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13화 (13/1,000)

13화. 천계

소 원장의 엄격한 당부에 류양의 얼굴이 빨개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북령원이 비록 북령경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지만, 북령원은 자신들의 류역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류모백이 미소를 지은 후, 목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맙다, 목진. 음, 앞으로 너는 천계의 학생이다. 나는 너에게 흥미가 있으니 앞으로 기회가 되면 많은 교류를 나누자.”

류모백의 잘생긴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단지 그의 눈빛은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차가웠지만 소수만이 그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류 선배, 말씀만으로도 감사하군요.”

그 말에 목진은 류모백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했다. 그러나 눈빛은 평상시처럼 담담했다.

류모백은 확실히 뛰어난 사람이었다. 게다가 참을성도 있었다. 단지 영로에서 만난 무리와 비교할 때 약간의 수준 차이가 났을 뿐이다.

무대 위에서 둘 다 웃고 있었지만, 민감한 사람들은 그들이 서로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며 대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목진은…… 정말 대단하구나. 류 형을 보면서도 절대로 양보하지 않다니 말이야.”

멀리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서원 천계 선배들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목진의 실력이 어떻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류모백 앞에서 보여준 기백만으로도 그들은 혀를 내둘렀다.

“앞으로 우리 북령원 천계에 목진이 들어오면 시끄러워질…….”

홍비단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며 류모백 앞에 서 있는 소년을 쳐다봤다. 소년의 큰 키와 잘생긴 얼굴을 보며 몇 년 전에 보았던 소년과는 아주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런 격차에 홍비단은 아련함을 느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목진은 이미 뛰어난 인재가 되어 있었다.

류양의 일이 해결되자 소 원장은 이번 시합의 결과를 선포했다. 당연히 동원에서 회오리바람을 몰고 온 목진과 류양, 담청산 등 영동경 지계의 학생이 천계로 승급했다.

목진은 시합이 끝나자 허리에 손을 올렸다.

‘오대원에 점점 더 다가가는구나. 영로에서 갚지 못한 은원을 오대원에 가서 해결하자.’

목진이 고개를 들고 파란 하늘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희현(姬玄)…… 이번에는 우리 한번 잘 싸워보자.’

비무 시합은 막을 내렸지만 비무장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아마 며칠 동안은 북령원의 사람들은 모두 이 뜨거웠던 시합에 관해 떠들 것이다.

목진은 이 일을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다. 만약 영로의 일이 아니었다면, 많은 이들이 목진을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 목진과 류양의 시합을 보기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은 목진을 좋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의외의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자신들이 깔봤던 목진이 강한 류양을 이겨 1등을 하고 성공적으로 천계에 올라갔다. 게다가 모두 영동경 중기의 실력을 보았으니 북령원 천계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받을 것이다.

이런 결과에 사람들은 경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야 사람들은 목진이 어떻게 영로의 자격을 얻게 됐는지 믿게 되었다.

* * *

북령원에서 천계는 우수한 학생들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다. 천계로 승급하려면 첫 번째 영동경에 들어가야 한다. 그 말은 천계에서 가장 약한 학생도 영동경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모두 천계의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왜냐하면 ‘오대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발판이기 때문이었다. 오직 천계에 들어가야지만 ‘오대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오대원’의 선발은 매우 엄격하고 조건도 까다로웠다. 18세를 넘으면 안 되고, 영륜경에 도달해야 한다는 조건 하나만 가지고도 무수한 학생들이 뒷걸음질을 쳤다.

북령원의 천계에서 이런 조건에 도달한 학생은 아마도 다섯 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만 봐도 오대원에 들어가려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조건이 아무리 엄격해도 여전히 우수하고 천부적인 자질을 가진 소년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북령원이 매우 넓었지만 오대원의 눈에는 개미만도 못했다. 북령원의 역의 주인이라도 잘해봤자 신백경의 실력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실력은 오대원에서 스승 정도의 실력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오대원’에서는 지존 급별의 강자가 존재한다. 그런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야말로 천지를 엎을 수 있는 대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진 같이 천부적인 자질을 가진 소년은 두각을 나타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스승도 없이 홀로 수련하면 큰 그릇이 되기 힘들다. 아무리 좋은 옥도 장인이 정교하게 조각해야지만 비로소 눈부시게 빛날 수 있다. 이런 수준 높은 수련을 북령원도 줄 수 없고, 목진의 부친도 줄 수 없다.

아버지 목봉의 말씀대로라면 아마도 목진의 어머니는 목진에게 이런 가르침을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래서 오대원은 강한 사람으로 변하는 길 위에 있는 넘어야 할 산과 같다.

* * *

“이봐, 너희 둘 빨리해. 오늘은 천계에서의 첫 번째 수련인데 왜 아직도 꾸물거리고 있어?”

북령원의 작은 길 위에서 당천아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뒤에 있는 두 소년을 꾸짖었다.

목진은 당천아의 날씬한 몸을 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뭐가 그렇게 급해…… 아직 시간이 있잖아?”

“멍청아, 너처럼 이렇게 늑장을 부리면 수련장의 좋은 자리는 모두 찬다 말이야.”

당천아가 목진을 째려보며 말했다.

목진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젓자, 담청산이 옆에서 말했다.

“목진, 당천아 선배의 말대로 빨리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

담청산은 당천아의 밝게 빛나는 얼굴을 보면서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 목진은 담청산의 얼굴이 빨개지자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너 천아 누나를 좋아하는 거야?”

담청산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지더니, 심지어 이마에 땀까지 맺히기 시작했다.

펑!

