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삼라사인의 진정한 힘
“삼라사인에 흥미가 있는 것이냐?”
막사가 목진을 흘낏 쳐다봤다. 지난번에 목진을 영결실 천층에 데려간 후 막사는 목진이 이 영결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삼라사인이 보통의 영결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목진이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비록 삼라사인의 영결은 범급 상품이지만, 목진은 삼라사인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응?”
막사가 눈을 치켜뜨며 목진을 쳐다봤다.
“삼라사인은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표면적인 것만 수련하면 그냥 초보적인…… 분명 어떤 방법을 쓰면 삼라사인이 더 강해질 것 같습니다.”
목진이 말했다.
막사의 두 눈에 놀란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 모습에 목진이 막사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며 능구렁이처럼 말했다.
“막사께서는 분명 삼라사인에 대해 잘 알고 계시죠? 제가 볼 땐 막사께서도 삼라사인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계신 것 같습니다.”
막사가 목진의 능구렁이 같은 모습을 보고,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나도 삼라사인을 수련한 적이 있다.”
막사가 말을 하면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막사의 손바닥에도 목진과 같은 흑인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막사의 흑인이 목진의 흑인보다 더 심오해 보였다. 이런 흑인을 만들기에는 자신은 아직 멀어 보였다.
목진이 놀란 표정으로 막사의 흑인을 쳐다본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군요. 삼라사인의 영결은 그냥 보통의 영결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다면 막사처럼 안목이 높으신 분이 이 영결을 익혔을 리 없습니다.”
막사는 북령경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을 지닌데다 신백경을 익힌 진정한 강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삼라사인이 단지 보통의 범급 영결이라면 막사는 절대 수련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놈이…….”
막사가 쓴웃음을 지으며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삼라사인의 진짜 위력이 뭔지 알고 싶으냐?”
목진의 눈이 반짝이더니 황급히 고개를 끄떡였다.
“간단하다.”
막사가 웃으며 자신의 왼손도 앞으로 내밀자 목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막사의 왼손에도 똑같은 흑인이 새겨져 있었다.
삼라사인은 단지 한 손에만 새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목진의 눈이 흥분한 듯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삼라사인이 대단한 것은 바로 사인을 더 많이 새겨서 늘리는 거군요. 이렇게 해야 삼라사인의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가요?”
막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나 삼라사인은 영력에 대한 요구가 유달리 엄격하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간신히 두 개의 사인을 만들었다. 사인이 한 개씩 늘어날 때마다 되돌아오는 충격이 두려울 정도였다. 세 번째 사인까지 수련했었지만, 되돌아오는 힘에 중상을 입을 뻔한 후로는 다시는 시도하지 않았다.”
목진도 막사에 말에 깊이 동감했다.
목진도 첫 번째 사인을 수련할 때, 거대한 충격을 느꼈다. 만약 두 번째 사인을 수련했다면 아마 몸이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너는 이제 첫 번째 사인을 수련했으니, 조급하게 두 번째 사인을 수련하면 안 된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목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목진은 삼라사인의 진정한 힘을 기대하고 있지만, 너무 성급하게 수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막사는 목진의 모습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저었다. 목진은 몸을 돌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당천아에게 돌아갔다.
“괜찮아? 막사께서 벌을 주진 않으셨지?”
당천아는 목진이 나오자 황급히 물었다. 목진이 삼라사인을 수련한 것은 어쨌든 규율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벌을 받았을까 봐 걱정되었다.
목진이 고개를 저으며 고개를 숙여 손바닥의 흑인을 쳐다보자 가슴이 서서히 뜨거워졌다. 삼라사인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보통의 영결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는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다.
* * *
깊은 밤, 목진은 조용히 앉아 두 손에 다시 인결을 만들고 있었다. 검은 영력이 조금씩 응집되기 시작했다.
파박.
영력이 응결되다가 갑자기 조절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파동을 일으키더니 사라져버렸다.
목진은 비어 있는 손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두 번째 사인을 응결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려고 했는데 결과는 실패가 분명했다.
