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14화 (14/1,000)

14화. 3급 취영진

“여기 앉자.”

당천아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진을 끌고 바로 대전 안으로 들어가 황금색 기둥 가까이에서 멈췄다. 기둥 오른쪽 옆에는 3개의 방석이 놓여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목진은 금색의 기둥에 시선을 멈추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금색 기둥에서 짙은 영기가 뿜어져 나왔는데, 이건 분명 3급 취영진 중에서도 흔하지 않은 취영주(聚灵柱)였다. 취영주 가까이에서 수련하면 더욱 쉽게 수련할 수 있다.

“이 취영주는 취영석으로 만든 것이 분명해. 역시 3급 취영진답구나.”

취영석은 수련에 도움을 주는 재료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쌌다. 게다가 눈앞에 있는 취영주는 몸통 전체가 취영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격도 상당할 것이 분명했다. 이러니 사람들이 취영진을 재력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당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은 후, 손을 뻗으며 살짝 가슴을 펴자 옷이 팽팽해졌다. 그 모습에 대전의 많은 이들이 몰래 당천아를 훔쳐봤다.

“청산, 너도 이곳에서 수련해라.”

목진은 자리에 앉으며 담청산을 보고 웃었다. 그는 이 자리가 매우 좋은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목진이 자리에 앉자 주변의 영기가 점점 더 짙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참지 못하고 즉시 대부도결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영기를 끊임없이 체내로 흘려보내 천천히 검은 영력을 모았다. 몸 안의 영기가 점점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기의 도움을 받자, 목진은 체내의 영력이 빠르게 향상되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수련할 때보다 몇 배는 더 빨랐다.

이에 목진은 속으로 매우 기뻐하며,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 수련을 이어나갔다.

옆에 있던 당천아는 목진이 수련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 입을 삐죽거렸다. 그리고 자신도 눈을 감고 수련을 시작했다.

그러나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그들의 수련은 오래가지 못했다. 목진이 먼저 눈을 뜨고 담청산을 쳐다봤다. 담청산이 창백한 얼굴로 두 주먹을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분명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담청산 앞에는 자신들보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소년이 있었다. 그들은 미소를 짓고 담청산을 보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

목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두 명의 소년에게 차갑게 말했다. 소년들은 목진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다가 그중 한 명이 담담하게 웃으며 목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가 목진이지? 네 이름은 이미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강립, 애는 등용이라고 한다.”

목진은 강립이 내민 손을 보고도 악수를 하지 않았다. 그들의 눈빛에서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지?”

목진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강립과 등용은 어색해졌다. 그들은 담청산을 가리키고 웃으며 말했다.

“별일 아니야. 단지 저 애와 자리를 바꾸고 싶다.”

“안 바꿀 거니까, 다음에는 일찍 와서 자리를 잡아라.”

목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강립, 너희들 뭐 하는 거야!”

이때 당천아가 의식을 회복하고 말했다. 당천아는 눈앞의 상황을 보고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화난 눈빛으로 날카롭게 말했다.

강립이 어깨를 으쓱했다.

“천아, 너도 알겠지만 수련장에는 규칙이 있어. 이 자리는 새로운 학생들은 앉지 못해. 나도 이들이 다른 사람들의 미움을 받을까 봐 이러는 거야.”

강립은 말을 하면서 목진을 흘낏 쳐다봤다. 그들은 비록 목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가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목진의 실력뿐만 아니라 대단한 집안 환경까지. 그래서 바로 목진을 귀찮게 하지 않고 옆에 있는 담청산을 건드린 것이었다.

담청산을 건드려서 넌지시 목진을 자극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너!”

당천아가 화난 눈빛으로 뭐라고 하려고 할 때, 목진이 그녀를 막았다.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강립, 등용 두 사람을 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나도 이 자리는 실력 있는 사람만이 앉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나는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담청산은 내 친구니까 그도 이곳에 앉을 자격이 있어. 만약 그래도 할 말이 있다거나 내 앞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면 기꺼이 응해주지.”

목진 일행의 이런 행동은 많은 이들의 주의를 끌었다. 목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새로운 놈이 대단한걸.

강립 등은 사람들이 떠들기 시작하자 자신들의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온화한 성격의 목진이 이렇게 고집이 셀 줄은 몰랐다. 강립 등은 목진을 노려봤지만, 감히 목진에게 욕을 할 수는 없었다.

그들도 이미 목진과 류양의 시합에 대해 전해 들었다. 자신들은 영맥을 갖고 있는 류양에게 도전하지 못하는데 그런 류양을 목진이 이긴 것이다. 그러니 자신들이 목진을 이길 승산이 얼마나 될지는 짐작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하, 역시 목역의 소주답게 매우 호기롭구나.”

강립과 등용이 난처함을 느끼고 있을 때, 뒤에서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강립과 등용이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더니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나 형님!”

그들의 기뻐하는 목소리에 목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누군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는 깊은 눈에 입술이 얇은 것이 차가운 인상을 줬다.

“나통(罗统)?”

목진은 낯설지 않은 얼굴에 눈을 추켜올렸다. 나통의 부친도 북령경의 역주였다. 그는 작년에 이미 18세가 되어 지금은 영동경 후기의 실력에 멈춰있었다. 그는 이미 오대원에 들어갈 자격을 잃었다.

게다가 아까 당천아가 말한 건드리면 귀찮은 녀석 중의 한 명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목진, 정말 오랜만이다.”

나통이 목진 앞으로 다가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호감의 미소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안지 오래됐지만, 서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목진이 나통을 흘낏 쳐다보며 말했다.

“너도 내 앞에서 위세를 부리려고 온 것이냐?”

