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훈련장의 풍파
차가운 달빛이 조용한 방안을 비추자, 방 안에 조용히 앉아 있는 소년이 보였다. 깊고 검은 눈동자는 손에 있는 붉은 옥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목진은 한참을 쳐다보더니 책을 이마 사이에 가볍게 대었다. 영력을 가볍게 움직이자, 붉은색의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옥간에서 붉은빛이 번쩍이자 대량의 정보가 옥간에서 쏟아져 나왔고, 마지막에는 목진의 기해로 흡수되어 들어갔다.
목진이 두 눈을 감고 삼라사인의 수련을 시작했다. 한참 동안 수련에 집중하던 목진이 천천히 눈을 뜨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검은 눈동자는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듯했다.
삼라사인은 악명이 자자했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수련법을 반복해서 익힌 후, 그제야 수련을 시작했다.
목진은 두 손을 맞대고 손가락 끝으로 기묘한 인결(印结)을 만들어 냈다. 정신을 집중하자 체내에서 검은빛이 쏟아져 나왔고, 검은 영력은 운무처럼 손바닥을 감쌌다.
검은 영력이 뱀처럼 목진의 인결에 변화를 주면서 끊임없이 손바닥에서 움직였다. 잠시 후, 마치 거대한 검은 광인(光印)이 만들어졌다.
쨍-
그러나 이런 광인을 응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세한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검은 영력이 자잘하게 부서졌다.
첫 번째 실패였지만 목진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만약 삼라사인을 이렇게 쉽게 성공했다면 목진이 흥미를 느끼지도 않았을 것이다.
목진은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 수련을 시작했다.
쨍.
실패.
쨍.
다시 실패.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지만, 목진은 전혀 피로를 느끼지 못하고 계속해서 수련을 이어나갔다. 처음 두 손에서 인을 응집할 때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계속하다 보니 영력을 응집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두 손에서 검은 한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천천히 일렁이기 시작했다.
목진은 응집되고 있는 검은 광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최대한 정신을 집중했다. 그는 이미 너무 많은 실패를 했다고 생각했다. 이에 손가락 끝을 구부려 영력을 검은 광인에 계속 주입했다.
윙!
그때 검은 광인이 갑자기 떨리더니, 윙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흑망을 거두고 광인을 천천히 자신의 손바닥에 새겼다.
광인이 목진의 손바닥에 새겨질 때, 목진의 몸이 갑자기 팽팽하게 긴장됐다. 그리고 이어서 가장 위험한 단계에 들어섰다. 바로 예전 두 명의 선배가 수련하다가 경맥이 끊어진 그 단계였다.
쾅!
광인이 손바닥에 새겨지자 목진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한 줄기 맹렬한 파동이 안에서 폭발하더니 손바닥 경맥을 타고 맹렬하게 솟구쳐 들어왔다.
이런 느낌은 마치 경맥을 타고 모든 것을 부술 것 같이 격렬했다.
“윙!”
그러나 목진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해에서 검은 영력을 끌어 올렸다. 영력은 엄청난 소리를 내고 요동치면서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목진의 체내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삼라사인’의 파동이었다. 삼라사인은 야수처럼 폭발하면서 검은 영력을 수차례 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대부도결의 검은 영력은 삼라사인이 상상했던 것처럼 쉽게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섭게 폭발하는 공격에 맞서 검은 영력도 강한 힘을 드러내며 강력하게 맞서며, 여러 차례 공격을 막아냈다.
쾅쾅.
계속되는 충격에 목진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지만, 만약 이걸 막아내지 못한다면 그도 크게 중상을 입을 것이다.
목진은 기해의 영력을 몇 번이나 끌어올려 최선을 다해 방어했다. 이런 충돌은 1각 정도 지속된 후에야 드디어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목진은 몸 안의 충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끼고 긴장했던 몸에서 서서히 힘을 뺐다. 땀이 흘러 옷깃은 젖어 있었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몸은 매우 피로했지만, 목진은 눈에는 만족감과 흥분의 빛이 어렸다. 그가 떨리는 오른손을 쳐다보자 그곳에 검은 흑인의 문양이 새겨진 것이 보였다.
