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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2화 (12/1,000)

12화. 영동경 중기

검은 영력이 시냇물처럼 목진의 몸을 타고 올라오더니 오른팔에 응집되기 시작했고, 목진이 팔을 앞으로 내밀자 강렬하고 맹렬한 힘의 기가 파동을 쳤다. 그때 갑자기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내질렀다!

붕권(崩拳)!

목진의 팔에서 마치 긴 창 같은 영력이 쏟아져 나왔다. 짧은 거리에서 강한 힘이 폭발하자 마치 공기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

범급 하품의 공격 영결이지만 마치 큰 산처럼 느껴졌다. 영결에 영기를 담아 날리니 류양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두 줄기의 맹렬한 영기가 서로 부딪쳤다!

펑!

검붉은 두 개의 빛이 서로 부딪치면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기의 파도가 치는 것처럼 공중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두 개의 영력이 부딪친 곳을 쳐다봤다. 검붉은 색의 영기가 번쩍이면서 두 사람의 몸을 흔들자 그들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류양과 목진은 무대 위에서 대치했다. 한 사람은 매우 음침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물처럼 고요해 보였다.

이건, 승패가 나지 않은 것인가?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 쳐다봤다. 방금 맹렬한 영기가 부딪쳤는데도 여전히 승패가 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해했다.

그때 무대 위의 류양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리를 구부리더니 갑자기 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피를 뿜은 류양의 기세가 갑자기 주춤해지자 군중들 사이에서 갑자기 탄성이 터져 나왔다.

류양이 졌다!

창백한 얼굴의 류양과 침착한 표정의 목진을 본 군중들은 드디어 이번 시합의 결과를 알 수 있었다!

“목진이 이겼다!”

“목진은 멀쩡해!”

“하하, 우리 동원이 드디어 1등을 했다!”

동원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기쁜 표정을 지었고, 엄청난 환호성이 비무장을 울려 퍼졌지만 서원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류양이 졌으니 이번에는 정말로 서원이 동원에 진 것이다.

서원 지계의 모원, 설동 등 사람들은 시합 결과에 승복할 수 없어서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무대 위를 보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진은 정말로 대단했다. 분명 영동경 초기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설마 목진이…… 영동경의 중기에 진입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동원의 환호성을 들으며 목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힘을 주고 있던 몸에서 천천히 힘을 빼고는 어두운 표정의 류양에게 말했다.

“다시 싸울 필요 없지?”

류양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어두운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마치 비수처럼 자신의 심장을 찌르면서 자존심을 짓밟는 것 같았다. 류양의 입가가 떨리더니 눈동자에 흉악한 빛이 서리기 시작했다.

목진은 류양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미간에 서서히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 영로에서 1년간 잔인하고 혹독한 수련을 거쳤지만, 지금 이 순간보다 위험을 느끼지는 않았다.

“죽여 버리겠다!”

류양의 얼굴에 험악한 표정이 떠오르더니, 갑자기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붉은 영기가 주먹에 나타나더니 영기의 파동이 맹렬하게 폭발했다.

소 원장, 막사 등 세 사람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고 막사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류양, 뭐 하는 짓이냐?”

막사의 고함에도 냉정을 잃지 않던 목진이 갑자기 류양의 앞으로 한발 나오더니 검은 영기를 실어 매섭고 강한 장품을 바로 류양의 목을 노리고 날렸다.

“너!”

류양은 목진의 반응이 이렇게 빠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공격을 방어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차가운 두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류양은 목진의 살기를 느끼자 황급히 자신도 살기를 끌어올려 목진을 공격했다. 류양은 목진이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모습에 류양의 얼굴에 놀라운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고, 류양은 자신의 목숨까지 걸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이를 악물고 공격을 거두었다. 그리고 자신의 목을 방어했다.

흥!

목진의 손가락이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류양의 손바닥을 찔러 들어갔다. 순간 피가 뿜어져 나오면서 류양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류양의 손에 있던 영기의 붉은빛은 류양의 손을 벗어났다.

