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옥영수(玉灵树)
“임충은 더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다.”
대장의 말에 사람들은 황급히 임충을 쳐다봤다. 임충의 얼굴이 점점 더 붉어지더니, 그의 주먹에 은빛이 번쩍이면서 마치 천둥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가 났다.
“지금 뇌포권(雷暴拳)을 쓰는 거야? 저건 임충의 비장의 무기잖아. 정말로 밀리고 있나 본데?”
“이놈아, 다시 나의 공격을 막아봐라!”
임충이 빨개진 얼굴로 은빛으로 빛나는 주먹을 날렸다.
목진은 임충의 주먹이 은빛으로 번쩍이는 것을 보고,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오른손 주먹을 꽉 쥐었다.
“휙!”
임충의 몸이 화살처럼 스치고 지나가면서 큰 소리가 나더니, 회오리바람처럼 기가 밀려왔다.
“뇌포권!”
빠른 주먹이 엄청난 힘을 싣고 목진을 향해 날아왔다. 나뭇잎이 임충의 주먹으로 인해 회오리바람처럼 목진을 감쌌다.
임충의 공격에 당천아 등은 모두 깜짝 놀라 속으로 떨고 있었다.
“후.”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손에 검은 영기를 끌어올리더니, 화살처럼 몸을 구부리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삼라사인!
검은빛이 목진의 주먹에 응집되면서 검은 사인을 만들어 엄청난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임충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가 임충의 주먹에 그대로 자신의 주먹을 날렸다.
펑!
지축을 울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두 사람이 선 지면이 갈라지면서 문양이 새겨지고, 엄청난 기의 파도가 밀려와 수많은 나무를 쓰러뜨렸다. 두 사람 모두 뒤로 밀려나며 비틀거리더니 넘어질 뻔했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험가들은 임충 같은 강자가 뒤로 밀리는 것을 보고 놀랐고, 당천아 등은 목진이 매서운 공세를 막아내서 놀랐다.
“너!”
임충이 중심을 잡고, 목진을 쳐다봤다. 임충은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뒤에 있던 임충의 동료가 앞으로 나와 목진을 노려봤다.
이에 목진은 냉소를 지으며 긴 손가락 사이에 불꽃 같은 작은 구슬을 끼웠다. 그러자 목진의 손에서 엄청난 파동이 느껴졌다.
“왜, 사람들을 불러 떼로 덤비게?”
“파영주(破灵珠)?”
임충의 동료가 목진의 파동을 느끼고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더 이상 앞으로 나오지 못하고 놀란 눈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그제야 그들은 파영주가 있어서 목진이 자신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파영주의 영력 파동을 보니, 아마 영륜경 강자도 중상을 입을 만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면서 당천아, 묵령 등이 재빨리 목진의 뒤에 섰다. 그리고 경계심 어린 표정으로 모험가들을 쳐다봤다.
“멈춰라!”
갑자기 임충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건장한 사내가 천천히 앞으로 나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지금 뭐 하는 것이냐? 졌으면 깨끗하게 물러나야지. 너희들이 지금 우리 조직의 체면을 구기려고 하는 것이야?”
그 말에 모험가들이 어색하게 웃었다.
건장한 사내가 몸을 돌려 목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소형제, 대단한 실력을 지녔군. 오늘 일은 이렇게 끝내지. 조금 전의 우리 일행의 잘못은 양해 바란다.”
“별말씀을요.”
목진이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파영주를 회수했다. 파영주를 회수하자, 건장한 사내가 긴장을 푸는 것이 느껴졌다. 그도 파영주의 위력에 대해 아는 것이 분명했다.
“어린 녀석이 제법 능력이 있구나.”
임충이 안색을 회복하고 목진을 보며 입을 삐죽거렸다.
“별일 없다면 우리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목진이 말을 마치고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려고 했다.
“잠깐!”
그때 건장한 사내가 황급히 앞으로 나오더니 말했다. 목진이 경계하는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며 다시 파영주를 꺼낼 준비를 했다.
“또 무슨 일인가요?”
남자가 목진의 경계 어린 눈을 보고 쓴웃음을 짓더니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소형제, 우리 협력하는 것이 어떤가? 흥미가 있는가?”
“협력?”
목진이 남자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협력?”