“내가 어떻게 감히. 너는 영로의 자격을 얻은 천재가 아니냐.”

나통은 조롱하듯이 과장된 말투로 말했다. 당시 나통은 목진이 영로의 자격을 얻었다는 말을 듣고 질투심에 화를 참지 못했다. 게다가 자신은 이미 18세가 넘었고, 여전히 영륜경에 이르지 못했다.

자신은 오대원에 들어갈 수 있는 꿈이 꺾였는데, 목진은 천부적인 재능으로 오대원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속에서 열불이 나는 듯했다.

목진은 나통 같은 질투심 많은 불쌍한 놈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나통과 류모백을 비교하면 나통은 확실히 별것 아니었다.

“이 자리에서 비켜라.”

나통은 목진이 자신을 별것 아닌 사람 취급을 하자 목진에 대한 분노가 더 깊어졌다. 그러나 바로 목진을 도발하지 않고, 담청산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실력이나 가정환경만 보더라도 나통은 담청산보다 자신이 낫다고 생각했다.

“나통, 지나치게 행동하지 마라.”

목진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왜? 나와 싸우고 싶은 거냐?”

나통은 영동경 후기의 실력을 지녔기 때문에 목진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목진의 분노를 자극해서 이 기회에 목진을 손봐 줄 생각이었다.

목진은 깊고 검은 눈동자로 나통을 쳐다봤다. 어쩐 일인지 나통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목진의 검은 눈동자에 기세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나통이 아무리 질투해도 목진이 영로의 자격을 얻었던 것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마지막에 목진이 영로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아마 자신은 지금처럼 목진 앞에서 큰소리치지 못했을 것이다.

나통은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목진에게 무슨 일이 있었든 지금은 영동경 중기의 실력을 지닌 놈이기 때문에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통, 뭐 하는 거냐?”

나통의 말에 목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멀지 않은 곳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니, 건장한 체력의 사내가 나통 앞으로 다가오며 소리쳤다.

“묵령(墨岭), 쓸데없이 참견하지 마.”

나통이 건장한 체력의 소년을 보고, 인상을 쓰며 말했다.

묵령은 북령원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는 서원 천계의 류모백이 영동경 후기에 이른 후, 반년 만에 영륜경을 돌파했을때 묵령도 오대원에 들어갈 자격을 얻었으니 북령원에서 배출한 중요한 사람이었다.

“이제 곧 수업이 시작될 거야. 그러니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마라. 막사께서 보시면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묵령도 나통을 싫어하는 듯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 말에 나통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묵령이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를 악물었다.

그때 누군가가 수련장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학생들은 그를 보자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대전으로 들어온 사람은 막사였다.

나통은 막사가 나타나자, 더는 분쟁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그는 목진에게 주먹을 들어 보인 후 몸을 돌려 자리로 돌아갔다.

“너희들 괜찮아? 저놈은 정말 싫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다.”

묵령은 나통이 떠나자 목진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별일 아니야. 북령경에서 유일하게 영로의 자격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하하. 앞으로 나도 분발해야겠네.”

묵령은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 목진도 묵령의 뒷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건장한 그의 모습에서 호감을 느낀 것이다.

“목진, 고맙다.”

“우리는 함께 왔으니 당연히 서로 돌봐줘야 해. 저런 놈은 신경 쓰지 마라. 너는 앞으로 저들보다 더 강해질 거야.”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담청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막사는 천천히 수련장의 중앙에 도착해 손을 휘둘러 빛을 기둥으로 쏘았다. 그러자 수련장의 영기가 점점 더 짙어지기 시작했다. 취동진을 가동한 것이다.

목진은 짙은 영기를 느끼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눈을 감은 채 다시 수련 상태로 돌아갔다. 영기를 체내로 흡수하면서 수련에 집중했다.

수련 시간은 유수처럼 흘러 반나절이 지나갔다.

목진이 마지막으로 기해에 영력을 흡수하고 수련을 마치려고 할 때, 몸이 갑자기 맹렬히 떨리더니 알 수 없는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기해에 천천히 퍼져나갔다.

갑자기 든 기묘한 느낌에 목진의 몸이 딱딱해졌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기쁨의 감정이 치솟았다.

‘대부도결의 기초가 쌓이고 있는 것인가?’

목진은 이렇게 갑자기 새로운 진전을 이루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원래 대부도결의 기초를 쌓기 위해서는 최소 열흘 정도 걸릴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곧 평정심을 되찾고 계속해서 기묘한 감각을 느끼는 데 집중했다.

기해에서 검은 영력이 솟구쳐 올라왔다. 목진은 영력의 웅장함을 느끼는 동시에 속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마치 폭발하는 듯한 강렬한 흡입력을 느꼈다.

이어 천지 영기는 만족할 줄 모르고 계속해서 체내로 흡수되었다. 마지막에 대부도결에 연화되면서 검은 영력이 기해로 쏟아지듯 들어갔다.

그리고 기해 내에 영력이 증가하자 매우 편안한 느낌이 목진의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렇게 목진은 영결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수련장에서 갑자기 맹렬한 기가 요동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사람들 모두 느꼈다. 한 줄기 강한 흡입력이 목진의 몸에서 폭발하더니 수련장의 짙은 영기를 약탈하듯 뺏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즉시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 사람들은 놀란 눈빛으로 수련장을 둘러보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목진에게 시선이 고정됐다.

“어떻게 된 거야?”

“목진이 하는 짓이야.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매우 강한 흡입력이야. 천기 영기를 저렇게 무지막지하게 흡수하다니 터져 죽는 게 무섭지도 않나?”

“…….”

수련장이 시끌벅적해졌다. 사람들은 분명 이런 현상을 처음 본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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