두 번째 사인을 응결하는 것은 첫 번째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보아하니 천천히 해야 할 것 같군.”
목진은 두 눈을 가볍게 감고 대보도결을 시작했다. 천천히 호흡하면서 천지 영기를 흡수했다. 마지막으로 영기를 검은 영력으로 변화시켜 천천히 기해로 흘려보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목진은 영력을 나눠 팔에 있는 경맥으로도 보냈다. 손바닥이 따뜻해지면서 흑인의 색깔이 점점 더 짙어졌다.
* * *
훈련장에서의 나통과의 수련으로 천계에서도 목진이 명성이 널리 퍼졌다. 원래 있던 학생들도 이제 방금 들어온 새로운 학생을 우습게 보지 못했다. 그 새로운 학생에는 담청산도 포함이었다.
어제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후, 사람들은 이 과묵해 보이는 소년도 쉽게 건드리면 안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는 두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조용히 지낼 수 있었다.
평화로운 생활 속에서 목진은 마음을 집중해 온전히 수련에만 매진했다. 낮에는 수련장의 3급 취동진의 능력을 빌려 기해에 영력을 쌓았고, 매일 매일 조금씩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밤에는 삼라사인을 수련하면서 조금씩 두 번째 사인을 수련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했다.
비록 많은 실패를 거쳤지만, 목진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되는 실패 속에서도 삼라사인의 인법(印法)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삼라사인을 조정할 때 점점 더 순조롭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목진은 점점 더 성공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계속된 실패에도 속으로는 기뻐했다.
시간은 이렇게 조용히 흘러 순식간에 반년이 지나갔다.
반년 동안 목진의 기해에는 영력이 점점 더 거대해지고 강해졌다. 비록 영동경 후기에는 들지 못했지만, 반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강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영력이 진보한 동시에 목진의 삼라사인의 수련도 점점 더 익숙해져 갔다. 첫 번째 사인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정도까지 되었고, 나통과 대결했을 때처럼 갑자기 소모되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 사인을 응결할 때는, 은은하게 어떤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영력의 부족으로 시종일관 응결할 수는 없었다.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 * *
수련장에 있는 목진의 귀에 수련 수업이 끝났다는 종소리가 들렸다. 목진은 눈을 뜨고 영력을 가라앉힌 후, 가볍게 웃으며 기지개를 켰다.
“목진.”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목진이 고개를 돌렸다. 당천아가 웃으며 목진을 보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눈빛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왜?”
“내일 북령지원에 수행을 하러 갈 거야.”
“내일 가는 거야?”
목진의 몸이 살짝 긴장했지만, 곧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목진은 최근 계속 수련에 빠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지만 영기 부족으로 두 번째 삼라사인을 계속 응결할 수는 없었다.
듣자 하니 북령지원 내에 영약이 있다고 하니, 만약 찾을 수 있다면 급한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북령지원의 수행은 좀 더 힘을 내야 해. 서원의 류모백이 참가하는 데다 그의 조원이 바로 서원의 홍비단이야. 우린 절대 그들에게 지면 안 돼.”
당천아가 진지하게 말했다.
“류모백이라…….”
류모백은 진정한 북령원의 일인자라 할 수 있다. 북령지원의 수행이 첫 번째 교전이 될 것이다.
‘정말 재미있군.’
목진이 눈을 빛냈다. 그는 영로에서 누구도 두려워해 본 적이 없었다. 이곳 북령경에서도 마찬가지다.
* * *
북령지원은 북령경의 서북쪽에 있었다. 북령원에서 하루 정도 걸릴 정도로 매우 넓고 광활하지만 북령경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곳이었다. 비록 북령지원 안에는 여려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종종 위기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 기회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북령지원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기연을 얻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북령지원에 묻혀 거름이 되기도 한다.
북령지원에 수행하러 가는 것은 북령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천계의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 모두 참가할 수 있어서 평상시에 학원에서 조용히 수련만 하던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회이기도 했다.
실전이야말로 사람의 심성을 갈고 닦아 강해지게 할 수 있다. 이건 강자로 가는 길에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일이다.