목진이 놀란 표정으로 건장한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의 얼굴은 단정했고, 눈썹은 짙었으며 조금 거칠어 보였다. 하지만 목진이 놀란 것은 남자의 몸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영력의 파동이었다. 이런 파동은 분명 이미 영륜경에 진입한 실력을 갖춘 사람의 것이었다.
‘이 자의 실력이 낮지 않군.’
“하하, 소형제, 나는 포뢰대(暴雷队)의 대장 뇌성(雷成)이다.”
사내가 목진에게 악수를 청하며 웃으며 말했다.
“북령원 학생, 목진입니다.”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했다. 뇌성이라는 자의 손은 매우 거칠었고, 손에 있는 상처를 보니 분명 도를 무기로 쓰는 것 같았다.
“나는 북령원의 평범한 학생일 뿐입니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 협력은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목진이 고개를 저었다. 목진은 뇌성이 어떤 협력을 원하는 건지 알지 못했지만 모험가들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미 은원이 많은데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과 얽히게 되면 귀찮은 일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뇌성은 목진의 거절을 듣자, 주변을 둘러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진 소형제,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자네에게 갑자기 협력을 제안한 것은 자네 손에 있는 파영주 때문이네.”
“우리 포뢰대는 북령지원에서 협곡을 하나 찾아냈네.”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안 했다.
뇌성은 목진의 이런 모습에 목진이 평범한 소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원래 소년들은 제멋대로에 호기심이 많아야 하는데, 목진은 자신이 말한 것들에 약간의 흥미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우리는 협곡에서 이미 다 자란 옥영수(玉灵树)를 발견했네.”
뇌성은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옥영수?”
목진의 눈빛이 드디어 반짝였다.
“다 자랐다고요? 옥영과(玉灵果)가 열린 겁니까?”
옥영수는 매우 진귀한 보물이다. 나무 자체는 사람을 끌지 않았지만, 옥영수에 열리는 옥영과라는 열매는 따뜻한 영력을 품고 있었다. 게다가 신백경 이하의 영력을 수련하는 사람에게 매우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마침 삼라사인의 두 번째 단계를 수련하고 있는 목진은 실력이 아직 얕고, 영력도 부족했기 때문에 다른 물건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게다가 옥영과는 분명 목진의 지금 이런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물건이었다.
“비록 가까이 가진 못했지만, 우리가 관찰한 바로는 옥영수는 이미 다 자란 듯했네.”
뇌성이 고개를 끄떡였다.
“지키고 있는 영수가 있나요?”
“바로 그 영수 때문에…….”
뇌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협곡에는 최소 백여 마리의 화영원(火灵猿)이 있네. 게다가 가장 골치 아픈 것은 화영원의 왕인데, 이미 중급 영수인 데다 대략 영륜경 중기의 실력을 지니고 있어서 우리보다 훨씬 강하다네.”
“백여 마리의 화영원과 화영원의 왕이라고요?”
목진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화영원은 저급 영수이지만 강한 것은 영동경 후기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수가 모여 있다면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화영원의 왕까지…….
“화영원 왕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화영원 왕이 다른 화영원을 지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난감한 부분입니다.”
목진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화영원은 높은 지능을 가진 영수가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쉽게 상대할 수 있지만, 만약 왕의 지휘를 받는다면 그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화영원 왕은 이미 영지(灵智)를 갖고 있어서 백여 마리의 화영원이 있는 곳에 돌진한다면, 포뢰대는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뇌성이 놀란 눈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분명 나이가 어린 목진이 노련한 영수 사냥꾼인 자신보다 영수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 같다.
“음, 그러나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백여 마리의 화영원에게는 최면을 걸 수 있기에 화영원 왕만 상대하면 된다네. 우리가 나머지 화영원을 맡고 있는 동안, 자네가 기회를 살피다가 파영주로 왕을 공격하면 되네.”
“내가 지닌 파영주로 중급 영수에게 중상을 입힐 수는 있지만, 죽이지는 못할 겁니다.”
목진이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
“괜찮네. 단지 화영원 왕에게 중상을 입힐 수만 있다면 우리가 이길 승산이 있으니까.”
뇌성이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영륜경 초기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비록 화영원 왕을 이길 수는 없지만, 중상을 입힌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군요…….”
목진이 교활한 여우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우리 사례에 대해 다시 상의할까요? 당신도 알겠지만 일을 성공시키려면 최소한 파영주 하나는 써야 합니다. 파영주 가격이 절대 싸지 않다는 건 알고 계시죠. 어떨 때는 돈으로도 살 수 없지요.”
