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약탈하다
곰을 죽인 것은 아름다운 소녀였다. 소녀가 한숨을 쉰 후, 이마의 땀을 닦았다. 숨을 몰아쉬면서 몸을 돌려 나무 아래에 있는 소년을 쳐다봤다.
“잘했어.”
목진이 앞으로 걸어오며 거대한 산 같은 곰의 사체를 쳐다봤다. 그리고 가슴 여기저기 혈흔이 묻은 흰색의 문양을 보고 말했다.
“공격할 때 과감하지 못했어. 만약 허점을 찾았다면 망설이지 말고 공격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공격을 해도 무용지물이야. 만약 이 곰이 좀 더 강했다면, 누나의 힘이 먼저 빠졌을 거야.”
당천아가 멀지 않은 곳에 쓰러져 있는 산악웅(山岳熊)을 쳐다봤다. 목진이 죽인 산악웅의 가슴에는 단 한 줄의 혈흔 자국만 보였다.
혈흔 자국은 정확하게 심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산악웅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절명한 것이다.
이 산악웅은 목진의 전적이다. 방금 당천아가 한 공격보다 더 매서운 공격이었다. 정확하게 조준하고 과감하게 공격하면서 전혀 망설이지 않는 이런 공격을 할 때 목진은 매우 침착했다. 당천아의 공격과 비교하면 몇 배나 멋스럽고 여유가 있었다.
“너야말로 변태 같은 놈인데, 내가 어떻게 너랑 비교하겠어!”
당천아가 입을 삐죽거리며 투덜댔다. 당천아는 영수를 처음 사냥해 봤지만, 목진의 솜씨가 전문 모험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입으로는 투덜거렸지만, 속으로는 목진에게 감탄했다. 그녀는 목진의 지도하에 처음 영수를 사냥할 때의 공포심에서 벗어났다. 심지어 지금은 혼자서 영동경 중기의 저급 영수를 사냥할 수 있다.
목진은 시종일관 침착함과 미소를 유지했다. 당천아의 눈에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목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당천아가 고개를 돌려 쪼그리고 앉아 산악웅의 정백을 꺼내는 목진을 쳐다봤다.
정백을 자세히 보는 목진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 다른 소년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느꼈다. 당천아가 목진의 얼굴을 보며 자신의 얼굴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오늘 수확이 괜찮은데. 이미 8개의 저급 영수의 정백을 얻었어.”
목진이 산악웅의 정백을 회수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꽤 괜찮은 실적에 당천아도 미소를 지었다. 오늘의 성적에 굉장히 만족한 듯 보였다.
“계속하자. 성적은 별거 아니지만, 이런 훈련을 할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니까.”
목진이 웃으며 계속 숲으로 가려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오른쪽을 쳐다봤다.
“왜 그래?”
당천아가 목진을 보고 물었다.
“저쪽에 기척이 느껴지는데, 가보자.”
목진이 잠시 고민하더니 당천아에게 손짓하고 빠르게 달려갔다. 당천아도 황급히 목진의 뒤를 따라갔다.
* * *
고목이 빽빽한 숲에 십여 명의 북령원 학생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정면을 보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십여 개의 그림자가 나뭇가지에 흩어져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학생들을 쳐다봤다.
그림자들은 비록 흩어져 있었지만, 차가운 눈빛에 몸에서는 피비린내가 풍겨왔다.
그들은 모험가들이었다.
“너희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북령원의 학생 중에는 익숙한 사람들도 보였다. 묵령, 담청산, 그리고 강립, 등용도 있었다. 그들은 화난 눈으로 눈앞에 나타난 모험가들을 쳐다봤다.
학생들은 아직 나이가 어렸고 경험이 적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피를 묻히고 다니는 모험가들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놈들이군.”
모험가 중 청년 한 명이 비열하게 웃으며 북령원의 학생들을 쳐다보았다.
“내가 이미 말했잖아. 너희들 손에 있는 영수 정백을 모두 내놔라.”
“약탈하겠다는 것이냐?”
“그렇다!”
북령원 소년의 말에 청년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의 뒤에 있던 동료도 재미있다는 듯이 따라 웃었다.
“우리는 북령원의 학생이고, 신백경의 실력을 지닌 스승님들이 이곳에 계신다!”