“성공한 건가?”
목진은 손바닥에 새겨진 흑인의 문양을 보면서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다가 나중에는 입꼬리를 올리며 활짝 웃었다.
* * *
북령원, 훈련장.
학생들은 비 오듯이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도 목소리에는 활력이 넘쳤고, 기합 소리가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목진은 큰 나무 그늘에서 느긋하게 기댄 채, 나른한 눈빛으로 훈련장의 열기를 느끼고 있었다. 목진은 훈련장의 모습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봐, 성적이 조금 괜찮다고 이렇게 게으름을 피워도 되는 거야?”
날씬한 그림자가 목진의 시야를 가리며 다가왔다. 목진은 당천아의 날씬한 몸매를 쳐다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살구색의 치마를 입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서 있었다.
목진은 아름다운 당천아의 얼굴의 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게으름을 피우는 게 아니라, 이런 수련은 나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어.”
영로에서 목진은 얼마나 많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는지 모른다. 그곳에서는 영력을 전혀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의 지혜를 이용해서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만약 잠시라도 방심하게 되면 도태해 잔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고, 안전 구역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그곳과 비교하면 북령원 학생들 간의 이런 훈련은 목진에게는 확실히 아무 소용이 없었다.
“흥, 말은 잘하는구나.”
당천아가 콧방귀를 뀌며 참지 못하고 목진의 잘생긴 얼굴을 쳐다보았다. 따뜻한 느낌의 검은 눈동자를 보자 다른 아이가 지니지 않은 여유와 침착함이 느껴졌다.
당천아가 목진의 옆에 앉아 기다란 손가락으로 머리를 만지자 머리카락이 폭포처럼 얼굴에 흘러내렸다. 그 모습이 훈련장에 있는 학생들의 시선을 끌며 당천아가 목진에게 정말 잘해준다고 생각했다.
“맞다. 삼라사인의 훈련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아무 문제 없어?”
당천아가 고개를 돌려 눈살을 찡그리며 물었다.
목진이 웃으며 당천아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목진의 손바닥에 흑인이 새겨져 있었고 한기가 느껴졌다.
“성공한 거야?”
당천아의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녀는 놀란 표정을 참지 못하고 목진의 손을 움켜잡고, 손바닥의 흑인을 뚫어지게 살펴봤다. 흑인을 만지자 손가락에 한기가 느껴지며 당천아의 날씬한 몸이 살짝 떨렸다.
“아직 초보 단계만 성공한 거야. 계속해서 영력을 양성해야 해.”
목진이 고개를 저은 후, 바로 시선을 돌렸다. 주변 학생들의 눈빛이 뜨거워진 것을 느끼고는 가볍게 기침하며 말했다.
“누나가 이러면 나는 많은 사람들의 원수가 될 거야.”
당천아가 그 말뜻을 알아듣고 얼굴이 순간 빨개지더니, 황급히 목진의 손을 놓았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나통 역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 당천아는 동원의 꽃이었고, 나통도 당천아를 좋아했다. 나통의 부친은 예전부터 만약 그가 북령원 역주의 딸인 당천아를 좋아하고, 나역과 당역이 서로 손을 잡을 수만 있으면 실력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통의 꿈은 원대했지만, 그의 부친 생각대로 당천아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천아는 나통에게 냉담하게 굴었기 때문에 나통은 매우 분노했다. 게다가 지금 이렇게 목진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보니 질투심에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나 형, 저놈이 정말 제멋대로 구는데.”
강립, 등용 두 사람이 나통의 옆으로 다가와 질투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보며 투덜거렸다.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들은 목진이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었기에 감히 그에게 다가가 트집을 잡지 못했다.
“이제 막 천계에 들어온 학생 주제에 감히 내 앞에서 잘난 척을 하다니.”
