 운 하나만 믿고 영로의 자격을 얻고 또 강제로 퇴출된 네가 어쩜 이리도 막 나가는 것이지?”
소릉과 그 일행은 류양의 말을 듣자 눈에서 분노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들 또한 류양이 말한 것이 어느 정도는 맞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속으로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운으로 획득한 자격인지, 한번 시험해보면 알겠지.”
분노한 그들과 달리 목진은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류양의 동공이 수축했다. 목진이 감히 그와 이런 말을 주고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류양의 목소리가 더욱 차가워졌다.
“원래 내일 있을 양원의 비무 시합에서 너를 혼내주려 했는데 눈치가 없구나. 지금 너를 혼내주고 내일 시간을 아껴야겠군.”
말이 끝나자마자, 류양이 한 걸음을 내디디면서 양손으로 영력을 일으켰다. 영력의 진함이 모원의 그것보다 훨씬 강했다.
소릉과 수련생들은 류양의 기세를 보고 놀랐다.
그들은 걱정스러운 눈길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목진의 앳된 얼굴에서는 겁먹은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 까만 눈동자에는 희미한 흑망이 반사되고 있어 꿰뚫어 볼 수도 없었다.
목진의 평온한 상태를 보자 소릉과 수련생들은 그제야 걱정을 한시름 놓았고, 안정을 되찾았다. 비록 류양이 북령원 지계의 일인자라지만 목진 또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가 목형을 밟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진짜 만족을 모르는 녀석이구나.”
목진은 고개를 저으며 입술을 오므렸다. 웃음을 띠고 있던 앳된 얼굴에서 순간 냉기가 밀려왔고, 손바닥을 살짝 돌리자 칠흑색의 영력이 손끝에서 스르르 흘러나왔다.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주변 수련생들의 눈은 모두 참을 수 없다는 듯 눈을 치켜떴다. 눈앞의 두 사람은 북령원 지계의 최강자들, 그들 중 누가 승리할지 너무나 궁금했다.
“멈춰라!”
두 사람이 교전하려는 순간, 멀리서부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파풍(破风)의 소리가 울리고 한 건장한 그림자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났다.
“모사님!”
주변 수련생들은 갑자기 나타난 이를 보고 놀라 인사하는 것도 잊어버렸다.
모사라 불린 남자는 건장한 몸에 굳세어 보이는 얼굴을 지녔다. 몸 안에는 놀랄만한 영력이 파동이 보일 듯 말 듯했다. 그로 인해 주변의 수련생들에게 적지 않은 압박을 주고 있다.
그가 도착하자 오만했던 류양마저 그 포악한 성질을 거둬들였다. 눈앞의 인물은 진짜 신백경의 강자였다. 그는 북경원에서든 북령경에서든 일류의 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류양은 그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었다.
“원에 문제가 있다면 비무장에 가면 되거늘 외부에서 이 무슨 창피냐, 모두 벌을 받고 싶은 게로구나.”
모사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하하 모사님, 무슨 말씀입니까? 저희는 그저 교류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류양이 웃었다. 그는 더이상 손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손가락을 뻗어 목진을 살짝 쳤다.
“내일 양원의 비무 시합에서 널 기다리겠다.”
말을 마치자 류양은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갔다. 그리고 뒤를 돌아 자세히 들어야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영로에서 퇴출당한 놈 주제에…….”
소릉과 일행은 모두 류양이 고의로 중얼거린 그 소리를 듣고는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그리고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목형, 저놈은 진짜 건방집니다. 어쨌든 형님은 영로의 자격을 얻었는데 쟤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의분으로 가득 찬 소릉을 보며 목진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그렇게 화가 난 상태로 뭘 하겠다는 거냐? 개가 너를 문다고 해서 너도 가서 개를 물을 것이냐?”
“답답하잖아요.”
“답답한 건 조금 있지.”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소년의 그 부드러운 얼굴은 조금씩 매섭게 변해갔다.
“물진 않겠지만 난 직접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게 좋아, 다신 짖지 못하게 말이야.”
“류가 놈은 진짜 지 애비랑 똑같구나.”
모사는 류양이 떠나간 방향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약간의 불만이 있어 보였지만 목진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잘 말했다, 딱 내 취향이로구나.”
“류양 또한 영동경 초기의 실력이고, 몸 안에 인급 영맥을 갖고 있어 영동경 중기의 실력과 맞먹는다. 너는 내일 양원의 비무 시합에서 이길 자신이 있느냐?”
“모사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 망신시키지 않겠습니다.”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모사는 동원을 관리하고 있었다. 양원의 비무 시합에서 동원이 참패한다면 그는 면목이 서지 않을 것이다.
“그럼 저희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모사님”
모사는 손을 흔들며 소릉과 그 일행들을 데리고 떠나는 목진을 쳐다보았다. 그는 나이는 어리지만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목진은 전혀 오만방자하지 않고 또 부드러움 아래 날카로운 칼을 숨겨놓고 있구나. 이 녀석……
“과연 그 영로를 한바탕 뒤집어 놓았던 녀석답구나. 영로의 수련만 정상적으로 수료했으면 오대원 중에서도 최고가 되었을 텐데. 어떻게 아직 여기에 있는 것이지?”
모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또 은근히 내일 있을 양원의 비무시합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류가의 그 자식은 준비를 많이 했다는데, 이번 지계 제1 비무 시합에서는 누가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지?