“우리도 너희가 북령원의 학생이라는 걸 알고 있다. 너희들의 스승은 약탈자를 만나는 것도 수행의 일종이라는 것은 말해주지 않은 모양이지?”
청년이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을 죽이지만 않는다면 너희 스승도 상관하지 않으실 것이다.”
“그러니까…… 정백을 모두 내놔라. 나는 매우 거친 사람이니, 내가 손을 쓰기 전에 내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청년이 웃으며 흰 이빨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한기가 들었다.
“너!”
묵령이 청년의 모습에 참지 못하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한 번 싸워보겠다는 거냐? 너도 영동경 후기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면 나와 같구나. 둘 중에 누가 더 강한지 해볼까?”
청년이 묵령을 보며 조롱하듯 웃었다.
묵령은 사냥감을 노리는 듯한 청년의 눈빛을 보고 속으로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비록 똑같은 영동경 후기라도, 청년의 기세는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저자의 뒤에 있는 동료들도 절대 약하지 않을 것이다.
묵령의 눈이 빛나더니, 쥐고 있던 주먹에 천천히 힘을 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담청산과 강립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담청산 등도 한숨을 쉬었다. 그들도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화를 피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래야 착한 아이들이지.”
청년은 묵령이 저항하기를 포기하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이게 북령원의 학생들인가? 정말 실망이군.’
“너희들 뭐 하는 거야?”
묵령이 어렵게 얻은 영수의 혼백을 꺼내려고 할 때,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당천아와 목진이 뒤에 서 있었다.
“목진?”
학생들은 목진을 보고 기쁨에 얼굴이 밝아졌다. 그러나 곧 뭔가 생각이 났는지 황급히 목진에게 이곳을 떠나라는 눈짓을 했다.
“오호, 여기 또 어린양이 있군.”
청년이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목진을 보다가 옆에 있는 당천아를 보고 갑자기 눈을 빛내며 말했다.
“미인도 있었군!”
당천아가 화난 눈빛으로 청년을 쳐다봤다. 청년은 당천아의 아름다움에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묵령은 목진과 당천아가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으며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강도야? 너희들 정말 재수도 없구나.”
목진이 묵령의 설명을 듣고 참지 못하고 웃었다.
“너는 아니냐?”
강립은 어떻게 이런 상황에 웃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 목진을 노려봤다.
“이봐, 이왕 왔으니 너도 영수 정백을 내놔. 그리고 그 소녀도 함께 넘겨. 한쪽만 편애하면 안 되잖아.”
청년이 손짓하며 웃으며 말했다.
“내 것도 달라고?”
목진이 인상을 썼다.
“그러게 누가 재수 없게 이곳으로 오라고 했냐? 너희들 정말 멍청하구나. 비록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해도 실전에서는 너희들의 실력으로는 한참 부족해.”
청년이 말했다.
“그럼 정백 한 개를 줄게.”
목진이 걸어가면서 품에서 정백을 하나 꺼냈다.
“귀가 어두운 거냐? 미인도 데리고 오라고 했잖아. 일부러 못 들은 척하는 거냐?”
청년이 인상을 쓰면서 쫑알거렸다. 청년이 쉴새 없이 쫑알거렸지만 목진은 이미 그의 앞에 도착해 정백을 그에게 건네줬다.
청년은 영수의 정백을 받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목진의 머리를 때리려 했다. 청년의 손이 정백에 닿자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던 목진의 눈이 돌연 날카로워졌다.
목진이 주먹을 쥐며 손을 뒤집자, 차가운 검은빛이 빠른 속도로 청년의 손바닥을 베었고, 뜨거운 피가 공중에 뿌려졌다.
전광석화처럼 일어난 일이라, 누구도 반응할 틈이 없었다. 심지어 청년 뒤의 있던 동료도 공중에 뿌려지는 피를 멍한 표정으로 쳐다만 봤다.
사람들이 멍해 있을 때,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 갑자기 주기 싫어졌어.”
청년이 멍한 표정으로 피를 흘리고 있는 자신의 손바닥을 쳐다봤다. 잠시 후 손바닥에서 고통이 느껴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뒤에 있던 묵령 등은 모두 놀라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목진이 돌연 이렇게 매섭게 공격할 줄 몰랐다.