뇌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목진을 더는 소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목진을 속일 생각이 사라졌다.
“소형제, 가격을 말해보게. 만약 적당하다고 생각하면 허락하겠네.”
목진이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옥영수에 있는 옥영과의 3할을 주십시오. 이 정도 사례는 절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힘을 많이 쓰는 것은 포뢰대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쪽에 많이 쳐준 겁니다.”
“계산이 빠르군.”
뇌성이 입을 삐죽거렸다. 그러나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사례면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든 대부분은 자기들이 갖기 때문이다.
“그럼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함세.”
“대신 친구들을 몇 명 데리고 가려고 하는데, 문제는 없겠지요?”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처음 거래하는 것이지만, 뇌성은 괜찮은 사람 같았다. 그러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기 때문에 혼자 그들과 가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
“좋네. 그러나 자네도 화영원의 실력을 알겠지만 만약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면 귀찮은 일만 생길 걸세.”
뇌성이 말했다.
목진이 고개를 끄떡인 후, 몸을 돌려 당천아와 묵령을 쳐다봤다.
그들은 목진과 뇌성이 무슨 말을 나누는지 전혀 몰랐다. 그러나 두 사람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것을 보고, 최소한 서로 싸우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겼다.
“조금 위험한 일이기는 한데, 우리에게 꽤 많은 이익이 돌아오는 일이야. 포뢰대와 연합해서 한 가지 임무를 하기로 했어. 만약 흥미가 있다면 나와 함께 가자. 사례는 분명 만족할 거야. 당연히 조건도 있어. 하나는 나의 명령을 들어야 하고, 두 번째는 영동경 중기의 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해. 누가 나와 함께 갈래?”
목진이 묵령 등을 쳐다보며 말했다.
묵령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목진은 이들과 협력하려는 건가?’
“난 갈 거야.”
당천아가 손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
“나도 갈게.”
묵령이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떡였다. 묵령은 영동경 후기의 실력을 지니고 있어서 조건에 완전히 부합했다. 묵령은 목진이 사례에 만족할 거라는 말을 듣고 분명 괜찮은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담청산도 같이 가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의 실력은 영동경 초기의 실력이라 함께 가봤자 방해만 될 것이다.
강립, 등용 두 사람은 잠시 망설이더니 갑자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우리도 가겠다.”
이어서 3명의 영동경 중기의 실력을 지닌 학생이 합류했다. 이렇게 해서 목진 일행은 8명이 됐다.
꽤 괜찮은 구성이었다. 정말 무슨 변고가 생긴다고 해도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청산, 너는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먼저 야영지에 가 있어. 그리고 막사에게 포뢰대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러 가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해줘.”
목진이 담청산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목진의 목소리는 작지 않아서, 뇌성 등의 사람들도 목진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저 소년은 우리보다 더 노련하군. 북령원에서 언제 저런 학생을 배출한 거지?”
뇌성이 고개를 저었다.
목진은 자신들에게 일부러 들려주려고 말한 것이 분명했다. 만약 정말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신백경의 강자가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담청산이 고개를 끄떡였다. 목진이 손짓하자 담청산은 더이상 지체하지 않고 학생들과 그곳을 떠났다.
“우리도 움직이죠.”
목진이 몸을 돌려 뇌성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음. 가세.”
뇌성이 고개를 끄떡인 후 대원들에게 손짓했다. 그리고 앞장서서 빠른 속도로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그들을 따라가면서 목진은 당천아와 묵령 등에게 옥영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들은 옥영수라는 세 글자에 모두 눈을 반짝였다. 그들도 옥영과가 그들에게 가져다줄 도움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하. 역시 목진이 의리가 있구나. 이런 좋은 일에 우리를 잊지 않고 청하다니.”
묵령이 흥분해서 말했다.
그 말에 옅에 있던 강립과 등용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예전에 그들은 목진을 대하는 태도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목진에게 빚을 지게 되었으니 속으로 양심에 찔린 것이다.
“절대 먼저 가져가려고 하면 안 돼. 반드시 나의 지시에 따라야 해.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수도 있어.”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안심해. 너의 명령에 따를게!”
묵령이 웃으며 말하자, 강림과 등용도 고개를 끄떡였다. 그 말에 목진이 미소를 지은 후 조용히 포뢰대를 따라갔다.