* * *
깊은 밤, 목진은 가부좌를 하고 양손을 모아 수련상태에 빠져들었다. 그의 몸 주변으로 천지 영기가 조금씩 요동치며 그의 호흡에 따라 몸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많은 영기가 목진의 몸에 들어갈수록 그의 몸 밖에선 희미한 칠흑의 빛이 빛나고 있었다.
이어 하단전 안에서 칠흑색의 영기가 솟구쳤고, 그날 수련했을 때 보다 몇 배나 강해져 있었다. 요 며칠 동안 목진은 수련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한 줄 한 줄 이어진 영기는 대부도결의 수련 길에 따라 운용되었고, 마지막에는 칠흑색이 된 영기가 하단전에 들어가 한층 더 진해졌다.
목진은 대부도결에 점점 더 익숙해져 갔다. 여전히 축기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곧 축기 단계가 머지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때 목진은 전혀 급하지 않았고, 그는 조용히 하단전으로 보냈던 영력을 다시 회수했다.
목진이 마지막 영력을 하단전에서 회수했을 때 하단전이 조금 움직이는 것을 느꼈고, 단전 내에서 칠흑색 영력이 요동치고 엄청난 속도로 팽창되기 시작하면서 충분한 힘이 온몸에 흘러넘쳤다.
잠시 후 목진의 하단전 내에 놀랄 만한 변화가 생겼고, 그은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었다. 정말 의외야, 이런 상황에서 뚫어내다니…….
* * *
다음날 뜨거운 태양이 북령성을 비출 때, 북령원의 중앙에서 과열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북령원은 동서(東西) 양원으로 나뉘고, 양원 간에는 경쟁이 심했는데 어떠한 것이라도 경쟁이 있어야 성장한다는 것은 불멸의 진리였다. 따라서 2년 만에 북령원에서는 우수한 수련생들이 탄생했다.
양원의 경쟁은 몇 개월에 한 번씩 펼쳐지는 원내 비무 시합에서 폭발한다. 북령원의 서열은 이러한 비무 시합에서 결정되어 진다.
소년들은 항상 승리를 추구하고, 예쁘고 수려한 사제, 사매 앞에서 모두 잘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비무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이다.
북령원 서쪽 구역에 넓은 땅이 있었고, 이 땅에는 많은 연무대가 설치되어있었다. 연무대 주위엔 돌로 쌓은 계단 좌석이 있었는데 오늘은 이곳이 수련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여러 이야기를 하는 소리, 소곤거리는 소리가 한곳에 모여들었다. 그중에는 소녀의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도 섞여 있었는데, 그 웃음소리는 이곳에 젊음과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거대한 무대,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두 편으로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바로 동원과 서원의 수련생들 이었다. 경쟁 관계이므로 양측은 수시로 도발을 하고 있어 그 분위기가 점점 더 고조되어갔다.
“10위 안에 드는 사람 중에 우리 동원 지계는 4자리 밖에 없고, 3위 안의 드는 사람들은 모두 서원 사람들이네. 이번 비무 시합을 통해 좀 바뀔 수 있을까?”
“우리 동원도 요즘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배출됐어. 그 유봉, 담청산은 곧 영동경에 들어간다고 하더라. 성공만 한다면 5위에 드는 건 문제도 아닐 거야.”
동원의 좌석에서 수련생들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한쪽에서 소릉은 가만히 이야기만 듣고 있다가 입을 삐쭉거리면서 말했다.
“이번 비무 시합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너희도 알잖아. 우리 동원에서 10위안의 사람이 별로 없어도 상관없어. 목형이 1위의 자리만 가져온다면 서원 놈들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거야.”
동원의 수련생들이 서로 쳐다보더니 작게 속삭였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계 1위를 한다는 건 류양을 이겨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놈은 몸에 인급 영맥이 있다던데……
“목형, 이번에 우리 동원은 모두 형만 믿고 있어.”
소릉이 하하 웃으며 그의 앞에 있는 소년을 보며 말했고, 목진은 그저 웃기만 했다.
시선은 경기장에 멈춰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연무장 한편에서는 수련생들이 이미 몸을 풀기 시작했다.
목진이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 뒤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왔고, 아름답고 날씬한 여인이 그의 옆에 나타나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야!”
목진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나타난 당천아를 바라보았다. 청록색의 옷을 입은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고, 뒤로 묶은 검은 머리가 찰랑거리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당천아는 동원 천계의 수련생이며 예쁘고 성격 또한 좋았다. 그래서 동원의 자랑스러운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어디를 가든 뜨거운 시선을 받았다.
“선배 뭐 하러 왔어?”
목진은 이곳에 당천아가 나타난 것에 조금 놀랐다. 지금은 천계 수련생들의 수련시간이 아니던가?
“난 널 응원하러 왔지.”
당천아는 웃으며 농담하듯 말했다.
“또 네가 처참하게 지면 내가 널 업어가야지.”
“그럼 고맙겠네.”
목진은 시시하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야 너 대체 왜 그래? 어제 류양이랑 부딪쳤다면서, 아마 너 괴롭히려고 작정했을 거야.”
“최선을 다해보지.”
목진이 웃었다. 연이어 말을 하려는 순간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고개를 들어 반대편을 바라보니 서원 좌석의 중앙에서 류양이 차가운 냉기를 뿜으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류양의 주변에는 모원, 설동 등의 사람들이 둘러쌓고 있었다. 그들도 도발적으로 냉소를 지으며 목진을 쳐다보았다.
목진과 류양이 멀리서 쳐다보며 눈싸움을 하는 순간, 마치 불꽃이 튀는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모두 양원에서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오늘의 핵심 경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서로 날카롭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오늘의 명승부는 이루어질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