“이놈이, 죽고 싶은 거냐?”
청년이 몸을 떨면서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목진은 담담한 눈으로 청년을 보며 말했다.
“위험한 일을 하는 모험가가 설마 이런 일도 예상 못 한 건가?”
“하하, 대단한 놈이구나.”
목진의 말에 청년이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뒤에 있던 동료가 다가오려고 하자 청년이 손짓하며 그들을 막았다. 청년은 옷을 찢어 피를 흘리는 손바닥을 싸매고 차가운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싸움?”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갑자기 공격을 해왔지만 나는 그렇게 화가 나지 않아. 오히려 너의 용기가 마음에 든다. 사람에게 혈기가 없다면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해도 쓸모없는 폐물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런데 너는 좀 다르네.”
청년이 목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임충(林忠)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고, 지금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 만약 나를 이긴다면 나와 동료들은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그냥 떠나겠다. 만약 진다면 손가락 하나를 잘라라. 그게 내가 너에게 주는 교훈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너와 친구들은 오늘 엄청난 고통을 경험할 것이다. 비록 죽이지는 않겠지만,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주지.”
“다른 선택은 없나?”
목진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네 생각엔 있을 것 같으냐?”
임충이 차갑게 웃었다.
“그렇군. 그럼…… 공격해라!”
목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앞으로 달려나가면서 손에 검은 영기를 끌어올려 날카롭게 만들었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임충의 목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공격하겠다고?”
그러나 임충은 북령원의 학생들처럼 실전 경험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목진에게 이미 한 번 공격당했기 때문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목진이 갑자기 공격해 왔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영력을 끌어올려 목진의 공격을 막았다.
쿵!
목진의 손가락이 임충의 어깨를 찌르는 데 성공했지만 마치 강철에 부딪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목진의 손이 쥐가 난 듯 살짝 떨렸다.
임충의 실력은 분명 이미 영동경의 최고치에 도달한 듯했다. 분명 조금만 더 수련하면 영륜경에 진입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목진의 머리를 스치자 목진은 망설이지 않고 즉시 손을 거두고 영력을 끌어올린 후, 임충을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펑펑!
임충도 목진의 강한 주먹을 느끼고 황급히 더 많은 영력을 끌어올렸다. 빠른 속도로 공격하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두 주먹이 부딪치자 목진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났고, 임충도 한 걸음 밀려났다. 임충의 눈에 놀란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주먹이 서로 충돌했을 때 검은 영력의 패도를 느꼈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이 소년이 수련한 영결이 보통의 영결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대단한데!”
임충이 차갑게 말하며 갑자기 맹렬하게 달려와 영력을 폭발하며 손을 휘둘렀다. 두 손을 도(刀)처럼 만들어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목진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뒤에 있던 당천아와 묵령 등은 임충의 맹렬한 공세를 보고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러나 이런 임충의 공세에도 목진은 전혀 놀라거나 실수하지 않았다. 발을 가볍게 옮기면서 두 눈은 임충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장과 권으로 번갈아 공격하자 임충도 목진을 이길 수가 없었다.
임충 뒤에 있던 동료들은 즐거운 구경을 하듯 쳐다보고 있다가,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놀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저놈의 실력이 괜찮은데? 영동경 후기의 실력을 지닌 임충이 저놈을 이기지 못하잖아.”
사람들 뒤에서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건장한 사내의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잠시 후 남자가 천천히 말했다.
“대단한 소년이군. 소년은 임충의 모든 공격을 이미 파악하고, 공격할 때마다 임충의 힘을 빠지게 하고 있어. 보기에는 소년이 뒤로 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임충이야말로 뒤로 밀리고 있다.”
“네?”
모험가들이 놀라 외쳤다.
‘저 소년이 임충의 모든 공격을 파악했다고? 그렇게 안목이 대단하다고? 임충은 절대 북령원의 학생이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대장, 잘못 본 거 아니에요?”
사람들이 놀라 물었다. 건장한 사내가 그들을 흘낏 보며 말했다.
“만약 소년도 영동경 후기의 실력을 지녔다면, 너희들은 모두 소년의 상대가 안 된다. 북령원의 학생이 언제 이렇게 대단해졌지?”
“정말인가요?”
모험가들이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임충은 더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다.”
남자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