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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1화 (21/1,000)

21화. 노련한 사냥꾼

“서원 놈들은 정말 재수 없어.”

숲에서 당천아가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서원 놈들은 계속해서 목진을 괴롭혔기 때문에 아무리 목석같은 사람이라도 화가 날 법했다.

“뛰어난 사람은 원래 다른 사람의 질투를 받는 법이지.”

목진은 오히려 웃으며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보며 말했다.

“류모백이 나에게 질투심과 미운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예전에 몇 번 만난 적도 없는데 말이야.”

“류모백?”

당천아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류모백이 너와 맞서려고 하는 건가?”

“그렇지 않다면 류양이 방금 천계에 들어온 신입생을 상대하려고 진통을 데리고 나타났겠어? 게다가 뒤에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저놈은 영로에서 만났던 변태보다 조금 수준이 떨어질 뿐이야.”

“류모백도 정말 싫어.”

당천아가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조금은 걱정되는 듯 말했다.

“류모백은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야. 류양과는 비교할 수 없어. 류모백은 북령원에 들어온 이후로 줄곧 최강자의 명성을 유지하면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으니까.”

“맞아. 목진, 류모백을 조심해야 해. 그놈은 속을 알 수 없어. 나도 예전에 한 번 싸워본 적이 있는데 크게 지고 말았어. 그때도 류모백은 진짜 실력을 드러내지도 않았지.”

옆에 있는 묵령이 심각하게 말했다.

“묵령 선배는 이미 영동경 후기의 실력인데, 류모백이 선배를 이겼다면…….”

“류모백은 이미 영륜경에 도달했을 수도 있어. 그놈은 확실히 대단하지.”

담청산이 놀라 참지 못하고 묻자 묵령이 천천히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당천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앞으로 귀찮게 되었다. 영륜경과 영동경의 차이는 매우 컸다.

당천아는 목진의 얼굴과 따뜻한 미소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침착함을 보았다. 목진의 이런 모습에 당천아, 묵령, 담청산 세 사람의 걱정은 조금씩 사라졌다.

목진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고,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었다.

“영륜경이 비록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류모백이 대단한 존재는 아니야. 비록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류모백이 정말로 싸움을 걸어온다면 그도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목진이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목진의 말투는 전혀 허세를 부리는 말투가 아니었다. 류모백이 목진을 공격할 생각이라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만하자. 북령지원의 수행이 이미 시작됐으니 우리도 시작해야지. 너희 둘은 이제부터 경쟁자야.”

목진이 묵령, 담청산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가 먼저 강한 놈을 찾겠다!”

묵령이 담청산과 눈빛을 교환하더니 갑자기 맹렬하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들은 지금 북령지원의 외곽에 있었고, 이곳은 영수가 극히 적었다. 조금 더 깊은 곳에 들어가야지만 더 많은 영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묵령, 담청산이 멀어지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었다. 가볍게 손바닥을 비비는 검은 눈동자에 천천히 흥분이 어리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의 사냥이군. 계속 사냥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잊어버렸을 거야.’

“우리도 가자.”

목진이 당천아에게 손짓하며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나 목진은 묵령, 담청산이 간 길로 가지 않고, 외진 길로 갔다. 영로에서의 경험으로 목진은 영수의 흔적을 어떻게 찾는지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더욱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그들은 북령지원의 외곽 깊은 곳으로 들어갔고, 시시때때로 영수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당천아는 목진의 뒤에 바싹 붙어서 가고 있다가, 목진이 갑자기 멈추자 목진에게 부딪치고 말았다.

소녀의 부드러운 몸이 목진의 등에 부딪히자 목진은 순간 어쩔 줄 몰라 눈을 껌벅였다.

뒤에 있던 당천아의 얼굴이 빨개지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지만, 목진에게 손을 잡히고 말았다.

“쉿.”

당천아가 손을 뿌리치려고 하자 목진이 손짓하며 눈앞에 있는 깊은 숲을 가리켰다.