목진은 몸을 날려 붉은빛을 잡아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놨다.

“돌려주겠다!”

류양은 자신의 붉은빛을 목진에게 뺏긴 것을 보고 안색이 크게 변했다.

목진은 류양의 분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그때 갑자기 영기가 물결치더니, 화살처럼 목진을 향해 날아왔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목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재빨리 발끝을 세워 민첩하게 뛰어올라 열 걸음 정도 물러나며 공격을 피했다.

목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무대 위에 갑자기 나타난 사람을 보며 말했다.

“무슨 짓이냐?”

무대 위에 갑자기 나타난 이는 바로 류모백이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목진을 보며 손을 뻗었다.

“가지고 와라.”

목진은 고개를 숙여 손에 있는 붉은빛을 쳐다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걸 가져가다니, 역시 류역의 소주답구나.”

무대 위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류모백을 보며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야?

목진은 류모백의 얼굴은 보지 않고, 단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붉은빛이 사라지자 용의 눈알 크기만 한 붉은 구슬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슬 표면에는 뜻을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빽빽하게 쓰여 있었고, 강한 영력이 조류처럼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파영주(破灵珠)…….”

목진이 긴 손가락으로 붉은 구슬을 만지면서 담담하게 웃었지만 미소는 차가웠다. 이런 종류의 파영주는 수련할 때 쓰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강한 영기(灵器)를 파괴하는 것으로, 실력이 어느 정도 도달한 강자가 영력을 축소해 이런 작은 구슬에 담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강한 영력을 공격할 때 사용했다.

파영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영금(灵金)의 특별한 금속이 필요했다. 이런 종류의 금속은 매우 비쌌고, 정교함과 세심한 제어가 있어야 만들 수 있었다. 게다가 실패할 확률이 높기에 매우 귀했다.

눈앞에 있는 구슬이 지닌 영력을 보니, 영륜경의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도 구슬의 공격을 받으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류양은 목진을 죽이려고 한 것이다.

“돌려줘!”

류양은 정신을 차리고 창백한 얼굴로 황급히 외쳤고, 그는 이런 행위가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벌을 받는다면 절대 가볍지 않을 것이었다.

“큰형, 물건을 뺏어 와야 해요. 목진에게 증거를 남기면 안 됩니다!”

류양의 목소리에 류모백의 눈빛이 번쩍였다. 그들은 신분이 낮지 않기 때문에 목진의 손에 증거가 없으면 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네가 다시 함부로 움직이면, 이 파영주는 너의 몸에서 폭발할 것이다.”

류양이 움직이려고 하자 목진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 사이에 구슬을 끼우고 웃으며 말했다.

“이 일은 류양이 경솔했다. 파영주를 류양에게 돌려준다면, 류양이 너에게 빚을 진 것이니 너에게 나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냐?”

류모백이 미간을 찌푸린 채 목진을 향해 천천히 말했다. 목진은 동의하지 않는 듯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그때 막사가 무대 위의 세 사람을 쳐다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외쳤다.

류양은 막사가 나타나자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목진을 위협하듯 노려보며 입을 다물라는 암시를 줬다.

하지만 류양의 이런 위협에도 목진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막사를 향해 손을 들었다.

막사는 목진 손에 있는 파영주를 보더니 빠르게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류양에게 시선을 돌려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감히 시합에서 파영주를 사용한 것이냐?”

“파영주?”

파영주라는 단어에 학생들은 순식간에 왁자지껄 떠들었다.

“정말 창피한 줄도 모르고 파영주를 사용하다니!”

“북령경 역의 소주답게 많은 돈을 썼군. 하하하.”

“…….”

사람들의 화난 목소리와 조롱을 듣고, 류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번에는 정말로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체면까지 구기게 된 것이다.