목진이 다시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당천아가 화를 내며 다가오더니, 긴 다리를 들고 매섭게 목진의 무릎을 찼다.

“다시 맞고 싶으면 또 헛소리해 봐.”

당천아가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무릎에서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자 목진이 입을 삐죽거렸다. 그러나 당천아의 화난 얼굴을 보고 어색하게 기침하더니 황급히 말했다.

“빨리 수련장으로 가자.”

당천아가 콧방귀를 뀌며 다시 앞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이제 천계에 왔으니 앞으로 많은 것을 주의해야 해. 천계에는 정말 못된 놈들이 많거든. 비록 너의 부친이 목역의 주인이지만 북령원에서는 네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거야.”

“천아 누님, 내가 아버지의 신분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힐 것 같아?”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당천아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떡였다. 북령원에서 목진은 아버지의 신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고, 그의 모든 명성은 모두 자신의 실력으로 얻은 것이었다.

“알면 됐어…….”

당천아가 말했다.

“그리고 천계에 있는 교활한 놈들, 너도 알겠지만 절대로 건드리지 마라. 그들은 자격이 없기 때문에 더 귀찮으니까.”

목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목진은 당천아가 말하는 교활한 놈들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오대원에 들어갈 자격은 없지만 여전히 북령원의 학생 자격을 가진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은 이미 18살이 넘은 데다 여전히 영륜경에 들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오대원에 들어갈 자격이 없었다. 목표를 잃은 무리는 할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들은 북령원의 규율도 무시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나는 누굴 건드리는 걸 싫어해.”

목진이 고개를 저었다.

많은 말을 하진 않았지만 당천아는 그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목진의 말은 먼저 누굴 건드리지는 않지만, 누가 자신을 건드리면 가만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었다. 성격이 좋아 보이는 소년이라도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안심해. 내가 너를 보호해줄게. 나는 아직 동원 천계에서 누굴 두려워한 적이 없으니까.”

당천아가 웃자 그 아름다움에 마음이 흔들었다.

옆에 있던 담청산은 친숙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끼어들 수가 없어 그냥 조용히 뒤를 따라갔다.

세 사람은 북령원 동쪽으로 1각 정도 갔을 때, 비로소 거대한 대전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대전 안으로 학생들이 황급히 들어가고 있었다.

목진은 생각보다 거대한 대전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곳에서 천지 영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영기가 끊이지 않고 대전으로 모이고 있었다. 게다가 다른 곳의 영기보다 훨씬 더 짙었다.

“이건…… 취영진(聚灵阵)이지?”

목진이 물어보자 당천아가 고개를 끄떡이며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이 수련전은 북령원의 중심지야. 오직 천계의 학생만 들어올 자격이 있지. 수련전 내에는 북령원이 매우 큰 금액을 지불하고 오대원의 영진사를 초대해서 3급 취영진을 만들었어. 이건 우리 북령경의 유일한 3급 취영진이야.”

“3급 취영진.”

목진이 감탄했다. 취영진은 수련에 도움을 주는 영진으로 가격이 매우 비싸 이런 등급의 영진은 목역에서도 설치하지 못했다.

진귀한 재료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영진사(灵阵师)를 초대하는 것도 어려웠다. 오대원의 영진사를 초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인맥이 훌륭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대원 중에 6급 혹은 상급의 취영진에서 수련하면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를 보인다고 해.”

당천아가 동경하는 말투로 말했다. 3급 취영진만으로도 대단한데 전설 속에 나오는 6급 취영진은 얼마나 대단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오대원에 들어가면 저절로 알게 되겠지. 들어가자.”

목진이 웃으며 먼저 북령원에서 가장 진귀한 대전으로 들어갔다.

문지기가 지키고 있는 거대한 대문을 지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광장이었다. 광장에는 거대한 기둥들이 세워져 있었고, 기둥 위에는 복잡한 모양의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바깥세상의 영기가 모여 밝게 빛나고 있었다.

“후.”

목진이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가 대전의 짙은 영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그는 감탄하며 역시 3급의 취영진답다고 생각했다.

“수련 시간이 다 됐어. 빨리 들어가자. 영진의 중앙에 가까워지면 영기가 더 짙어질 거야. 그러니 우리는 반드시 좋은 자리를 잡아야 해.”

당천아가 목진과 담청산을 끌고 빠른 걸음으로 수련장 내로 들어갔다.

수련장 내에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당천아는 동원 천계에서 명성이 매우 높았기에 그녀의 행동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저놈은 누군데, 당천아와 저렇게 친한 거야?”

“하하, 너는 쟤가 누군지도 모르는 거야? 쟤가 바로 목진이야. 며칠 전 시합에서 류양을 이기고 지계에서 1등을 해 천계로 승급했어. 듣자 하니 목진은 이미 영동경 중기에 도달했데.”

“영동경 중기? 대단한걸. 그런 실력이면 우리 천계에서도 성적이 높아…….”

“실력이 좋아. 그러나 천계에서 제멋대로 구는 놈들에는 부족하지. 이곳에 당천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강립(姜立), 등용(藤勇) 등도 영동경 중기의 실력을 지녔으니까. 목진이 저렇게 굴면 귀찮은 일이 생길 거야.”

“…….”

사람들은 말을 하면서 다른 쪽을 쳐다봤다. 그곳에도 사람들이 앉아 있었지만 그들은 어두운 시선으로 당천아가 잡아당기고 있는 목진에게 닿아 있었다.

목진은 당천아에게 끌러가면서도 주변을 돌아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보아하니 당천아의 인기를 제대로 알지 못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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