나통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곧이어 눈을 빛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땀을 흘리며 훈련하고 있는 담청산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강립, 너는 담청산에게 함께 훈련하자고 해라. 새로운 학생을 잘 돌봐줘야 한다는 걸 잊지 마.”
그 말에 강립이 망설이며 말했다.
“담청산과 목진의 사이가 매우 좋은데, 만약 내가 담청산을 귀찮게 하면 아마 목진이…….”
“내가 있는데 뭐가 무서워?”
나통이 눈살을 찌푸렸다.
강립은 나통의 불만 가득한 얼굴을 보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담청산에게 다가갔다.
담청산은 강립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전히 권법을 수련했다.
“담청산, 나와 훈련하자. 그럼 수련 속도가 빨라 질 거야. 내가 선배이니 새로 온 후배를 잘 돌봐주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
강립이 담청산에게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주변에 있던 학생들은 곧 강립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러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나통의 눈빛을 보고 감히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저놈은 정말 사람을 괴롭히는 것밖에 모르는구나.”
당천아가 상황을 지켜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목진에게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
“왜 그래?”
당천아가 목진을 쳐다봤다. 나통 패거리가 담청산을 괴롭히는 것은 분명 목진에게 보여주고 그를 불러내기 위함이었다.
“담청산은 비록 과묵하지만 강한 성격을 가졌어. 어떨 때는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 남자의 자존심을 우습게 생각하지 마.”
목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선배가 새로운 학생들을 괴롭히는 것은 어디에나 있어. 만약 내가 나서서 담청산을 도와준다면 당장은 벗어날 수 있지만, 그가 원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어.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 일 때문에 나와 담청산의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야. 담청산이 이런 종류의 일을 피하고 싶으면 자신의 능력으로 그들에게 자신이 쉽게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해.”
“담청산은 강립의 적수가 안 돼.”
“반드시 상대방을 쓰러트린다고 승리하는 것은 아니야.”
당천아의 걱정에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단지 사람들에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알려주면 돼. 누가 자신을 건드리면 폭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물론 그렇게 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당천아가 잠시 생각하더니 목진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으로는 불평을 멈추지 않았다.
“흥, 나보다 어리면서 마치 늙은이처럼 말하는구나.”
목진이 웃으며 담청산을 쳐다봤다. 담청산은 두 주먹을 쥐었다 풀었다 하면서 망설이는 듯했다. 속으로 갈등하는 것이 분명했다.
잠시 후, 담청산이 목진을 쳐다봤다. 목진도 담청산을 향해 웃어 보이며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목진의 미소를 본 담청산은 매서운 눈빛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강립 선배의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강립은 뜻밖에도 담청산이 순순히 대답하자 순간 멍해졌다. 그는 차갑게 웃으며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조금씩 뒤로 물러나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그들을 에워쌌다. 학생들은 모두 담청산이 재수 없게 걸렸다고 생각했다.
수련하던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담청산과 강립에게 쏠렸다.
학생들은 강립과 담청산의 실력 차이를 보고 한쪽이 너무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그들의 동정 어린 시선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강립에게 발길질을 당하는 담청산의 모습에서 전혀 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계속해서 일어나 강립에게 달려드는 모습에 강립을 비롯한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펑펑펑!
훈련장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서로 얽혔다. 담청산은 비록 낭패를 당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강립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미친 듯이 달려들고 그를 깨물었다.
강립이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는 팔이 물려 피가 나자, 결국 담청산의 미친 듯한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이 미친놈!”
담청산은 아무것도 안 들리는 듯 붉어진 눈으로 다시 강립을 덮쳤다.
“그만하자!”
강립은 담청산의 붉어진 눈을 쳐다보다가 황급히 피하며 소리쳤다.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황급히 달려와 담청산을 잡아당겼다. 그래도 담청산이 미친 듯이 날뛰자, 그들도 순간 담청산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학생들은 이런 모습에 한기가 들면서 담청산이 정말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