소 원장과 서원의 석사가 다가오자, 막사가 가까이 다가가 상황을 설명했다. 군중들은 소 원장의 얼굴이 딱딱해지는 것을 보았다.

“원장님, 이 일은 류양이 일시적인 충동으로 저지른 것입니다.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았으니 정상을 참작해 주십시오.”

류모백이 상황을 보고 황급히 말했다.

“류 선배의 말은 내가 저 파영주에 당해 중상을 입었어야지 정상이라는 겁니까?”

목진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류모백이 차가운 눈으로 목진을 보며 말했다.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어떻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북령원에는 북령원의 규율이 있으니 이런 일은 규율에 따라 처리해야 합니다.”

목진이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류모백의 눈빛에 차가운 빛이 스치면서 입을 열려고 할 때, 소 원장이 손을 저으며 류모백의 행동을 저지했다. 소 원장은 막사, 석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소?”

“규율대로라면, 류양의 천계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취소해야 합니다.”

막사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류양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천계에 들어가지 못하면 오대원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도 사라진다. 류양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벌이 너무 무거운 거 아닌가요? 우리 북령원에서 오대원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극히 적습…….”

석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게다가 류양의 부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북령원이 그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령경 제일 큰 역과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조금 귀찮아질 수도 있습니다.”

“목진의 부친도 목역의 주인입니다. 이 일은 그대로 넘기면 목역도 화를 참지 못할 겁니다.”

막사가 말했다.

소 원장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만약 보통의 학생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골치가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북령경 역주의 아들이었다. 누구라도 편애하면 좋지 않다.

“허허, 목진아.”

소 원장이 갑자기 옆에 있던 목진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지금 이 일에 대해 너는…….”

목진은 소 원장의 미소를 보고, 속으로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았다.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원장님, 이 일은 류양이 경솔했습니다. 저도 아무 상처도 입지 않았으니 정상을 참작하셔서…….”

목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류양까지도 의외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목진이 이렇게 쉽게 자신을 용서할 줄은 예상 못 한 것 같았다.

그러나 목진의 미소를 보고 류양의 마음이 차가워졌다. 목진은 평상시에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처럼 굴지만, 사실 매우 독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류양은 조금 전에 자신의 손에서 파영주를 뺏어갔을 때의 수법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류양이 규율을 위반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렇게 하지요. 이 파영주는 돌려주지 않겠습니다. 류양의 사죄 선물로 받겠습니다. 그럼 저도 이 일을 더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목진은 소 원장과 사람들이 곤란해하자 이 일을 계속 물고 늘어져도 아무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냥 자신의 이득이나 챙기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고, 소 원장에게 인정을 베풀기로 한 것이다.

“너!”

류양은 목진이 자신의 파영주를 거저먹으려는 것을 보고 목진을 노려봤다. 파영주는 류양의 부친이 직접 제작해 목숨을 보호하는 데 쓰라고 준 것이라 매우 비싼 것이었다.

“싫은 것이냐? 그럼 규율대로 벌을 받아라.”

목진이 류양을 흘낏 보며 마치 자신도 더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류양은 분했지만 이를 악물고 화를 삼켰다. 파영주가 비록 비싸긴 하지만 오대원과 비교하면 별것 아니었다.

“하하, 네가 그 파영주가 마음에 든다면, 그럼 선물로 주겠다.”

류모백의 심계는 역시 류양보다 더 깊었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목진을 보다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목진이 웃으며 류모백을 흘낏 쳐다봤다.

비록 류모백이 감정을 잘 감추고 있었지만 여전히 눈에는 어두운 빛이 가득했다. 류모백과 류양을 비교하면 류모백이 훨씬 귀찮은 존재였다.

“목진이 더는 따지지 않겠다면 그렇게 정합시다. 그러나 류양, 앞으로 다시 이런 짓을 하면 네 부친이 누구든, 북령원은 규율대로 처리할 것이다!”

소 원장은 분쟁이 해결되자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하게 돼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목진에게 호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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