북령지원 안에는 각종 영수가 있고,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참모습을 숨기고 들어온다. 그중에는 악명이 자자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과 비교했을 때, 북령원의 학생들은 어린양에 불과하다. 실력이 부족해 만약 서로 싸우게 되면 그들의 적수가 되지도 못한다.
그래서 북령원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호위를 파견한다. 동원의 막사와 서원의 석사 등 신백경의 강자가 따라가기 때문에 아무리 대담한 사람이라도 막사, 석사 앞에서 감히 규율에 어긋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른 아침, 북령원의 수행 대열은 일찌감치 출발해서 저녁 무렵에서야 북령지원에 가까워졌다.
밤이 되자 그들은 곳곳에서 야영을 시작했다.
짙은 어둠이 내려오자 야영장에 모닥불이 피어올랐다. 북령원의 학생들은 이런 곳에 많이 와보지 못한 것 같았다. 학생들은 흥분해 야영장이 떠들썩해졌다.
야영장에 있던 모험가들은 이들이 북령원의 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입을 내밀고 멀어졌다.
목진은 모닥불 앞에 앉아 야영지 너머에 있는 북령지원의 어두운 곳을 쳐다봤다. 마치 영수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런 장면은 목진에게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곳의 분위기는 기억 속의 영로보다 더 잔인하거나 피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목진이 생각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손이 불쑥 나오더니 목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순간 목진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지면서 사냥감을 본 짐승처럼 팽팽하게 긴장하면서 재빨리 손을 잡았다.
“아야.”
들려오는 비명에 목진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목진은 뒤에 있는 사람이 당천아라는 것을 알고 황급히 손을 놓았다.
“뭐 하는 거야? 아프잖아.”
당천아가 목진의 옆에 앉아 손목을 문지르며 그를 탓했다.
“미안해.”
목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영로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반사적으로 경계심이 강해졌다. 이런 본능적인 경계심은 북령원에 들어온 후 억누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익숙한 환경으로 돌아오니 다시 경계심이 깨어난 것이다.
“왜 그래?”
당천아가 입을 뿌루퉁하게 내밀고 목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당천아는 목진이 자신의 손을 잡을 때 한기를 느꼈다. 만약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면 목진이 자신의 손목을 부러뜨렸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목진이 앞에 있는 모닥불을 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영로에서 다른 사람이 방금 누나와 같은 행동을 했다면 아마 나에게 죽었을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죽었을 테니까.”
당천아가 멍한 표정으로 조용히 앉아 있는 목진을 쳐다봤다. 그는 이런 일이 습관이 된 것 같았다.
“영로는…… 매우 무서운 곳인 것 같다.”
당천아의 눈에 영로는 매우 은밀한 곳이었다. 하지만 영로에서 나온 사람들은 모두 영로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단지 영로에서 나온 사람들 대부분이 실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당천아와 같은 소년, 소녀들이 동경하는 것이다.
그러나 순진한 그들은 모른다. 실력이 강해지려면 강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을.
목진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경쟁 상대야. 매우 잔인하고 전부 변태라고 할 수 있어. 처음에는 웃으며 잘해주지만, 다음에는 비수로 심장을 뚫으려고 하지.”
“그래서 그곳에서는 신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구나.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너는 평생 귀하게 여겼을 거야.”
목진은 밝은 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생각나면서 마음이 아팠다. 소녀가 반년 동안 자신을 죽이려고 쫓아왔을 때 목진은 소녀와 세 번 싸웠고, 두 번을 이겼다. 그러나 마지막 한 번은 달랐다. 소녀는 검은 장검에 영력을 싣고 목진의 목덜미를 겨누었다.
분명 소녀가 이겼다. 의심할 여지 없이 철저하게 이겼다. 만약 소녀가 그때 가볍게 찌르기만 했어도 목진은 영원히 영로에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결국 목진을 찌르지 않았다. 검은 유리 같은 눈동자로 목진을 뚫어지게 한참 쳐다보더니, 천천히 검을 거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를 죽이지 않을 테니 나와 함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