목진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붉은 몸통에 이마에는 검은 뿔이 달린 것이 마치 호랑이 같기도 하고 돼지 같기도 한 두 마리의 영수가 콧김을 내뿜으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저급 영수 혈저호(血猪虎)야.”

목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두 마리의 혈저호는 영동경 중기의 실력을 지지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영수는 피부가 매우 두꺼워서 영동경 후기의 사람이 전력을 다해 공격해야 한다. 게다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하면 매우 흉악해져 방심할 수 없었다.

“한 사람이 한 마리씩 잡으면 문제없지 않을까?”

목진이 당천아를 쳐다보자, 그녀의 얼굴이 조금 창백했다. 그러나 고집스럽게 고개를 끄떡였다. 당천아는 아마 흉악하고 잔인한 영수와 처음으로 싸워보는 것 같았다.

“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

목진이 웃으며 당천아를 위로했다.

“응.”

당천아가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쥐자, 짧은 검이 나왔다. 그녀는 두 사람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격하자.”

목진이 소리치면서 먼저 뛰어나갔다.

으르렁!

목진이 몸을 날리자 두 마리의 혈저호는 시뻘건 눈동자로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혈저호의 몸에서 붉은빛이 쏟아져 나왔다.

쿵쿵.

혈저호가 지축을 흔들며 붉은빛처럼 목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다른 한 마리도 목진을 향해 달려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영력에 의해 코를 한 대 맞았다.

순간 걸음을 멈춘 붉은 눈동자가 소녀를 쳐다보더니, 포효하며 방향을 틀어 당천아를 향해 달려갔다.

목진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혈저호를 보면서도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흥분된 표정으로 다리를 굴리더니 앞으로 달려 나갔다.

목진과 영수가 동시에 달려들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엄청난 소리를 냈다.

목진이 한 발로 뛰어올라 오른손을 비수처럼 만들고, 검은 영력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목진의 오른손이 혈저호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며 검은빛이 번쩍였다. 차가운 빛이 혈저호의 두 눈을 스치자 붉고 뜨거운 피가 뿜어져 나왔다.

펑!

혈저호는 뒤에 있던 고목에 세게 부딪혔다. 거대한 고목이 그대로 부러지면서 지축을 울리는 엄청난 소리가 들려오더니, 혈저호의 비명이 천지를 울렸다. 혈저호의 붉은 눈은 이미 목진에 의해 찔려 보이지 않았다.

“크앙!”

엄청난 고통에 혈저호가 미친 듯이 날뛰었다. 두 눈이 사라진 혈저호는 후각에 의지해서 목진을 향해 털을 곤두세우고 달려왔다. 혈저호의 털은 마치 날카로운 검처럼 보였다.

미친 듯이 날뛰는 혈저호의 모습에도 목진은 담담했다. 크게 발을 구르더니 혈저호의 옆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매번 목진이 혈저호의 몸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날카로운 비수에 혈저호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

신선한 피가 사방으로 뿌려지면서 혈저호의 기세가 점점 약해졌다. 분명 힘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목진은 혈저호가 비틀거리는 틈을 타서 맹렬하게 앞으로 달려갔다.

목진의 눈이 차갑게 빛나면서 비수를 영력으로 감쌌다. 날카로운 한기가 느껴지더니 비수가 혈저호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비수를 따라 뜨거운 피가 흘러내렸고, 혈저호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다 천천히 멈추더니 잠시 후에는 몸의 움직임이 멎었다.

목진이 침착한 표정으로 비수를 집어넣고, 거대한 혈저호를 뒤집었다. 목진의 능숙한 모습을 노련한 영수 사냥꾼이 봤다면 아마 놀랐을 것이다. 이런 수법은 어린 소년이 가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혈저호를 처리한 목진은 당천아가 있는 곳을 쳐다봤다. 당천아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지 고전하고 있었다. 혈저호가 비록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피부가 두꺼운 혈저호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 듯 보였다.

크아!

당천아와 얽혀 싸우던 혈저호는 자신의 짝이 지른 날카로운 비명을 듣고는 원래 붉었던 눈이 점점 더 빨개졌다. 그리고 거대한 몸이 돌연 부풀어 올랐다.

“발광하는데?”

목진이 상황을 보며 눈을 치켜떴다.

“아.”

당천아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짧은 검이 혈저호의 몸을 베고 지나갈 때, 반동으로 검을 놓치고 말았다.

그녀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지만 거대한 그림자가 자신을 덮치는 것을 느꼈다. 피비린내를 풍기며 혈저호가 뛰어오르더니, 마치 거대한 산처럼 당천아를 내리눌렀다.

자신을 덮치는 거대한 그림자를 보자 당천아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

쉭.

그때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다가오더니 당천아의 날씬한 허리를 낚아챘다. 그리고 순식간에 검은 영력이 뿜어져 나오는 비수가 한기를 흘리며 혈저호의 배를 그으며 지나갔다.

쏴악.

신선한 피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피비린내를 풍기며 내장 등이 쏟아져 나왔다.

목진은 당천아를 안고 한 바퀴 구르며 쓰러지는 혈저호를 피했고, 혈저호는 땅에 쓰러져 잠시 발버둥 치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죽은 것이 분명했다.

후.

목진은 두 마리의 혈저호를 해결한 후,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품 안의 당천아가 버둥거리는 것을 느끼고는 웃으며 놓아줬다.

“괜찮아?”

당천아가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당천아는 쓰러진 두 마리의 혈저호를 보고 감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두 마리의 혈저호를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목진의 공로라는 것을 알았다.

“목진, 정말 대단해! 나는 혈저호와 오래 싸웠어도 죽일 수가 없었는데…….”

“급소를 노리고 공격하면 돼. 몇 마리 더 사냥하면 곧 익숙해질 거야.”

목진이 몸을 일으켜 두 마리의 혈저호에게 다가가 비수로 머리를 그었다.

붉은빛이 천천히 퍼져 나오더니 두 개의 주먹만 한 빛이 천천히 떠올랐다. 그 빛 속에는 작은 혈저호가 있었고, 은은한 영력이 느껴졌다.

이게 바로 영수의 정백이다.

목진이 영수의 정백을 당천아에게 던져줬다. 당천아도 호기심을 느끼고 정백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녀는 난생 처음으로 얻은 전리품에 매우 만족한 듯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목진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비수에 묻은 피를 닦은 후, 깊은 숲쪽을 쳐다봤다.

혀로 입술을 핥자 마치 피비린내로 인해 눌러왔던 욕망을 건드린 것 같았다.

“가자. 이제 시작이야.”

목진이 고개를 돌려 당천아에게 말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목진에게 이 정도 실력을 지닌 영수는 성에 차지 않았다.

펑!

나뭇잎이 울창한 숲에서 돌연 대지를 뒤흔드는 엄청난 진동이 느껴지더니 멀리서 처연한 비명이 들려왔다.

비명이 들리는 곳을 쳐다보니, 몸집이 거대한 황토색 곰이 춤을 추는 것처럼 손바닥을 미친 듯이 휘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눈앞에 있는 사람을 잡으려는 듯 거세게 휘둘렀다.

거대 곰과 싸우던 이가 황급히 뒤로 물러나더니, 손에 있는 짧은 검에 영력을 휘감아 올렸다. 순식간에 거대 곰의 가슴을 긋자 피가 솟구쳤다.

큭!

가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곰은 더욱 발광했다. 거대한 손바닥에 짙은 황색의 영력이 서서히 퍼지더니 공격할 때마다 땅에 피가 떨어졌다. 만약 이런 힘이 실린 공격을 한 대라도 맞는다면, 분명 중상을 당할 것이다.

다행히 작은 몸은 매우 민첩하고 날렵했다. 끊임없이 좌우로 달리며 곰의 허점을 노렸다. 짧은 검이 다시 곰의 가슴을 긋고 지나가자 피가 뿜어져 나왔다.

큰 몸집과 작은 몸집이 끊임없이 스치고 지나갔다. 대략 1각쯤 지나자 거대 곰은 견디지 못하고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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